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93)
293
연무장 한가운데.
세 명의 소녀가 서 있었다.
그중 한 사람.
아르는 귀를 쫑긋거리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르온님에게 직접 오러 스킬을 배울 수 있어!’
이 얼마나 큰 영광이란 말인가!
아르가 파란 눈을 한참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사이.
에이란은 힐끗- 힐끗- 옆에 서 있는 베르키아를 바라보았다.
‘서, 선조님과 같이 배울 수 있다니.’
페어리 나이트 베르키아.
재앙의 시대가 끝난 이후 엘프 종족을 이끌었던 위대한 영웅.
성운의 시조 루나의 제자로서 삶을 끝마치는 그 날까지 엘프의 수호자였다.
그렇기에 에이란은 루나만큼이나 베르키아의 영웅담을 좋아했다.
단순히 그녀가 가문의 선조이고 위대한 영웅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야기 속의 베르키아는 언제나 당당했다.
대영웅들의 제자로서 그들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어려서부터 소심했던 에이란으로서는 그 이야기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영웅과 함께 대영웅 아르온에게 무술을 배울 수 있다니.
‘하우! 떨려!’
에이란이 긴장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힐끗힐끗 쳐다봐?”
베르키아가 힐끗 에이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아, 아니요! 그러니까! 그! 그!”
살짝 날카로운 눈매를 바라보며 당황하던 에이란이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아, 아름다우셔서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에이란을 빤히 바라보던 베르키아가 말했다.
“너도 충분히 예쁜데?”
“저, 정말요?”
진심으로 기뻐하는 에이란을 베르키아가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런 베르키아의 눈빛에도 에이란은 순진무구하게 웃을 뿐이었다.
샤샥-! 베르키아가 아르에게 다가갔다.
“있잖아. 쟤 좀 이상하지 않아?”
“정상으로 보이는데요.”
“저게 정상이라고?”
베르키아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뭔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지나치게 아련하고 열정적인데? 혹시 나한테 반한 거 아니야? 그러면 곤란한데.”
“저도 에이란의 취향까지는 모르겠는데 아련하고 열정적인 건 정상인 것 같아요.”
베르키아가 기묘한 눈으로 아르를 바라볼 때였다.
“늦어서 미안.”
연무장에 아르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온님!”
“히익?”
흥분한 고양이처럼 아르가 우다다 아르온에게 덤벼들었다.
“멋있어요! 존경해요!”
“저, 저리 가!”
기겁하며 도망치는 아르온을 쫓아가는 아르.
그 모습을 보며 베르키아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얘들 변태인가?’
아르온은 자신의 눈앞에 선 세 소녀를 보며 심호흡했다.
아르가 열정적인 모습으로 눈을 지나치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거리는 게 조금 무섭긴 했다.
하지만 아르온도 아르에게 궁금한 점이 있었다.
“저기…… 너.”
“네!”
“자유자재로 수화를 할 수 있다고 했지?”
“넵!”
베르키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르온 스승님처럼 자유자재로 수화를 할 수 있다고?’
“한 번 보여줄래?”
“알겠습니다!”
아르온의 말에 아르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르온이 자유자재로 수화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특유의 호흡 때문.
호흡을 통해 육체에 흐르는 수인의 피를 자극시켜 수화를 강제로 발현시키는 기술이었다.
아르온만이 가진 특유의 호흡으로 후대에는 [용자의 숨결] 이라는 이름으로 수인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르온이 가졌던 특유의 호흡 파장은 구현하지 못해 수화만큼은 여전히 이루지 못했다.
아르는 입학시험 당시.
레오와 함께 아르온의 세계를 공략함으로써 공략 보상으로 아르온의 호흡을 손에 넣게 되어 수화 능력을 손에 넣은 것이다.
‘내 호흡이야.’
아르온은 자신의 호흡과 완벽하게 같은 아르의 호흡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수화 능력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네.’
수화에 성공한 아르를 바라보던 아르온이 말했다.
“혹시 하울링도 쓸 수 있어?”
“물론이죠! 지금 할까요?!”
“잠깐……!”
“크어어어어어어엉!”
사나운 맹수의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각에 예민한 엘프인 베르키아와 에이란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았다.
아르온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아르온을 올려다보았다.
“아얏!”
“이게 무슨 짓이야.”
베르키아가 울컥한 얼굴로 아르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잠시 후 주변에서 하얗게 질린 이들이 몰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전 심상치 않은 소리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연무장을 보며 아르가 목을 움츠렸다.
“별일 아니야.”
아르온은 병사들을 진정시켜 돌려보냈다.
“응, 대충 알겠어.”
아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화도 그렇고 하울링도 그렇고 제대로 힘을 주체 못 하는구나.”
“네?”
아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검은 토끼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었는데.’
아르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일단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던 아르온이 베르키아와 에이란을 보았다.
“에이란. 넌 베르키아랑 많이 닮은 것 같아.”
“제가 얘랑요?”
“그, 그런 황송한 말씀을…….”
