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30)
330
시험이 끝난 저녁.
2학년들은 각자 기숙사에서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우리 학교, 정말 독해.”
글로리 기숙사 휴게실에 있는 거울 앞에서 멋들어진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일리아나가 자신의 머리를 이리저리 살피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다른 마법학과 남학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조금 전까지 치열하게 싸운 것도 모자라 승자와 패자까지 정해진 상황인데. 오늘 당장 시험 축하 파티를 열어 주잖아?”
“확실히.”
다른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적으로…….”
글로리 학생 중 한 사람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 승리…… 솔직히 우리가 잘해서 이겼다고 볼 수 있을까?”
그 말에 글로리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 악물고 싸웠다.
글로리 학생들 입장에서도 하모니와 노블의 학생들이 연합을 하여 공격을 하는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리가 승리를 차지한 건 레오가 하모니와 노블의 킹인 첼시와 칼을 쓰러트렸기 때문이다.
파티 준비를 끝낸 글로리 학생들이 휴게실에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또각- 또각-
“다들 분위기가 왜 그래?”
모습을 드러낸 클로에를 보며 학생들이 오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2학년 중 손에 꼽히는 미소녀인 클로에는 평소에도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평소 우등생답게 단정한 차림과 달리 지금은 파티를 위해 확연하게 눈에 띌 정도로 꾸몄다.
백금발에 푸른색 눈동자, 그리고 하늘빛 드레스가 인상 깊었다.
“클로에 양, 너무 예뻐요.”
대륙 동부 특유의 하늘하늘한 옷차림을 한 첸 시아는 그런 클로에의 뒤에 나타나 방긋 웃었다.
“우리 기숙사 최고 미녀 두 사람이 꾸며 놓고 있으니까 보기 좋네.”
“뭐랄까, 이국적인 매력이 있어.”
기숙사 남학생들의 말에 일리아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도 미소녀인데.”
“어, 그래.”
“너도 미소녀지.”
“그 미지근한 반응들은 대체 뭐얏!”
일리아나가 눈을 치켜떴다.
그렇게 소란이 이는 가운데 휴게실 소파에 앉은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표정들이 어두웠나요?”
첸 시아의 말에 글로리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 언니에게 말해봐요.”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일리아나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아니, 이번 대항전. 솔직히 반장이 거의 혼자서 멱살잡고 캐리한 샘이 되잖아.”
소파에 등을 기대며 일리아나가 ‘에효’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온전히 파티를 즐겨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다른 기숙사 학생들도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클로에도 팔짱을 꼈다.
“확실히 이번 대항전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건 레오였지. 하지만 레오도 말했는 걸? 기숙사 애들이 없었으면 그렇게 마음 놓고 날뛸 수 없었을 거라고.”
“맞아요. 레오 도령은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활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그러니 너무 기죽을 것 없어요.”
그 말에 글로리 학생들이 혹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렇게 말했어?”
“네.”
첸 시아의 말에 글로리 학생들이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레오는 어디 있어?”
기숙사 학생들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클로에가 말했다.
“벌써 파티장으로 갔을걸?”
***
2학년 중간고사 시험 뒤풀이 파티는 기숙사 정원에서 이루어졌다.
글로리, 하모니, 노블.
세 기숙사는 기숙사 건물은 달라도 같은 정원을 쓰는 만큼 정원에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외빈들이었다.
그들 대부분 이번 시험 관람에 초청된 2학년들의 학부모들이었다.
“교수님, 우리 아들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편지로는 도통 루메른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이야기하지 않아서요.”
“토렌 학생은 요즘 물의 정령을 이용해 가뭄을 해소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령사이지만 요즘 부전공으로 마법 수업도 충실하게 듣고 있고요. 학업에 아주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죠. 유라 교수. 이리 와서 토렌 학생에 대해 말해보도록.”
세드젠은 적극적으로 학부모들과 상담을 나누고 있었다.
학과 교수들은 그러한 세드젠에게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이야기를 해주기 여념이 없었다.
