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96)
296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기아스가 허공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그와 함께 거대한 아공간의 문이 열리며 검은색 갑옷과 로브를 입은 기사와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에이란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뭐, 뭐죠? 척 보기에도 마족이 아닌 것 같은데요?”
“배신자야.”
베르키아가 눈을 치켜뜨며 검을 뽑았다.
“살기 위해 타르타로스에 붙은 자들.”
에이란은 물론이고 파티원들이 숨을 삼켰다.
훗날 ‘히어로 헌터’ 라 불리게 되는 배신자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히어로 헌터 같은…… 세계를 배반하고 타르타로스에 붙은 자들과 싸울 일이 없다.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동족을 베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파티원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르온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가드스론을 노려보고 있는 기아스를 보며 드웨노에게 물었다.
아르온의 물음에 드웨노가 생각에 잠겼다.
“놈이 가드스론을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전에 물리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드웨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된다면 가드스론의 방비가 허술해지겠지. 나나 자네가 놈을 치기 위해 가드스론을 비우는 순간 놈의 군단이 이곳을 치기라도 한다면 여러모로 곤란해져.”
무한하게 밀려오는 군단장의 군단은 절망의 상징이다.
게다가 여러 굵직한 전쟁에 참전하여 전력을 소모해온 다른 군단장들과 달리 기아스의 군단은 전쟁에 참전한 적이 거의 없어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놈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신중한 놈이야. 게다가 영악하지.”
드웨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떤 함정을 파놨을지 알 수 없어.”
드웨노의 눈 깊은 곳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검을 쥐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재앙의 시대가 시작되고 얼마 후.
드웨노의 고향을 멸망시킨 것이 바로 기아스였다.
그러는 사이 이번에는 기아스의 아공간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군…… 놈도 열흘 동안 주변 일대에서 부하로 쓸 만한 것들을 긁어모아 온 건가.’
군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군단장의 힘은 반감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약점은 보완하기 위해 이 며칠 동안 자신의 군단을 만든 것이 분명했다.
오합지졸에 불과했지만 기아스가 두 명이라는 점에서 저 오합지졸의 군단도 엄청난 위협이 되었다.
‘확실하게 가드스론을 무너트리시겠다?’
“놈은 새벽까지 움직이지 않을 거야.”
레오가 드웨노와 아르온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둘 중 한 사람은 새벽까지 힘을 아껴둬.”
“힘을 아껴두라고? 싸우지 말라는 소리야?”
“그래.”
대영웅의 저력은 대영웅과 맞싸운 군단장들이 가장 알고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
단순히 대영웅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뒤돌아보면 우리는 항상 불리한 전황 속에서 승리로 향하는 길을 파고 들어가 승리를 쟁취해왔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전투를 어떻게 승리로 이끌었나 싶을 정도다.
수없이 이루어왔던 기적에 가까운 승리들.
기아스는 그 저력을 누구보다도 경계하고 있었다.
‘차근차근 사냥하듯 체력을 깎을 생각이겠지.’
이 밤이 지나고 과거의 기아스와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이미 힘이 빠진 드웨노와 아르온은 더 이상 저항을 이어 나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미끼가 될 생각인가.’
레오는 멀리 보이는 기아스를 보며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그런 레오의 모습을 보며 드웨노가 말했다.
“자네의 말은 알겠네. 하지만 기아스 정도 되는 괴물이 움직인다면……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네.”
드웨노의 무거운 말에 레오가 말했다.
“확실히 당신들은 세계의 희망이지.”
레오가 드웨노와 아르온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세계는 진작 멸망했을 거야. 그래서 너무 많은 걸 짊어졌었지.”
레오가 웃었다.
“하지만…… 가끔 짐을 나눠 짊어지는 것도 괜찮잖아?”
화악-!
가드스론의 상공에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칼이 입을 떡 벌렸다.
“드래곤…….”
하늘을 수놓은 수십 마리의 드래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지금 시대에는 결코 볼 수 없는 그 장대한 광경에 파티원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드래곤을 시작으로 성벽 위로 여러 종족의 무인과 마법사, 소환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작게 중얼거렸다.
“한 번 들어 보니까 너무 무겁더라고.”
번쩍-!
허공을 날던 드래곤들이 폴리모프 하여 성벽 위로 내려왔다.
그 선두에는 데페세르가 있었다.
“여러분은 물러서십시오.”
데페세르는 베르키아를 포함한 레오와 일행을 보며 말했다.
“이 전투는 어린애들의 장난이 아닙니다. 안전지대로 대피하세요.”
“저도 싸울래요. 제게도 싸울 힘이 충분히 있는 걸요.”
베르키아가 완강하게 말했다.
