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33)
333
“교환 학생이요?”
멜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응.”
수업이 끝나고.
교수실을 찾은 레오가 교환 학생 이야기를 멜에게 했다.
“세이룬이라…… 간다고 해도 레오님에게 크게 도움이 될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차를 타며 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다가 지금 세이룬으로 가셔 봤자 세이룬의 대다수 학생이 레오님에게 적대적일 게 분명해요.”
각 영웅 사관학교의 교감은 모두 드래곤 로드인 멜이 임명한다.
그렇기에 멜은 모든 영웅 사관학교의 동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멜의 말을 듣고 레오가 피식 웃었다.
“교환 학생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한 번쯤 가 보고 싶었거든.”
“하지만…… 분명 몇몇 엘프들은 레오님에게 무례를 저지를 텐데요?”
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레오가 시작의 영웅 카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멜로서는 엘프의 종족주의자들이 레오에게 무례를 저지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세계를 구한 대영웅.
레오가 없었다면 지금의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레오님께 그런 불경을 저지른다는 생각만 해도…… 절대 용서 할 수 없어요.”
고고고고고-!
멜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편하게 멜의 교수실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피오라, 키르안이 흠칫하며 책장 뒤로 몸을 숨겼다.
눈을 감고 있던 아티는 한쪽 눈을 뜨고 멜을 보았고 엘시는 감탄했다.
평소에는 부드러운 멜이었지만, 지금 모습은 드래곤 로드라는 직함에 걸맞은 위엄을 내뿜고 있었다.
어느새 드래곤의 눈동자로 변하기까지 한 멜을 바라보던 레오가 손을 뻗었다.
“하웅!”
레오가 코를 꼬집자 당황한 멜이 양손으로 코를 붙잡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뭘 그렇게 흥분해?”
“그, 그치만요.”
코맹맹한 소리로 대답한 멜이 대답했다.
“용납할 수 없는걸요.”
멜의 대답에 레오가 턱을 괴었다.
“어차피 고압적인 엘프들의 태도는 익숙해.”
재앙의 시대 초창기만 하더라도 아직 엘프의 권위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던 시절이다.
다른 종족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내뱉는 엘프들을 레오는 수도 없이 만나왔다.
“게다가 나 때는 하이 엘프들도 남아 있던 시절이라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을걸?”
“가끔 레오님과 대화를 나눠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어요.”
“뭔데?”
“레오님이 엄청 나이 많은 아저씨란 사실…… 하욱!”
다시 코를 꼬집힌 멜이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허우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아티가 중얼거렸다.
“드래곤 로드에게 매도당하고 싶어요. 그다음 그런 드래곤 로드를 간단하게 제압하는 주인님에게 매도당하고 싶어요.”
엘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제발 페가수스로서 체통을 지키세요.
물론 아티는 듣지 않았다.
멜을 혼낸 레오가 말했다.
“세이룬에 가는 게 단순히 키르안의 날개 때문만은 아니야.”
“그럼요?”
“세이룬에 어떤 영웅 후보생이 있는지 보러 가는 거야. 내가 잘 알고 있는 세이룬의 영웅 후보생이라고 해봤자 루니아와 에이란이 전부니까.”
다른 사람이 영웅 후보생을 보러 가는 것과 레오가 영웅 후보생을 보러 간다는 말은 무게감부터가 다르다.
레오가 말하는 영웅 후보생이란 훗날 시대를 짊어질 만한 영웅 후보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타르타로스와의 전투.
더 나아가 에레보스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재목.
‘히어로 레코드의 진짜 주인이자 대영웅인 레오님이 선택한 영웅은 다를 테니까.’
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세이룬이 내부적으로 그만큼 곪아 있다면 어느 정도 그 곪아 있는 걸 치료할 필요도 있어.”
재앙의 시대가 시작되고 세계가 멸망 직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레오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세계가 빠르게 멸망 직전까지 치달은 건 에레보스라는…… 신들조차 감당하지 못할 전율스러운 괴물의 힘도 있었지만, 제대로 맞서 싸우지 못하고 내부적인 문제로 자멸한 세력도 많았다.
특히나 엘프는 그 강성한 세력에 비해 너무도 손쉽게 무너졌다.
티나는 세이룬이 도태될 것을 걱정해 레오라는 존재가 세이룬에 큰 파문을 일으켜주길 바라고 교환 학생을 제의했지만.
머나먼 과거 찬란하고 강대했던 엘프 세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봤던 레오는 엘프 종족 자체가 걱정되었다.
