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05)
405.
“세계 정상 회의?”
레오의 이야기에 칼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칼뿐만 아니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모든 이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세계 정상 회의.
말 그대로 세계의 권력자들이 모이는 회의를 의미한다.
그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최초의 세계 정상회의가 열린 장소는 다름 아닌 드래고니아였으며. 당시에 세계의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다름 아닌 개벽의 용, 로디아였다.
세계 정상회의가 열리게 된 이유는 에레보스의 재림이었다.
참석자는 현재는 개벽의 영웅이라 불리는 루메른, 세이룬, 아조니아, 데미안과 그들이 이끌던 영웅들이 한곳에 모인 회의였다.
이후 세계에 큰일이 일어날 때마다 세계 정상회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장소는 크게 다섯 곳.
드래고니아를 필두로 한 4대 영웅 사관 학교에서 정상회의가 이루어졌다.
“와, 정상회의라니! 그러면 전 세계 권력자들이 전부 루메른으로 모이는 거야?”
일리아나가 혀를 내둘렀다.
“아마도? 회의 참석이 필수는 아니지만,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만으로도 세계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해 뒤처질 수도 있으니까. 웬만하면 다들 참석할걸?”
“클로에, 넌 그런 걸 대체 다 어떻게 아는 거야?”
“책.”
일리아나가 묻자 클로에는 손에 들린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서관은 문 닫았잖아.”
“응. 우연히 세계 정상회의 관련 책을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었어.”
“…아공간에 책을 보관해?”
평소 교과서나 마도서, 검술 교범서를 제외하고는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일리아나에게는 문화 충격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자주 안 열리잖아?”
“당연하지.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진 만큼 열리는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 4대 영웅 사관 학교의 동의는 물론이고 최종적으로 드래곤 로드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해.”
칼이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세계 정상회의가 열린 게 100년 전쯤이었던가?”
“정확하게는 97년 전이야.”
“와.”
일평생 중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회의.
그 역사의 현장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게 되는 셈이었다.
“뭔가 가슴이 떨리는데?”
칼의 중얼거림에 일리아나가 투덜거렸다.
“가슴이 떨리기는 하는데 말이야. 귀찮은 일도 떠맡게 되었다고. 손님 환영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을 거 아니야?”
“그렇지. 이 기회에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려는 이들도 많을 거고.”
“그런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야 할 수도 있겠네.”
“기말고사 준비도 바쁜데 동물원의 동물 취급까지 당해야 하는 거야?”
일리아나의 말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원래 학교에 대형 이벤트가 있으면 여러모로 학생들이 고달픈 법이었다.
그런 가운데 셀리아가 말했다.
“세계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건 ‘침묵의 용’ 이 드디어 침묵을 깼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그 말에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침묵의 용.
멜리나의 이명으로 오래전부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붙여진 이명이었다.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회의가 될 것 같은 느낌이야.”
세계의 역사가 움직인다는 사실이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첼시가 레오에게 말했다.
“이번에 레오 오빠가 제일 바쁘겠다.”
“왜?”
“학생회장이니까. 준비할 게 많은 거 아니야?”
첼시가 포크로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다람쥐처럼 볼에 케이크를 잔뜩 넣고 우물거리는 첼시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내 위로 유능한 선배들이 많은데 내가 바쁠 게 뭐가 있어?”
“부학생회장님이 임무에서 돌아오려면 아직 시간 남지 않았어?”
“남았지.”
“그럼 그때까지는 레오 오빠가 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안 해도 괜찮아. 하르크 선배가 알아서 할 거니까. 하르크 선배는 시간이 촉박하면 능률이 올라가는 타입이거든.”
하르크가 들었다면 뒷목을 잡고 덤벼들었을 말을 태연하게 하는 레오를 보며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레오 녀석은 하르크 선배가 무섭지 않나?’
루메른에서 1년을 보내고 후배까지 두었음에도 아직도 선배를 무서워하는 2학년이 많다.
