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395)
395.
-누구세요?
소환진을 넘어 소환된 엘시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어린 어둠의 대정령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엘시는 지금껏 단 한 번의 맹약도 맺은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맺지도 않은 맹약에 의해 강제로 소환되었으니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요정왕의 후계자, 실로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저를 어떻게 납치하신 건가요?
실로드는 굉장히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5000년 후.
유일하게 남은 환수왕으로서 재앙의 시대부터 개벽의 시대까지 모두 경험한 명실상부 최강의 환수로 명성이 높은 요정왕 실로드.
하지만 레오에게는 그러한 위엄 있는 모습보다는 이런 실로드가 훨씬 익숙했다.
-난 당신 같은 사람과 계약한 적 없어요!
-저, 저도요! 날 보내줘요!
레오는 자신 주변을 나방처럼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엘시와 실로드에게 손을 뻗었다.
덥석-!
“너희의 힘이 필요해.”
레오가 나직이 말했다.
“밤하늘의 별빛을 되찾기 위해.”
-별이요?
“다시 한번 푸르게 빛나는 숲을 일구기 위해.”
-숲?
레오는 어린 정령과 요정이 혹할 만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나와 저거랑 싸워야 해.”
-저거라뇨?
-대체 무슨…….
쿠오오오오오오오오!
요르문간드가 하늘 높이 치솟은 레오를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우웅-!
그 포효에 반응하듯 레오 주변으로 거대한 흑마력이 생성되었다.
‘구속의 저주.’
레오의 눈이 빛났다.
저주의 패턴을 분석한 레오가 빠르게 해주 술식을 짰다.
파칭-!
순식간에 저주를 해주 시킨 레오를 보며 알부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군단장의 저주를 이렇게 빠르게 해주 하다니.
-군단장? 저 거대한 뱀이 군단장인가요?
-설마 탐식왕 요르문간드?!
알부스의 말에 엘시와 실로드가 깜짝 놀랐다.
“너희들이 어떻게 소환되었는지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지금은…….”
레오가 영력을 일으켰다.
그 영력에 엘시와 실로드가 공명했다.
“저놈을 쓰러트리는 데 집중한다!”
레오가 알부스의 고삐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파지지지지직-!
그에 반응하여 순백의 뇌전이 휘몰아쳤다.
요르문간드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콰가가가가가각-!
공격을 피한 알부스가 뇌전이 되어 질주한다.
순식간에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레오와 알부스를 보며 요르문간드가 일갈했다.
-어리석은 놈! 나에게서 도망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콰가가가강-!
요르문간드가 순식간에 추격해 왔다.
페가수스는 모든 환수를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환수다.
그리고 순백의 왕은 그 페가수스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신속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가공할 만한 속도.
하지만 요르문간드는 그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은 속도로 추격해 왔다.
빠르긴 했지만 알부스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거리는 점점 좁혀져 갔다.
우우웅-!
흑마력이 휘몰아치며 알부스를 노렸다.
알부스가 흑마력을 피하며 날아올랐다.
요르문간드는 그런 알부스의 움직임을 예언이라도 하듯 최단 거리를 가로 지르며 알부스와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갔다.
요르문간드의 코가 계속해서 벌름거렸다.
‘냄새가 난다. 증오스러운 네놈이 움직이는 냄새가!’
발달된 후각은 레오의 뒤를 쫓는 것도 모자라 레오가 향할 곳의 방향까지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예언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능력이었다.
탐식왕 요르문간드.
압도적인 힘을 가졌지만 다른 군단장들처럼 교활하지 못했으며 군단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그가 이 시대에 가장 두려운 마족으로 군림했던 이유.
압도적으로 발달 된 미래 예지에 가까운 후각을 가진 덕분이었다.
그 능력으로 요르문간드는 자신의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세계를 지키려 했던 수많은 영웅을 집어삼킨 영웅 포식자.
요르문간드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눈앞의 영웅을 먹어 치우려 했다.
쩌억-!
-씹어 먹어주마!
요르문간드가 입을 쩍 벌렸다.
그와 동시에 레오가 오러를 일으켰다.
초감각.
온몸의 감각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가장 위기의 순간마다 늘 최전방에 섰던 용자의 기술.
날카롭게 곤두선 감각이 위기를 감지했다.
화악-!
자신의 예측을 벗어난 레오의 움직임에 요르문간드의 눈이 꿈틀거렸다.
-놈! 잔재주를 피우는구나! 그러나 내 눈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위대한 신께서 내게 내려주신 능력! 전투에서 나는 미래를 예측한다!
“알고 있어. 그 능력 때문에 더럽게 고생했지.”
레오가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전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건 너만이 가진 능력이 아니야.”
레오는 알고 있다.
전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또 다른 사람을.
‘아르온.’
용자의 초감각은 시간마저 초월한다.
아르온에게 초감각을 배웠던 레오조차도 결코 닿을 수 없었던 아르온만의 영역.
아르온이, 카일에게 오러를 넘긴 이후에도 초감각의 영역에서 시작의 영웅은 용자의 영역에 닿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순간이지만 카일이 아르온의 영역에 발을 들인 순간이 있었다.
‘마지막 결전.’
레오의 눈이 번뜩였다.
오러가 연소한다.
온몸의 감각이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세차게 박동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카일의 인지가 시간을 초월해 갔다.
‘지금의 내가 또다시 아르온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건 불가능해.’
레오의 시선에 요르문간드가 자신을 앞지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레오의 눈가 주변에 핏줄이 솟았다.
두-근- 두-근- 두-근-
그와 함께 레오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느려진다.
‘일순간이지만 요르문간드를 넘어서는 건…….’
