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04)
304
“와, 진짜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데미안의 병동에서 환자복을 입은 칼이 신문을 읽으며 혀를 내둘렀다.
“당연한 반응이지. 수 천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거인왕이 나타난 거니까. 얌-”
루니아가 테이블 위에 토끼 모양으로 예쁘게 잘린 사과 먹으며 말했다.
“자네, 의외로 손재주가 좋군.”
드리아나도 포크로 사과를 찍으며 말하자 아르가 눈을 흘겼다.
“의외는 또 뭐야? 의외는?”
“근데 정말 예뻐요.”
에이란이 먹기 아깝다는 듯 토끼 모양 사과를 보며 감탄할 때였다.
드륵-
문이 열리고 레오가 들어왔다.
“치료는 잘 받았냐?”
“며칠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라.”
칼의 물음에 덤덤히 대답한 레오가 사과를 집어 먹자 아르가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동족상잔의 비극인가.”
“뭐라는 거야?”
이상하다는 얼굴로 아르를 한 번 본 레오가 칼 옆에 털썩 앉았다.
칼은 신문을 접으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대단했어.”
“맞아요.”
대영웅이 대단한 것은 알고 있었다.
실제로 드리아나를 제외하고는 대영웅의 활약을 실제로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대영웅에게서 많은 것을 듣고 배운 것은 처음이었다.
“대영웅들의 세계를 공략했던 공략자들 중에 우리처럼 그분들에게 무언가를 배운 사람은 없었을 거야.”
아르도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레오, 넌 또 카일님을 못 뵀지?”
“카일? 그건 무슨 소리야.”
“우리는 영웅의 세계 공략 완료 직전에 카일님을 뵀다네.”
“푸웁! 콜록! 커억? 콜록!”
드리아나의 말에 레오가 사례가 들려 기침을 했다.
에이란이 깜짝 놀라 그런 레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간신히 진정한 레오가 물었다.
“카일을 봤다고?”
“응, 카일님도 대단했어. 에레보스의 불꽃을 간단하게 처치하는데. 와……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감탄밖에 안 나오더라.”
칼이 당시 일을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페가수스를 환수로 부리는 것도 놀라웠어.”
루니아의 중얼거림에 아르가 팔짱을 꼈다.
“검술도 군더더기가 없이 완벽하셨었어.”
드리아나는 음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최후의 일격을 가한 마법 역시 아름다웠지.”
칼이 혀를 내둘렀다.
“진짜 완벽한 올 클래스가 있다면 이런 거구나 싶었어.”
에이란이 환하게 웃었다.
“네! 마치 레오님 같았어요!”
‘당연하지. 나니까.’
“레오는 카일님을 따라가려면 멀었지.”
“검은 토끼가 아무리 대단해도 카일님은 대영웅인걸?”
“자네가 봤다면 좋은 롤모델이 되었을 텐데 아쉽군.”
루니아, 아르, 드리아나의 말에 레오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나다, 이것들아.’
“그나저나 스미스 전속 계약 기간 동안은 병동 신세인가?”
칼이 깍지 낀 손을 머리 뒤에 받히며 소파에 등을 깊게 기댔다.
“정밀 검사 겸 히어로 레코드에서 있었던 일에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잖아.”
루니아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재수 없는 선생들 얼굴 볼 생각을 하니 벌써 짜증 나네.”
“넌 불량 학생으로 노선을 확실하게 정했구나.”
“응? 불만?”
“그럴 리가요, 누님.”
루니아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묻자 칼이 고개를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괜히 놀렸다가 한 대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스미스 전속 계약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드리아나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생각 하게 되었네. 드웨노님을 존경한다고 말한 주제에 내가 무얼 했는지…… 한 게 없더군. 그래서 많은 것을 반성 하게 되었네.”
“이상한 폐품을 만들어 놓고 예술이라고 우기는 것도 반성했어?”
“조용히 하게, 바보 고양이.”
드리아나가 아르를 흘겨보고는 헛기침했다.
“이번에 드웨노님을 뵙고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느꼈네.”
드리아나가 자신의 작은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지.”
주먹을 꼭 쥔 드리아나가 말했다.
“허락만 해준다면 자네들의 전속 스미스가 되고 싶네.”
“드리아나 양 같이 뛰어난 분이 전속 스미스가 되어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변태긴 해도 실력은 확실하지.”
“무엇보다 드웨노님에게 인정받은 실력이니까.”
에이란, 아르, 루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셋을 보며 드리아나 웃었다.
“고맙네, 그러면 전속 계약서를 작성하지.”
드리아나가 품에서 계약서와 펜을 꺼내 다섯 사람에게 나누어줬다.
“자자, 마지막 서명란에 사인만 하면 된다네.”
