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93)
393.
리시나스는 서재를 걷고 있었다.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마지막 원정이 시작되잖아.”
처음 들어 보는 여인의 목소리에 홀린 듯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게 된 곳에서는 한 엘프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연한 은빛 머리카락에 황금색 눈동자.
리시나스가 만나 본 그 어떠한 이보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듯 귀를 늘어트린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다고 생각하는 순간.
“네가 걱정하는 건 당연해.”
“어?”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리시나스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우리밖에 해낼 수 없는 일이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엘프 여인을 다독여갔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모든 일들을 이겨낸 너를 믿어.”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은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해온 우리를 믿어.”
그녀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태초의 악을 토벌하고 반드시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리시나스는 눈을 크게 떴다.
“나?”
***
절망적인 밤이 가고.
불길한 새벽 동이 트고 있었다.
리시나스가 눈을 떴다.
‘꿈?’
너무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 선명한 꿈이었다.
‘대체 무슨 꿈이지?’
꿈속에서 봤던 엘프를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보는 여자였어.’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다.
‘예지몽?’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특수한 마나 특성을 가진 자들 중에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이들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꿈의 형태로 나타나는 예지몽.
리시나스 역시 특수한 마나 특성을 지녔만, 미래를 보는 능력은 아니다.
‘영령술을 통해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을 보는 거지.’
소환술의 재능을 가진 이들 중에서도 극소수만 가진 영령술사의 재능을 타고났다.
영령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마나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파편.’
강한 힘을 지녔던 영혼일수록 생전에 자신이 가졌던 마나에 강한 잔향을 남긴다.
영령술사는 그 마나를 영력으로 구현해 그 사람의 살아생전의 능력과 기억을 구현한다.
‘그냥 이상한 꿈이네.’
리시나스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있는 원정대 이들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리시나스. 어젯밤에 혼자 단독 행동을 했다고 하던데, 전투가 있었나? 카일의 말에 의하면 정찰을 나간 것뿐이라고 했지만, 신경 쓰여서 말일세.”
알록스의 물음에 리시나스가 육포를 먹고 있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카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가?’
어젯밤 배신자들을 처단한 일을 떠올렸다.
리시나스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카일은 뭔가 충격받은 얼굴이었어.’
카일이 세계를 구할 영웅이라면.
자신의 비원을 이루어줄 영웅이라면 기꺼이 그를 위해 희생할 마음이 있었다.
“수상한 기척이 느껴져서 정찰을 했는 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가?”
알록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아침을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 리시나스 곁으로 로디아가 다가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리시나스가 그림자의 길을 선택한 거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레오는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내 모습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가?’
알고 있던 기억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라고 리시나스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야.’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것이 있듯.
리시나스도 그럴 테니까.
이 시절 리시나스는 카일을 희망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분명 카일에게 말하지 않은 고뇌와 고통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는데.’
리시나스 입장에서는 이제 한 걸음을 뗀 것이다.
하지만…….
레오는 이 여정의 끝을 알고 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한 리시나스와 이미 이야기를 완성한 레오.
출발선이 같지 않다.
‘내가 리시나스 녀석이 보여준 빛에 사로잡혔던 것처럼. 이번에는 리시나스가 사로잡힌 건가.’
그렇기에 자신이 했던 선택을 리시나스가 대신한 것일지 몰랐다.
이것은 과거, 지난날의 이야기.
지금 달라진다고 해도 미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영웅의 세계는 가짜.
그리고 빛 속에서 사람들을 희망을 이끄는 것도 어둠 속에서 배신자들에게 절망을 선사하는 것도.
결국에는 리시나스다.
하지만.
‘……저런 리시나스를 내버려 두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레오는 조금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
“온다!”
“마법사와 소환사들! 앞으로!”
키오오오오오오오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최상위 마수, 파프니르 무리를 보며 원정대에서 긴장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프니르.
재앙의 시대 당시 가장 위험했던 마수 중 하나였다.
대영웅들이 작정하고 토벌을 했고 재앙의 시대가 끝날 무렵에는 멸종하여 후대에 자취를 감춘 마수다.
파프니르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공중전에 강하다는 것.
최상위 환수종인 와이번과 동급의 마수가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었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짓는 와중에.
레오가 앞으로 나섰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준비해.”
그 말을 남기고 레오가 무릎을 굽혔다.
레오의 발에 오러가 맺혔다.
콰악-!
도약하자 레오가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치솟았다.
그걸 본 엘프 마도사, 페리크의 눈이 꿈틀거렸다.
“저 기술은 뭐지? 마법인가?”
“아니, 저건…… 오러로군!”
알록스가 감탄하며 소리쳤다.
오러 스텝.
오러 기술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미래의 기술이다.
오러 스텝이 개발된 후 기사들의 전장은 지상을 벗어나 하늘과 물 위로까지 영역이 확대되었다.
말 그대로 오러학의 혁신이었다.
‘5000년 전 재앙의 시대 당시 때도 오러를 이용해 하늘을 달릴 수 있는 이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해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지.’
루메른의 기사학과 학생이라면 2학년부터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이 시대에는 영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이들 조차 쉽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늘을 달리며 레오가 검을 뽑았다.
‘물론 오러 스텝을 쓰지 못한다고 이 시대의 기사와 전사들이 약했던 건 결코 아니지만.’
