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53)
353
혜성의 전당.
세이룬의 중심에 있는 건물.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세이룬의 중심에 있다는 상징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혜성의 마법사가 남긴 수많은 마법적 유산.
그리고 세이룬이 이때까지 쌓아 올린 역사가 잠들어있는 곳이었다.
본디 외부인은 물론이고 학생들에게조차 쉽게 허락되는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세이룬에서 열리는 학회를 위해 이곳이 오픈되었다.
그에 따라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마법사들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헤성의 전당이라니.”
“설마하니 혜성의 마법사께서 남기신 마법적 유산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군.”
5000년 전.
성운의 시조 루나 이후에 가장 위대한 마법사라 평가받는 혜성의 마법사.
그녀는 단순히 엘프만의 우상이 아니었다.
루나가 모든 마법사의 존경의 대상인 것처럼.
루나의 후계자라고 평가받고 루나의 유산을 재해석하여 후대에 전한 세이룬 역시 마법사들에게 있어 깊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혜성의 전당을 학회기간 동안 자유롭게 오픈하게 한 것은 교장 대리, 르하겐님의 배려이십니다.”
오를렌은 혜성의 전당에 들어선 학회 참석자들에게 덤덤히 말했다.
“혜성의 전당 안내는 세이룬의 학생들이 맡을 예정입니다. 혜성의 마법사께서 남기신 마법적 유산의 가치를 음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학회 참석 마법사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 세이룬의 교장 대리, 르하겐이 엘프 우월주의자라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 르하겐이 외부의 마법사들에게 세이룬의 유산을 공개했다는 건 굉장히 의외였다.
학회 참석 마법사들에게 세이룬의 학생들이 붙었다.
사실 학생들은 말이 가이드지 혹여라도 허튼짓을 하지 못하게 할 감시역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내를 맡은 에이란 에르사르라고 합니다.”
레오와 안나 부교수 앞에 선 에이란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에이란 에르사르.’
그런 에이란을 보며 안나 부교수가 생각에 잠겼다.
‘압도적인 실력의 마검사라고 들었는데.’
경쟁 학교 2학년 차석인 만큼 안나 부교수는 에이란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었다.
‘작년 루세전에서도 활약이 인상 깊었지. 할린드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레오 학생과 제법 인연이 깊…….’
“레, 레오님. 레오님의 안내를 맡게 되어 영광이에요.”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숙인 채 쭈뼛쭈뼛 말하는 에이란을 보며 안나 부교수가 입을 가렸다.
‘어머. 세상에나.’
한눈에 보기에도 레오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있는 에이란을 보며 안나 부교수는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레오는 그런 에이란을 보며 말했다.
“안내 잘 부탁해.”
“네!”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 에이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디부터 보고 싶으세요?”
“혜성의 마법사가 쓴 마도서 원본부터 보고 싶은데?”
“넵! 도서관으로 안내해드릴게요!”
에이란이 앞장서서 두 사람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런 에이란의 뒤를 다르며 안나 부교수가 레오의 팔을 툭툭 쳤다.
“좋겠어요, 레오 학생. 풋풋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
레오는 무슨 소리냐는 듯 안나 부교수를 보았다.
“에이란 학생, 레오 학생에게 마음에 있는 것 같은데요?”
어딘지 모르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안나 부교수가 말했다.
“많은 남학생의 꿈 아닌가요? 아름답고 꽃다운 소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 청춘이네요.”
“안나 부교수님은 청춘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시네요.”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빙긋 웃은 안나 부교수가 말했다.
“말해봐요. 루메른에서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잖아요? 2학년 남학생 중 아바드 학생이나 듀란 학생만큼 러브레터를 많이 받잖아요?”
‘러, 러브레터?’
앞서 걷던 에이란이 귀를 쫑긋거렸다.
“후배들에게도 인기 좋고. 선배들도 레오 학생에게 관심이 많잖아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안나 부교수가 레오의 옆구리를 톡톡 쳤다.
“연애를 한 번 정도는 해보지 않았나요?”
‘여, 연애?!’
에이란의 얼굴이 당장에라도 터질 듯 붉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안나 부교수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엘프 아가씨는 역시 순진하네요. 고작 연애 정도로 어쩔 줄 몰라 하다니.”
‘……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고작 연애 정도가 아닐 것 같은데.’
헛웃음을 터트리며 레오가 말했다.
“학업에 바쁜데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재미없는 우등생 같은 소리를 하기는.”
안나 부교수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에이란이 안도했다.
