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29)
329
“한계를 넘어서고 불가능한 일을 해낸 다라…….”
레오는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첼시를 보며 말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 건 알고 있지? 첼시.”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와는 달랐다.
날이 선 웃음.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분위기.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털이 곤두선다.
하지만.
‘어리광을 부리고 있을 수 만은 없어!’
동료로서 인정 받기 위해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마치 떼어놓기라도 하려는 듯.
저만치 앞서가는 레오의 뒤를 쫓기로 마음먹었으니까.
휘오오오오-!
첼시 주변으로 바람이 불었다.
바람으로 무장한 첼시를 바라보던 레오가 고삐에 힘을 주었다.
파지지지직-!
아티가 거대한 뇌전을 내뿜으며 투레질하더니 첼시를 향해 돌격했다.
하늘에 백색의 섬광을 수놓으며 레오가 순식간에 첼시와의 거리를 좁혔다.
첼시가 지팡이를 레오에게 겨누었다.
“윈드 시클!”
첼시가 주문을 해방하자 수많은 바람의 낫이 레오를 덮쳤다.
콰가가각-!
레오는 아티를 조종해 수백의 바람의 낫을 손쉽게 피해냈다.
페가수스 조정에 이골이 난 레오의 회피 기동은 신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걸 본 첼시가 지팡이를 꼭 쥐었다.
‘이미 충분히 예상했어.’
첼시가 아무리 마법을 난발한다고 해도 레오를 제압하는 건 힘들다.
상대는 레오 플로브.
압도적인 무력의 소유자.
첼시가 주문을 외웠다.
확-확-확-!
첼시의 몸이 여러 개로 늘어났다.
‘바람 분신.’
주 분야 속성으로 분신을 만들어내는 마법.
2학년 중 분신 마법을 가장 잘 쓰는 학생은 클로에고 그다음이 바로 첼시였다.
10명의 첼시가 일제히 레오를 향해 돌격했다.
레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신 마법 수준이 더 올라갔군.’
레오 역시 첼시의 장기 마법은 파악하고 있었다.
근접 전투에서 분신을 이용해 상대를 뒤흔드는 건 첼시의 주특기였다.
‘마력의 흐름으로는 진짜, 가짜를 구분할 수 없겠군.’
마법이 더욱 정교해졌다.
레오가 슥- 첼시들을 바라보았다.
“윈드 붐!”
첼시의 주문이 완성되자 열 개의 마법이 레오에게 날아왔다.
레오의 붉은 눈이 순간 빛났다.
화악-!
레오에게 닿기 직전 첼시의 마법이 산들바람처럼 변했다.
막은 것도 아니며 피한 것도 아니다.
마법 자체를 무효화시킨 것이다.
첼시의 특기는 고속 영창.
엄청난 속도로 마법을 완성 시키는 고속 영창의 장점은 당연하게도 빠른 마법의 완성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단점 역시 명확하다.
바로 사용하는 마법 술식이 단순하다는 것.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분석하고 무효화 시킬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특히나 첼시 수준의 마법사라면 고속 영창에 이용되는 술식이라도 복잡하다.
‘하지만 상대는 레오 오빠야.’
첼시가 이를 악물었다.
전투에 있어 마법사로서 ‘역량’ 자체가 다르다.
그 사실은 알고 있다.
번쩍-! 콰가가가강-!
레오가 백색의 섬광을 내뿜으며 첼시를 향해 돌격했다.
심호흡한 첼시가 눈을 부릅 뜨더니 분신을 산개시켰다.
“윈드 체인.”
키기기기기긱-!
첼시의 지팡이에서 뻗어 나온 바람의 사슬이 레오의 몸을 휘감았다.
몸을 속박당한 레오가 첼시를 바라보았다.
첼시의 역할은 레오를 이기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워레든의 공격 준비가 끝날 때까지 묶어 두는 것.
조금만 레오를 저지하면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지.”
키기기기깅-! 콰직-!
레오가 자신의 왼팔을 속박하고 있던 윈드 체인을 힘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윈드 체인을 붙잡고 첼시의 분신 하나를 잡아당겼다.
화악-!
레오의 우악스러운 힘에 딸려 온 첼시의 분신이 허공에서 버둥거렸다.
퍼엉-!
레오가 손을 휘두르자 분신이 풍선이 터지듯 폭발하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레오의 무미건조한 눈이 아홉 명의 첼시 중 정확하게 하나에게로 향했다.
‘들켰다!’
첼시의 안색이 변했다.
“아무리 완벽한 분신이라도 의외로 진짜를 찾는 건 쉬워.”
꾸욱! 확-!
레오가 첼시의 윈드 체인을 붙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무시무시한 힘에 첼시가 순식간에 딸려왔다.