“저런 걸 본다면 세드젠 교수님은확실히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법학과생의 학부모와 짧은 상담을 끝낸 렌이 감탄했다.
“루메른에서 괜히 가장 우수한 교수로 평가받는 게 아니지.”
덤덤히 말한 할린드가 와인을 홀짝일 때였다.
“어, 어머니?”
“누님…… 여긴 어떻게…….”
“아버님!”
정원 입구 쪽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티장에 도착한 2학년들이 외빈들을 발견한 것이다.
학생들이 여기저기 기쁨 반, 당혹감 반을 가지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자신과 친한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그런 가운데 셀리아가 클로에에게 다가갔다.
“셀리아, 몸은 조금 어때?”
“이미 치유를 다 받았는걸? 넌?”
“나도. 승부를 겨루지 못해서 조금 아쉽네.”
절친한 사이인 셀리아와 클로에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저도 듀란군이랑 끝내 승부를 겨루지 못한 게 아쉽네요.”
“흥, 계속해서 싸웠으면 내가 이겼겠지.”
뒤쪽에서 코웃음 치는 듀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듀란의 곁에는 금발에 황금색 눈동자를 한 열 살 남짓한 작은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를 보며 첸 시아가 방긋 웃으며 쪼그려 앉았다.
“이 귀여운 아가씨는 누구인가요?”
“동생이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첸 시아가 친근감 있게 말하자 소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헬란 모이라라고 합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라버니와의 대결…… 정말 멋있으셨어요.”
“좋게 봐주시니 저도 영광이네요, 헬란 공주님.”
듀란의 동생이면 모이라 왕국의 공주.
첸 시아의 말에 헬란이 방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클로에와 셀리아가 묘한 눈으로 듀란을 보았다.
“뭐냐? 그 눈빛은.”
“아니, 동생이 참 귀여워서. 근데 네 이미지랑 안 어울리네.”
“응, 너한테는 아까운 동생 같은데 나 주면 안 돼? 여동생이 갖고 싶었거든.”
클로에가 빙긋 웃으며 말했고 셀리아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신을 놀리는 두 소녀를 보며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오우! 다들 모여 있었구만!”
그때 친근감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칼이었다.
“어이쿠! 공주마마도 계셨네요.”
칼이 헬란을 발견하고는 호들갑을 떨더니 정중하게 인사했다.
칼은 모이라 출신인 만큼 당연했다.
“헬란 공주님, 칼 토마스라고 합니다.”
“칼 토마스, 아! 오라버니에게 말을 많이 들었어요. 우리 왕국 사람이시죠? 오라버니께서 뛰어난 마법사라고 이야기 해주신 적 있어요.”
해맑게 웃는 헬란을 보며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듀란이 동생에게 칼의 칭찬을 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너 누구야, 왕자님 아니지?”
“시끄럽다, 칼 토마스.”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성적은 낮지만, 발버둥 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오라버니께서 말씀하셨었어요.”
그 말에 칼이 환하게 웃었다.
“이래야 왕자님이지!”
어딘지 모르게 안도했다는 듯 표정을 짓는 칼을 보며 클로에와 셀리아가 숨죽여 웃음을 터트렸다.
듀란은 평소와 같은 무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어머나, 셀리아. 친구들이니?”
레이나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칼, 클로에, 첸 시아, 듀란을 보며 말했다.
“기사학과와 마법학과 학생들이구나? 우리 애가 평소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어.”
“아니요. 오히려 저희가 셀리아 도움을 많이 받는걸요.”
클로에가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네가 클로에지? 이야기 많이 들었단다.”
레이나는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네가 칼이지? 작년부터 네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
“제 이야기요?”
칼이 조금 의외라는 듯 셀리아를 보았다.
같은 반이자 절친한 클로에라면 모를까.
셀리아와 칼은 친한 친구인 건 맞지만 반이 달랐던 만큼 부모님에게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셀리아 양, 어머님이랑 꼭 닮았네요.”
그 말에 셀리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어머니가 아니라. 고모님이셔.”
“고모님이라면…….”