드리아나가 맨 뒷장에 있는 사인란을 가리키며 말하자 루니아, 아르, 에이란이 별 의심없이 사인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야야야! 너희 지금 무슨 짓이야!”
“네? 전속 스미스 계약을 하려고…….”
“제대로 읽지도 않고 덥석 사인 했다가 이상한 조항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예? 드리아나 양이 우리를 속일 리가 없잖아요?”
“귀한 집 아가씨는 순진하다니까.”
칼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사이 루니아와 아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락- 사락- 계약서를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 항복에 있는 조항을 보고는 드리아나를 노려보았다.
“이건 뭐야?”
“내 예술 활동을 위한 모델 계약에 관한 조항일세.”
“그런데 왜 누드 모델인데?”
“태어났을 때의 모습! 순수한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형태가 아닌가! 특히 루니아! 자네는 드웨노님이 직접 누드 모델로 발탁했던 만큼 내게는 자네의 나신을 예술로 표현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의무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루니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벅- 벅- 벅- 벅- 계약서를 찢어 버렸다.
아르 역시 찌익- 계약서를 찢었다.
에이란의 얼굴은 잔뜩 빨개져 있었다.
“나한테 감사해.”
칼도 계약서를 반으로 찢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레오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얘들 정말로 성장한 거 맞나?’
***
레오와 칼이 병동을 벗어난 건 전속 스미스 계약 기간의 일정 마지막 날이 되어서였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칼이 한숨을 푹 쉬었다.
“결국 학과 일정을 통째를 날려 버렸네. 마지막 날 연회 참석할 수 있는 게 기적 같다. 난 며칠 더 데미안에 있어야 할 줄 알았다니까?”
칼이 진저리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이번 영웅의 세계 공략은 할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상황이었다.
재앙의 시대 당시.
가장 거대했던 전투 중 하나인 가드스론 공방전을 직접 경험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히어로 레코드의 주인공인 드웨노는 물론이고 같은 대영웅인 아르온과 카일.
심지어 엘프의 가장 위대한 위인 중 한 사람인 베르키아 역시 등장했던 영웅의 세계였다.
가장 위대한 종족의 위인들이 이렇게 대거 등장한 히어로 레코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만큼 레오 일행의 경험은 학술적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자랑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세드젠이 말했다.
“너희 둘 다 고생 많았다. 특히 칼 학생. 자네가 제일 고생했어.”
“저야 뭐, 세드젠 교수님이 도와주셨잖아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칼의 공략 보상은 드웨노가 저술한 연금술서.
즉, 드웨노의 지식 그 자체였다.
드웨노가 만든 물건을 공략 보상으로 얻은 다른 일행이나 소란이 일 것을 고려해 스스로 공략 보상이 없다고 발표한 레오와 달리 칼의 보상은 공유가 가능한 형태였다.
그렇다 보니 종족을 불문하고 칼의 공략 보상을 탐내는 이가 속출했다.
그런 가운데 나선 것이 바로 세드젠이었다.
‘영웅의 세계에서 이루어낸 보상은 공략자 본인의 것이며 그것을 어찌할지에 대한 권리는 공략자에게 있습니다.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아는 분들이 지금 어린 학생에게 공략 보상을 공유하라고 압박을 가하다니요? 심지어 칼 학생 본인 조차 아직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연금술서를! 엘레강스하지 못합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진심으로 분노한 세드젠의 일갈에 세이룬의 조사관이 말했다.
‘지식은 나누어야 비로소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게다가 그 학생은 언제 루메른에서 자퇴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지 않습니까? 그런 학생에게는 과분한 보상이라고 생각 됩니다만?’
‘칼 학생은 연금술에서는 루메른 2학년 중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영웅의 세계 공략에서 드웨노님께서 인정하여 연금술을 직접 가르치기까지 하셨죠. 히어로 레코드의 공략 역시 합당하다고 평가되는 공략 보상을 내립니다. 그 발언 드웨노님의 선택과 히어로 레코드의 의지를 폄훼하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만?’
싸늘한 표정으로 받아친 세드젠은 이후에도 칼에 대한 압박을 모두 막아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감동했습니다.”
“교수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네. 그 공략 보상은 온전히 자네의 몫이네. 오로지 자네의 의지로 그 지식들을 공유할게 아니라면…… 루메른은 자네의 편이 되어 자네를 지켜줄 걸세.”
“세드젠 교수님!”
“칼 학생!”
얼마 전까지 간악스러운 할린드의 앞잡이가 사악한 혓바닥으로 자신의 지갑을 털어간다며 외치던 교수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주머니를 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학생의 아름다운 사제관계를 바라보며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내가 아니라 할린드나 리이나가 그 자리에 없었던 걸 다행이었네.”
“그분들이었으면 어떻게 되었나요?”