특히나 하르크는 5학년 최강자이며 루메른 3대 명문가의 후계자이기도 했다.
레오는 그런 하르크를 부려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모두가 질렸다는 듯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런 가운데 레오가 식판을 가져다 놓기 위해 자리를 뜨자 일리아나가 냉큼 말했다.
“레오랑 같은 학년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맞아. 선배나 후배였으면 엄청 부려 먹혔을 거야.”
일리아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회장의 권력은 집행 능력에서 오는 법인데. 레오 녀석은 그런 거랑은 관계가 없는 것 같아.”
셀리아도 턱을 괴며 중얼거리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르크 선배를 완벽하게 휘어잡았어. 실권은 하르크 선배가 가졌지만…… 결국에는 레오에게 당하는 느낌이랄까.”
“우리 선배들에게 애도를 보내주자.”
일리아나가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그런 친구들을 보며 칼이 혀를 찼다.
“얘들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뭐가?”
첼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칼을 보았다.
“야. 레오가 선배들을 부려 먹는 이유가 뭐겠어.”
“일하기 싫고 자기 편하려고.”
일리아나의 대답에 모두가 한심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오가 너냐.”
“꼭 생각을 해도.”
“클로에! 다른 기숙사 애들이 나 무시해!”
일리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클로에에게 하소연했지만, 클로에도 그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말했다.
“레오가 선배들을 부려 먹는 건 유능하기 때문이야. 그런 선배들이 졸업을 해봐. 누굴 부려 먹을 것 같아?”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 선배들의 모습이 너희 미래거든?”
칼이 킬킬 웃었다.
“뭐 능력 좋고 성적 좋은 우등생들의 비애지. 우하하하! 난 어차피 능력이 없어서 레오가 안 부려 먹겠지만.”
칼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런 칼을 보며 다른 동기생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쩐지 네가 제일 많이 부려 먹힐 것 같은데.’
여기 있는 모두가 경험한 레오라는 인간은 어떻게든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서 최대한 부려 먹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말해줄까? 칼이 제일 뼈 빠지게 부려 먹힐 것 같다고?”
첼시의 중얼거림에 일리아나가 빙긋 웃었다.
“즐기시게 내버려 둬.”
“왜? 얄밉잖아.”
“성적도 밑바닥인데 애가 제일 고생할 건데 불쌍하잖아.”
일리아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첼시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세계 정상회의라는 커다란 학과 일정을 앞둔 1학년들 사이에서는 활력이 감돌고 있었다.
“내 실력을 세계에 알릴 때가 왔군.”
“아~ 우리 왕국보다 국력이 더 강한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받으면 어떻게 하지?”
“스폰 제의 같은 것도 있을까? 선배 중에는 그런 분들 제법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1학년들이 잔뜩 들뜬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나 이번 기말고사를 앞둔 상황에서 열린 세계 정상회의는 기대감을 부풀리기 충분했다.
아무리 영웅 후보생이라 할지라도 1학년 때 세계를 좌지우지할 권력자들 앞에서 실력을 뽐낼 일은 드물다.
기말고사는 지난 한 학기 동안의 성과를 모두 보여주는 자리.
1학기 동안 자신들의 성장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기에 1학년들은 모두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게 1학년 교실동 대강당에 모인 학생들이 저마다 꿈에 부풀어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루크가 말했다.
“다들 기말고사가 기대되는 모양이네요.”
“넌 기대가 안 되냐?”
루크의 중얼거림에 옆에 앉아 있던 하비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전 어떻게든 2학기에도 루메른을 다닐 수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감사할 것 같아요.”
루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풉, 들었냐?”
“2학기에도 루메른을 다니는 게 목표란다.”
“와, 어떻게 양심이 없냐. 그 성적으로 2학기에도 학교 다닐 생각을 하다니.”
“학생회장 믿고 저러는 거 아니야?”
“그렇겠지.”
“그런데 아무리 학생회장 빽이 있다고 해도 낙제생이 학교를 다니는 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맞아.”
