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03)
403.
“뭐라고? 아르 녀석이 루메른의 학생회장과 특훈을?!”
호랑이 수인 보르만이 흥분하며 외쳤다.
“우리는 다들 놀게 해놓고 혼자서만 특훈하는 건가?! 그런 치사한……!”
주먹을 꾹 쥐며 분해하는 보르만을 보며 자신의 꼬리를 깔고 앉은 채 털을 다듬던 르웬이 말했다.
“글쎄요. 특훈이라고는 하지만 특훈 같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게 무슨 소리지?”
“물고문 당하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고문 당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힘든 훈련을 하고 있다는 건가? 아르 녀석…… 대단하군.”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보르만을 보며 르웬이 고개를 저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르웬은 옹기종기 모여 루메른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조니아 여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뭘 그리 보는 거죠?”
“르웬, 르웬. 저기를 봐.”
늑대 수인 여학생이 가리킨 곳에는 아바드와 듀란이 파라솔 밑의 썬 베드에 누워 있었다.
아바드는 특유의 느긋한 표정으로 마도서를 읽고 있었고 듀란 역시 독서를 하고 있었다.
“뭔가요? 저 두 사람과 새삼 싸워보고 싶기라도 한 건가요? 안타깝지만 참아주세요.”
아조니아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강자에 대한 투쟁심과 도전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르웬으로서는 루메른의 기사학과와 마법학과에서 손꼽히는 강자인 아바드와 듀란을 바라보고 있는 동기들이 두 사람과 대련해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전혀.”
“그냥 쟤들이랑 놀고 싶은 건데.”
“우리 근육 바보들이랑은 다른 매력이 있어.”
그 말에 르웬이 힐끗 아바드와 듀란을 보았다.
확실히 아조니아에는 없는 타입의 학생이다.
잠시 후 몇몇 아조니아 여학생들이 다가가 아바드와 듀란에게 말을 걸었다.
그 외에도 루메른과 아조니아 학생들이 제법 많이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중에는 아조니아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묻는 루메른 1학년들도 있었다.
‘역시 루메른 학생들은 학구열들이 뛰어나네요.’
르웬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에 반해 이 바보들은.’
“저런 장난감을 가지고 수중전 훈련을 하는 건가?”
“흠. 훈련이 안 될 것 같은데.”
칼이 파는 장난감을 가지고 물놀이하는 루메른 학생들을 보며 전투 훈련이라고 착각하는 아조니아 학생들을 보며 르웬이 고개를 저을 때였다.
퍼엉-!
그때 저 멀리서 물줄기가 치솟았다.
모든 학생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왜 갑자기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맞아! 그리고 그건 반칙이잖아!”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서로 으르렁거리며 추격전을 벌이던 셀리아와 첼시는 칼의 특제 물대포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자신을 쫓아오는 엘리자에게 항의했다.
“닥쳐요. 오늘 둘 다 수장시켜줄 테니까!”
엘리자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물대포를 두 사람을 향해 마구 쏘아댔다.
“으아악!”
“피해!”
“보글보글보글!”
세 사람의 추격전에 휘말린 이들이 처참한 꼴을 당했다.
그걸 본 보르만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루메른의 강자들 정도 되면 노는 것도 실전처럼 훈련을 하는 군!”
그걸 보고 보르만이 잔뜩 신이 나서 소리쳤다.
“나도 참전하겠다!”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세 사람을 쫓아가는 보르만을 보며 르웬이 혀를 찼다.
‘개판이네.’
***
“생각했던 것보다 2학년들이 멘토 역할을 잘해주고 있네요.”
1학년들을 인솔하기 위해 엘레헴으로 온 교수 중 한 사람.
멜은 2학년들이 작성해서 올린 보고서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 말에 1학년 총괄 교수인 할린드가 답했다.
“이 정도도 못할 거라면 멘토를 맡기지도 않았다.”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2학년들에 대한 신뢰가 담겨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멜은 그저 빙긋 미소 지었다.
“할린드 교수님은 지금 2학년들이 1학년일 때 가장 주목했던 학생이 누군가요?”
멜이 지나가는 듯 가벼운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할린드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칼 토마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할린드의 대답에 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외인가?”
“네. 전 레오 학생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겠지.”
할린드는 서류를 힐끗 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레오 플로브를 학생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조금 의문이라서 말이야. 아무리 대단하고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보통은 레오 플로브처럼 성장하는 게 불가능하지.”
할린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1년 동안 녀석의 담임을 하면서 내린 결론 중 하나가 녀석은 성장이 아니라 힘을 되찾는 게 아닌가? 라는거야.”
‘예리하네.’
멜이 속으로 빙긋 미소 지었다.
