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34)
334
차가운 대륙 북부에서 가장 추운 곳. 그곳에 엘프의 영토가 있었다.
그러한 엘프의 영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도시.
랑겐.
머나먼 과거.
성운의 시조의 유지를 이은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 팅겔이 태어난 고향이다.
성운의 시조, 페어리 나이트, 혜성의 마법사.
엘프 3대 위인 중 루나와 베르키아는 5000년 전 인물이기에 고향이 어딘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혜성의 마법사는 고향이 뚜렷한 만큼.
랑겐은 엘프들 사이에서 ‘성지’로 취급받고 있었다.
시조의 재림이라고 불리며 세계를 또 한 번의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 중 하나인 만큼 세이룬의 고향은 성지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그런 랑겐 중앙의 거대한 성.
그 성의 가장 높은 방에서 혹한의 날씨인 랑겐의 전경을 바라보던 한 엘프가 손에 들린 편지로 시선을 돌렸다.
‘레오 플로브가 세이룬에 교환 학생으로 갈 수 있게 추천서를 써달라라.’
현 팅겔 가문의 가주, 티온 팅겔은 동생이 전해준 편지를 접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에 초빙 교수로 간다고 하더니…… 왜 이런 부탁을 해온 거지?’
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뚜벅- 뚜벅- 집무 의자에 앉은 티온이 깃펜을 꺼내 들었다.
팅겔 가문은 오래전부터 엘프 최고 명문 가문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치적인 활동은 자제해 왔다.
혜성의 마법사가 설립한 영웅 사관 학교.
세이룬을 중심으로 엘프의 권력 구도가 재편된 만큼.
팅겔 가문은 엘프의 왕으로서 군림해도 손색이 없었다.
모든 종족을 통틀어 가장 결속력이 뛰어난 종족이 엘프라는 점을 볼 때.
팅겔 가문은 엘프들의 유일한 왕으로서 군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이룬이 남긴 단 하나의 말에 의해 팅겔은 왕족이 될 수 없었다.
‘엘프에게 왕은 필요 없다.’
세이룬이 왜 이런 말을 남겼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위대한 혜성의 마법사가 남긴 이 말에 따라 팅겔은 엘프 의회와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세이룬에는 교환 학생이라는 제도가 없다.
하지만 팅겔의 가주의 뜻이라면 없던 제도를 만들어 교환 학생을 받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게 최근 엘프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레오 플로브’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세이룬의 교장 대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한 티온은 환수를 이용해 그 편지를 세이룬 아카데미로 보냈다.
티온은 집무실에 있는 신문에 손을 뻗었다.
‘시작의 영웅과 같은 올 클래스라.’
신문에서 이번 활약상을 읽으며 티온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세이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군.’
***
“교환 학생?!”
교환 학생 소동이 있고 일주일이 지난 아침.
티나에게 세이룬의 확답을 받은 레오는 그 사실을 셀리아에게 알렸다.
함께 식사를 하던 셀리아가 깜짝 놀라 물었다.
소란스럽던 루메른 2학년 식당의 시선이 일순간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스푼으로 스프를 휘휘 젓던 레오가 빙긋 웃으며 묻자 셀리아가 우유를 원샷으로 들이켰다.
그리고 입을 닦으며 말했다.
“뜬금없이 교환 학생을 간다니까 놀라지! 왜 말 안 했어?”
“갈지 안 갈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었거든. 오늘 아침에 정해졌어.”
“너란 애는 진짜……!”
셀리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교환 학생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식사를 하던 일리아나가 눈을 빛내며 냉큼 달려와 레오 옆에 앉았다.
그 외에도 친하게 지내는 몇몇이 레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런 친구들의 반응에 레오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티나 교수님이 교환 학생으로 세이룬에 가보는 게 어떠냐고 제의를 해주셨거든.”
레오는 빵을 뜯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가기로 했어.”
그 이야기를 듣고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오 오빠만 가는 거야?”
