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
【4】3
끼익-!
플로브가의 저택 문이 열렸다.
그곳으로 제르딩거의 사람들이 들어섰다.
마중 나온 플로브가의 가솔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대륙의 패권을 논하는 영웅 명가 다운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졌다.
펄럭- 펄럭-
타오르는 불꽃이 수놓아진 가문기가 휘날렸다.
선두에 그리폰이 이끄는 마차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지스와 셀리아가 내렸다.
‘삼촌께서는 왜 이곳에 신세를 지시는 거지?’
사실 귀족 가문에 머문다고 들었을 때 셀리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셀리아는 단순히 루메른 입학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목표는 수석.
그렇기에 입학시험 전까지 시험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귀족가에 오면 귀찮은 일이 많다.
특히 작은 왕국의 귀족가.
어떻게든 제르딩거와 연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고급 호텔을 통째로 빌렸으면 했다.
지스가 정한 일인 만큼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찰랑-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셀리아가 허리를 꼿꼿이 폈다.
불만이든 아니든 자신은 가주의 딸.
대외적인 이미지가 중요했다.
가문의 대표로서 이 집안의 주인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셀리아가 순간 당황했다.
“어?”
그녀뿐만이 아니다.
다른 제르딩거 사람들도 술렁거렸다.
저택의 입구에 서 있는 두 남녀.
데이드와 레이나.
정확하게 레이나를 보고 놀랐다.
‘아버지, 삼촌이랑 닮았어.’
그리고 자신과도 외모가 비슷했다.
“인사하거라, 셀리아. 이분은 플로브 후작님이시다.”
“셀리아 제르딩거라고 해요. 일주일간 신세를 지게 되었어요.”
“환영합니다.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머물다 가세요.”
데이드가 담백하게 인사했다.
영웅 명가라고 잘 보이려는 기색은 없다.
“그리고 이분은 플로브 후작부인이시다.”
“후후, 네 소문은 익히 들었단다.”
레이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했다.
셀리아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레이나를 보았다.
“삼촌, 이분은?”
“레이나 플로브. 네 고모시다.”
셀리아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
제르딩거 사람들이 저택에 짐을 풀었다.
그러는 동안 지스는 응접실에서 플로브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나야 못 지낼 이유가 없지.”
딸깍-
우아하게 찻잔을 드는 레이나.
“내숭이 많이 느셨군요, 누님.”
“후후후. 너 많이 컸다? 지스.”
이마에 핏줄이 솟는 누이를 보며 지스는 고개를 저었다.
‘성격은 여전하군.’
과거 ‘화염의 마녀’라 불렸던 누님.
기사에게 붙기 힘든 ‘마녀’ 라는 칭호가 붙은 이유는 별것 없었다.
순수하게 성격 덕분이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웃던 지스가 말했다.
“레오는 아주 당돌하더군요.”
“아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소?”
데이드의 물음에 지스가 웃었다.
“플로브 가문에 오기 전 견학을 위해 델란 왕립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모든 학생이 집합했는데 레오는 제르딩거에는 관심이 없다며 먼저 가버렸다고 하더군요.”
“기분이 나빴다면 아들 대신 사과하겠소.”
“지스는 그 정도로 기분 나빠할 좀생이가 아니야, 데이드.”
“예.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언제나 주목받는 제르딩거인 만큼 레오와 같은 반응은 신선했다.
“그래서 레오는 어떤 아이입니까?”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재능이 대단해.”
“누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기대가 되는군요. 허나.”
온화하던 지스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가문의 오러심법을 허락받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플레임 블레이드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분위기.
지스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누님께서는 정말로 레오 플로브가 제르딩거의 불꽃을 계승할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의 몸에서 압박감이 흘러나왔다.
특수한 힘을 쓴 게 아니다.
몸에 자연스럽게 밴 카리스마다.
“나는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봐.”
입꼬리를 말아 올린 레이나가 말했다.
“너도 만나보면 알게 될 거야. 그 아이의 가치를.”
***
“휘튼 경. 고모님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셀리아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가주의 충직한 기사였던 휘튼에게 물었다.
“레이나님은 아가씨께서 가지고 계신 ‘플레임 스톰’ 의 선대 주인이십니다.”
플레임 스톰.
제르딩거의 상징인 ‘불꽃 오러’를 극대화하는 힘을 지닌 가보 중 하나다.
이 플레임 스톰의 주인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인물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분이 어쩌다 가문의 이름을 버리고 이런 변방 왕국에?”
“레이나님은 불의의 사고로 불꽃을 잃으셨습니다. 이후 평범한 삶을 살고 싶으시다며 제르딩거의 이름을 버리고 가문을 떠나셨죠.”
가문의 이름을 버리는 순간 이유를 불문하고 가문에서는 기록이 사라진다.
“저도 레이나님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 뵙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휘튼 경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대단하셨던 모양이구나. 나중에 한 번 검술 지도를 받을 수 있으려나?’
레이나의 검술을 견식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플로브 가문의 연병장에 도착해 있었다.
후웅-! 후웅-!
“응?”
목검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연병장에서 누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낯선 하얀 머리카락에 익숙한 붉은 눈동자.
“네가 레오 플로브지?”
레오가 의아한 눈으로 셀리아를 보았다.
“그런데? 넌 누구야?”
“에헴.”
헛기침을 한 셀리아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셀리아 제르딩거. 네 외사촌이야.”
셀리아는 레오가 깜짝 놀라리라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재능이 모이는 루메른의 수석 입학자로 거론되는 아름다운 소녀.
셀리아는 세계적으로 유명 인사였다.
