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36)
336
세이룬의 1학년 전체 석차 3등.
에클레르 웰아룬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어, 언제 온 거지?’
하얀 머리카락에 붉은색 눈동자를 가진 자신의 동급생을 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힐끗, 남학생. 엘릭 드원을 보았다.
엘릭은 자신의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덤덤히 레오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 소년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진즉에 눈치챈 모양이었다.
‘윽! 쪽팔려.’
세이룬 1학년 차석.
엘릭 드원은 입학 당시부터 가까이 지낸 친구였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임과 동시에 넘어야 하는 라이벌로 여기고 있기도 했다.
엘릭은 알아차리고 자신은 몰랐다는 사실에 에클레르는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이내 기세를 되찾았다.
‘난 정통 마법사고 엘릭은 전투 마법사니까! 그 차이야!’
쾌활하게 떨쳐낸 에클레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
에클레르의 물음에 레오는 잠시 고민하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레일이라고 해.”
레오와 카일의 이름을 합쳐 대충 가명을 댔다.
레오의 말에 에클레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네. 상급반은 아닌가봐?”
“응.”
“좋아, 그럼 어디 가서 소문내면 안 된다?”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한 에클레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1학년 수석이자 팅겔 가문의 직계인 레아 팅겔! 당연히 알고 있겠지?”
“응.”
레오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레오가 레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라곤 그저 세이룬 팅겔의 후손이라는 점과 루메른에 초빙 교수로 온 티나의 조카라는 점 정도가 전부였다.
대영웅인 레오가 전도유망하다고는 해도 아직 영웅 후보생에 불과한 애송이에게 관심 가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모른다고 할 수 없으니.’
애초에 같은 1학년으로서 1학년 수석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
레오의 반응에 에클레르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 레아가 말이야! 오늘 수업에서 요정왕 실로드님을 소환했어!”
잔뜩 들뜬 얼굴로 말한 에클레르는 수다쟁이인 듯 자신이 오늘 수업에서 말한 걸 이야기하고 싶어 못 참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에클레르의 말에 엘릭이 덤덤하게 말했다.
“정확하게는 소환은 아니지. 그저 요정왕님의 의지만 불러왔을 뿐이잖아.”
피닉스와 요정, 페가수스 정도 되는 최고위 환수의 경우에 자신을 소환하려는 자의 부름에 응할 때 꼭 본체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소환사에게 ‘목소리’ 만 전할 수도 있다.
보통은 그걸 ‘소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목소리만 들려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자로서 아직 그릇이 부족한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환수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
“5000년 동안 침묵하던 요정왕님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거의 소환 한거나 마찬가지지! 선생님들도 그랬잖아?”
“그건 선생님들의 주장에 불과해. 소환학에는 그걸 소환이라고 하지 않아. 레아 스스로도 소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걸 네가 소환이라고 포장하면 어떻게 해?”
“윽!”
“그리고 레아 혼자 힘으로 이루어낸 소환 의식도 아니잖아.”
“혼자 힘으로 이루어낸 소환 의식이 아니라고?”
레오가 의아한 듯 묻자 엘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알잖아? 오늘 상급반이 수업을 한 곳은 혜성의 전당이었어.”
혜성의 전당.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이 남긴 마도구와 마도서들이 있는 세이룬의 최중심부였다.
물론 레오는 역시나 혜성의 전당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저 이름 때문에 혜성의 마법사와 연관이 있겠구나 싶었다.
“그곳에서 레아가 대표로 코메테스를 잡았거든. 코메테스의 힘을 이용해 요정왕의 목소리를 들은 거였어.”
‘코메테스…….’
루나를 대표하는 마도 지팡이는 폴리움이지만 꼭 루나가 폴리움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전장과 상황에 따라.
그리고 상대하는 적의 성향에 따라.
루나는 폴리움을 제외하고도 다른 지팡이들을 사용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코메테스였다.
드웨노가 만든 마도 지팡이로 폴리움 만큼은 아니지만, 루나가 애용했던 지팡이였다.
‘물론 진품은 아니지만.’
코메테스 역시 루나의 마지막 전투에서 폴리움과 함께 부러졌다.
후대에 진품은 전해지지 않는다.
지금 전해지고 있는 코메테스는 혜성의 마법사가 3000년 전.
최초로 루나의 세계를 공략하면서 얻은 공략 보상이었다.
비록 가품이지만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 마도 지팡이다.
‘현존하는 마도 지팡이 중에서는 최강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어찌 보면 당연했다.
드웨노가 직접 만든 신기급의 마도 지팡이인 데다가 루나가 직접 마력을 불어 넣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의 코메테스에는 세이룬의 마력까지 깃들어있다.