“그래도 칼 학생은 의외인데요? 같은 반만 해도 첼시 학생이 있잖아요? 역대급의 황금 세대라 불리는 2학년 중에서 가장 낙제점에 가까운 칼 학생을 가장 주목한 건 신기하네요.”
“말했지 않나?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모두 포함해서라고.”
할린드가 한숨을 쉬었다.
“나쁜 의미에서 칼은 한계가 명확한 놈이다. 절대 영웅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없어. 실제 칼 녀석도 자신이 영웅이 될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영웅 후보생으로 놈은 실격이지.”
“확실히 그렇죠.”
“하지만 그런데도 녀석은 살아남았다. 자신보다 뛰어난 이들도 퇴학 처리되는 와중에 말이야. 그리고 2학년에 들어서는 신의 대장장이의 세계를 공략하기까지 했지.”
할린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녀석은 확실히 보통은 루메른 학생들과는 다른 타입의 학생이다. 루메른에 입학할 때부터 서포터 지망인 녀석은 거의 없거든.”
“객관적으로 자기 평가를 굉장히 잘하는 학생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 루메른에 들어 온 이상 재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루메른 평균과 비교한다면 칼의 재능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 하지만 그런데도 많은 학생이 어떠한 형태로든 칼 토마스를 의지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지.”
1학년을 서포트 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 미지의 용언 마법을 사용하는 적을 상대로 칼이 지휘를 했다.
중간고사 때도 마찬가지다.
“전장에서 녀석은 다른 학생들의 뒤를 받쳐주며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그건 굉장히 특별한 능력이지.”
“리더라는 건가요?”
“녀석은 리더는 될 수 없어. 하지만.”
할린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리더들의 버팀목은 되어 줄 수 있지.”
할린드의 말에 멜은 레오의 말을 떠올렸다.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너도 알겠지만, 영웅들도 힘들고 괴로울 때가 있지. 칼은 영웅들이 힘들고 괴로울 때 힘이 되어 줄 녀석이야.’
레오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멜이 물었다.
“지금 1학년 중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학생은 누구인가요?”
“두 명 있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한 명은 당연히 아이나 베이드나겠죠?”
할린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메른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황금 세대인 2학년과 비교돼서 그렇지 지금의 1학년 역시 만만치 않다.
풍년이라 불려도 손색없다.
아이나를 필두로 같은 기사학과의 하비든.
마법 학과의 쥬엔.
소환학과의 샤샤까지.
이 정도로 쟁쟁한 인재들이 한 기수에 모여 있는 경우도 드물다.
작년에 졸업한 리스, 토루아, 울타, 쟈무아의 기수에 비견 될 정도로 탄탄한 기수다.
그중에서도 아이나는 검성의 증손녀로서 굉장한 재능과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동기들과는 격이 다른 수준이지.’
할린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다.
“아이나 학생이 바라는 건 영웅이 아닌 복수죠.”
검성 칼리안 베이드안.
멜 역시 칼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만약 멜이 개벽의 히어로 레코드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면 1순위로 파티에 영입했을 강대한 영웅이다.
말 그대로 한 세대를 책임질만한 영웅으로서는 손색없는 위대한 영웅.
하지만 그의 가정사는 행복하지는 않았다.
일평생을 타르타로스와 맞서 싸운 칼리안의 뒤를 이어 그의 집안사람은 모두 타르타로스와 맞서 싸웠다.
칼리안의 아들과 증손자, 그리고 손녀 며느리까지.
모두가 루메른 졸업생이고 검성이라는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칼리안으로서는 끔찍한 일이었다.
모두가 타르타로스와의 전투에서 죽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칼리안 본인 역시 결국에는 타르타로스와의 전투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아이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모든 혈육을 타르타로스에게 잃은 셈이다.
물론 기나긴 타르타로스와의 투쟁의 역사에서 볼 때 그녀와 같은 케이스는 흔했다.
문제는 그녀의 재능.
검성의 재래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검의 재능은 아이나에게 타르타로스와 맞서 싸울 힘을 선사했다.
그렇게 그녀는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것이다.
“보아하니 레오 학생에게 집착을 보이는 이유 역시 복수와 연관이 있는 것 같더군요.”
레오에게 인정을 받아야 검성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었다.
멜의 말에 할린드가 말했다.
“복수심만으로는 이 학교에서 곧 한계에 부딪히겠지.”
“그렇죠. 그럼 다른 한 사람은요?”
“루크 엘다.”
“루크 학생이라. 확실히 성실한 모범생이죠. 착하고 탐구열도 높아요. 성적은 그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지만요.”
멜이 빙긋 웃었다.
“그래. 하지만 그런 이유도 있지.”
할린드는 왜 루크가 성장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루크의 잠재 능력에 관해서도 어렴풋이 꿰뚫어 보고 있다.
