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3)
【33】32
대강당에 1학년 전체가 모였다.
십 대 중반의 청소년기 학생들이 떠드는 웅성거리는 소리는 대강당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러는 가운데 부교수들과 조교들이 나와 수업 준비를 했다.
이윽고 수업 준비가 끝나자 부교수 한 명이 말했다.
“여러분, 조용히 해주세요. 곧 수업이 시작됩니다!”
“네.”
조교들의 말에 학생들이 대답했다.
웅성거리는 소리는 조금 줄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한참 친구들과 노는 거 좋아할 때의 십대들은 어른 한 사람이 말로 조용히 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부교수들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더이상 지적하지 않았다.
오늘 수업 진행을 맡은 이가 다름 아닌 아르티안 니에르 교수이기 때문이었다.
“여러분! 늦어서 미안해요!”
대강당으로 들어온 아르티안 교수가 단상 위에 오르며 사과했다.
철푸덕!
“아코!”
그러다가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자 학생들 전체가 자세를 바로잡더니 조용히 했다.
민망한 표정을 지은 아르티안 교수가 무릎을 문지르며 단상 가운데로 향했다.
아르티안 니에르.
현재 1학년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교수.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수업에 떠들면 곧바로 육체적인 체벌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의지가 아닌 아르티안 교수와 계약한 성격 급한 영령들의 짓이었다.
덕분에 아르티안 교수가 등장하면 긴장부터 하는 학생들이었다.
등장만으로 학생들을 통제해낸 아르티안이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역시 우리 학생들은 착해요! 교수님 앞에서 이렇게 조용해지다니!”
낙천적인 아르티안은 그저 학생들이 착하다고만 생각했다.
“지난 수업은 영웅 명가의 이야기까지 했었죠? 오늘 수업에 앞서 배운 내용을 조금 복습해볼까요?”
아르티안이 수업을 시작했다.
“히어로 레코드 등장 이후 영웅 명가가 생성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말해볼 학생?”
그 질문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무서운 걸 떠나 그녀는 좋은 교수다.
수업을 알기 쉽게 진행했고 또한 점수도 널널하게 주는 편이다.
깐깐한 교수 중에는 점수를 짜게 주다 못해 깎아대는 교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아르티안의 수업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나쁠 게 없다.
칼조차도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다.
“5반의 칼 학생?”
“아싸!”
작게 쾌재를 부른 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어로 레코드에서 영웅의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해당 영웅과 관련 깊거나 일화가 깊은 물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영웅의 후손들은 조상들이 유품을 물려받기 때문에 영웅의 세계의 접근이 쉽습니다!”
“맞았어요. 칼 학생에게 5점 주겠어요.”
칼이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정치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히어로 레코드를 보관하고 있는 루메른 아카데미와 영웅 명가들 사이에서의 커넥션이 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영웅의 세계를 열 수 있는 키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기록된 영웅의 기록은 루메른에 있는 히어로 레코드에 보관되기 때문이다.
“영웅의 세계 등장 전 유물이 남지 않은 영웅들의 경우에는 유적 조사와 발굴을 통해 영웅들과 관련된 물품을 얻을 수 있죠.”
히어로 레코드는 영웅의 세계가 밝혀지기 전인 재앙의 시대부터 계속 존재해 온 물건인 만큼 페이지만 존재하고 영웅의 세계를 열 수 없는 영웅의 페이지도 무수히 존재한다.
“같은 영웅이라도 한 사람의 유품으로 모든 페이지를 열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발굴은 현시대에서 영웅 던전 공략 다음으로 중요한 행위입니다. 게다가 폭주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 던전은 보상은 주어지지만 불안정하게 힘의 계승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죠. 자, 그럼 여기서 질문 한 가지.”
아르티안이 다시 학생들 쪽을 보았다.
“제가 설명한 것 외에 영웅학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해 볼 학생?”
또다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다.
“1반의 듀란 학생.”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맞아요. 듀란 학생에게 5점입니다.”
듀란이 덤덤히 자리에 앉았다.
“영웅의 세계는 선대 영웅들이 겪은 시련입니다. 그 영웅의 일화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공략이 불가능할 정도의 거대한 시련이죠.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 자는 많습니다. 그래서 작은 단서나 일화 하나도 공략의 핵심 키워드가 됩니다.”
학생들이 영웅학에 매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고학년이 되면 여러분은 힘을 계승할 영웅을 선택하고 그 영웅의 페이지를 공략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어떤 영웅이 자신의 성향과 어울리는지도 파악해둬야겠죠.”
일리아나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자, 그럼 지금부터 숙제 발표를 하도록 할까요?”
지난주 아르티안은 모든 1학년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물론 크게 어려운 숙제는 아니었다.
