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83)
383.
레오의 물음에 로디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개벽의 용, 로디아.
로디아는 분명 자신의 이름이다.
하지만 개벽의 용은 현재의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개벽의 용이라고 불린 건 미래의 이야기야.’
지금 시간대에서는 개벽의 용이라 불리는 건 고사하고 함께 맞서 싸울 친우들조차 알지 못하던 때다.
재앙과 맞서 싸울 무한한 가능성을 처음으로 찾아냈을 때.
그런 때에 자신을 개벽의 용이라고 부르는 인간 소년을 만났다.
로디아는 자신의 주황색 눈을 크게 뜨고 레오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루비 같은 붉은 눈동자.’
“이럴 수가.”
로디아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끝없이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 친구가 전해온 믿기지 않는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
‘얘들아. 조금만 힘내자.’
어느 순간부터 흐릿했던 눈동자는 다시 한번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희망을 만났어.’
과거처럼 환하게 웃은 세이룬이 말했다.
세이룬이 전해준 놀라운 이야기에 개벽의 영웅들은 다시 힘낼 수 있었다.
“카일…… 님?”
“진짜 로디아로군.”
세이룬처럼 히어로 레코드 속의 가짜가 아닌 진짜 로디아란 걸 깨달은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로디아는 다급히 레오의 등을 떠밀었다.
“뭐 하는 거야?”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여긴 인간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이에요!”
잠시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로디아는 레오를 창밖으로 쫓아냈다.
지금의 로디아는 개벽의 용도, 심지어 드래곤 로드도 아니다.
아직 일족의 어린 드래곤이던 시절.
게다가 사고를 친 시점이다.
이곳은 외부인이 오면 안 되는 성역.
혹시라도 들킨다면 상황이 곤란해졌다.
레오가 얼굴을 찡그렸다.
레오가 창밖으로 나가자 로디아가 다급히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잠시 후.
벌컥-
“로디아! 대체 무슨 일입니까!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는데요?”
“이곳은 히어로 레코드가 보관된 성역! 평소처럼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지 않습니까!”
드래곤으로 보이는 이들이 무서운 눈으로 로디아를 바라보았다.
로디아는 그런 드래곤들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일족의 어른들이시여. 제 어리석은 호기심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몇 번이고 정중하게 사과한 로디아는 드래곤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졸지에 로디아에 의해 창밖으로 내쫓긴 레오는 방안에 더 이상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했다.
‘드래고니아로군.’
용족의 땅.
‘아무래도 세이룬의 세계와는 다르게 에레보스가 이곳을 통해 현실로 넘어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군.’
확실히 세이룬의 히어로 레코드 조각과는 다르게 로디아의 히어로 레코드는 얼마 남지 않은 조각에 불과했다.
그 작은 조각은 에레보스 역시 통로로 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혼자 남게 된 레오는 생각에 잠겼다.
‘마물의 숲에 몬스터들이 출현하는 건 마물 여왕의 저주와는 관련이 없어.’
혹시나 하고 확인해본 결과, 저주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마물의 숲에 일어나고 있는 이상 사태는 영웅 던전이 현실을 침범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로디아의 세계.’
로디아의 히어로 레코드는 온전한 상태다.
‘내가 영웅의 세계를 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세계가 열렸어. 그렇다면 닫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개벽의 용, 로디아의 세계를 닫으시겠습니까?]레오가 생각 한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걸 본 레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메시지가 사라졌다.
‘온전한 히어로 레코드는 내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여닫는 게 가능하구나.’
히어로 레코드의 폭주에 의한 상황이 아니라면 히어로 레코드 자체가 레오의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다.
레오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방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하나의 책이 있었다.
붉은색 표지에 [히어로 레코드] 라는 글자가 새겨진 신력을 내뿜는 책.
‘온전한 상태의 히어로 레코드.’
저곳에 자신과 동료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잠시 히어로 레코드를 바라보던 레오는 방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로디아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볼까?’
***
마물의 숲.
그워어어어어!
포효를 내지르는 외눈박이 마수.
사이클롭스를 보며 칼이 중얼거렸다.
“듀란.”
“왜 부르지, 칼 토마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오우거 같은 몬스터만 출현한다고 하지 않았어?”
몬스터 보다 더 상위 존재.
타르타로스의 환수라 할 수 있는 마수.
그리고 그런 마수 중에서도 상급 마수라 평가받는 사이클롭스는 오우거와는 격이 다른 몬스터였다.
칼의 물음에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히려 잘 된 거 아닌가?”
파지지지지직-!
듀란의 몸에서 뇌전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우리가 이곳에 영웅 던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다음 날. 바로 저 지저분한 마수가 튀어나왔다. 이게 무얼 뜻하는지는 너도 잘 알겠지, 칼 토마스?”
“빙고라는 뜻이지.”
“맞다.”
듀란의 눈이 번뜩였다.
“이 지저분한 것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고 엘레헴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는 거다.”
“너 은근히 즐거워 보인다.”
“주제 파악 못 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다가 파탄에 이르는 녀석들을 구경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지.”
“성격 나쁘네.”
최상위 몬스터와 마물이 출현하는 갑작스러운 이상 사태는 마물의 숲 여기저기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영웅 던전의 갑작스러운 심상치 않은 폭주.
그 위기에 영웅 후보생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시작의 영웅 카일님. 부족하지만 개벽의 영웅들을 이끌고 는 로디아라고 합니다.”
로디아는 왼쪽 가슴을 세 번 두드리며 고개를 숙이는 용족의 예법으로 카일에게 인사했다.
그걸 본 레오가 말했다.
“3000년 전에는 그 인사법을 쓰고 있구나.”
“물론이죠. 3000년 후에는 안 쓰나요?”