특히 또래에는 선망의 대상, 말 그대로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그래? 반갑다.”
후웅-! 후웅-!
그러나 레오의 반응은 무미건조했다.
심지어 검을 멈추지도 않았다.
명백하게 관심 없는 그 모습에 셀리아가 미간을 좁혔다.
다시 말을 걸려고 하자 레오의 검이 멈췄다.
“후우.”
심호흡하며 땀을 닦는 레오에게 셀리아가 물었다.
“너 몇 살이니?”
“열다섯.”
“나랑 동갑이구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가 특.별.히. 검술지도를 해줄게. 어때?”
셀리아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제안했다.
‘이 녀석에게 잘해주면 고모님이 특별지도를 해주실지 몰라.’
사심이 담긴 제안이었지만 정작 레오는 관심이 없었다.
‘뭐야? 이 꼬마는?’
검술지도라니?
대단한 실력자란 건 알겠는데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레오는 셀리아에 대한 관심을 끊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후웅-! 후웅-!
셀리아가 이번에는 유심히 검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리고 탄성을 내질렀다.
‘제법이잖아?’
검의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조금도 없었다.
상당한 위력이 담긴 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 가문 핏줄이다 이거지?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괜찮네?’
절그럭- 절그럭-
‘근데 저 팔찌는 대체 뭐야?’
검이 움직일 때마다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레오가 검을 회수했다.
“이제 어디 한 번 제대로 움직여 봐. 내가 보기에는 넌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셀리아는 살짝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레오는 땀을 닦고 연병장을 나섰다.
“야, 어디가?”
“오늘 훈련 다 했는데?”
“내가 봐준다고 했잖아?”
“사양할게.”
“어째서?”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별로 지도받고 싶은 생각 없거든.”
“뭐?”
셀리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나보다 네가 강하다는 말이니?”
“지금은 네가 강하겠지. 난 오러를 쓸 수 없으니까.”
목숨을 건 진짜 싸움에서 셀리아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검술 대련은 내가 이길걸?”
태연하게 말하는 레오를 보며 셀리아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대단한 자신감이구나?”
붉은 눈이 가늘어졌다.
“네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보니 알겠어. 너. 네가 다니는 학교에서 제일 강하지?”
델란 왕립 학교 중 기사 지망 학생은 모두 오러를 다룬다.
하지만 레오는 그들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오러를 떠나 기본 밑바탕이 너무 달랐다.
‘이 녀석이 오러를 익히지 않은 이유는 아마 고위 오러 심법을 익히게 하려는 고모님의 뜻이겠지?’
고위 오러 심법.
예를 든다면 제르딩거 가문의 혈통만 익힐 수 있는 오러심법.
‘근데 뭐? 지금은 내가 더 강하다고? 그 말은 자기가 오러를 익히면 나보다 강해진다는 거야? 뭐야? 아주 건방져!’
제르딩거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을 시작한다.
그 경쟁은 가주의 자식이라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그리고 셀리아는 언제나 최고였다.
그녀의 자부심의 근본은 ‘제르딩거’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좋아. 그렇게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나랑 대련하자,”
“대련?”
“그래. 내가 이기면 플로브 가문에 있는 동안 넌 내 하인이 되도록 해.”
“내가 이기면? 그때는 네가 내 하녀가 될래?”
“당연하지. 같은 조건이어야 공평하잖아?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셀리아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 아가씨.”
상황을 지켜보던 휘튼이 다급히 만류했다.
“걱정 마요, 휘튼 경. 어차피 내가 이겨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은 셀리아가 레오를 보며 말했다.
“네가 우물 안 개구리란 걸 알려주겠어.”
두 사람이 연무장 한가운데 섰다.
레오는 목검을 쥐는 셀리아에게 말했다.
“아 참. 넌 오러를 사용해도 돼.”
“뭐?”
‘이게 진짜!’
“흥! 그럼 나도 네게 두 번 공격을 양보할게. 어디 마음껏 공격해 봐.”
셀리아의 몸에 붉은빛이 어렸다.
오러 아머.
오러를 갑옷처럼 전신에 두르는 기술이다.
“그래? 그럼 사양 안 할 게.”
“얼마든지.”
셀리아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러를 쓰지 못하는 레오의 공격 같은 건 자신에게 통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검을 양손으로 잡은 레오가 심호흡했다.
“후우-!”
검을 쥔 팔뚝에 핏줄이 솟았다.
레오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콰앙-!
목검이 정확하게 셀리아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고개가 획 꺾이고 충격에 골이 띵- 하고 울렸다.
목에서 뻐근함과 통증이 올라왔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에 셀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단단하네.”
레오가 감탄했다.
“흐, 흥! 네 공격 따위가 내 오러 아머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무, 무슨 힘이 이렇게 무지막지해!’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하마터면 골로 갈뻔했다.
강화 마법이 걸린 목검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못 버틸 정도는 아니야.’
여유를 과장하고 미소 짓는 셀리아를 보며 레오가 양 손목에 있는 팔찌를 풀어 획- 던졌다.
쿵-!
“……!”
“그럼 어디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볼까?”
어깨를 풀며 미소 짓는 레오의 모습이 셀리아에게는 악마처럼 보였다.
중량 마법이 걸린 팔찌.
평소였다면 구식이라고 놀렸을 무식하기 짝이 없는 수련법이다.
그러나 지금만큼 비웃을 수 없었다.
눈앞의 광경은 무식을 넘어 미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한 방 더.”
“자, 잠까……!”
꽈아앙-!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아득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박살 난 강화 목검을 버리는 레오를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뭐 이런…….’
셀리아의 눈이 뒤집어졌다.
‘미친놈이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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