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08)
408.
1학년 기말고사 시험 과제로 1:1 토너먼트가 발표된 후.
1학년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
“이번에 1학년을 제외하고는 외부 인사들에게 보여줄 발표 시험이 없지?”
2학년 소환학과 실습 시간 중 쉬는 시간.
2학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토너먼트 준비를 위해 전투 훈련을 하는 소환학과 1학년 후배들의 모습이 보였다.
토너먼트 전투 발표 후부터 1학년들은 온종일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미 1차전 상대는 정해졌지?”
“네 멘티의 1차전 상대는 누구인데?”
“기사학과 중위권 녀석이라던데.”
“운 좋네.”
“좋긴 뭐가 좋냐? 내 멘티 성적이 중하위권인데.”
2학년들 역시 멘티가 되는 학생의 결과에 따라 학교에 남을지 말지가 정해진다.
물론 2학년 기말고사 성적에도 영향을 받지만, 기껏 2학년 성적은 통과해 놓고 1학년 멘티 때문에 학교에 남지 못하게 되는 건 굉장히 억울한 일이기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잖아!”
“고작 그것밖에 못 해?!”
“똑바로 해! 네가 퇴학당하면 나도 같이 퇴학당한다는 거 잊었어?”
수업 쉬는 시간 도중 짬을 내서 멘티들을 지도해주던 2학년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1학년 멘티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껏 사이가 좋던 선후배 관계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기말시험은 1학년에게나 2학년에게나 압박감이 굉장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그럴 수밖에요.”
상황을 지켜보던 첸 시아가 작게 중얼거리자 엘리자가 코웃음을 쳤다.
“1학년이 됐든 2학년이 됐든 지금껏 퇴학이라는 압박감 없이 1학기를 편히 지내왔잖아요?”
입꼬리를 말아 올린 특유의 깔보는 미소를 지은 엘리자는 언성을 높이고 있는 2학년들과 거기에 주눅이 든 1학년들을 바라보았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는 거죠.”
성적이 저조한 학생은 퇴학시키는 루메른의 시스템은 언제나 학생들을 압박하는 요인이었다.
물론 루메른의 학과 일정 자체가 워낙 혹독하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만큼 실력이 없는 학생을 학교에 남겨두는 것이 더 무책임했다.
1학년과 2학년을 거치고 영웅 후보생으로서 어느 정도 숙련이 되는 3학년부터는 퇴학자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하지만 1, 2학년들은 중위권 성적자까지도 자칫 잘못하다가는 퇴학당할 수 있다.
퇴학의 압박감은 어떤 의미에서 늘 학생들을 몰아붙여 성장의 원동력이되기도 했다.
하지만 멘토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1학기 동안 퇴학당할 염려 없이 편하게 학교에 다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평화에 균열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1학년들의 압박감은 더했다.
지난 1년 동안 퇴학에 시달려 보았던 2학년과 달리 1학년은 이번이 처음 느껴보는 압박감이었다.
“즐거워 보이네요.”
“어머, 그렇게 보였나요?”
첸 시아의 말에 엘리자가 생긋 웃었다.
꼬인 구석이 있는 그녀로서는 지금 상황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사실 이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끊임없이 경쟁하는 루메른의 학과 시스템이 물렁물렁해졌다고 생각했거든요.”
엘리자가 손톱 정리했다.
“그런데 저 모습을 보아하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에요. 압박감을 한 번에 몰아서 받고 있으니 말이죠.”
“아마 의도한 걸 거야.”
“꺄아아아아악?!”
느닷없이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엘리자가 기겁하며 첸 시아에게 매달렸다.
“놀랐군요, 무서웠어요? 엘리자 양.”
첸 시아가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엘리자의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얼굴이 시뻘게진 엘리자가 눈을 치켜뜨고 레오를 노려보았다.
“사람 놀라게 하지 마세요! 레오 플로브!”
엘리자의 반응에 레오가 킥킥 웃었다.
그런 레오의 반응에 울컥해 엘리자가 채찍을 들려고 했지만 첸 시아의 만류에 참았다.
심호흡을 한 번 한 엘리자가 팔짱을 꼈다.
“의도했다는 건 무슨 뜻이죠?”