“그 예법으로 인사를 하니까 노친네 같다고 엄청 웃던데.”
“네?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있는 예법인데 후대 아이들은 그 전통을 이어 나가지 않았나요? 후대 애들은 안 되겠네요.”
로디아는 개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로디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그래? 그런데 너도 틀렸어.”
“네?”
“무릎 각도가 이상하잖아. 다시 해 봐.”
“네? 아! 넵!”
레오는 리시나스에게 배운 대로 로디아의 인사법을 고쳐주었다.
“아니, 좀 더 굽혀. 허리는 펴고. 너 예법 누구한테 배운 거야?”
자신이 어딜 가서 이런 걸로 지적을 받을 신분이던가?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나 받던 예법 교육을 받으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반항할 수도 없다.
상대는 무려 2000년 전 대영웅이 아닌가?
“카, 카일님. 예, 예법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난 잠도 못 자면서 이걸 배웠는데. 후대 애들은 안 되겠네.”
억지 미소를 짓는 로디아를 보며 투덜거린 레오가 화제를 바꾸었다.
“나에 대해 아는 걸 보면 세이룬에게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군.”
“네. 그래서 몹시 기뻐요. 카일님이 제 세계에 들어와 주신 덕분에 이렇게 만나 뵐 수 있었으니까요.”
영광스럽다는 표정으로 드래곤의 예법을 올리려던 로디아는 멈칫하고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괜히 또 예의 차렸다가 지적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다른 개벽의 영웅들은 만날 수 없는 건가?”
“네. 제 영웅의 세계에서 세이룬이나 루메른, 아조니아와 데미안을 만난다고 해도 그들은 진짜가 아니에요. 히어로 레코드에 각인된 과거의 기억이죠.”
개벽의 세계에서 진짜는 그 세계의 주인뿐이라는 소리다.
“그런 거였군.”
“다행스럽게도 제 세계는 에레보스의 침공을 받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이렇게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죠.”
로디아는 미소 지었다.
“그래, 나도 너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어. 히어로 레코드도 한 번 이렇게 실물로 보고 싶었고.”
그렇게 말하면서 레오는 히어로 레코드를 보았다.
그에 로디아가 말했다.
“카일님께서는 온전한 히어로 레코드를 보는 건 처음이시죠?”
“그래.”
“……죄송해요.”
“딱히 너희 잘못이 아니잖아. 3000년 전에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으니까.”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로디아가 히어로 레코드에 다가갔다.
“한 번 보시겠어요? 물론 이 히어로 레코드는 영웅의 세계에 있는 가짜라 진짜 히어로 레코드처럼 영웅의 세계를 여는 건 불가능하지만요.”
보관되고 있는 히어로 레코드는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기에 오직 허락받은 자만이 만질 수 있었다.
레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건드리지 않았다.
로디아는 이 당시 학자로서 히어로 레코드를 연구하고 있었기에 허락된 존재 중 하나였다.
‘그래서 우연히 영웅의 세계에 들어갔지.’
그것이 개벽의 시작이었다.
뚜벅- 뚜벅-
로디아가 히어로 레코드를 펼쳐 들고 레오에게 다가갔다.
“이게 바로 제가 처음으로 들어간 영웅의 세계에요.”
“탐식왕과의 전투 때군.”
“네. 리시나스님과 카일님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죠.”
레오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로 리시나스의 페이지에 손을 뻗었다.
이 페이지에 적힌 이야기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정말 끔찍했던 기억이자 자신과 리시나스가 만났던 가장 소중한 기억.
레오가 과거를 추억하며 리시나스의 페이지를 건드린 순간.
[히어로 레코드 오픈. 리시나스의 세계. 챕터: 서장-시작]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레오와 로디아의 얼굴이 굳었다.
“뭐? 잠깐만. 여긴 영웅의 세계인데 왜 영웅의 세계 안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로디아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더해 일그러진 메시지.
“폭주?”
레오 역시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발동된 영웅의 세계는 이윽고 레오와 로디아를 집어삼켰다.
화악-!
또다시 익숙한 빛에 휩싸였다.
시야가 드러난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전장 한복판의 풍경이였다.
전투가 끝나고 마족과 몬스터, 마물의 시체가 난무한 전장.
시체가 타오르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레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늘로 향했다.
잿빛 하늘.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가드스론.’
익숙한 풍경.
레오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린 소년의 손바닥이 아니었다.
상처가 가득하고 피가 덕지덕지 묻은 남자의 손바닥.
하지만 낯설지 않다.
오히려 익숙했다.
“맞아, 카일. 내 비원은 너무도 어리석은 비원이지.”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오의 손에 힘이 들었다.
“하지만 카일. 우리는 세상을 구원할 거야.”
고개를 돌린 곳에는 그리운 동료가 서 있었다.
기억과 똑같은 모습으로.
언제나처럼 한결같은 미소로.
“함께 가자. 더 이상 네 눈앞에서 동료들이 죽어가는 모습 같은 건 볼 일이 없을 거야. 왜냐면 나도 강하거든.”
이제는 거짓말이 되어버리란 걸 아는 약속을 전하는 친구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레오를 보며 리시나스가 ‘이번에도 거절인가?’ 라는 얼굴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그녀의 비원을 이루어주고 싶다고 문득 생각하면서도.
귀찮다는 듯.
‘그래. 귀찮게 하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한데. 네 그 어처구니없는 여정에 한 번 따라가 볼게.’
그런 대답을 했었다.
그 퉁명스러운 대답에 고개를 젓던 리시나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스윽-
레오가 자신의 손을 잡지 않자 리시나스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텁-!
“……!”
자신의 손을 강하게 잡는 레오를 보며 리시나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네 말대로야. 우리는 분명…….”
친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레오가 웃었다.
“세상을 구할 거야.”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이 기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