베르키아가 눈을 게슴츠레 떴고 에이란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응, 마치 베르키아와 혈육인 것 같아.”
아르온의 말에 아르와 에이란이 움찔, 몸을 떨었다.
“어, 어떤 점이요?”
“냄새가 똑같아.”
‘여, 역시 아르온님.’
‘예리해!’
에이란이 만약 베르키아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들킨다면 공략이 실패한다.
아르와 에이란이 긴장된 표정을 지을 때였다.
“그래서. 서로 대련해보면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그렇겠네요.”
베르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았다.
“검을 뽑아. 나와 붙어.”
“여, 영광이에요.”
아르가 눈을 반짝였다.
“아르온님! 저도 저 두 사람과 싸우나요?”
“아니.”
아르온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무릎 꿇고 앉아 봐.”
착-!
아르가 냉큼 아르온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눈을 감아 봐.”
아르가 눈을 감았다.
“정신을 집중하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마.”
“이 수련에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정신 수양.”
“그렇군요! 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확실히 집중력을 높일 필요가 있겠죠!”
‘차분해지면 더 이상 나한테 안 덤벼들겠지.’
아르는 몰랐다.
자신이 존경하는 용자 아르온이 자신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루니아는 눈앞에 있는 카타리우를 바라보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피오라는 그 옆에서 루니아가 준 초콜렛을 쪼아먹고 있었다.
카타리우가 심드렁한 얼굴로 루니아를 바라보았다.
“너는 불꽃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니?”
카타리우의 질문에 루니아가 대답했다.
“불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카타리우가 키득거렸다.
“이유는?”
“피닉스의 불꽃은 영원히 타오르니까요.”
“그래. 피닉스의 불꽃을 다루는 엘프다운 대답이구나.”
카타리우가 턱을 괴었다.
“하지만 틀렸어. 불꽃의 본질은 파괴야.”
카타리우의 눈이 싸늘하게 내려 앉았다.
루니아가 움찔 몸을 떨었다.
“피닉스조차도 끝내는 소멸을 맞이해. 우리가 내뿜는 불꽃조차 완벽하지는 않다는 소리지.”
화륵-
카타리우의 손에 하얀 불꽃이 떠올랐다.
“피닉스의 왕인 내 불꽃조차도 영원토록 타오를 수는 없어. 난 불멸의 존재가 아니니까.”
카타리우가 주먹을 쥐자 불꽃이 흩어졌다.
“아, 물론 진짜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은 존재해.”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카타리우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를 불태우는 증오스러운 재앙의 불꽃.”
루니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모습을 본 카타리우가 빙긋 웃었다.
“너, 본적이 있구나?”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단순히 작은 파편만으로도 압도적인 절망을 선사했던 태초의 악.
카타리우가 루니아를 향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대대로 [염제]라 불려온 피닉스의 왕의 백염 조차 막아내는 게 고작이었던 증오스러운 검은 불꽃. 그 불꽃조차 세계를 불태우는 불. 그렇기에 불의 본질은 파괴야.”
“염…… 제요?”
“응? 피닉스 왕의 이명이 [염제] 라는 건 아주 유명한 이야기잖아?”
“그, 그렇죠.”
루니아의 시대에는 유명하지 않은 이야기다.
피닉스 왕의 혈통은 재앙의 시대를 끝으로 사라졌으니까.
루니아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염제].그건 레오가 루니아에게 알려준 끝내 완성에 실패했던 루나의 마법과 똑같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변태 영감은 불의 본질은 창조라느니 뭐니 같은 이야기를 떠들지만.”
카타리우의 손에 황금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건?”
“드웨노의 불꽃이야. 그 영감이 너에게 불꽃의 정수를 알려주겠다고 했지?”
카타리우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건 자신의 불꽃을 너에게 주겠다는 의미이지.”
“불꽃을…… 줘요? 그런 게 가능해요?”
“응. 나나 불의 대정령과 동등한 불꽃을 가졌다면 가능하지.”
그 말에 루니아가 눈을 크게 떴다.
즉 드웨노의 불꽃은 피닉스 왕과 불의 대정령과 동급이라는 의미였다.
“불꽃은 자신보다 강한 불꽃을 잡아먹으면 더욱 맹렬하게 타올라.”
‘내가…… 드웨노님의 불꽃을…….’
카타리우가 키득키득- 웃었다.
“뭐, 나는 네가 드웨노의 불꽃을 잡아먹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째서죠?”
“드웨노의 불꽃 특별하니까.”
카타리우는 드웨노가 자신에게 맡긴 불꽃의 정수를 눈높이에 맞추었다.
“드웨노의 불꽃은 피닉스 왕이나 불의 대정령의 불꽃보다 더욱 오래 타오르거든.”
루니아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함부로 먹으면 탈 나. 죽지는 않겠지만 죽을 만큼 아플걸? 어때? 삼켜볼래?”
루니아가 심호흡했다.
“죽지는 않는다는 거죠?”
