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22)
322
노블의 본거지.
거점 방어를 담당하던 칼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 글로리 애들이 전부 방어만 하고 있다고?”
여러 루트를 통해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작전을 세웠던 칼로서는 당혹스러운 이야기였다.
‘클로에가 눈치챘나?’
클로에라면 미리 정보가 샜을 대를 대비하여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칼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일단 공성 무구를 타격조 애들에게 지원하는 게 어때?”
“그래, 글로리 애들이 전부 수성만 하면 지금 전력으로는 뚫기가 힘들 거야.”
거점에 남은 노블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점 방어를 위해 남은 학생들은 대부분 마법학과 학생들.
전투보다는 지원 및 거점 방어에 특화된 학생들이었다.
노블 학생들이 거점 방어 계획을 세울 때였다.
푹-!
“어?”
무언가 날아가 학생의 등 뒤에 꽂혔다.
라이프를 보여주는 팔찌의 불이 순식간에 꺼졌다.
사망 판정을 받은 노블 학생은 그대로 부활 장소로 강제 이동됐다.
그걸 본 노블 학생들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무, 무슨 일이야?”
노블의 마법학과 여학생이 다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첸 시아? 여긴 어떻게 들어 온 거야!”
“몰래 들어 왔죠.”
빙긋-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첸 시아.
하지만 그 미소는 마치 사신 같았다.
슥-!
첸 시아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에는 투척용 단검이 들려 있었다.
“튀어!”
“꺄아아아악!”
“저리가아아악!”
마법사에게.
그것도 후방 지원이나 거점 방어에 특화된 마법사들에게 기사와의 근접전은 매우 불리한 싸움이다.
특히나 상대방의 실력이 월등한 경우에는 더더욱 끔찍한 상황.
심지어 상대는 그림자 출신인 첸 시아.
히어로 헌터를 사냥에 특화된 여인이다.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노블 학생들을 보며 빙긋 웃던 첸 시아가 칼을 쫓았다.
“딴 애들도 많은데 하필 왜 제일 약한 날 쫓아오는 건데!”
“칼군. 사냥의 기본이 뭔지 아세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가장 약한 상대부터 없애는 거랍니다!”
“기사학과인데 기사도 정신도 없는 거야?!”
“전 그림자출신이라서요.”
“끼아아아악!”
칼이 겁에 잔뜩 질린 비명을 내질렀다.
실제로 첸 시아에게 쫓기는 지금 이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첸 시아가 도주하는 칼과 빠르게 거리를 좁힐 때였다.
화륵! 쿠구구궁!
첸 시아를 노리고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날아들었다.
간단하게 공격을 피한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겁도 없이 적진 한복판까지 쳐들어온 거냐?”
“에미오!”
“에미오가 돌아왔어!”
노블 학생들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2학년 중 최강자급이라고 불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강자 라인에 속하는 에미오는 첸 시아를 저지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
“건방진 녀석.”
에미오의 차가운 말과 동시에 첸 시아가 딛고 있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지의 속박.”
주문을 완성시킴과 동시에 땅에서 솟아난 손바닥이 첸 시아를 틀어쥐었다.
에미오가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자 첸 시아를 감싼 대지에 엄청난 힘이 가해졌다.
콰드득-!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걸 본 에미오가 코웃음을 쳤다.
갑자기 나타나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첸 시아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부터 긴 시간을 투자해 시전한 강력한 마법이었다.
‘첸 시아는 셀리아나 듀란처럼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진 녀석은 아니다.’
기사학과 내에서는 셀리아와 듀란과 비등한 실력자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엄연히 전문 분야가 다르다.
‘근접전에서 확실히 마법사는 기사에게 약하다. 하지만 이만큼의 거리가 있다면 마법사가 월등히 유리하지!’
특히나 셀리아와 듀란 같이.
기사이면서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한 두 사람은 광역 공격이 가능하기에 마법사 입장에서도 대단히 까다로운 난적이었다.
하지만 첸 시아는 달랐다.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레오 플로브!’
뿌득-!
에미오가 이를 갈았다.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마법학과 최상위 학생인 자신이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수치심을 느끼기 충분했다.
‘빌어먹을 놈! 비겁하게 기습을……!’
레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에미오가 마력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쿵-!