“레오의 어머니.”
“우리 아들이 신세 지고 있어.”
레이나가 웃으며 말하자 클로에가 잔뜩 당황했다.
“아, 아니요! 그! 저야말로 1학년 때부터! 그러니까…… 아드님께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눈이 핑글핑글 도는 클로에를 보며 레이나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여름 방학 때 한 번 집에 놀러 오렴.”
첸 시아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어머님, 첸 시아라고 합니다. 레오 도령께 평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사와요.”
동부 지역의 예법을 다하며 다소곳하게 인사하는 첸 시아를 레이나가 웃었다.
“우리 아들에게 귀여운 여동생이 생긴 것 같아 기쁘겠네.”
“……제가 누나인데요.”
“진짜? 너 정말 동안이구나. 너도 여름 방학 때 놀러 오겠니? 얘, 칼. 너도 꼭 놀러 오렴.”
레이나는 레오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다.
“셀리아. 르왈린 애들도 초대할까?”
“……걔들은 안 부르면 안 돼요?”
셀리아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이 아들 녀석은 어딜 간 거야?”
레이나가 툴툴거렸다.
***
뚜벅- 뚜벅-
-레오! 빨리! 빨리!
키르안이 레오의 어깨에 탄 채로 칭얼거렸다.
그런 키르안의 칭얼거림에 레오가 혀를 차며 티나의 교수실 앞에 섰다.
똑- 똑-
레오가 노크를 했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파티에라도 간 건가?’
레오는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레오가 알고 있는 티나는 대외적인 행사 자리에 나갈 성격도 아니었다.
“교수실을 비운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끼이이이익-!
문 열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레오는 그 안으로 슬쩍 얼굴을 들이밀었다.
“티나 교수님, 안 계세요?”
-없으면 얼른 가지고 튀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왜! 내 날개인데!
키르안이 성화를 부릴 때였다.
사악- 사악-
교수실 안쪽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레오가 교수실 안으로 향했다.
-레오! 안 돼! 그 싸이코 엘프가 함정 같은 걸 파놨을지도 모른다고!
키르안이 겁에 질린 얼굴로 레오를 말렸지만, 레오는 거침없이 교수실 안쪽으로 갔다.
그리고 살짝 열린 문 안쪽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걸 보며 문을 열었다.
“티나 교수님, 계세요?”
문 안쪽에서 작은 숫돌에 메스를 갈던 티나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희번덕 한 걸 모며 키르안이 ‘으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가려고 했다.
레오는 그런 키르안을 낚아챘다.
“안녕, 레오 학생.”
티나는 메스를 손에 쥔 채 일어났다.
산발이 된 머리. 어딘지 모르게 광기 어린 눈.
“대항전 잘 봤어.”
미치광이 마법 연구자 같은 모습으로 티나가 키르안을 보았다.
“무슨 일로 날 찾아 왔니?”
“이 녀석, 아까 이 교수실에 침입했죠?”
“응, 그래. 네 맹약자였구나.”
고개를 끄덕인 티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교수실 불이 켜지며 환해졌다.
비명을 내지르던 키르안이 밝아진 교수실에 안도했다.
“그래서 레오 학생 부탁이 있는데.”
티나가 빙긋 웃었다.
“네 요정. 한 번만 해부해보면 안 될까?”
-히이이이익!
“참아 주시죠.”
“그래?”
티나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내 교수실에는 웬일이니?”
“교수님께서 가진 요정의 날개, 사실은 이 녀석의 것이거든요.”
레오는 손에 쥐어진 키르안을 티나에게 보여주었다.
“흐응? 그래서?”
“돌려주실 수 없을까 해서요.”
“으음!”
팔짱을 낀 티나가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아. 대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저는 평범한 인간이라서 제 배를 갈라서 들여다봤자 크게 다를 건 없을 겁니다.”
“그것도 구미가 당기긴 하네. 하지만 그런 부탁이 아니야.”
티나가 빙긋 웃었다.
“레오 학생, 교환 학생으로 세이룬에 가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