그건 멜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주변에 모든 이들이 앞서 나갈 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에도 마음이 꺾이지 않는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지.’
보통 정신력은 아니다.
“성적 빼고 루크 학생을 안 좋은 의미에서 주목할 게 있나요?”
“녀석은 여러모로 위험한 부류의 인간이거든.”
할린드가 혀를 찼다.
“녀석은 신념을 위해 한계에 서슴없이 몸을 던질 타입이다. 클로에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에도 정신 나간 짓을 서슴없이 했더군. 물론 그게 녀석의 성장의 원동력이며 그런 점은 어떤 의미에서는 영웅의 덕목이지만…….”
할린드는 굳이 뒷말을 하지 않았다.
영웅의 덕목 중 하나.
그건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할린드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학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뭐가 됐든 크게 성장할 거라는 건 변함 없다. 이번 기말고사는 볼만할 거다.”
할린드의 말에 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이나 학생에게 좋은 자극이 될 거예요.”
멜의 말에 할린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루크 엘다의 존재는 항상 아니아 베이드나를 ‘자극’ 시키는 요소였다.”
‘레오가 루크를 멘토로 받아들인 그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입학시험 때부터겠지.’
“본인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더욱 루크는 아이나의 자극제가 되겠지.”
***
그날 저녁.
루메른 학생들이 머무는 숙소에는 파티가 열렸다.
학교로 돌아가기 전, 이번 임무 실습을 잘 마무리한 자축 파티였다.
파티에는 아조니아 학생들도 초대되어 어울렸다.
파티장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레오는 팔짱을 낀 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서 혼자 뭐 하세요?”
그런 레오에게 멜이 다가와 물었다.
“그냥, 옛날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어.”
레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레오님이 옛날 추억을 떠올리는 건 처음 보네요.”
“그럴 수밖에. 이번에 리시나스를 만나고 왔거든.”
교수 일로 정신이 없었던 멜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리시나스님이요?”
“로디아도 만났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경악하는 멜에게 레오는 이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영웅의 세계 안에서 또다시 영웅의 세계로 들어가다니.”
멍한 표정을 짓는 멜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파티를 바라보았다.
“그 시절에는 큰일이 있고 난 뒤 모든 걸 털어 내고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늘 연회를 하곤 했지.”
“누구의 생각이었나요?”
“리시나스의 생각.”
레오의 말에 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이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레오님과 리시나스님이 만났던 날은 어땠나요?”
“어땠냐라.”
레오가 옛날 일을 떠올리며 쓰게 미소 지었다.
“그때도 둘이서 연회 아닌 연회를 열었지.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고.
***
타르타로스의 대공습 후.
엘프 틸라가 운영하는 주점.
그곳에 카일과 리시나스가 자리를 잡았다.
2층에서 수기를 쓴 리시나스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거울 앞에 서서 몸을 단정하게 가다듬었다.
‘이제 시작이야.’
자신의 첫 번째 동료.
굉장히 삐딱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방을 나서고 리시나스가 1층으로 내려갔다.
손님은 아무도 없는 주점 내부.
투박한 맥주잔 두 개가 올라가 있는 테이블에 다가간 리시나스가 그 앞에 앉으며 말했다.
“미안, 미안. 잠시 뭘 좀 하느라고.”
그 말에 카일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오늘은 우리가 토벌대 파티를 창설한 역사적인 날이니까 마음껏 마셔. 마음 같아서는 모든 손님을 사주고 싶지만. 너와 네가 같이 있다 보니 이 주점에는 손님이 얼씬도 하지 않네.”
“살아남는 영웅은 불행의 상징이고 어리석은 자는 쓸데없는 희망이나 전파하고 다닌다며 기피의 대상이니까.”
“지금은 그렇지. 하지만 곧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야. 이 도시도 변할 거고.”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을 전하며 리시나스가 술잔을 들어 올렸다.
“자, 그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이제 시작이야. 우리의 앞날과 세계의 희망을 축복하는 의미에서 건배.”
카일은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맥주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셨다.
그러는 와중에도 리시나스는 빤히 카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일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눈앞의 드래곤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
이 말도 안 되는 여정에 참가한 스스로가 어이가 없었고 앞으로 일에 대한 막막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부담스러운 건 역시나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 있는 리시나스였다.
“왜 그래?”
“뭐가?”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퉁명스러운 카일의 물음에 술을 홀짝이며 리시나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대답에 카일은 조금은 부담스러운 시선이 줄어들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리시나스는 여전히 카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진짜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건데?”
결국 참다못한 카일이 다시 묻자 리시나스가 턱을 괴었다.
“그냥.”
그러고는 살짝,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