첸 시아를 감쌌던 대지의 속박이 마치 진흙처럼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본 에미오의 얼굴이 일순간 굳었다.
퍼엉-!
단단한 감옥이 폭발하듯 터졌다.
주먹을 내지른 자세를 취한 첸 시아와 에미오의 눈이 마주쳤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온 첸 시아가 옷을 가볍게 털며 빙긋 웃었다.
“마무리가 부족해요. 에미오군.”
에미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마법에서 탈출한 건 확실히 대단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내가 우위에 서 있다.”
에미오는 스스로가 전투력만큼은 탑 학생들에게 크게 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군인 집안 출신으로 전투에 특화된 마법들을 익힌 것이 바로 자신이다.
온갖 실용적인 공격 마법으로 무장한 만능형 마법사.
현재 전투를 상정해서 제대로 전투 준비가 되어 있다.
“마법사가 가장 최강의 전투력을 낼 수 있는 공간은 다름 아닌 거점이다.”
에미오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실제로 기숙사들의 거점에는 방어를 위해 온갖 마법의 위력을 더한 술식이 도배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거리’ 라는 특정 조건까지 갖춰진 상황이라면 더더욱 내가 유리하지.”
에미오가 품에서 마력 구슬을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마력 구슬이 에미오의 주변을 맴돌았다.
“게다가 우리 집안은 대대로 저급한 너 같은 녀석들을 처단해 왔다.”
군인 가문으로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러온 가문 특성상 에미오의 가문은 자연스럽게 원한을 많이 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암살을 본업으로 삼는 ‘그림자’ 들의 위협에 시달려 왔다.
“그림자의 전투법에는 이골이 났지.”
에미오가 내뱉듯 말했다.
그런 에미오의 말에 첸 시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래서요?”
“뭐?”
“에미오군에게 유리한 상황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첸 시아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문제 될 게 있나요? 어차피 내가 이길텐데?”
에미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가 레오 플로브인 줄 아나?”
“레오 도령이 아니더라도 에미오군 정도는 간단하게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헛소리.”
에미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박살을 내주마!”
거대한 마력이 신경질적으로 꿈틀거렸다.
‘애초에 마음에 안 들었어, 신들의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저급한 그림자 따위가 영웅 후보생 행세를 한다는 게.’
에미오의 눈에 혐오 어린 시선이 어렸다.
그 시선에도 첸 시아는 빙긋 웃었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 첸 시아에 관한 이야기는 퍼진 상태다.
고학년, 저학년 가리지 않고 그림자에 대한 적대심과 혐오감을 가진 이들은 많다.
그렇기에 저런 시선은 익숙하다.
하지만…… 첸 시아는 개의치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영웅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인정해줬으니까.
‘넌 분명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웅이 될 거야.’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뻗던 손을 잡은 순간부터.
영웅을 향한 꿈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새삼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기에 레오가 보여준 빛을 너무도 밝고 환했다.
그림자의 서를 들고 자신을 긍정해주던 소년을 떠올리며 첸 시아가 오러를 일으켰다.
우웅-!
첸 시아가 에미오를 향해 오러 스텝을 밟았다.
그 맹렬한 돌격에 코웃음을 친 에미오가 가볍게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회피했다.
“무식한 공격이군.”
이후에도 첸 시아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에미오는 그런 첸 시아의 공격을 피하며 계속해서 마법을 날렸다.
‘기동성은 내가 더 위다, 첸 시아!’
에미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저돌적인 기사만큼 사냥하기 쉬운 적도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에미오는 계속해서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파이어 볼트.”
화르륵-!
“윈드 커터.”
휘오오-!
“매직 미사일.”
세 개의 마법을 융합시켜 위력과 타겟팅 설정을 한 에미오가 마법을 개방했다.
콰가가가각-!
수십 개의 불꽃의 폭발을 일으키는 칼날이 첸 시아를 덮쳤다.
그걸 본 첸 시아가 유려하게 몸을 움직였다.
마치 아름다운 춤을 추듯.
에미오의 마법을 모조리 피해냈다.
물 흐르듯 공격을 피해내는 첸 시아를 보며 에미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 자식!”
에미오가 더 큰 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
허공으로 점프한 첸 시아가 단검 하나를 던졌다.
“흥, 이딴 조잡한 공격을 맞을 까 보…….”
픽-!
그 순간.