말 그대로 그 자체만으로도 강대한 지팡이였다.
‘코메테스의 힘을 빌렸다면 아직 부족해도 실로드의 목소리를 듣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코메테스에는 실로드의 맹약자였던 루나의 마력까지 깃들어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해도 그 나이에 요정왕과 대화를 나누다니. 재능이 뛰어난 모양이네.’
레오가 현재 세이룬 1학년 수석에게 흥미를 느끼며 말했다.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워.”
그 말을 남기고 레오는 자신의 방을 찾아 걸어갔다.
레오가 사라지자 에클레르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중급반인지 하급반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한 애네. 우리 앞에서 주눅도 안 들고.”
“우리 보다 낮은 반이라고 우리에게 주눅들 이유는 없잖아?”
“그렇긴 한데.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반 등급이 곧 계급이잖아. 작년에는 안 이랬다고 들었는데.”
에클레르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쿠션을 껴안았다.
“같은 반 애들도 학년 대표라고 눈치만 잔뜩 보고 가까이 올 생각도 안 하고! 난 청춘의 향기가 팍팍 풍기는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었다고! 친구도 잔뜩 사귀고! 콩닥콩닥한 연애도 해보고! 이런 쓸데없는 권위적 학창 생활은 싫단 말이야!”
에클레르가 소파에 누워 마구 버둥거렸다.
그에 엘릭이 안경을 고쳐 썼다.
“너 지금 그 행동. 선생님들께 말씀드리면 벌점이야.”
“고자질할 거야?”
“나나 레아는 몰라도 다른 애들 앞에서는 행동 조심해.”
호시탐탐 학년 대표의 자리를 노리는 같은 반 학생들을 떠올리며 몸을 축 늘어트렸다.
“어제 하급반 애들이 교실에서 떠드는 걸 봤어. 그걸 보고 하급반 애들은 좋겠다 싶더라.”
“……아직 학기 초라서 그래. 곧 친해질 거야.”
“정말 그럴까?”
에클레르가 한숨을 푹 쉬며 몸을 일으켰다.
침울한 얼굴로 에클레르가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 에클레르를 보며 엘릭 역시 안경을 고쳐 쓰고 휴게실 바깥으로 보이는 1학년 건물인 ‘시작의 성’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괜찮은 건지 모르겠군.’
친구인 에클레르를 다독여주긴 했지만 엘릭 역시 학업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에클레르는
‘다른 영웅 사관 학교들도 이런 건가?’
회의감이 깃든 엘릭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
다음 날.
레오는 아침 일찍 반을 나섰다.
전날 세이룬에 도착하고 레오를 1학년의 성까지 안내해준 오를렌이 준 약도에는 레오가 공부할 반의 위치까지 함께 있었다.
1학년 교실 구역은 제법 복잡했다.
그렇기에 넉넉하게 미리 교실에 도착하기 위해 일찍 기숙사를 나섰다.
‘아침은 굶지 뭐.’
가끔 한 끼를 굶는 레오를 볼 때면 친구들은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곤 했다.
‘야! 솔직히 말해서 한참 자랄 나이인 우리한테 밥을 굶긴다는 게 말이 되냐?’
‘옳소! 옳소!’
한 끼 식사의 중요성에 대해 칼이 말할 때면 첼시를 포함해 다른 친구들이 동의하곤 했다.
물론 전생에 익숙한 레오는 그 한 끼 예찬론에 그다지 공감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성향은 세이룬도 다르지 않은지 기숙사 구역에 포함된 식당가에는 학생들이 북적이며 활기가 가득했다.
그런 식당을 지나쳐 레오는 일찍 교실 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배정된 반을 찾을 수 있었다.
“뭐, 당연한 건가?”
레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세이룬에서 레오에게 배정해준 반은 ‘하급반’ 이었다.
“생각을 하는 게 어떻게 이렇게 뻔하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으로 들어선 레오는 순간 멈칫했다.
하급반은 넓었다.
얼마나 넓은 지 백 개도 넘어 보이는 책걸상이 있는데도 좁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교실도 전체적으로 낡았으며 분위기 역시 학업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뭐지? 세이룬은 상급반, 중급반, 하급반으로 나뉘고 같은 등급의 반에서도 1, 2, 3반으로 나뉜다고 들었는데?’
레오가 슬쩍 교실문 위쪽에 있는 ‘하급반 교실’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레오는 반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어쨌든 교환 학생 신분인 만큼 착실한 우등생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 앉은 레오는 칠판 위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커다랗게 한 가지 문구가 있었다.
[자신을 믿어라.]‘세이룬의 교훈이군.’
