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73)
373
한바탕 소란이 있은 후.
레오의 방 안에 아홉 명이 모였다.
4명의 1학년들은 함께 모여 선배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보란 게 뭐야?”
팔짱을 낀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 첼시의 말에 칼이 말했다.
“우아르겔라의 지하에 뭔가 있어.”
“근거는?”
“최근 엘레헴에 우리 학교 말고도 다른 영웅 학교의 학생들이 파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그런 칼의 말에 다른 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영웅 학교? 어딘데?”
“아조니아야.”
수인 영웅 사관 학교 아조니아.
확실히 대륙 남부는 아조니아의 주 활동 무대였다.
만약 엘레헴이 영웅 던전을 숨기고 있다면 아조니아에서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조니아 애들이 우아르겔라의 지하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자취를 감췄다고 하더라.”
칼의 말에 클로에가 감탄했다.
“넌 대체 이런 정보는 어디서 알아 오는 거야?”
클로에의 말에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쥬엔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거 때문에 오늘 온종일 더러운 뒷골목과 술집을 전전해야 했다고요.”
“고생 많았어.”
멘티인 쥬엔을 향해 칼이 쓰게 웃었다.
오늘 함께 정보를 모으면서 가장 고생을 한 게 쥬엔이었다.
남부 마탑주의 딸인 쥬엔은 척 보기에도 고귀한 아가씨였다.
척 보기에도 고귀한 아가씨인 쥬엔은 뒷골목 부랑자들의 표적이 되기 충분했다.
온갖 음담패설과 모욕은 기본이고 섣부르게 덤벼드는 자까지.
‘뭐, 그런 것들이야 칼 선배가 다 혼쭐을 내주긴 했지만.’
쥬엔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칼을 힐끗 바라보며 살짝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정보를 모으면서 그것 말고 여러 가지 알아낸 게 있지.”
칼의 표정이 살짝 어둡게 변했다.
“이 나라는 역시 겉보기와는 달랐어.”
“겉보기와는 달랐다니?”
“최대빈민국답다는 거죠. 나라 상황이 완전 막장이에요. 겉모습은 진짜 말 그대로 신기루죠.”
쥬엔이 툴툴거렸다.
우아르겔라에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부유한 거리의 모습에 의문을 토했지만.
뒷골목을 전전하며 느낀 건 이 나라가 병들어있다는 점이었다.
칼과 쥬엔의 말을 듣고 다른 학생들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영웅은 단순히 타르타로스에 맞서는 자가 아니다.
세상을 이끌고 변혁시키는 존재.
눈에 담은 이들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 나가는 일을 하는 것 역시 영웅의 사명이다.
그렇기에 영웅 후보생 입장에서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이 나라의 이야기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를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클로에의 멘티인 베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당장에는 없지. 명분이 없으니까. 게다가 우린 일개 1, 2학년이기도 하니까.”
칼이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쉬었다.
방안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 때였다.
“반장은 환락의 거리에서 어떤 정보를 얻어 왔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일리아나가 레오에게 물었다.
“나도 우아르겔라의 지하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엘레헴 왕궁에서 직접 우아르겔라의 지하에 사람을 보냈다고 들었거든.”
레오의 말에 다른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우아르겔라 말고 다른 곳에도 엘레헴의 왕궁의 손길이 닿고 있다는 정보도 들었어.”
“다른 곳? 거기가 어딘데?”
“마물의 숲.”
“마물의 숲이라.”
칼이 팔짱을 꼈다.
“확실히 만약 거기에 영웅 던전이 생성되었다면 숨기기는 쉽긴 하겠는걸?”
숲 전체가 마물 여왕에 의해 저주받은 땅.
그곳은 머나먼 과거.
재앙의 시대 이전에는 그곳은 엘프들의 터전이었다.
그리고 루나의 고향 숲이기도 했다.
작년 마물 여왕이 토벌된 이후 숲의 저주 역시 풀렸을 것이다.
‘그곳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두 몰아내야 진정한 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고향의 완전한 해방 역시 루나가 염원했던 일 중 하나였다.
루나를 떠올리며 레오가 쓴웃음을 지을 때였다.
“그렇다면 일단 우아르겔라의 지하부터 본격적인 탐색을 시작해볼까?”
첼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구는 내가 알아. 내일 모이도록 하자.”