에미오는 볼에서 따끔함을 느꼈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던 첸 시아가 마치 보이지 않은 바닥을 밟은 것처럼 허공에 사뿐하게 섰다.
얼굴을 굳힌 에미오가 다급히 마법을 외웠다.
“서치.”
눈에 마력이 맺힘과 동시에 주변 일대에 거미줄처럼 보이지 않는 실이 뿜어져 나온 걸 확인하고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언제……!”
“말했잖아요. 아무리 에미오군이 유리한 전장이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실 위에 선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셀리아양이나 듀란군처럼 돌격해서 에미오군을 잡는 것도 가능하지만, 내 취향에는 안 맞는 전투방법이라서요. 함정을 만들었죠.”
“비겁한…….”
“이상한 말을 하네요, 에미오군. 난 적진 한가운데 쳐들어온 사람인데 이보다 더 용감하고 안 비겁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해맑은 미소를 지은 첸 시아가 오른손을 뻗었다.
콱!
“큭!”
에미오의 목에 보이지 않는 실이 휘감겼다.
“아바드군이나 첼시양에게 이런 함정은 통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죠.”
“웃기는군. 이따위 조잡한 실로 날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보…….”
일순간 에미오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거미는요.”
첸 시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붙잡아 놓은 사냥감을 물어 독을 주입한 다음 잡아먹는대요.”
그렇게 말한 첸 시아가 앙- 허공에 깨무는 시늉을 하더니 한쪽 눈을 찡긋했다.
“무섭죠?”
몹시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 누구보다 섬뜩했다.
“이…… 익!”
정신이 아득해지는 에미오를 보며 빙긋 웃은 첸 시아가 실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팔찌의 불이 꺼지듯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에미오를 제압한 첸 시아를 보며 상황을 지켜보던 마법학과 학생들이 소리쳤다.
“우리도 싸울 준비 다됐거든!”
쿠우웅-!
여기저기서 가디언으로 만들어진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오해라!”
“뭣 때문에 여기까지 온 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너라도 우리가 한 꺼번에 덤벼들면 무사하기는 힘들걸! 첸 시아!”
여기저기서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학생들을 쭉- 훑어보던 첸 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클로에 양은 노블과 하모니가 협공 해 올 것을 미리 예측했답니다. 그래서 레오 도령은 후방을 공격하는 적들을 요격시키는 임무를 맡았어요.”
첸 시아가 오러를 거두었다.
“난 다른 기숙사 거점에 잠입해서 정보 수집 임무를 맡았죠.”
그림자인 첸 시아가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첸 시아 눈을 가늘게 떴다.
“칼 군이 안 보이네요?”
그 말에 노블 학생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었다.
첸 시아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아바드군도 참. 재미있는 생각을 했네요.”
첸 시아의 말에 노블 여학생 한 명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아, 아니거든!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야이 병신아!’
‘그걸 네 입으로 말하면 어떻게!’
노블 학생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
셀리아는 검을 움켜쥐고 글로리의 성벽을 향해 돌격했다.
화르륵-!
셀리아의 검에서 심상치 않은 불꽃이 휘몰아쳤다.
콰가가가가가강-!
붉은색 안광이 번뜩임과 동시에 불꽃의 칼날이 글로리의 성벽을 때렸다.
“저게 무슨 기사야!”
“완전 공성 병기잖아!”
“무슨 마법사도 아니고!”
하모니의 공격을 막아내던 글로리 학생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리 거점에서 방어하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해도 현재 글로리의 거점을 방어하고 있는 건 클로에뿐.
그렇다 보니 기숙사장인 셀리아나 아바드의 공세가 있을 때마다 거점 성벽이 위태로워질 지경이었다.
‘왜 워레든이 돌아오지 않고 있지? 첼시의 말에 의하면 노블도 듀란과 엘리자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하던데?’
셀리아가 미간을 좁혔다.
‘레오를 상대하고 있나?’
셀리아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화르륵-! 후욱-!
타오르던 셀리아의 불꽃이 이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에 셀리아가 흠칫- 어깨를 떨 때였다.
저벅- 저벅-
불꽃을 헤치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셀리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오?”
셀리아가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사촌을 바라보며 레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
“우리 한 번도 진지하게 싸운 적이 없지?”
어른스러운 미소를 짓는 레오를 보며 셀리아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