레오는 과거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해 세이룬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레오의 말에 멜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교환 학생은 길어봐야 한 달 정도일 텐데 그 기간 안에 많은 걸 바꿀 수 있을까요?”
“이미 거기엔 루니아와 에이란이 있어. 난 계기만 만들어주면 돼.”
레오가 피식 웃었다.
“진짜 영웅이 될 녀석들이라면 계기만으로 충분할 테니까.”
레오의 말에 멜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똑똑-
누군가 다급히 멜의 교수실 문을 두드렸다.
“열렸어요.”
멜의 말과 함께 교수실 문이 열리며 안나가 들어왔다.
“안나 부교수님, 여긴 어쩐 일로…….”
“레오 학생! 지금 렌 교수님이 티나 교수님에게 교환 학생 이야기를 듣고……!”
그 말에 레오와 멜은 서로를 바라본 후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그러니까, 렌 교수의 말은 티나 초빙 교수를 당장 쫓아내야 한단 말이야?”
교장 리이나가 깊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교장님! 저 간악한 엘프를 당장 추방해야 합니…… 읍읍!”
발작하듯 외치는 렌의 입을 리이나가 틀어막았다.
그런 렌의 반응에도 티나는 태연하게 다과를 홀짝이고 있었다.
교환 학생 이야기를 듣자마자 발작한 렌은 난동을 부렸다.
안나가 빠르게 레오와 멜에게 도움을 요청해 가까스로 렌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렌의 폭주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후 소식을 들은 다른 교수들이 달려왔고 결국 교장실까지 오게 된 것이다.
리이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칼리안님은 어떻게 교장직을 수십 년 동안 잘 수행했는지 모르겠네. 이놈의 교수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난리를 피워대니 나 원 참.”
“칼리안님은 이런 일을 모두 할린드 교수님께 떠넘겨 버렸죠.”
“흠. 그거 끌리는데.”
안나의 말에 리이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발작을 하는 렌을 내버려 두고 리이나가 말했다.
“티나 교수. 레오에게 교환 학생을 권유한 이유는 무엇이며 무슨 권한으로 레오를 교환 학생으로 보낼 수 있는지 궁금한데?”
“레오 학생을 교환 학생으로 권유한 이유는 레오 학생같이 우수한 학생도 있다는 사실을 세이룬의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레오 학생 역시 세이룬에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티나는 몹시 교과서적인 말을 했다.
“교환 학생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은 가문에 요청을 하면 충분합니다.”
비록 가문 내에서 직계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티나이지만 그녀의 마법에 관한 지식은 엘프 최고의 가문인 팅겔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마법 이론 능력을 이용해 수천 년 동안 해석되지 못하던 세이룬 팅겔의 마법 몇 개를 해석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 덕에 바깥에 이름을 떨치진 못했지만, 가문 내부에서만큼은 그 영향력이 있었다.
“비록 전 세이룬 출신도 아니며 영웅과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았지만, 레오 학생이 세이룬으로 가는 건 레오 학생에게나 세이룬에게서나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흠.”
“교장님! 속아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저 레오 학생을 세이룬으로 빼내려는 간악한 수작…….”
“네, 네. 진정 좀 하세요. 렌 교수님.”
“조용히 하세요.”
멜이 방긋 웃으며 렌을 진정시켰고 안나는 렌의 입을 틀어막았다.
“레오 학생의 생각은?”
고민하던 리이나가 레오를 보며 물었다.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좋은 기회고 본인이 가고 싶다면야.”
리이나가 덤덤히 말했다.
“이 기회에 교환 학생으로 서로에 도움이 되면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세드젠과 상의를 나눠봐야겠군. 티나 교수. 자네가 제의한 교환 학생인 만큼 세이룬 수속은 그쪽이 해줬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리이나로서도 작년부터 나온 교환 학생 이야기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영웅 사관학교 간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야. 세이룬 녀석들은 레오를 탐탁잖게 여길 테지만.’
리이나 역시 레오가 교환 학생으로 가면 세이룬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다.
힐끗- 레오를 본 리이나가 말했다.
‘일단 겉으로는 루세전에 이은 학교간의 교류로 발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일이겠지.’
저쪽에서도 교환 학생을 보내오면 루메른으로서도 나쁠 게 없었다.
티나가 고개를 끄덕인 티나가 자신의 교수실로 돌아갔다.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되자 렌이 좌절하고 있을 때였다.