“예쁜 여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참 사춘기 소년인 레오 학생도 이성에 관심 많을 나이는 아닌가요?”
“제가 학생들 상대로 연애를 하면 뭐랄까,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라서요.”
“범죄?”
안나 부교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레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에이란은 콩닥콩닥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착실하게 두 사람을 도서관에 안내했다.
“여기가 바로 세이룬님께서 남긴 마도서가 있는 도서관입니다.”
“역시 세이룬님이네요.”
안나 부교수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마법사로서.
세계를 위기에서 구해낸 위대한 개벽의 영웅 중 한 사람이 직접 쓴 마법 기록을 보는 건 굉장한 영광이었다.
“안나 부교수님, 궁금한 점이라도 있으세요?”
에이란이 부드럽게 웃으며 묻자 안나 부교수가 빙긋 웃었다.
“난 괜찮으니 레오 학생에게 가봐요.”
“예?”
안나 부교수가 당황하는 에이란의 등을 떠밀었다.
당황하면서도 에이란은 도서관 책장 사이사이를 걷고 있는 레오에게 다가갔다.
“좋을 때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안나 부교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은 망할 교수 놈의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으니…….”
렌을 떠올리며 안나 부교수가 한숨을 쉴 때였다.
“저기…… 루메른의 안나 부교수님이죠?”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세이룬의 1학년들?’
안나 부교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혜성의 전당에 견학이 허락된 건 외부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세이룬 학생들도 견학이 되었다.
학회 참석 마법사들의 안내를 받지 않은 학생들은 모두 조를 짜서 혜성의 전당을 견학하고 있었다.
그건 1학년 하급반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앙르 비잔이라고 합니다.”
대표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앙르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레오 선배님이 안나 부교수님을 뵙게 되면 꼭 감사의 말씀을 드리라고 했어요.”
환하게 웃는 앙르를 보며 안나 부교수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 이번에 레오 학생에게 지도를 받았다는 학생들이구나.’
[별의 마법 입문서]를 통해 실력을 크게 향상시킨 하급반 학생들.안나는 레오가 전해준 자료에 있던 이름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빙긋 웃었다.
“감사할 것 없어요. 저는 그저 여러분께 길을 제시한 것뿐이에요. 그 길을 개척하고 성과를 이룬 건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래도 저희에게는 절망뿐이었는 걸요. 그래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기…….”
앙르는 종이 상자 하나를 안나에게 건넸다.
종이 상자 안에는 안나에게는 물론이고 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편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얼굴은 모르지만, 자신들에게 기회를 준 루메른의 교수진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그걸 받으며 안나 부교수는 마음이 찡해지는 걸 느꼈다.
“물론 세이룬에서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앙르를 보며 안나 부교수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걱정 마요, 여러분이 잘못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설령 잘못된다고 해도 이 편지를 받으면 아마 렌 교수님이 여러분을 도울 거예요.”
렌 교수에게 있어서도 이들은 자신의 논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자산이었다.
‘루메른에 입학시키겠다고 난리를 피우실지도 모르지.’
안나가 깊게 심호흡했다.
‘이번 학회에 많은 게 달렸어.’
[별의 마법 입문서]가 엘프들에게 이단이냐.혹은 새로운 가능성이냐에 따라 이후 마법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정신 차리자.’
뚜벅-
걸음을 옮기던 레오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책장 꽂혀 있는 마도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란이 말했다.
“여기 있는 기록들은 대부분이 세이룬님께서 마법에 입문했던 시절에 남긴 기록이라 찾는 사람이 드문데, 레오님이 여기에 기록에 관심을 가지시다니 의외네요.”
눈을 깜빡거리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 에이란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요즘 마법사들은 마법사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후기 기록을 참고하는 편이지.”
마법의 가치관이 확립된 이후의 기록을 찾는 게 확실히 그 마법사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알맞다.
“하지만 난 옛날 마법사라서.”
레오가 피식 웃었다.
“초심이 중요하듯 초창기의 행적이 그 마법사의 가치관을 이룬다고 생각하거든.”
“확실히 레오님은 어른스럽기는 하죠. 그런데 어느 시대 이야기인가요?”
옛날 이야기를 듣는 소녀처럼 에이란이 눈을 반짝였다.
‘5000년 전.’
피식 웃으며 속으로 대답한 레오가 세이룬이 10대 때 남긴 마법 기록을 넘겨보았다.