덥석-!
“컥!”
레오의 손이 첼시의 목덜미를 잡았다.
“움직임을 보면 알거든.”
꽈악-!
“끄으!”
레오가 첼시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목이 졸린 첼시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끝이야.”
덤덤히 말한 레오를 보며 첼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흐, 흥이다! 그렇게 쉽게…… 포기할 줄 알고?”
우웅-!
첼시의 온몸에 마법 술식이 떠올랐다.
그걸 본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강력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자폭?’
“너만 사망 판정받고 끝날 텐데?”
“레오 오빠를 상대로 이 정도 도박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첼시가 히죽- 미소 지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웃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첼시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훌륭해.”
번쩍-! 콰앙-!
첼시의 몸에서 터져 나온 섬광에 레오가 휩쓸렸다.
마력을 일순간 불태운 폭발.
지근거리에서 일어난 강력한 폭발에 레오는 머리가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라이프를 나타내는 팔찌가 주황색으로 빛났다.
레오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첼시를 바라보았다.
‘간신히 사망 판정은 피했군.’
모든 마력을 불태워 마법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
도박적인 마법이지만 첼시가 레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레오가 고개를 들었다.
쿠구구구궁-!
워레든이 소환한 거대한 대지가 일순간 레오를 덮쳤다.
화악-!
바람의 마법을 푼 아바드가 다급히 첼시를 구하기 위해 하강했다.
촤아아악-!
엘리자의 델피누스가 물의 장벽을 펼쳐 레오의 도주를 차단했다.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준비한 ‘한 방’ 이 레오를 덮쳤다.
“애들은 왜 이렇게 성장이 빠른지.”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풋내나는 애송이들이었다.
‘뭐, 지금도 애송이들이라는 것은 변함없지…… 하지만.’
고작 1년 사이에 시련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오늘은 최악이었을 것이다.
레오의 동기들은 레오와는 다르다.
끝없는 시련과 수 없이 많은 절망을 겪고 모든 걸 잃은 후에 가까스로 에레보스를 토벌했던 자신.
그리고 아직 피어나지도 못한 십대 중후반의 어린 소년, 소녀들.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지.’
레오의 동기들에게 있어 레오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렇기에 이때까지 배려해 왔던것이다.
하지만…….
‘넘어지거나 고개를 숙여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
사람들은 그것을 시련이라고 한다.
‘일어서고 고개를 드는 방법은…… 넘어지고 고개를 숙여야만 배울 수 있는 법이니까.’
레오는 이들이 일어서는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레오가 보여준 차이는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이겨냈다.
십 대 특유의 무서운 것 모르는 패기인지.
아니면 단순히 치기 어린 반발심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레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동기들은 강했고 또 시련에 맞서 싸우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코앞까지 다다른 대지를 바라보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곱게 쓰러져줄 생각은 없지만.”
콰가가가강-!
대지가 레오를 덮쳤다.
***
“바, 반장…….”
일리아나가 털썩 주저앉았다.
다른 글로리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해일에 휩쓸려 오히려 공격당하는 처지에 놓였던 하모니와 노블 학생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끄, 끝났다!”
“이걸로 글로리는 끝난 거지? 그런 거지!”
“우오오오오!”
셀리아와 듀란 역시 전투를 멈추었다.
클로에는 한숨을 쉬었고 첸 시아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솨아아아아아-!
레오의 통제를 받던 루메리아 호수의 물이 스르륵 빠졌다.
산사태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산 하나가 덮친 것 같은 공격.
“마운틴 어택도 아니고 무슨.”
작전을 짰던 칼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은 작전이었어.”
기절한 첼시를 부축한 아바드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칼 앞으로 왔다.
“크흠! 이 기회에 첼시를 사망 판정시키면 우리 기숙사가 승리하는 건가?”
“그렇기는 한데…… 듀란이나 엘리자가 널 용서하지 않을 텐데?”
“농담이야. 첼시랑 셀리아도 날 죽이려고 들걸? 시험에서 이겨도 내가 죽으면 뭔 소용이야.”
칼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가 다 풀리네.”
칼 주변으로 워레든과 엘리자도 다가왔다.
“진짜…… 거의 반쯤은 운으로 가까스로 승리했어. 레오가 아예 힘으로 우리를 짓눌러 버리기 위해 전면전을 고집해줘서 망정이지.”
칼의 말에 워레든이 레오가 묻힌 곳을 바라보았다.
“……다음에는 이런 일은 없을 거다. 지든 이기든 나 혼자서 놈과 맞서겠다.”
“흥, 동감이에요.”
“에이, 훌륭한 팀플레이였는데 너무 하네!”
칼이 특유의 넉살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워레든은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아바드에게서 첼시를 낚아 챘다.