“렌 교수님.”
레오가 렌에게 말을 걸었다.
“안나 부교수님이 이번 마법 학회에서 발표할 [별의 마법 입문학] 은 저도 공동 저자로 올라가 있으니 이번 교환학생 기간 동안 안나 부교수님을 도와 같이 발표를 하겠습니다.”
“그래, 기왕 간 거 안나 부교수를 좀 도와줘.”
리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가 떠나고 리이나가 한숨을 쉬며 렌을 달래려 했다.
“렌 교수. 일단 진정해. 레오 학생이 교환 학생으로 간다고 세이룬 학생이 될 리가…….”
“후훗- 후후후.”
렌이 낮게 웃음을 지었다.
‘이거 또 왜 이래?’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또 뭐요?
안나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레오 학생이 세이룬에 교환 학생으로 가서 귀쟁이 놈들에게 미움을 받으면 되는 거야! 후후후훗! 귀쟁이 놈들은 [별의 마법 입문학]을 싫어하지.”
렌이 얼굴을 감싸 쥐고 광기에 찬 표정을 지었다.
“엘프 놈들이 싫어할 만한 자극적인 학회 발표를 준비해서 레오 학생과 같이 발표하면 되는 거였어! 안나 부교수! 이번 학회! 내가 참석하겠네!”
“…….”
안나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제가 준비해온 학회인데요?”
마법 학회 준비는 안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세계의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학회 준비는 엄청난 부담이기 이전에 영광이기도 했다.
마법사로서 마법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영광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안나는 열심히 학회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렌이 그 학회를 홀라당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안나가 준비한 발표 내용 역시 바꿀 생각인게 분명했다.
“안나 부교수! 걱정 말게! 이 학회는 내가 주도하겠네.”
“닥쳐!”
이성의 끈이 마비된 안나가 험악한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리이나가 말했다.
“렌 교수. 미안한데 넌 세이룬에 못 가.”
“어째서입니까!”
“네가 복잡하게 벌려 놓은 2학년 마법학과 일정을 너 말고 누가 할 수 있다는 거야? 어제 사인까지 다 받아 갔잖아.”
렌은 본인이 아니면 진행할 수 없는 수업 일정을 짜 놨고 어제 승인을 받아갔다.
즉, 렌이 부재하면 2학년 마법학과 일정 자체가 꼬이게 되는 것이었다.
“교장님, 수업 일정을 다시 짜겠습니다. 안나 부교수가 충분히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가.”
리이나가 싸늘하게 말했다.
“대신 사표 쓰고 가.”
“그, 그런…….”
렌이 좌절한 표정을 지었다.
***
탁- 탁탁-
칠판에 분필이 마찰하는 소리가 교실에 공허하게 울렸다.
드넓은 교실에는 두 명의 엘프가 있었다.
그리고 교실 한 가운데.
단 하나의 책상에 앉은 세이룬의 여학생은 붉은색 눈동자로 칠판을 가득 메운 글자를 보았다.
“루니아 학생, 잘 알겠습니까? 혜성의 마법사께서 우리 세이룬을 만든 목적을.”
깐깐하게 보이는 세이룬의 선생의 말에 루니아가 빙긋- 미소 지었다.
“네, 이제 잘 알겠어요.”
“다행입니다! 이전의 루니아 학생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교화 수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겠죠!”
환하게 웃던 세이룬의 선생은 시계를 확인했다.
“이것으로 오늘 보충 수업은 끝입니다.”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은 지났다.
“수고했습니다, 루니아 학생.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보도록 하죠.”
“네, 오를렌 선생님.”
우아하게 인사한 루니아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오를렌은 교실을 빠져나갔다.
교실에 혼자 남게 된 루니아의 인상이 돌변했다.
“교화는 지랄. 저 뭣 같은 내용이 귀에 들어오겠냐?”
교실 칠판을 가득 메운 건 다름 아닌 엘프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이었다.
순식간에 불량학생으로 돌변한 루니아가 교실 벽을 팍팍팍! 걷어찼다.
“가뜩이나 배고파서 열 받는데! 쫄쫄 굶어가면서 공부가 되겠냐고!”
분노한 얼굴로 한바탕 난동을 부린 후 털썩- 고급스러운 책걸상에 걸터앉고 다리를 꼰 루니아가 턱을 괴었다.
바깥에서는 눈이 오고 있었다.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하얀 눈을 바라보던 루니아가 중얼거렸다.
“진짜 학교 때려치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