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1)
【31】30.
“입학하고 루메리아에 오는 건 처음이네.”
루메른과 루메리아를 오가는 정기선에서 내리며 레오가 말하자 셀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생각 이상으로 정신이 없다 보니 나올 일이 없더라고.”
주말마다 많은 루메른 학생이 루메리아에 오지만 아직 1학년 중에는 정기적으로 루메리아에 오는 학생은 많이 없었다.
이유는 아직 학과 일정에 익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오가 교복 목깃을 잡았다.
“루메리아에 와서도 교복을 입어야 하는 건 꽤 딱딱한 교칙 아닌가?”
“난 상관없어. 우리 아카데미 교복은 디자인이 좋을뿐더러 루메른 학생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명예니까.”
셀리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그런 교칙이 있는 이유는 루메리아에서 바보짓을 하지 말라는 의미지. 교복 입고 있으면 누가 멍청한 짓을 했는지 바로 학교에 알려질 테니까. 그래서 어기는 학생도 많은 교칙이라고 들었어. 물론 교수님에게 걸리는 순간.”
셀리아가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끽- 이겠지만 말이야.”
그 말대로 루메리아에 와서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은 꽤 많으며 교수에게 걸리는 학생도 제법 많다.
“그나저나 학생회장이 왜 너랑 날 보자고 한 거야?”
파견 나가 있던 학생회장이 바깥에서 보자고 한 건 꽤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셀리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몰라서 묻는데.”
“너 학생회장이 누군지 몰라?”
“모르는데.”
레오의 대답을 들은 셀리아는 한숨을 푹 쉬었다.
번화가인 쿠라주 거리에 들어서며 셀리아가 말했다.
“학생회장인 리스 오빠는 우리 가문의 후계자야! 그러니까 네 사촌 형이라고!”
“그래? 사촌 형이 학생회장이었어?”
“그래? 그으래? 어떻게 리스 오빠를 모를 수 있어? 루메른 최고의 학생인데다가 우리 가문의 후계자인데!”
“모를 수도 있지.”
대수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는 레오를 보며 셀리아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입학식 전 머물렀던 숙소에 도착했다.
짤랑- 짤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소리가 울렸다.
“어서 오세요! 아, 루메른의 학생분들이시군요! 주말 동안 머무르실 계획인가요?”
종업원이 생긋 웃으며 묻자 셀리아가 말했다.
“리스 제르딩거가 여기 묵고 있죠?”
“리스 제르딩거님 말씀이시죠? 예. 묵고 있습니다. 일행분들이신가요? 아니면 따로 약속이 있으신가요?”
제르딩거의 후계자이자 루메른의 학생회장인 그는 굉장한 유명인사다.
그런 리스와 연을 만들기 위해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사람은 매우 많았다.
호텔의 종업원도 그런 상황을 많이 봤기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고급 호텔의 종업원으로서 손님에게 최고의 휴식 공간을 제공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 이게 누구야! 셀리아 아니야?”
그때 1층 로비에 있던 누군가 아는 척을 해왔다.
검은 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동부인 남성인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리 자무아 선배. 오랜만이에요.”
셀리아가 바른 제세를 취하며 인사했다.
리 자무아.
루메른 5학년생이었다.
“하하! 우리 사이에 너무 딱딱한 거 아니야?”
리 자무아가 호쾌하게 웃었다.
“종업원 아가씨. 이쪽은 우리 손님이에요.”
“아, 실례했군요.”
“아닙니다. 안으로 가자.”
손사래를 치며 리 자무아는 셀리아와 레오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나저나 이쪽은?”
“이쪽은 레오 플로브. 제 사촌이에요.”
“호? 네가 그 유명한 1학년 대표야?”
자무아가 눈을 빛냈다.
올 클래스 능력자.
그 사실만으로 학년을 넘어 학교 전체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 충분한 이슈였다.
날고 기는 재능을 가진 학생들만 입학하는 루메른 역사에서도 올 클래스 능력자는 전대미문이었다.