그런 베르키아를 보며 데페세르가 안경을 고쳐 썼다.
“베르키아 양. 당신의 실력은 내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세계의 미래 중 한 사람. 아직 이런 전투에 나서기에는 경험이 부족할 텐데요?”
보기 드문 데페세르의 날카로운 눈빛에 베르키아가 움찔했다.
데페세르.
그는 가드스론의 모든 아이들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직접 고아원을 운영했으며 베르키아 역시 어릴 때부터 데페세르를 보아왔다.
평소에는 온화했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반항하기 힘들 정도로 완강했다.
데페세르의 눈빛이 다른 이들에게도 향했다.
“자, 어서.”
그런 데페세르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전투는 언젠가는 경험해야 할 일이야. 베르키아의 미래를 믿는다면 지금의 베르키아도 믿어 주는 게 어때?”
레오의 말에 데페세르의 서늘한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당신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 말에 레오가 웃었다.
“충분히 있지.”
레오가 파티원들을 바라보았다.
“그걸 위해 수련해 왔으니까.”
쿠구구구구궁-!
몬스터들이 가드스론의 지척에 다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손을 들었다.
우웅-!
하늘 위로 마법진이 수놓아졌다.
그 마법진을 본 순간 데페세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데페세르 뿐만 아니다.
모든 이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루나님의…… 마법?”
레오의 마력에 반응하여 허공을 수놓은 마법진.
그건 다름 아닌 별의 마법이었다.
레오가 주문을 완성하는 순간 빛의 구슬이 몬스터를 향해 쏟아졌다.
퍼버버벅-!
쏟아지는 빛의 마법을 보며 드웨노가 눈을 감았다.
“아르온.”
“어, 응?”
“자네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힘을 아끼게.”
드웨노의 말에 아르온이 눈을 크게 떴다.
현재 가드스론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드웨노가 레오의 의견을 따른다는 사실에 아르온은 당혹감을 느꼈다.
“데페세르.”
“예!”
“자네는 성벽을 지켜주게.”
“그럼 드웨노님은……?”
“나는 거인왕을 치겠네.”
텁-!
배틀 엑스를 고쳐 쥐는 드웨노를 보며 데페세르가 당황했다.
“아, 안 됩니다! 드웨노님 혼자서 거인왕을 상대하러 갔다가 함정에라도 빠지신다면……!”
“언제 혼자 간다고 했나?”
드웨노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여기 이 친구가 내 등을 지켜 줄 걸세.”
드웨노와 베르키아와 파티원들을 보며 말했다.
“무리하지 말고 성벽을 잘 지켜주게.”
“넵!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저 못생긴 몬스터들이 가드스론의 성벽을 넘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베르키아의 외침에 드웨노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믿음직스럽구먼!”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린 드웨노가 높디높은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레오 역시 그 뒤를 따라 망설임 없이 뛰었다.
“레, 레오!”
루니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레오를 불렀다.
레오는 그런 루니아를 보며 웃었다.
“다녀올 테니까 잘 지키고 있어!”
쿵-!
타닥-!
바닥에 착지한 두 사람은 동시에 거인왕을 향해 달렸다.
크어어어어어엉!
그런 두 사람 앞으로 대형 몬스터인 오우거가 달려들었다.
드웨노가 배틀 엑스를 휘두르려 하자 레오가 앞으로 나섰다.
“당신은 기아스와 싸울 때까지 나서지 마.”
“호오? 길을 뚫을 수 있겠나?”
드웨노의 물음에 레오가 검을 치켜들었다.
화르르르륵-!
오러와 마력의 불꽃이 검을 휘감았다.
우웅-!
허공에 소환진이 떠오르며 작은 피닉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삐약-!
“뭐야? 살 빠졌네?”
삐약- 삐약-!
피오라가 자신의 몸을 뽐내듯 레오 앞을 날아다녔다.
“다음에도 살이 찌면 공놀이를 하면 되겠군.”
카타리우가 어떻게 피오라의 살을 빼는지 봤던 레오가 중얼거리자 피오라가 삐약 거리며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피오라를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영력을 일으켰다.
화르륵-!
레오의 영력에 피오라의 몸이 맹렬하게 타오르더니 이내 검에 스며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악-!
피닉스의 불꽃이 휘몰아쳤다.
레오는 정면에 막아선 오우거와 그 뒤의 몬스터들을 보며 눈을 번뜩이더니 검을 휘둘렀다.
화아악!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피닉스의 불꽃이 휘몰아침과 동시에 눈앞의 몬스터 부대를 쓸어 버렸다.
치이이이이익-!
“제법이구먼.”
일직선으로 생겨난 불의 길을 내달리며 드웨노가 배틀 엑스를 고쳐 쥐었다.
