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14)
314
“이야기 들었어?”
“응. 2학년 선배들은 요즘 매일 외박한다는 거?”
“기숙사별 모의 전투라고 하니까. 2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만큼 스케일이 장난 아니겠지.”
“우리는 언제 그런 대규모 모의 전투를 해보냐?”
루메른 1학년 연병장.
합동 전투학 수업에서 쉬는 시간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기를 나누었다.
루메른에 입학하고 처음 맞이하는 중간고사 덕분에 1학년들은 정신이 없었다.
물론 압박감 자체는 다른 기수와 비교한다면 크지 않았다.
매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루메른 학생들에게 죽음의 문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1학년들은 1학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자퇴 권고를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른 기수와 다르게 조금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게 된 것이다.
“흐응. 우리들. 뭔가 조금 덤이 된 느낌 아니야?”
쥬엔이 살짝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보통 1학기 중간고사의 경우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1학년이다.
전 학년이 주목하는 행사로 루메른에 입학한 뉴페이스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학교 선배들에게 선보이는 자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빅 이벤트는 2학년들의 중간고사 실기 시험이었다.
심지어 드물게 외부 손님들에게까지 공개된다.
많은 사람이 황금 세대인 2학년들이 총력전을 보기 위해 벌써 부터 루메리아 시티로 오고 있을 정도다.
쥬엔의 투덜거림에 같은 반 프리츠가 훗- 하고 웃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뭐?”
“레오 선배님의 광휘 어린 모습 앞에 1학년이 덤이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아, 그래. 그래. 레오 플로브 광신도인 너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쥬엔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넌 왜 아바드 선배의 멘티가 된 거야? 그렇게 레오 선배를 찬양하면 당연히 레오 선배의 멘티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뭐라고! 나 따위가 감히 레오 선배님의 멘티가 되라고? 그런 무례를 저지르란 말인가!?”
“너 진짜 중증이다.”
쥬엔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을 때였다.
“쥬엔.”
“왜?”
“네 멘토가 왔던데?”
“응? 칼 선배가 왔다고?”
같은 반 여학생의 말에 쥬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칼 선배는 바쁜 와중에도 귀여운 후배는 꼭 챙긴다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쥬엔이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부러움에 가득 찬 시선이 쥬엔에게 향했다.
2학년 중 가장 열성적으로 멘토 역할을 하는 학생이 바로 칼이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1학년들이 쥬엔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잘 챙겨 준다고 해도 칼은 2학년 최하위.
1학년들이 멘토를 찾을 때도 가장 기피되던 2학년이 바로 칼이었다.
쥬엔이 그런 칼을 대뜸 멘토로 삼았을 때만 해도 1학년들 대다수가 어이없어했다.
남부 마탑 후계자라 멘티 같은 건 신경 안 쓴다고 뒤에서 수군거렸다.
심지어 형편없는 멘티를 골라서 자신이 돋보이려는 수작이라고 뒷담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선은 칼이 드웨노의 세계를 공략한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심지어 드웨노 세계에서 공략 보상으로 드웨노의 연금서를 얻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지금처럼 부러움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쥬엔이 가벼운 걸음걸이로 1학년 전투학 연병장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1학년들이 모여 있는 걸 보고 멈칫했다.
1학년들 가운데는 칼이 있었다.
“자! 골라! 골라! 칼 선배님의 만물상이 왔습니다!”
도떼기시장 상인처럼 칼이 1학년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1학년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시험 기간 공부를 도와줄 피로 회복 포션부터 캔디! 전투 훈련을 도와줄 이동용 표적! 샌드백! 환수들이 좋아하는 간식! 정령들이 좋아하는 마석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칼이 가판 위에 여러 가지 무구들을 올렸다.
“자! 그리고 전투 때 비상으로 사용할 폭탄이나 투척용 단검도 있습니다! 상태 이상을 회복하는 해독 포션! 비상용 마법 스크롤까지!”
“오오오!”
“좋은데!”
칼의 홍보에 1학년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결정적으로.”
칼이 씩- 웃더니 샥! 하고 손에 카드를 꺼냈다.