실제 학생이나 교수 중에는 아직 레오를 사기꾼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하긴. 전생에도 올 클래스라고 하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으니까.’
사람들이 불신하는 이유를 잘 아는 레오는 그러려니 했다.
“아무래도 넌 뛰어난 기사 같군.”
레오를 바라보던 자무아가 씩 웃었다.
“리스가 기다려. 올라가자고.”
앞장서서 걸으며 그는 어깨를 활짝 폈다.
“마법도 좋고 소환술도 좋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이 몸뚱이야!”
자무아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쳤다.
“마법과 소환술을 보조하면서 검술을 갈고 닦으면 넌 아마 대단한 기사가 될 거다!”
그 말에 셀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레오 너 최근 검술에 너무 소홀한 것 같아.”
“저런! 안 돼! 훈련은 소홀히 하면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없다고.”
“그래? 셀리아. 우리 훈련 강도를 좀 높여보는 게 어떨까?”
괜히 말을 꺼냈다가 되돌려 받은 셀리아가 레오의 시선을 피했다.
사정을 모르는 자무아는 레오가 열정이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좋은 자세군!”
“시끄러워. 자무아.”
계단을 다 올라왔을 때쯤 톡 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듀얼 클래스 학생들에게는 학과에 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교수님들이 말했던 거 기억 안 나? 하물며 올 클래스 후배에게 초면부터 학과를 강요하니?”
2층 복도 벽에 옅은 갈색 피부에 적갈색 눈동자를 가진 남부인 여성이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루메른 교복을 입고 왼쪽 가슴에 5가 적힌 배지를 보건대 그녀 역시 선배였다.
오른쪽 어깨에는 책과 지팡이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걸 보면 마법학과인 모양이었다.
벽에서 등을 뗀 그녀는 또각- 또각-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자무아를 밀어내고는 레오와 셀리아 앞에 섰다.
“안녕, 내 이름은 토루아 얀이야. 네가 셀리아구나? 리스에게 네 이야기 많이 들었어.”
“안녕하세요. 토루아 선배.”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셀리아 역시 리스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법 학과 5학년 필기시험 1등의 우등생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네가 레오 플로브구나?”
토루아는 말없이 레오를 바라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렌 교수님이 입이 닳도록 널 칭찬하길래 기대했는데…… 뭐니? 그 형편 없는 마력량은? 기대했던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야.”
“지금 레오 보고 형편없다고 한 거예요?”
셀리아가 발끈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레오군.”
또각- 또각-
토루아는 레오 곁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
“지금 당장 기사학과 수업과 소환학 수업을 때려치우고 마법에 집중하렴.”
토루아는 레오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천장을 가리켰다.
“레오. 위를 봐.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너의 가능성이 보이지?”
“천장에 붙은 샹들리에의 마법등 밖에 안 보이는데요.”
“내 말을 이해 못 했구나. 눈을 감고 보라는 뜻이었어.”
“그럼 어둠밖에 안 보이겠죠.”
“사물을 직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갖췄구나. 마법사에게 꼭 필요한 소양이지. 아무래도 넌 천성이 마법사인 모양이야.”
토루아는 자기 할 말만 하는 전형적인 마법사였다.
“토루아 선배님. 조금 전에 학과 강요를 하면 안 된다고…….”
“셀리아. 미안한데 이건 마법학과의 일이니 참견하지 말아 줄래?”
셀리아가 미간을 좁히며 자무아에게 물었다.
“저래도 돼요?”
“당연히 안 되지. 그런데 쟨 마법 꼴통이라서 아무리 얘기해도 안 들어.”
자무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마 저랬다는 걸 교수님들이 알게 되면 대판 깨질걸?”
“그런데 교수님들은 모르시잖아요.”
“알게 되실 거야.”
“왜요?”
“내가 꼰지를 거거든.”
5년 동안 사지를 넘나들며 쌓은 눈물겨운 우정에 셀리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
“오빠!”