레오는 그런 드웨노의 앞을 달리며 기아스를 향해 돌격했다.
눈앞을 가로막는 건 모조리 불태우고 베어냈다.
순식간에 기아스 앞에 도달한 드웨노가 배틀 엑스를 쥐고 무릎을 굽혔다.
“오랜만이구먼.”
콰아앙-!
드웨노가 땅을 박차자 마치 포탄이라도 된 것처럼 기아스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거인왕 기아스.”
드웨노의 얼굴에 살기가 어른거렸다.
콰가가가가강-!
드웨노의 배틀 엑스에서 황금색 불꽃이 일렁이더니 거대한 도끼날의 형태가 되었다.
기아스의 두꺼운 목을 단번에 처 버릴 듯, 부풀어 오른 불꽃의 도끼날이 맹렬하게 휘둘러졌다.
후와아아앙!
-확실히 오랜만이군! 드웨노!
기아스가 손에 들고 있던 요르문간드의 사체검을 휘둘렀다.
그 눈은 희열로 번뜩이고 있었다.
-네놈을 죽이고 싶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황금색 도끼와 요르문간드의 사체검이 격돌했다.
쿠가가가가가강-!
충격파가 사방을 덮쳤다.
땅거죽이 뒤집히고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날아갔다.
카가가가가각-!
레오는 충격파를 버텨내며 기아스를 향해 돌격했다.
-흐! 아르온과 함께 올 줄 알았는데 이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는 무어냐?
기아스가 비웃음을 날리며 암흑 마력을 일으켰다.
스아아아아아악-!
기아스의 몸에서 검붉은색 암흑 마력 덩어리가 뿜어져 나왔다.
“흐읍!”
드웨노가 오러 아머를 일으켜 기아스의 공격을 버텨냈다.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했지만 기아스는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드웨노가 아닌 레오를 노린 공격이었다.
군단장의 마력 방출은 노출되기만 해도 공포에 질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방출된 마력에 직격이라도 당한다면 보통의 경우에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다.
화악-!
하지만 레오는 마력 방출의 피어에 정면으로 노출되었음에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모를까, 레오에게는 군단장의 피어가 통하지 않았다.
방출된 마력의 덩어리는 오러 스텝을 이용해 빠르게 피해냈다.
그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본 기아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미래를 알고 있다고 너무 방심한 거 아니야?”
레오의 비웃음을 들은 기아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네놈은……!
“물론 미래를 알고 있다고 그 결말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화아아악-!
레오의 검에 오러가 맺혔다.
-레오 플로브!
부아아아아아악-!
레오의 검이 기아스의 가슴팍을 베어냈다.
푸화하하하학-!
기아스의 가슴팍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방심의 대가로 공격을 허용한 기아스의 몸이 조금 휘청였다.
화악-! 콱-!
그 빈틈을 드웨노의 도끼날이 파고들었다.
기아스의 목에 도끼날이 박혔다.
그러나 목을 채 날려 버리기 직전 드웨노가 다급히 도끼를 놓고 뒤로 물러섰다.
화악-!
드웨노가 있던 자리에 기아스의 팔이 지나갔다.
목을 베기 위해 힘을 주었다면 저 팔에 맞고 날아갔을 것이다.
‘아깝군. 목을 베어낼 수 있었는데.’
드웨노가 입맛을 다셨다.
목을 베었다고 기아스가 죽지는 않는다.
‘목이 잘린 정도로 죽었다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도 않지.’
하지만 상당한 타격은 입힐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될 전투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와 똑같군.’
드웨노의 눈이 가라앉았다.
기아스가 드웨노의 고향을 공격했을 때도.
드웨노는 기아스의 목을 거의 벨 뻔했다.
물론 베었다고 해도 기아스를 쓰러트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시의 드웨노는 지금의 드웨노 보다 약했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고향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드웨노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텁!
“……?!”
“뭘 멍때리고 있어!”
어느새 드웨노의 등 뒤로 날아온 레오가 드웨노의 뒷덜미를 잡았다.
“빨리 놈의 목을 베!”
화악-!
레오는 온 힘을 다해 드웨노를 기아스의 목에 박혀 있는 배틀 엑스를 향해 던졌다.
드웨노가 온몸에 오러를 일으켰다.
콱-!
-이놈들!
기아스가 눈을 부릅떴다.
그런 기아스를 보며 드웨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그때와는 다르지.’
꾸욱-! 콱-!
도끼날이 뼈를 파고드는 소리가 울렸다.
‘지금은…… 동료가 있다.’
투곽-! 푸화하하하하학-!
기아스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그와 함께 검은색 피 분수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