영웅으로서 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다음 영웅학 수업 때 발표하는 것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영웅을 꿈꾸는 자라면 자신의 영웅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다들 진지한 마음으로 루메른에 입학한 만큼 주말 동안 1학년들은 이 숙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자, 그럼 1반부터 시작하겠어요.”
1반의 학생들이 쭈뼛쭈뼛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수백 명 앞에서 자신의 영웅으로서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1반! 부끄러워 할 것 없다! 너희의 목표는 너희의 길잡이! 그것을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야 말로 자랑스러운…… 읍읍!”
“지금은 아르티안의 수업이다. 네가 나설 때가 아니야.”
“세드젠 교수님! 제발요! 아르티안 교수는 가뜩이나 소심한데!”
주저하는 1반을 보다 못해 열성적으로 응원하던 세드젠 교수가 다른 반 담임 교수들에게 붙잡혔다.
그때 셀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당당하게 말했다.
“가문의 선대 분들을 뛰어넘는 기사가 되고 싶어요.”
제르딩거의 선대를 뛰어넘는 기사.
영웅 명가의 사람에게 그것만큼 무게감 있는 목표도 없었다.
“와! 정말 멋진 목표로군요!”
다음으로 일어난 건 클로에였다.
“저의 오리지널 주문만을 정립한 마도서를 만들고 싶어요.”
“마법사로서 원대한 목표로군요.”
셀리아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해나갔다.
처음에는 다들 머뭇거렸으나 한 번 말문이 트기 시작하더니 거칠 것이 없었다.
뒤에서 참관하던 담임 교수들은 담당 학생들의 발표를 유심히 들었다.
이 짧은 발표가 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길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5반 차례가 되었다.
“영웅들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칼이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아르티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칼의 뜻을 이해하고 미소 지었다.
“칼 학생은 영웅의 등을 지탱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모양이군요.”
“예.”
다른 학생들은 일찌감치 서포터의 길을 걷는 칼을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교수들은 칼이 가고자 하는 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칼이 자리에 앉자 레오의 차례가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제 목표는 에레보스의 완전한 소멸입니다.”
순간 대강당에 침묵이 오갔다.
아르티안은 놀랐고 학생들 역시 당혹스러운 얼굴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에레보스의 완전한 소멸.
그건 단순히 개인의 소망이 아니었다.
재앙의 시대 당시부터 세계가 가져온 비원.
하지만 그 대영웅들조차 실패한. 입 밖으로 꺼내면 비웃음당하고 마는 어리석은 소망.
그걸 서슴없이 입 밖에 꺼냈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 음……! 대단한 목표로군요!”
아르티안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웃어 주었다.
“너무 꿈같은 소리 아니냐?”
“옛날에 그런 꿈같은 소리를 하는 어리석은 녀석이 하나 있었거든.”
레오가 턱을 괴며 피식 웃었다.
“나도 어느 순간 그 어리석은 말에 감화되었어. 그래서 그 꿈을 대신 이어받기로 했지.”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레오를 보며 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씩- 웃었다.
“그런 위대한 위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서포터가 필요하지?”
“기대할게. 칼.”
***
“학년 대표는 포부도 남다르군.”
1학년들의 발표를 지켜보던 담임 교수 한 명이 중얼거렸다.
“너무 장난식으로 대답한 게 아닌가 싶은데?”
“담당 교수가 할린드 교수님이잖아? 설마 이런 자리에서 장난을 칠까?”
“그래도 너무 얼토당토않은 포부 아닌가요?”
교수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그러는 세드젠이 옆에 있는 할린드에게 물었다.
“자네가 보기에는 장난 같나?”
“아니. 허튼소리를 할 학생은 아니거든.”
할린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 조금 무섭군.”
에레보스가 대영웅들에게 토벌당하고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봉인된 지 수 천년.
지난 시간 동안 몇 번의 부활이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조각의 부활만으로도 세계는 거대한 재앙에 휩쓸렸다.
그런 에레보스의 완전한 소멸을 꿈꾸는 학생이라니.
‘단순한 바보인가? 아니면 그만큼 그릇이 큰 건가?’
한 달이 되었지만 할린드 조차 레오를 아직 다 가늠하지 못했다.
할린드가 레오가 앉은 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교수님들.”
교장의 비서 에레나가 상자를 하나 들고 교수들 쪽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교재로 사용될 히어로 레코드의 페이지입니다.”
“수고했네, 에레나 비서.”
세드젠 교수가 그걸 받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담임 교수들도 몸을 일으켰다.
이번 합동 수업은 교수들도 참여한다.
정확하게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었다.