아바드와 엘리자는 칼을 보호했다.
“레오 플로브를 해치웠으니 다음은 네놈들이다.”
“흥. 레오 플로브를 해치운 이상 당신들과 협력할 이유는 없죠.”
워레든과 엘리자가 동시에 말했다.
그 말에 칼이 중얼거렸다.
“……나 일부러 그 말 안 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
아바드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칼이 말했다.
“왜, 소설에서 보면 그런 거 있잖아? 해치웠다고 하면 꼭 적이 쓰러지지 않…….”
쿠구구구구구-
“……고 다시 등장…….”
쿠구구구궁! 콰아아아아아앙-!
레오를 덮쳤던 대지가 치솟았다.
그리고 그 위로 레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돌무더기를 해치고 등장한 레오의 모습에 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워레든, 아바드, 엘리자는 본능적으로 전투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등장한 레오를 보며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건 어쩔 수 없었다.
“좋은데? 그래서, 뭐 더 없어?”
레오가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화르르르륵-!
어마어마한 불꽃을 내뿜었다.
하지만 이 이상이 한계였다.
워레든, 아바드, 엘리자. 세 사람 모두 조금 전 공격에 모든 힘을 쥐어 짜냈다.
레오 역시 라이프를 나타내는 팔찌는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세 사람은 레오의 불꽃에서 기절한 첼시와 전투능력이 낮은 칼을 보호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슥- 친구들을 바라보던 레오가 차갑게 말했다.
“더 없으면 이만 끝낼까?”
그 전율스러운 모습에 칼이 절망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쯤 되면…… 거의 대마왕인데.”
콰가가가가가강-!
레오의 불꽃이 사방을 뒤덮었다.
***
첼시가 눈을 떴다.
‘병동……?’
눈을 깜빡이던 첼시가 핫-! 하더니 벌떡 일어났다.
“대항전은! 아그그그그그그?!”
다급히 소리치던 첼시는 온몸을 덮치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이제 일어났어?”
눈이 살짝 빨간 셀리아가 물었다.
그에 첼시가 다급히 물었다.
“대항전은 어떻게 됐어?”
“…….”
셀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병동에 설치된 마법 통신 장치를 켰다.
우웅-!
-그럼 지금부터, 이번 기숙사 대항전의 MVP 시상이 있겠습니다. 시상은 2학년 총괄 교수인 세드젠 교수님께서 직접 상패와 트로피를 수여합니다. MVP, 레오 플로브 학생 앞으로.
룬바의 말과 함께 단상 위로 올라가는 레오의 모습이 보였다.
-대항전에서의 승리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졌구나.”
첼시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셀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난 걸 확인했으니 난 이만 돌아갈게.”
“응.”
첼시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셀리아가 방을 나선 후 첼시가 주먹을 꾹 쥐었다.
언제나 레오의 활약을 보면 자기 일처럼 기뻤다.
그런데 오늘은…….
최선을 다했는데도 이길 수 없었다.
레오와의 격차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분해.’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며 첼시가 눈물을 참았다.
복도에서는 셀리아가 뺨을 찰싹 때렸다.
‘울지 말자,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심호흡한 셀리아가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지금은 제르딩거의 직계로서 사촌인 레오를 축하해 줘야 할 때였다.
노블 기숙사.
“듀, 듀란.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래?”
“닥쳐라.”
트레이닝 룸에서 듀란이 근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만류하는 같은 기숙사 학생의 말에 싸늘하게 대답했다.
“아바드~ 오늘 파티인데 준비 안 해? 아까부터 마도서만 보네. 진 건 분해도…… 그래도 시험은 끝났으니까 놀아야지.”
노블 여학생들이 노블의 서고에서 마도서를 읽고 있는 아바드를 보며 칭얼거렸지만, 아바드는 특유의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엘리자는 노블 기숙사 꼭대기에서 눈을 감고 영력을 가다듬고 있었다.
워레든은 하모니의 기숙사에서 정령과 감응하고 있었다.
루메른의 중앙.
영웅의 탑 꼭대기 지붕에 선 멜은 어느새 해가 지고 황혼으로 물드는 루메른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좌절하고…… 넘어지고…… 한계에 부딪혀도…… 일어설 수 있는 불굴의 영웅을 원했죠?”
스스로 자신은 일어서지 못했다며 자책했던 위대한 영웅은.
학생들이 자신과는 다른 길을 걷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한계를 넘어서라’ 라는 말을 후대에 남겼다.
“당신의 뜻은 지금도 후대에 잘 전해지고 있어요. 그러니 조금만 힘내주세요.”
멜이 황혼으로 물든 루메른을 바라보며 주먹을 꾹 쥐었다.
“당신이 동경했던 사람이…… 당신을 구해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