사실 혜성의 마법사의 10대 초중반의 기록은 엘프 마법 학계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엘프들이 혜성의 마법사의 가장 큰 위업인 별의 마법의 재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세이룬에 대해 연구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남긴 별의 마법에 관한 지식은 300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완벽하게 해석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레오는 별의 마법사로서의 세이룬에 대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루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세이룬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마도서를 읽어 가던 레오가 혀를 찼다.
‘자기 수기 기록에 그런 건방진 기록을 남길만하군.’
레오는 자신을 등신이라 표현했던 세이룬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자신의 수기 기록에 관해서 직계들 이외에 보지 말라는 말을 남겨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자신은 루나를 열렬하게 사랑한 사람으로 기록될 뻔했다.
‘그랬으면 보자마자 목을 졸라줬을 거야.’
본적도 없는 후배에게 욕을 퍼부어주며 레오는 마도서로 다시 관심을 기울였다.
올 클래스이지만 레오 역시 한 사람의 마법사.
마법사가 직접 남긴 기록에서 많은 걸 볼 수 있다.
‘아주 그냥 천방지축이군, 그래.’
기록에서 비춰진 세이룬의 성격은 자신 마법 가치관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따로 메모가 남은 건 아니지만 해석된 기록만 봐도 그 성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거 완전 루나랑 붕어빵이잖아?’
십 대 특유의 치기 어린 기록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했다.
‘루나랑 직접 만났다면 엄청 싸웠겠어.’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겠는걸.’
책을 책꽂이에 돌려놓은 레오가 생각했다.
‘자신을 믿어라 라는 말을 교훈으로 남길만하군.’
세이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걘 대체 왜 그런 거짓부렁을 수기로 남긴 거야? 소설을 써도 현실에 기반해서 써야 할 거 아니야?’
세이룬은 루나의 세계의 공략자.
그렇다면 루나의 감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했을 것이다.
“에이란.”
“네?”
“넌 성운의 시조가 시작의 영웅을 좋아했다면 어떨 것 같아?”
“……상상이 안 가는데요.”
평소 망상하기 좋아하는 에이란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뭐랄까, 고결한 루나님께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감히 상상하기 힘들어서…….”
“그럼 시작의 영웅이 성운의 시조를 좋아했다면?”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요? 멋져요!”
‘……이 망할 귀쟁이들이 아주 자기들 좋은 식으로 해석하는군. 걔 안 고결해! 안 고결하다고!’
레오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결국 세이룬은 자기 좋을 대로 소설을 써서 후손들에게 남긴 것이었다.
‘만나면 엉덩이를 걷어차 줄 테다.’
***
혜성의 전당에 대한 견학이 끝나고.
학회 발표를 앞둔 시점.
교장 대행 르하겐이 앞으로 나섰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외빈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혜성의 전당에서 말했다.
그가 선 단상 위에는 혜성의 마법사를 상징하는 마도 지팡이 ‘코메테스’ 가 있었다.
마법사들은 실물로 본 코메테스를 보며 감탄했다.
“혜성의 전당을 통해 세이룬님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이후 이어진 르하겐의 말에 학회 참석 마법사들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딱히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저기에 대놓고 반발해봤자 피곤해 질뿐인 데다가 혜성의 마법사가 위대하다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마법사라면 누구나 저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혜성의 마법사의 위대함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회에 앞서 우리 세이룬은 더욱 위대한 도약을 위한 발견에 대해 이야기 할까 합니다.”
르하겐의 말에 모든 이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위대한 개벽의 영웅, 세이룬님의 히어로 레코드가 발견되었음을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바입니다.”
웅성웅성-
그 말에 학회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견학을 위해 참석한 세이룬 학생들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뚜벅뚜벅-
그런 가운데 오를렌이 고급스러운 목함 하나를 들고 단상 위로 걸어왔다.
르하겐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세이룬님의 히어로 레코드를 최초로 발견하고 발표한 공로라면 충분히 세이룬의 교장 자리에 오를 수 있겠지.’
지금은 교장 대리에 불과하지만.
순혈회의 힘이 더 강해진다면 자신은 정식으로 교장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딸깍-
목함을 열자 히어로 레코드 조각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님의…….”
우웅-!
일순간 히어로 레코드가 빛났다.
그걸 본 르하겐이 멈칫했다.
‘이 반응… 설마 영웅의 세계가 열리는 건가?’
르하겐이 놀랄 때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오 학생?”
안나가 당황하는 순간.
화르르르르륵-!
세이룬의 히어로 레코드에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