루메른 아카데미의 문장이 그려진 카드 뒷면에는 2학년들의 사진이 있었다.
“우수 고객에게는 2학년들 미소년, 미소녀 카드까지!”
“오오오…….”
“네, 넬라 선배님이다!”
“와! 아바드 선배님!”
1학년들이 눈을 반짝였다.
“참고로 1학년 때 풋풋하던 시절의 사진이다!”
“꿀꺽…….”
“타, 탐난다.”
2학년 선배들의 레어 사진에 1학년들의 눈이 흔들렸다.
“흥, 한심하군.”
그때 하비든이 인파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하비든의 옆에는 리키든 브릭이 서 있었다.
작년에 하비든과 같이 루메른에서 1학년들과 수업을 들었던 비르센 가문의 유명 기사 가문 학생이었다.
그 당시 칼과 대련을 했던 리키든은 웃으며 칼에게 인사했다.
“오우, 왕자님. 누추한 곳까지 발걸음을 하셨네.”
칼이 빙긋 웃으며 인사하자 하비든이 팔짱을 꼈다.
“칼 선배님. 지금은 1학년 수업 쉬는 시간입니다. 특히 전투학 수업 시간에 이렇게 찾아오시면 학생들이 쉬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 네 멘토랑 똑같구나. 교칙 밥 먹듯이 어길 것 같이 생긴 주제에 교칙 딱딱 지키는 타입.”
“무슨 의도입니까?”
“칭찬이야. 칭찬. 우등생이라고.”
언제나 권위 의식에 가득 찬 듀란이지만, 규칙은 절대적으로 지킨다.
말 그대로 우등생의 표본이었다.
하비든이 살짝 불만 어린 눈으로 칼을 바라보았지만, 딱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칼이 한 학년 선배이기 때문이 아니다.
작년의 경험으로 칼을 선배로서 존중할 사람이란 걸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동급생의 휴식을 방해하는 이 잡상인을 몰아내야 했다.
‘학년 대표인 아이나는 기본적으로 자기 일 외에 무관심해. 샤샤와 쥬엔은 재미있어 보이는 일에는 몰래 교칙 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1학년 중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네 사람 중 가장 번듯한 우등생이 바로 하비든이었다.
“어쨌든 가판을 치우시죠.”
“거 참 딱딱하네.”
칼이 툴툴거렸다.
그런 칼을 보며 하비든이 냉정하게 말했다.
“할린드 교수님을 부를 겁니다.”
그 말에 칼이 슥- 하비든에게 다가갔다.
하비든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칼을 보았다.
“너무 그러지 말고, 응?”
“이게 무슨 짓입니…….”
품에 은근슬쩍 무언가를 찔러 넣는 칼을 보며 얼굴을 구기던 하비든이 움찔했다.
칼이 찔러 넣은 카드에는 하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V를 그리고 있는 첼시가 찍혀 있었다.
“다 나 좋고 너희 좋자고 하는 거거든?”
“큭!”
하비든이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쥬엔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오! 쥬엔! 너도 뭐 사 갈래?”
칼이 자신의 멘티인 쥬엔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쥬엔 토르비나. 칼 선배님이 널 부르고 있다만?”
같이 온 프리츠의 말에 쥬엔이 차갑게 말했다.
“저런 바보 같은 사람 몰라.”
그리고 획 가려고 했다.
칼은 인파를 헤치고 그런 쥬엔에게 다가갔다.
“이야! 선배의 마중을 다 나오고! 기특해! 기특해!”
“누구세요?”
쥬엔이 모르는 척했지만, 칼은 개의치 않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자. 삐지지 말고. 이거 받아.”
“이게 뭔데요?”
“마력 탄환을 만들어 봤어.”
저격 마법에 능한 쥬엔은 자신의 마력 외에도 별도의 마력 탄환을 제작해서 사용했다.
사용자의 마력 패턴에 맞춘 전용 탄환을 칼이 만든 것이다.
“테스트용이야. 근거리 견제용이랑 사대속성 탄환이지.”
“호오. 잘 만드셨네요?”
“네 멘토니까.”
칼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 칼을 보며 쥬엔이 방긋 웃었다.