두-
‘가능해.’
심장이 멈췄다.
아니, 그렇게 느낀 것이다.
그 순간.
요르문간드의 경악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있을 수 없다! 나의 인지를 넘어서는 놈이라니!
“그 잘난 미래 예측. 너보다 한 발자국 앞을 보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아!”
-그런 터무니 없는 괴물이 존재한다고 보는가!
“지금 눈앞에 있잖아?”
레오는 요르문간드를 비웃었다.
“거기에 너보다 빠르다면, 너 따위가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지.”
레오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따라잡기 위해 발악하며 실컷 바닥이나 기어 다녀라, 탐식왕.”
-노오오오옴!
요르문간드의 분노에 찬 일갈이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구구궁-!
똬리를 틀 듯, 요르문간드가 둥글게 몸을 말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그와 함께 그 몸에서 흑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 일대와 함께 쓸어 버려주마!
콰가가가가가가각-!
요르문간드를 중심으로 거대한 흑마력의 회오리가 생성되었다.
말 그대로 주변의 모든 것을 분쇄하는 재앙.
레오는 주변 공기가 요르문간드에게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레오가 영력을 일으키며 알부스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순백의 뇌전을 두른 알부스를 진홍색 불꽃이 휘감았다.
-피닉스의 불꽃?
알부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하얀 페가수스의 날개가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피닉스의 날개와도 같았다.
레오에 의해 힘이 증폭된 알부스를 제르딩거의 불꽃이 휘감았다.
마치 무기를 오러로 강화하듯.
알부스는 강대한 피닉스의 불꽃을 손에 넣었다.
-맙소사!
알부스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거칠게 다뤄도 된다고 했지?”
-윽?!
불꽃이 날개를 불태운다.
피닉스는 스스로를 불태워 사악한 적을 말살하는 환수.
피닉스의 불꽃은 알부스에게 고통을 주었다.
“미안하지만 참아 줘.”
-터무니없는 맹약자와 계약을 맺었네요!
알부스가 불꽃의 날개를 펄럭였다.
“아직 끝이 아니야. 실로드! 강화 마법!”
-네, 넵!
알부스의 하얀 몸에 요정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불끈-!
초감각을 유지하며 오러와 영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은 레오의 이마에 핏줄이 더욱 치솟았다.
-굉장해.
실로드는 알부스를 끝없이 강화시키는 레오를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레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엘시.”
고오오오오-!
레오의 부름에 엘시의 몸에서 검은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놈을 찌그러트려.”
-네.
엘시가 양팔을 벌렸다.
콱-!
-흡?!
그 순간, 요르문간드의 몸이 멈추었다.
무언가 요르문간드의 몸을 구속했다.
-무슨 같잖은 짓을!
요르문간드가 구속된 힘을 풀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그 가공할 만한 힘에도 불구하고 요르문간드의 몸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놈! 대체 무슨 짓을!’
눈을 부릅뜨던 요르문간드의 시선이 일순간 자신의 그림자에게로 향했다.
으적- 으적- 으적-
그림자가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그림자를 마음대로 주물럭 거리듯.
요르문간드의 그림자가 한 곳으로 뭉처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요르문간드의 몸도 함께 뭉처졌다.
‘그림자!’
자신을 구속하는 정체를 깨달은 요르문간드가 눈을 돌려 불꽃을 내뿜는 페가수스의 등에 탄 레오를 바라보았다.
‘페가수스와 요정! 그리고 어둠의 대정령까지 다룬단 말인가! 대체 정체가 뭐냔 말이다!’
그러는 사이.
주륵-!
레오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카일! 괜찮나요?
알부스가 다급히 물었다.
“난 괜찮아, 그저.”
레오가 고삐를 잡아 당겼다.
“한계를 조금 넘어섰을 뿐이야.”
파지지지직! 화르르르륵! 고오오오오!
뇌전의 궤적과 불길을 남기며 레오가 알부스와 함께 돌격했다.
후욱!
어둠이 드리워져 가는 와중.
거대한 요르문간드에게 돌격하는 레오는 너무도 빈약해 보이는 작은 빛처럼 보였다.
그 실낱같은 빛이 어둠을 뚫고 요르문간드에게 꽂히는 순간.
번쩍-!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가공할 만한 섬광과 동시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을 덮쳤다.
거대한 나무들이 섬광이 터진 반대쪽으로 눕더니 이내 뿌리까지 뽑혀져 나갔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
환수왕을 극한으로 강화시켜 쥐어짜낸 한 방.
화염과 뇌전이 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레오가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엄청나네요.
“그래.”
엘시의 중얼거림에 레오가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끝나지는 않았지만요.
알부스가 냉정하게 말했다.
쿠구구구구구-
-크흐흐흐흐흐흐흐.
폭발의 중심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눈이 뒤집힌 요르문간드의 몸이 치솟았다.
그의 몸은 녹아서 눌어붙어 있었고 얼굴은 흉축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군단장이 가진 가공할 만한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페가수스의 뇌전과 피닉스의 불꽃이 남긴 상처는 그 회복을 저지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르문간드는 건재했다.
레오가 쥐어 짜내고 짜내서 가한 타격.
엄청난 공격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요르문간드를 쓰러트리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을 씹어 삼켜주마!
요르문간드의 눈이 번뜩였다.
증오 어린 눈으로 표적을 노려보았다.
다른 건 안중에도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레오를 최우선적으로 말살시키려는 눈이었다.
“첫 번째 조건은 만족 시켰어.”
눈이 돌아간 요르문간드는 레오가 죽을 때까지 덤벼들 것이다.
“맡길게, 리시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