“응.”
“세이룬에서도 오는 거야?”
“세이룬은 학생을 보낼 계획은 없는 모양이야.”
“에이, 뭐야. 재미없게.”
첼시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거렸다.
칼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언제 가서 언제 오는데”
“오늘 가서 한 달 뒤에 올 거야.”
“한 달?”
칼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학생들 역시 예상외의 장기 일정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호! 그럼 반장은 세이룬도 접수하러 가는 거네?!”
일리아나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가서 세이룬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보고 어떤 학생들이 있는지만 보고 올 거야.”
레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레오가 가는데 조용히 공부만 하고 올 리 없지.’
‘뭔가 또 사건에 휘말릴 게 분명해.’
‘레오 오빠라면 충분히 엄청난 일을 하고 오겠지.’
친구들의 그럴 리 없다는 확신에 찬 시선을 받으면서도 레오는 태연하게 식사를 할 뿐이었다.
***
그날 저녁.
레오는 세이룬으로 가기 위한 짐을 챙겼다.
그리고 출발 전 잠시 시간을 내 1학년 남자 기숙사 뒤뜰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루크가 비틀비틀 연병장을 돌고 있었다.
레오의 멘티인 루크의 일과는 단순했다.
1학년 중 그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연무장에서 육체 단련을 했다.
그리고 수업을 받은 후 또 가장 늦게까지 육체 단련을 한다.
팔목과 발목에는 언제나 육체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아티팩트를 차고 있었다.
“우웁!”
비틀거리며 달리던 루크가 입을 틀어막았다.
이미 체력은 거덜 난 지 오래.
몸을 움직이고 있는 건 끈기와 정신력이었다.
가까스로 험한 꼴을 면한 루크가 체력을 쥐어짜 내 달렸다.
이윽고 목표를 달성했는지 뛰는 걸 멈추고 그 자리에서 대자로 엎어졌다.
저벅-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레오가 쓰러진 루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레, 레오 선배님.”
루크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루크를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내가 짜준 훈련만으로도 넌 충분히 몸을 혹사시키고 있어.”
강인한 육체를 얻기 위한 단련.
거기에 마법을 쓰기 위한 마력 각성 훈련과 공부까지.
루크에게 있어서는 가혹할 만큼 어려운 일정이었다.
그런데도 루크는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인 루크가 말했다.
“……저 때문에 레오 선배님이 퇴학을 당하면 어떻게 해요.”
1학기 기말고사에서 자퇴 처분을 당한 1학년의 멘토까지 퇴학 처분을 당한다는 가혹한 페널티는 루크를 압박하기 충분했다.
실제로 같은 1학년들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루크에게 불안감을 주기 충분했다.
멘토인 레오는 시작의 영웅 카일과 같은 올 클래스에 전대미문의 1학년 학생회장.
그리고 루메른 역사에서도 최강이 될지도 모른다고 평가받는 학생이엇다.
그런 레오의 멘토인 루크는 루메른 역사상 최악의 낙제생이라는 조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딱히 너 때문이 아니야.”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내 선택의 문제니까. 네가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 내 책임이지.”
루크를 내려다보며 레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내 안목을 믿거든.”
레오의 붉은 눈에 루크가 비쳤다.
“넌 영웅이 될 수 있어.”
영웅에게 필요한 건 재능도 아니며 위업도 아니다.
그렇다고 더더욱 사람들의 칭송이나 신들의 인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히어로 레코드가 없었던 예전에는 좀 더 심플했었는데 말이지.’
레오는 피식 웃으며 친구의 말을 떠올렸다.
‘영웅이란 말이지.’
리시나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해.’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레오가 말했다.
“넌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자신감이요?”
“그래. 스스로 믿지 못하겠다면 널 선택한 날 믿어.”
루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심호흡 한 루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조금 더 달릴게요.”
“그래.”