쿠구구구구구궁-!
지축이 흔들렸다.
콰가가강-!
지축을 뚫고 거대한 지네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레이트 웜이군! 저 땅벌레들은 나와 알레네가 맡지! 자네들은 하늘 위의 날벌레들을 맡게!”
알록스가 히죽- 웃었다.
단단한 외피를 가진 그레이트 웜은 그 한 마리만으로도 주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재앙과도 같은 몬스터였다.
그런 그레이트 웜이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나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재앙의 시대 한복판.
이런 거대한 위협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정도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우웅-!
한 발자국 나선 알레네의 주변으로 순백의 소환진이 생성되었다.
번쩍-
환한 빛과 동시에 페가수스, 아르피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렀나, 맹약자여.
“부탁해요. 아르피아.”
-맡겨 둬라.
화악-!
페가수스를 탄 여기사가 하늘로 치솟았다.
후웅-!
그녀의 하얀 손에 창이 소환되었다.
페가수스 나이트인 그녀는 최전방을 맡은 전위.
우웅-!
알레네의 창에서 하얀 오러가 치솟았다.
“후읍-!”
그런 알레네의 뒤를 알록스가 따랐다.
등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배틀 엑스를 양손에 쥐고 훙훙훙-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주변 일대에 돌풍이 불었다.
“간다아아아아아앗!”
곰 수인인 알록스가 포효를 내지르며 땅을 박찼다.
쩌억-!
대지에 그의 발자국이 남더니 주변이 갈라졌다.
화악-!
보이지 않는 물리력 덩어리의 탄환이 된 알록스가 선두에 있는 그레이트 웜을 향해 도끼날을 찍었다.
콰가가가가각-!
그의 도끼날이 그레이트 웜의 몸을 무참하게 갈라 버렸다.
푸확-!
녹색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치이이익-!
강력한 독성을 지닌 그레이트 웜의 피가 땅을 녹였다.
“크하하하하하하!”
산성의 피를 뒤집어썼음에도 알록스는 호쾌하게 웃으며 그레이트 웜의 몸을 도륙해 나갔다.
다른 그레이트 웜의 경우에는 알레네의 찌르기에 몸에 거대한 바람구멍이 뚫렸다.
그레이트 웜의 습격이 두 사람에게 저지되는 사이.
하늘에서는 레오가 파프니르의 대공습을 막아내고 있었다.
푸확-!
자신을 물어뜯으려는 파프니르의 목을 날리며 레오는 마치 지상처럼 공중을 내달렸다.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레오 한 사람에게 파프니르 부대가 붙잡혔다.
그 모습을 보며 주문을 외우던 페리크가 혀를 내둘렀다.
“더 강해졌군!”
그 말에 레오의 전투를 지켜보던 로디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마 이 시절의 카일님과 비교한다면 지금의 카일님이 훨씬 약하실 거야.’
위대한 여정의 시작을 알린 이 당시의 카일도 압도적인 무력의 소유자.
이제 고작 십대 중반의 레오와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의 강자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이 레오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경험.’
재앙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세계를 구했던 경험이 지금의 압도적인 전투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는 사이 페리크가 마법을 완성 시켰다.
“세인트 애로우.”
번쩍-!
하늘에 무수히 많은 빛의 화살이 생성되었다.
레오가 빠르게 마법 범위에서 이탈하자 빛의 화살이 파프니르들을 덮쳤다.
리시나스가 원정대에 영입하려 했던 엘프답게 그는 굉장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였다.
그 모습을 보며 로디아가 주먹을 꼭 쥐었다.
‘공략할 수 있어.’
무수히 실패했던 이 영웅의 세계.
그 공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쿠구구구궁-!
지축이 흔들렸다.
거대한 뱀이 지상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콰득-!
거대한 마수, 기간테스의 머리를 으적으적 씹던 흉측한 괴수가 머리를 치켜들었다.
크르르르르르-
머리 위에 달린 여섯 개의 눈.
그곳에서 강력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탐식왕, 요르문간드는 코를 벌름거렸다.
-이상하군.
어딘지 모르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스르륵- 요르문간드가 바닥을 기어나갔다.
그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괴물이었다.
살아 있는 생물.
굳건한 성벽.
푸르른 숲.
심지어 밝은 빛과 희망까지도 모두 먹어 치우고 세계에 어둠을 흩뿌린다.
그가 타르타로스의 군단장 중 사령왕만큼이나 특별하게 평가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가 모든 걸 먹어 치우고 어둠을 흩뿌리고 간 곳은 에레보스의 영역이 된다.
즉, 그가 지나간 곳에 에레보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쿠구구구궁-!
그의 몸이 움직였다.
그의 초월적인 후각은 멀리서 느껴지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냄새를 맡고 말았다.
-위대한 재앙께서 흘리신 피의 냄새가 난다.
군단장은 모두 재앙이 흘린 피를 마신다.
그것은 세례이자 영광.
그렇기에 요르문간드도 에레보스의 피냄새를 맡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피냄새와 다르다.
마치 신의 몸을 가르고 끝없이 흐른 피를 뒤집어쓴 자의 냄새가 났다.
-그래, 마치…….
맡아 본 적 없다.
하지만 그런 증오스러운 존재가 있다면.
이런 냄새를 풍길 것이다.
요르문간드는 그 불경한 말을 내뱉었다.
-신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