과거에 수업 도중에 영웅 던전에서 회수한 페이지가 폭주를 일으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기에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항상 히어로 레코드를 교재로 사용할 때는 교수들이 참관했다.
교수들이 단상으로 향할 때쯤에는 나머지 반의 발표도 끝난 상태였다.
“여러분. 이제부터 이번에 던전 공략자들이 회수해 온 히어로 레코드를 가지고 영웅학 수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르티안 교수가 세드젠에게 히어로 레코드가 봉인된 상자를 받아들며 말했다.
“드디어!”
“나 히어로 레코드를 만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긴장되는데!”
학생들이 들뜬 반응을 보였다.
“오늘 수업은 히어로 레코드의 페이지를 읽고 반별로 어떤 영웅의 페이지인지 유추를 하고 영웅의 세계 공략 작전을 세우는 수업을 하겠어요.”
이 수업은 굳이 히어로 레코드를 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실전에서 접할 일이다.
그렇기에 수업에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학생들은 내용을 알 수 없는 히어로 레코드를 이용했다.
“각 반의 반장들은 나오도록 하세요.”
“부럽네, 레오. 히어로 레코드를 직접 만져 볼 수 있다니!”
일리아나의 말에 넬라가 웃었다.
“나중에 수업 끝나면 다 만져 볼 수 있을 텐데 뭐 그래?”
“그래도 일찍 만져 볼 수 있다는 건 특권이잖아!”
반장으로써 일종의 특권이 부러운 일리아나였다.
그렇게 열 명의 반장이 단상 위로 올랐다.
“오호. 5반 반장은 레오 도령이었군요?”
10반의 반장 첸 시아가 반갑게 인사했다.
“오늘 날림으로 정해졌어.”
“날림?”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1학년 중에서도 쟁쟁한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묘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아르티안이 봉인된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 회수된 히어로 레코드는 두 개입니다. 물론 교보재로 이용되는 히어로 레코드는 한 장이에요. 나머지 하나는 페이지 조각인데…… 이런 것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가져왔답니다.”
아르티안이 페이지 조각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레오에게 건넸다.
레오는 생각 없이 손을 뻗었다.
순간, 페이지 조각이 희미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레오의 손에 페이지가 닿은 순간.
[히어로 레코드 오픈. ■■의 세계. 챕터: ■■-■■■]레오의 눈앞에 본 적 있는 메시지가 떠올렸다.
아르티안은 물론 반장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던 교수들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우웅-!
단상 바닥에 빛이 떠올랐다.
하계 주민들은 알 수 없는 신의 언어.
“폭주?”
세드젠 교수의 당혹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환한 빛 단상을 덮쳤다.
이윽고 빛이 사라졌을 때쯤 레오를 포함한 각 반의 교수와 반장들은 어떤 공간에 서 있었다.
그건 전장의 한복판이었다.
온갖 기괴한 마물들의 시체가 바닥을 뒹굴었다.
“모두 긴장해라! 영웅 던전이다!”
할린드의 외침에 반장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할린드! 저기 성벽이 보이네!”
세드젠이 레오가 바라보는 성벽을 가리켰다.
레오는 멍한 얼굴로 그 성벽을 바라보았다.
레오에게는 낯익은 성벽이었다.
지금 시대에는 사라지고 없는 곳.
재앙의 시대, 최후의 방어선이자 최후의 도시.
가드스론의 성벽.
몬스터와 마물, 마족의 시체가 타오르고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레오로서는 이 광경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그때가 맞다면……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다.
‘맞아. 카일. 내 비원은 너무도 어리석은 비원이지.’
“맞아, ■■. 내 비원은 너무도 어리석은 비원이지.”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교수들과 반장들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자신들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곳에 있는 자는 너무도 유명한 존재였다.
레오는 멍하니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여자는 그때와 같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 우리는 세상을 구원할 거야.”
지금 시대에서는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흑룡.
세계가 멸망으로 치닫던 절망의 시대에 희망의 빛을 쏘아 올린 위대하고 고귀한 대영웅.
이때는 어리석은 자라 비웃음당했던 절친한 친구.
목이 메는 걸 느끼며 레오는 그 이름을 불렀다.
“리시나스.”
그 부름에 리시나스는 빙긋- 미소 지었다.
화악-!
그와 동시에 세계가 무너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강당으로 돌아와 있었다.
“무슨……!”
“교, 교수님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학생들이 당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할린드가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일단 수업은 중지다. 모두 진정하고 대강당을 빠져나가라.”
그 말에 부교수들이 학생들을 인솔했다.
레오는 멍하니 서서 자기 손에 들린 히어로 레코드의 페이지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이 페이지 조각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카일의 페이지. 이건 내 기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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