레오의 말에 루크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라면 역시 미궁 같은 곳이겠죠?”
“분명 그럴 거야.”
“준비 단단히 하자.”
모두가 진지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미궁이 아니라던데.”
“응?”
“그럼?”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불법 카지노래.”
***
다음 날 아침, 일행은 모두 떨떠름한 얼굴로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는 입구.
그리고 주변에 연미복을 입은 말쑥한 남자들이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클로에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법 카지노라면서.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게 영업을 해도 되는 거야?”
의문을 드러내는 클로에를 보며 칼이 말했다.
“이 나라의 막장 성을 고려해 본다면…… 막대한 뇌물을 먹여서 운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칼의 말은 정답이었다.
우아르겔라의 지하 카지노는 환락의 성처럼 엘레헴 뒷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우아르겔라의 영주조차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곳.
그걸 위해 카지노는 엄청난 뇌물을 귀족과 공직자들에게 제공하고 운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치외법권이라고 했었지.’
말 그대로 무법지대였다.
그렇게 아홉 명의 학생이 지하 카지노에 다가가려고 했다.
“어서오십시오, 신사 숙녀 여러분. 지하 낙원, 쉐도우입니다.”
연미복을 입은 미남이 우아하게 인사했다.
그런 남자를 보며 칼이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놀고 싶은데요.”
칼의 말에 쉐도우의 직원은 일행을 쭉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하지만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쉐도우에 들어 올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신분 때문에 그런 거라면 이 옷이면 우리 신분이 보장된다고 생각 되는데요? 우린 루메른의 학생이에요.”
루메른 학생 신분은 어딜 가든 VIP 대우를 받는다.
그렇기에 루메른 학생을 사칭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걸린다면 단순한 주의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쉐도우의 직원은 칼의 말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루메른 학생의 신분이 저희 가게에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말에 칼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 학생 신분으로도 안 된다고? 그럼 대체 뭘 해야 하지?’
입장을 거부당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칼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가만히 있던 루크가 물었다.
“그 자격이란 게 뭔가요?”
“자격은 간단합니다.”
쉐도우 직원의 말에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쉐도우 직원이 빙긋 웃으며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옷 가게였다.
“저희 가게에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이란 바로 저희 가게에 어울리는 복장입니다.”
“하?”
잔뜩 긴장하던 일행이 일순간 김빠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장하는 다른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처럼 화려하게 입고 있었다.
“어울리는 복장으로 다시 저를 찾아주시면 입장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연미복의 직원은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쉐도우의 옆에 있는 옷가게에 도착한 칼의 얼굴이 참혹하게 변했다.
“고급 천으로 만든 옷이란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 터무니없는 바가지는 대체 뭐냐고!?”
옷에 있는 가격표를 확인하며 칼이 진저리를 냈다.
그런 칼의 반응에 오스틴이 말했다.
“그래도 학교에서 지원금을 많이 주지 않았습니까?”
오스틴의 말에 칼이 쯧- 혀를 찼다.
“제르딩거 수련 기사 출신이라 역시 세상 물정에 어둡군. 지원금을 많이 받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건 물건에 맞는 값어치를 지불하느냐 마느냐라고! 다른 옷가게랑 열 배가 넘게 차이 난다는 게 말이 되냐?”
루크의 경우에는 옷의 가격을 보고 굳은 채 ‘이 가격이면 빵이 한 개…… 두 개…….’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상식을 붕괴시킨 가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선배!”
탈의실 커튼을 열고 나온 쥬엔이 칼 앞에 섰다.
대륙 남부인 특유의 건강미 넘치는 옅은 갈색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순백의 드레스.
하얀 진주 목걸이와 팔찌로 포인트를 주고 상아를 깎아 만든 힐을 신은 쥬엔은 발랄하게 웃으며 한 바퀴 턴을 해보았다.
“어때요?”
“예뻐요, 쥬엔 양.”
“오, 아름다운 레이디가 됐군.”
루크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고 오스틴은 감탄했다.
그에 우쭐한 쥬엔이 훗- 하고 웃을 때였다.
터벅터벅- 텁!
“어?”
쥬엔은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짚는 칼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서, 선배?”
평소 마이페이스였던 쥬엔답지 않게 당황하며 칼을 불렀다.
칼이 진지한 눈으로 쥬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쥬엔?”
“네?”
당황한 쥬엔의 얼굴이 살짝 붉어질 때였다.