“할린드는 헛소리를 하는 자를 욕했을 거고 리이나는 바로 주먹이 나갔을 거야.”
세드젠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나이를 먹었으면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하지. 어찌 아직도 그리들 철들이 없는지.”
‘세 분 중 가장 철이 없는 건 세드젠 교수님 같은데요.’
칼은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훈훈한 분위기에 괜히 산통 깰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드젠의 안내에 따라 두 사람이 배정받은 기숙사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입구에서 연회 참석을 위해 모여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 꽂혔다.
“레오랑 칼이다!”
“뭐?”
“레오 오빠! 칼!”
“반자아아앙! 카아알!”
첼시를 필두로 1학년 당시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 외에도 친분이 있는 학생들이 주변으로 모였다.
“많이 다쳤다고 들었는데, 부상은 다 회복 된 거야?”
“레오 도령, 몸은 조금 어때요?”
클로에와 첸 시아가 걱정스럽게 묻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거의 다 나았어.”
“레오 오빠! 진짜 대단해! 이번에는 드웨노님의 세계를 공략하다니! 레오 오빠처럼 학생 시절에 대영웅의 세계를 여러 개 공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걸?”
첼시가 폴짝폴짝 뛰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어땠어? 드웨노님과 아르온님은.”
셀리아도 눈을 빛내며 물었다.
다들 대영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최강의 무력을 소유했다고 평가받는 아르온.
그리고 위대한 대장장이이기 이전에 팀원들을 지키는 방패였던 드웨노.
기사학과 학생에게 있어 그들의 무용담은 가슴 떨리게 하기 충분했다.
한편 기숙사 쪽에 온 칼을 아바드가 웃으며 환영했다.
“어서 와, 칼.”
“날 환영해주는 건 역시 아바드, 너밖에 없다. 난 다른 애들도 격하게 환영해줄 줄 알았는데.”
칼이 감동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흥. 드웨노님의 세계를 공략했다고 우리가 특별 취급이라도 해줄줄 알았나요?”
엘리자가 평소처럼 화려한 의자에 앉아 손톱을 정리하며 코웃음을 쳤다.
듀란 역시 특유의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의식 과잉이로군, 칼 토마스.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음…… 그…… 렇지?”
“아니, 난 이야기 듣고 싶어서 엄청 기다렸는데…….”
“쉿, 쉿. 그러다 저 두 사람에게 찍힌다?”
노블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아바드가 피식 웃었다.
“어땠어? 드웨노님과 아르온님은.”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팔짱을 낀 칼이 힐끗- 같은 기숙사 학생들을 보며 씩 웃었다.
“듣고 싶어? 모여 봐. 내가 본 것들 이야기 해줄 테니까.”
그 말에 에이란과 듀란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따, 딱히요.”
“두 분에 관해서는 이미 문헌을 통해 알만큼 알고 있다.”
엘리자와 듀란이 턱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생각이 달랐다.
슬금슬금 두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듣고 싶으면 난 신경 쓰지 마세요. 난 정말로 궁금하지 않은 것뿐이니까.”
“흥. 대영웅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건 당연한 거다. 난 아니지만.”
두 사람의 말에 노블 학생들이 칼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럼!”
“야! 칼! 이야기 좀 해봐!”
“으음~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 하나? 아르온님이 검을 단 한 번 휘둘러서 거인왕의 공격을 막은 이야기부터 해볼까?”
듀란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런 듀란을 보며 엘리자가 조소했다.
“어머? 관심 없는 척하면서 엄청 듣고 싶은가 보죠?”
“누가 저런 평민 녀석의 말 따위…….”
“아니면 리시나스님의 계약자였던 피닉스 왕부터 이야기 할까? 야! 너희 하얀 피닉스 본 적 있냐?”
“저, 저, 정말로 염제의 깃털은 순백인가요?! 헙?!”
자신도 모르게 되묻던 엘리자가 입을 막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아바드가 말했다.
“괜히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지 말고 그냥 같이 이야기를 듣자.”
“맞아~ 듀란! 기사학과로서 아르온님과 드웨노님의 이야기를 어떻게 안 들을 수 있어!”
“엘리자! 빨리 와!”
노블 학생들이 두 사람을 불렀다.
엘리자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칼 앞에 섰고 듀란은 아바드 곁에 섰다.
떠들썩해진 루메른 2학년들을 보며 세드젠이 미소 지었다.
‘이번에 우리 학생들은 얻는 게 많겠군.’
“자세한 건 연회장에서 듣기로 하고 레오 학생과 칼 학생은 올라가서 연회 준비를 하고 오게. 마지막 날까지 루메른 학생으로서 엘레강스함을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야지.”
세드젠의 말에 학생들이 아쉽다는 얼굴로 레오와 칼을 놓아주었다.
데미안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마무리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