“셀리아, 잘 있었니?”
리스 방에 들어온 셀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리스에게 매달렸다.
그 모습에 레오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르딩거의 사람으로서 항상 용모단정 품행 단정을 모토로 삼는 셀리아가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레오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확실히 열다섯 꼬맹이란 말이지?’
또래다운 모습에 피식 웃을 때 리스가 레오에게 말했다.
“네가 레오구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단다. 고모님께서는 잘 지내시고?”
“예. 어머니를 뵌 적 있으신가 봐요?”
“어릴 때 뵌 적이 있지. 루메른에 와서는 편지도 여러 번 드렸고 말이야.”
“고모님께요?”
셀리아가 놀라자 리스가 웃었다.
“고모님은 학창 시절에 유명하셨거든. 너희도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설에 대해 듣게 될걸?”
“예를 들면요?”
“기숙사 식당 디저트가 형편없다고 학생들을 모아 교장실에 쳐들어간 건 정말 유명하지.”
“그게 고모님이었어요?”
“역시 그게 어머니였군요.”
셀리아가 입을 딱 벌렸고 레오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덕분에 학생들은 기숙사 식당에서도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지. 그 당시 디저트를 먹어 본 적이 있는데…… 학생회장으로 고모님의 의견에 적극 찬성하게 됐지.”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리스가 말했다.
“아무튼 주말에 불러서 미안하구나. 학교에 들어가면 바빠서 한동안 못 볼 것 같았거든. 그래서 이렇게 따로 부른 거란다.”
“전 괜찮아요!”
오랜만에 리스를 본 셀리아는 어리광을 부리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동생을 챙기면서도 리스는 레오를 신경 써 주었다.
‘셀리아가 동경하는 이유를 알겠네.’
제르딩거의 후계자로서, 그리고 루메른의 학생회장으로서.
리스는 흠잡을 곳 없는 사람이었다.
실력도 실력이고 인품도 남달랐다.
‘영웅에 근접한 사람답군.’
리스가 영웅의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오빠! 이번에는 어떤 영웅 던전을 공략하신 거예요? 어떤 영웅이었나요?”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셀리아가 물었다.
“그건 아직 기밀 사항이라 네게도 이야기해 줄 수 없구나. 하지만 내가 회수한 게 두 페이지라는 건 말해 줄 수 있어.”
“정말요?”
“그래. 하나는 훼손이 너무 심해서 영웅의 세계도 구현 불가능할 수준지만 말이야.”
안타깝다는 듯 말하던 리스가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었다.
“벌써 식사 때네. 너희 루메리아의 숨은 맛집 모르지?”
“몰라요. 그런 게 있어요?”
“당연히 있지. 내가 괜히 5년 동안 루메른을 다닌 줄 알아? 오늘 진짜 맛있는 곳으로 데려가 줄게.”
“와!”
셀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오, 못 먹는 게 있어?”
“전 다 잘 먹어요.”
“그래? 알겠다. 먼저 내려가 있어. 나는 짐을 좀 정리하고 내려갈 테니까.”
셀리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레오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나갔다.
리스는 짐 속에서 이번에 회수한 히어로 레코드의 페이지가 봉인된 상자를 꺼냈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결코 보여줘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 외출 때는 꼭 가지고 있어야 했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상자를 들던 리스가 멈칫했다.
상자에서 심상치 않은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뭐지? 이번에 공략한 영웅 던전이 폭주하려는 건가?’
리스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찢어진 페이지는 불안정한 상태다.
공략을 했다고 해도 다시 폭주를 일으켜 영웅 던전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자를 열어 확인한 리스가 미간을 좁혔다.
히어로 레코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잠깐. 설마?’
급히 훼손이 심한 페이지의 상자를 열었다.
검지 한마디 크기의 작은 페이지 조각이 희미한 회색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때까지 어떤 반응도 없던 페이지가 힘을 드러내자 리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