“저 녀석 때문에 학생회장도 같이 퇴학당하는 거 아니야?”
“그럼 재미있겠는데?”
“에이. 설마. 그냥 저 녀석만 퇴학시키겠지.”
“그건 그거 나름대로 불공평하잖아!”
여기저기 비웃음 섞인 조롱이 쏟아졌다.
“시끄러우니까 그만 짖고 아가리 닥쳐라.”
하비든의 싸늘한 말에 루크를 비웃던 학생들이 발끈한 반응을 보였다.
“뭐라고?”
“너 말 다했냐?”
하비든은 기사학과 2등.
1학년 전체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 실력자다.
그런 하비든의 말에 보통은 발끈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달랐다.
소위 말하는 아이나 라인.
즉, 아이나를 따라다니며 파벌을 만든 학생들이었다.
루메른에서 파벌은 일종의 전통과도 같았다.
세계 각지의 재능들이 모이는 학교이지만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재능은 있기 마련.
그리고 그 영웅의 재목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5학년에의 대표 파벌은 하르크 파벌이고 4학년은 엘레나 파벌이 유명하다.
3학년은 릴이 두각을 나타내긴 했지만, 릴의 성향도 그렇고 학생들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다.
2학년은 워낙 쟁쟁한 학생들이 많아 초창기만 해도 여러 파벌로 나뉠 조짐이 보였었다.
교수진 사이에서는 황금 세대 이전에 콩가루 세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파벌의 성향이 가장 없는 세대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의 1학년.
그중에서 대표되는 것이 바로 학년 대표 아이나 파벌이었다.
문제는 아이나가 파벌 같은 데는 관심이 없었으며 당연하게도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나 파벌을 자칭하는 학생들이 멋대로 아이나 주변에 들러붙어 있는 상황.
아이나는 개인 수련과 공부에만 몰두했기에 최근 들어 아이나 파벌의 폭주가 잦아지고 있었다.
하비든은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이들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미있군. 아이나 베이드나가 너희를 지켜주는지 지켜주지 않는지 너희를 두들겨 패보면 알겠군.”
시니컬하게 웃는 하비든을 보며 아이나 파벌이 움찔했다.
최소한 기사학과 내에서 하비든을 막을 수 있는 학생은 아이나 뿐이다.
“두고 보자.”
이를 으득 간 아이나 파벌의 학생들이 획- 하고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보며 하비든이 코웃음을 쳤다.
“도와줘서 감사해요.”
루크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루크를 보며 하비든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도 시답지 않은 어리바리한 낙제생 행세는 집어치워라, 루크 엘다.”
“네?”
느닷없는 말에 루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비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놈 눈에는 나나 다른 녀석들의 눈이 장식으로 보이나 본데.”
하비든이 싸늘하게 말했다.
“네놈이 나를, 우리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굉장히 거슬리는 눈빛이야.”
하비든은 알고 있다.
이 낙제생이 학년 대표 자리를 노린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가장 처음 이야기해준 건 다름 아닌 듀란이었다.
‘학년 대표 자리를 노린다면 루크 엘다를 경계해라.’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오 플로브가 선택했다면 이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녀석의 눈은 위를 바라보는 자의 눈이다.’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앞과 옆만 쳐다보지 마라. 경쟁자는 뒤에도 있으니까.’
그 조언을 듣고 루크의 눈을 봤을 때 하비든은 깨달았다.
티는 내지 않고 있었지만.
루크는 진심으로 자신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기 자신도 못 깨닫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점이 더욱 짜증나.’
그리고 지난 임무실습에서.
하비든과 다른 1학년들은 봤다.
하비든을 포함에 최전선에 나섰던 우등생들은 보았다.
그 순간 루크의 검격을.
“짜증 날 정도로 착한 건 타고난 성격이니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최소한 도전할 거라면 이빨을 드러내라.”
하비든이 코웃음을 치며 선전포고하듯 말했다.
“그래야 속 편하게 때려눕혀 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