“아참참! 세이룬에 교환 학생으로 가신다고 하셨죠? 그동안 열심히 할게요!”
의욕이 생긴 듯 눈을 반짝이는 루크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루크를 뒤로 하고 레오는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레오와 루크의 멘토와 멘티 관계는 이상했다.
다른 2학년들은 자신의 멘티에게 학과 노하우나 시험 정보.
혹은 전투 방법 등을 지도 해주었다.
하지만 레오는 그런 게 일절 없었다.
그저 훈련 일정을 정하고 그 일정을 루크에게 전해 줄 뿐이었다.
‘영웅으로서 필요한 것들은 모두 루메른에서 배울 수 있지.’
영웅을 키우기 위해 최적화된 배움의 터전.
그것이 바로 영웅 사관 학교였다.
레오는 그저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손을 내밀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넘어질 것 같을 때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준 후 다시 등을 떠밀었다.
‘강함은 자기 손으로 쟁취했을 때 가치가 있는 거니까.’
레오가 힐끗 루크를 바라보았다.
주위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건 본인뿐이다.
그리고 루크는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하고 있다.
“기말고사가 기대되는군.”
***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세이룬의 2학년 회의실.
그곳에서 2학년 총괄 담당을 맡은 레베르가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레오 플로브! 그 오만불손한 루메른의 불량학생을 교환 학생으로 받는다니요!”
쾅-!
레베르가 거칠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의 눈에는 진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레오 플로브.
지난 스미스 전속 계약에서 레베르는 레오에게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량학생으로 각성한 루니아를 다그치는 자리에서 레오는 레베르에게 창피를 준 것이다.
아직도 루나의 세계 공략 보상으로 얻은 폴리움을 눈앞에서 흔들며 비웃음을 날리던 레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마에 핏발이 선 레베르가 말했다.
“게다가! 루니아 학생은 최근 들어 다시 교화되고 올바른 세이룬의 우등생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레베르의 외침에 헤르디움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레베르 선생님.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만…… 그 교화 수업…… 정말로 효과는 있는 겁니까?”
1학년 때부터 루니아를 담당해온 헤르디움은 그 누구보다도 루니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헤르디움 입장에서 루니아에게 교화 수업이나 교정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물론 과격한 언동과 행동을 하는 경향 있긴 하지만…… 루니아 학생은 충분히 자신을 자제할 줄 알고 또한 주변 학생들을 챙기는 리더쉽이 있는 학생이야.’
세상에 어른이 바라는 완벽한 우등생이란 없다.
거기에 더해 어른들이 바라는 우등생의 상이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사실도 많은 학생을 지도한 헤르디움은 잘 알고 있었다.
레베르가 말하는 우등생이란 엘프 종족주의자들 기준에 맞춘 우등생을 의미한다는 것도.
‘게다가 보충 수업이라는 명목하에 진행되는 그 수업의 내용.’
헤르디움이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루니아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헤르디움의 귓가에 맴돌았다.
“효과가 있습니다. 루니아 학생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루니아의 보충 수업을 담당하는 오를렌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 오를렌을 보며 헤르디움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걘 옛날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는데.’
바뀐 게 있다면 내숭을 떠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레베르나 오를렌이나.
올해 갑작스럽게 세이룬으로 부임한 선생들이라는 걸 감안해도.
그들은 교육자로서의 능력이 너무도 떨어졌다.
하지만 헤르디움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꺼내봤자 힘들어지는 게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좋은 기회다. 레오 학생은 분명 세이룬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거야.’
헤르디움 역시 지금의 세이룬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헤르디움의 눈에 비친 레오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변화를 불러올 만한 그릇을 가진 학생이었다.
‘지금도 최악이니 이보다 최악이 되지는 않겠지.’
헤르디움이 굳은 표정을 지을 때였다.
“레베르 선생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우아한 손짓으로 찻잔을 들어 올린 오를렌이 차를 한 모금 홀짝인 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레오 플로브가 루니아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