“고마워요! 선배.”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쥬엔이 칼의 팔에 매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선배에~! 귀여운 멘티한테 회복 포션 하나만 주시면 안 될까요오~”
아양 떨 듯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부탁하는 쥬엔을 보며 헤벌쭉 웃은 칼이 포션 한 병을 주었다.
‘훗, 봐라. 내 멘토는 귀여운 후배를 위해서 이렇게 피로 회복 포션도 가져다준다고! 부럽지!’
쥬엔이 동급생들을 보며 훗-! 하고 웃으며 포션을 한 모금 마셨다.
슥-
칼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뭔데요?”
“단돈 5실링 되겠습니다.”
“……귀여운 후배에게 돈을 받겠다고요?”
“우리 공과 사는 철저히 하자. 한 모금 마셨으니 반품은 안 돼.”
단호하게 말하는 칼을 보며 쥬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깎아 줘요.”
“안 돼. 넌 마탑주 딸이니까 돈도 많잖아.”
“에잇!”
쥬엔이 품에서 5실링을 꺼내 칼에게 주었다.
입술을 삐죽 내미는 쥬엔을 보며 칼이 킬킬 웃었다.
“선배. 진짜 장사하러 온 거예요?”
삐진 듯한 반응을 보이는 쥬엔을 보며 칼이 주머니를 짤랑거리며 말했다.
“아니. 너에게 시험용 탄환을 주러 온 거랑.”
칼이 씩- 웃었다.
“정보를 모으러 왔지.”
“정보요?”
쥬엔이 멈칫했다.
‘이 사람이 또 어떤 일을 꾸미는 거지?’
쥬엔이 눈을 빛냈다.
칼을 멘토로 선택한 이유.
그건 칼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칼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여러 작전을 짜는 데 능숙했다.
마탑주의 딸로서 평생 엘리트 교육만을 받아온 쥬엔에게는 없는 능력이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칼이 1학년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칼은 쥬엔 외에도 1학년 대부분과 안면이 있는 상태였다.
‘잠깐.’
그리고 쥬엔은 무언가를 알아챘다.
‘누가 누구의 멘티인지 다 알고 있잖아?’
쥬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칼은 1학년들의 멘티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2학년들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 나갔다.
쉬는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가판을 정리하는 칼에게 다가간 쥬엔이 속삭이듯 물었다.
“1학년들을 이용해 2학년들의 정보를 모은 거죠?”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쥬엔을 보며 칼이 어깨를 으쓱였다.
“봤냐? 아직 정보를 모을 단계는 아니야. 그냥 자연스럽게 떡밥을 뿌리는 거지.”
칼이 히죽 웃었다.
“너랑 내 관계처럼 멘토랑 멘티는 가깝거든. 학과 생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고. 후배들에게 대항전 이야기를 하는 애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대뜸 모의전 정보부터 캐물으면 1학년들도 경계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멘토 이야기를 이끌어내서 자연스럽게 경계심을 낮추는 것이었다.
“뭐, 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냐?”
한쪽 눈을 장난스럽게 찡긋- 하는 칼을 보며 쥬엔이 감탄했다.
“선배, 오늘 좀 멋있어 보이는 거 알아요?”
“훗. 이제 알아봤냐? 그런 의미에서 피로 회복 포션 할인해 줄게.”
“반값으로요?”
“아니. 4실링으로.”
쥬엔이 헛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2학년이 되더니 늘어난 건 배짱밖에 없는 건가? 칼 토마스.”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전투학 수업은 체력 소모가 심한 수업이다. 쉬는 시간을 빼앗아 내 수업에 지장을 줄 생각을 하다니. 많이 컸군.”
고개를 돌린 칼의 몸이 벌벌 떨렸다.
그곳에는 할린드가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할린드 교수님! 죄송합니다!”
칼의 허리가 계속해서 90도로 접혔다.
1학년들이 그런 칼의 모습을 키득거렸다.
쥬엔은 그런 칼을 외면했다.
“쥬엔, 칼 선배랑 무슨 얘기 했어?”
“칼? 그게 누군데. 그런 사람 몰라.”
같은 반 여학생의 물음에 쥬엔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