루니아가 씩- 웃었다.
“그럼 뭐가 문제죠.”
“용감하네.”
카타리우는 심드렁한 얼굴로 황금색 불꽃을 루니아에게 던졌다.
그걸 받은 루니아가 당황했다.
그 모습을 보며 카타리우가 턱을 괴고 웃었다.
“삼켜.”
카타리우의 말에 루니아가 눈을 질끈 감고 입으로 드웨노의 불꽃을 삼켰다.
“흐윽?”
온몸에 퍼지는 화끈함에 루니아가 무릎을 꿇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루니아를 차갑게 바라보던 카타리우가 당황하는 피오라를 향해 손짓했다.
“너 와 봐.”
삐약?
피오라가 때굴때굴 굴러서 카타리우 앞까지 왔다.
“그 모습, 확실히 귀엽긴 해.”
삐약! 삐약!
피오라는 기쁜 듯 주변을 굴러다녔다.
“그런데 피닉스의 품위를 확실하게 손상시키고 하고 있지.”
피오라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화륵-!
피오라가 먹던 초콜렛이 흔적도 없이 타 버렸다.
카타리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름다운 불꽃은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에서 나와. 그러니 다이어트야.”
카타리우가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리를 들어 올렸다.
화악-!
마치 공을 뻥 차듯 피오라를 향해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뺘아아아악~
피오라가 기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빨리 안 뛰면 뻥! 차 버릴 거야! 꺄하하하하하!”
카타리우가 사악한 마녀처럼 웃으며 피오라를 쫓아다녔다.
드웨노의 공방 공터에서 한편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창밖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칼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래도 돼요?”
“내버려 두게.”
드웨노는 서재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연금술은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지. 이건 내가 기록한 연금술 책이네.”
“이, 이런 걸 제가 받아도 될까요.”
“원래는 안 되지만. 무슨 상관인가.”
“예?”
“읽기나 하게. 조금이라도 이해 할 수 있으면 그건 자네 것일세.”
드웨노는 껄껄 웃으며 칼의 어깨를 토닥였다.
“다른 건 형편 없어도 연금술의 재능은 확실한 것 같으니 노력해보게나.”
“……칭찬으로만 안 들려서 슬프네요.”
칼이 구슬프게 웃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드리아나가 들어왔다.
“드웨노님! 여기 있습니다!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깎은 조각상이에요!”
“…….”
드웨노는 드리아나가 건네준 조각상을 받아 들었다.
“독창적이군.”
“네! 예술가로서 독창성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칼이라고 했나?”
“예.”
“자네는 이게 뭐라고 생각하나?”
“예술품이요.”
“에헴.”
드리아나가 가슴을 활짝 폈다.
드웨노의 얼굴은 더 없이 차가워졌다.
“사실대로 말하게.”
“……쓰레기요.”
칼의 말이 끝나자마자 드웨노는 그대로 벽을 향해 드리아나의 조각상을 집어던졌다.
퍼덕-!
점토가 뭉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리아나라고 했나? 예술가를 꿈꾸고 있다고”
“예? 예, 옙!”
“때려치우게.”
“예?”
“아름다움을 모독하지 말란 말이다! 이 망할 애송이 자식아!!”
“히이이이이익!”
“대장장이로서 날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아 대장장이의 길을 포기했다고? 그딴 썩어빠진 근성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가가 될 생각을 했단 말인가! 저딴 쓰레기가 예술? 예술이 우습나! 아름다움을 무시하는 겐가!”
드웨노가 우악스러운 손으로 드리아나의 멱살을 짤짤 잡고 흔들었다.
그 살벌하기 짝이 없는 기세에 칼이 구석으로 도망쳤다.
드리아나를 질질 끌고 공방 한쪽으로 데려간 드웨노는 용광로 앞에 드리아나를 강제로 세웠다.
“광석을 들어! 무기를 만들어!”
“네? 하지만 전 몇 년 동안 드웨노님 무구의 짝퉁만을 만들었는데요?”
“저딴 쓰레기를 만들어 재료를 낭비하느니 차라리 짝퉁이라도 만들어! 무구 따위! 짝퉁이면 어때! 그냥 적을 썰고 때릴 수 있으면 그만!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으면 그만인데!”
“그, 그런…… 무구 역시 하나의 작품인데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무구를 만드…….”
“무기가 왜 작품이야! 무기는 그냥 적의 대가리만 깰 수 있으면 그만이야! 감히 무기 따위와 예술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겐가! 이런 못 배워 처먹은!”
“히이이익!”
무구를 진심으로 예술품보다 낮게 잡아보는 드웨노의 흉흉한 기세에 드리아나가 겁에 질렸다.
그 모습을 구석에서 지켜보던 칼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드웨노님께서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되잖아요!’
“망치를 쥐어! 무기를 쳐! 너 같은 게 예술을 한다는 건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용납할 수 없으니까! 어디 가서 예술가라는 헛소리를 하면 멱을 따 버릴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