각 영웅 사관 학교의 교훈은 설립자들이 학교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루메른은 한계를 넘어라.
세이룬은 자신을 믿어라.
아조니아는 앞으로 나아가라.
데미안은 가능성을 추구하라.
각 영웅 사관 학교의 교훈들을 떠올리는 사이.
딩동-댕동-
어느새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순간 레오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교실을 둘러보았다.
‘왜 아무도 없어? 설마 그 선생이 날 물 먹인 거야?’
레오가 오를렌을 떠올리며 미간을 좁힐 때였다.
드륵-!
교실문이 열리며 여성 엘프가 들어왔다.
선생 차림을 한 그녀는 레오와 눈이 마주치고는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당황한 얼굴로 바깥에 있는 교실 이름을 확인한 후 레오를 보았다.
“저기……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넌 누구니?”
엘프 선생은 레오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이번에 하급반에 온 레일이라고 합니다.”
“하, 하급반……?! 설마 중급반 출신이니?”
“설명하기 복잡한데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거예요.”
레오는 세이룬의 윗선이 선생에게조차 교환 학생 설명을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속으로 혀를 차며 대답했다.
이상한 대답.
하지만 엘프 선생은 감동한 얼굴로 레오에게 달려왔다.
“만나서 반가워! 난 오늘부터 네 담임이 될 로라 퀴르야! 앞으로 선생님이랑 열심히 공부하자!”
레오의 손까지 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로라.
마치 학생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기쁜 듯 감동까지 하는 로라를 보며 레오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이 최선을 다해서 중급반에 다시 갈 수 있게 해줄게!”
“아, 예. 그런데 다른 애들은요?”
“그, 그게…….”
로라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떠듬떠듬 말했다.
“그…… 첫 수업은…… 오러 기초학 수업이거든.”
“…….”
레오가 눈을 깜빡였다.
‘오러학 수업?’
잠시 고민하던 미간을 좁혔다.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세요? 다른 선생님은 없어요?”
“……응.”
로라가 귀를 축 늘어트리며 레오의 눈치를 살폈다.
‘마법사가 오러학을 가르친다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로라는 기사가 아니라 순수한 마법사였다.
그런 로라가 오러학을 가르친다니?
레오가 인상을 찡그리자 로라가 허둥지둥 말했다.
“호, 혹시 듀얼 클래스로 기사학을 선택했니? 걱정마! 선생님이 진짜 열심히 공부했거든!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꼭 쥐던 로라가 이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아니야. 난 큰 도움이 안 될 거야. 너도 다른 아이들처럼 3교시에 들어오면 돼.”
“2교시는 뭔데요?”
“영력 기초학.”
“그것도 선생님이 가르치세요?”
“……응.”
‘막장이잖아.’
명색이 세계 4대 교육 기관 중 한 곳.
세이룬의 커리큘럼치고는 지나치게 엉망이었다.
눈앞의 로라가 뛰어난 마법사인건 알겠다.
그런데 마법사가 뛰어나다고 오러학이나 영력학을 가르칠 수는 없다.
“다른 애들은요?”
“……하급반 애들은 3교시인 별의 마법 시간에만 들어와.”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네.’
레오가 깊은 한숨을 내쉴 때였다.
드륵-
“선생님, 안녕하세요. 잠시 교과서를 놔두고 와서 들렀습니다.”
쾌활한 인상의 여학생 한 명이 교실로 들어왔다.
“앙르.”
로라가 씁쓸한 얼굴로 여학생의 이름을 불렀다.
앙르는 맨 뒤의 자기 자리로 향하다가 레오를 발견하고는 이내 우옷? 하며 놀랐다.
그러고는 레오에게 다가갔다.
“중급반에서 온 거야?”
“응.”
“그거 안 됐네.”
앙르는 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내 이름은 앙르 비잔. 네 이름은?”
“레일.”
“같이 힘내보자. 레일.”
손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하는 앙르가 이내 깊은 푸념을 내뱉었다.
“힘들겠지만.”
앙르의 손을 잡은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이게 하급반이라고?’
앙르의 실력은 척 보기에도 하급반 수준이 아니었다.
루메른에 있는 기사학과 1학년 탑클래스급의 수준이었다.
‘이거 완전 똥통 학교가 다 됐잖아?’
이만한 학생이 하급반에서 썩고 있다니.
세이룬에서 영웅의 자질을 가진 학생을 보러 온 레오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런 식이면 있던 자질도 사라지겠는데?’
당장에 눈앞에 앙르의 눈에 회의감이 깃든 게 보였다.
레오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냥 멜에게 싹수 있는 애들 다 루메른으로 전학시키라고 해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