“이렇게 비싼 걸 고르면 어떡해~! 나랑 이번 지원비 최대한 남겨먹기로 약속했…… 커헉!”
쥬엔의 정권 지르기가 칼의 명치를 때렸다.
어깨를 파들파들 떨며 쿵-쿵- 거리며 쥬엔은 카운터로 향했다.
“이 옷 주세요!”
그 모습을 보며 루크와 오스틴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칼이 벌떡 일어나며 한숨을 쉬었다.
“쟨 주먹만 안 매우면 1학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미녀일 텐데.”
그러면서도 손을 뻗어 머리 장식 하나를 진열장에서 꺼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지원비로 사주시는군요.”
오스틴의 말에 칼이 투덜거렸다.
“저 화를 풀어주려면 지원비를 쓰면 안돼. 이건 내 사비를 깨야지.크흑. 피 같은 내 돈.”
울상을 지으며 계산대로 향하는 칼을 볼 때였다.
“너희! 옷 안고르고 뭐해!”
치맛단이 짧아 발랄한 느낌을 주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일리아나가 불쑥 나타났다.
“이런 옷을 골라본 일이 없어서요.”
루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고 오스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아나는 슥- 오스틴을 본 다음 정장을 두 개 골랐다.
“먼저 이거부터 입고 나와.”
“예, 선배님.”
오스틴이 탈의실로 들어간 후 일리아나는 진지한 얼굴로 루크를 보더니 손을 뻗었다.
“넌 이거.”
“……선배님, 이건 드레스인데요.”
“응, 귀여운 게 너한테 딱이야.”
“여기 가발도.”
어느새 연두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첼시가 가발까지 루크에게 들이밀었다.
그에 루크가 울상을 지을 때였다.
“후배를 괴롭히면 쓰나.”
촤악-
탈의실 문이 열리고 레오가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일리아나가 입을 떡 벌렸다.
“반장의 정장 차림은 작년 1학기 중간고사 끝난 뒤로는 처음 보는데…….”
입을 헤- 벌리던 일리아나가 말했다.
“완전히 신사가 됐네.”
“레오 오빠! 멋있어.”
작년과 비교해서 키가 많이 큰 레오는 특유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넥타이가 조이는지 손가락을 걸어 느슨하게 당기는 걸 보고 일리아나가 중얼거렸다.
‘별것 아닌 모습도 그림이네.’
새삼 레오가 2학년 남학생 인기 탑 3라는 걸 깨달으며 루크의 정장을 골라 주었다.
“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선배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그때 탈의실 안에서 당황한 클로에의 목소리와 흥분된 베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베티에게 등을 떠밀린 클로에가 탈의실에서 나왔다.
어깨와 쇄골을 드러내고 등이 살짝 파인 연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클로에가 창피한 듯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우와! 클로에! 진짜 예쁘다!”
일리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을 터트렸다.
“뭔가 엄청 성숙해 보여.”
첼시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했다.
그 말에 일리아나가 씩- 웃었다.
“성숙해 보인다는 건…… 아줌…….”
쩌저저저정-!
“히익!”
괜히 클로에를 놀리다가 된통 당한 일리아나가 레오 뒤로 숨었다.
눈을 치켜뜨던 클로에는 레오와 눈이 마주치더니 얼굴을 살짝 붉히고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굉장히 어울려.”
“고, 고마워.”
얼굴을 살짝 돌린 채 새침하게 대답하던 클로에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일행이 옷 가게를 나왔다.
“자 그럼 준비가 다 됐으면.”
칼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가자!”
***
똑똑- 벌컥
“마스터.”
방 안에 들어선 남성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뭐지?”
회색 머리카락에 황금색 눈을 가진 늑대 수인 여성이 입에 문 곰방대를 빼며 물었다.
후- 연기를 내뱉는 그녀를 향해 남자가 말했다.
“또 다른 영웅 후보생들이 쉐도우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 말에 수인 여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남자가 답했다.
“그 명단에 루메른의 학생회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곰방대를 물던 수인 여성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재떨이에 탁-! 하고 곰방대를 털면서 대답했다.
“나가 봐.”
그 대답에 고개를 숙인 남자가 나갔다.
끼익-!
의자에 몸을 기댄 수인 여성이 다리를 꼬고 턱을 괸 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림자의 신께서 행차하셨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