“지난 1학기 동안 1학년과 2학년은 루메른 내에서 자율적인 성장을 보장받은 셈이지. 학교 측에서는 강압적인 수단이 사라졌을 때와 강압적인 수단으로 압박을 받았을 때 어느 쪽이 효율이 좋은지 시험을 해보기 위해 멘토 시스템을 도입한 거라고 생각해.”
레오가 1학년들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편하게 지냈던 만큼 책임을 한 번에 져야 하니 압박감도 더 클 거고.”
“흠. 단순히 편한 학교생활은 아니었단 뜻이군요.”
“맞아. 발버둥 치면서 절망감을 느낀 1학년이나 2학년들도 분명 있겠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계라는 건 엄연히 존재하고 그걸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스스로다.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냐, 없느냐를 시험하는 거겠지.’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레오를 보며 엘리자가 말했다.
“흐응. 그나저나 당신은 괜찮겠어요? 레오 플로브?”
“뭐가?”
“당신이 선택한 멘토, 1학년 최하위잖아요?”
엘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음험하기 짝이 없는 당신이 선택한 1학년인 만큼 뭔가 비장의 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만요.”
“내가 음험해 보여?”
“아저씨 같은 구석이 있기는 하죠. 어른 같아 보인다는 엘리자 양의 칭찬일 거예요.”
엘리자의 말에 레오가 첸 시아에게 물었고 그에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뜻 아니거든요?”
엘리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즉답했다.
“뭐, 걱정해준다고 하니 기분이 좋네.”
“당신 걱정을 내가 왜 해야 하죠?”
엘리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 엘리자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루크 녀석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애초에 1차전에서 패배한다고 탈락하는 것도 아니고.”
“흐응?”
엘리자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패자 부활전이 있기때문에 괜찮다? 당신답지 않게 안일한 생각이군요.”
엘리자의 말에 레오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레오의 표정을 본 엘리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뭐죠? 그 얼굴은.”
어쩌면 레오에게 있어 이번 1학년들의 기말고사는 가장 위험한 순간일지 몰랐다.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헤쳐나온 레오였지만 이것만큼은 레오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레오는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인간, 그 1학년에게 무슨 대체 짓을 한 거야?’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엘리자였다.
***
방과 후.
연병장에는 1학년과 2학년들로 가득했다.
2학년들이 1학년 멘티들을 데리고 훈련에 나선 것이다.
“그것도 못 피하면 어떻게 해?”
“잘 좀 해봐!”
2학년들 사이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 예민한 2학년들에게 시달리며 1학년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2학년 마법학과 상위권 학생, 에미오는 코웃음을 쳤다.
“흥,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닦달하는 꼴이라니.”
대놓고 비웃음을 날리는 그의 곁에 1학년 마법학과 3등, 레멘트 모르락이 대답했다.
“추하게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렇게 발버둥이라도 쳐야겠지.”
연병장을 걷던 에미오는 연병장 한 쪽을 발견하고는 히죽 미소 지었다.
사실 에미오는 연병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유명 군인 집안 출신이다.
전투 마법 전투에 관해서는 2학년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전문가.
그런 만큼 에미오는 학기 초부터 자신의 멘티인 레멘트에게 마법 전투를 가르쳐왔다.
그렇기에 이번 토너먼트에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1차전 상대를 들었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늘 연병장에 온 이유는 그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학생회장님은 모범생이시군. 개인 연병장 하나를 빌리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다른 떨거지들과 같이 훈련하다니 말이야.”
그 말에 루크의 훈련을 봐주던 레오는 물론이고 주변 학생들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에미오. 넌 연병장 사용 신청서를 안 낸 걸로 알고 있는데?”
“안 했지. 난 그저 발버둥 치는 패배자들을 구경하러 왔을 뿐이야.”
“야, 에미오 루체. 말 가려서 해.”
“네가 뭔데 우릴 보고 패배자니 뭐니 함부로 떠들어?”
2학년들이 사납게 말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에미오가 픽- 웃음을 터트렸다.
“말대꾸하지 마라.”
“뭐라고?”
“운 좋게 1학기 동안 퇴학당하지 않았다고 나를 너희와 같은 수준으로 착각하고 있나 본데. 멘토 시스템만 아니었으면 너희가 여기서 발악할 일도 없었을 거다, 떨거지들아.”
“뭐라고?”
현재 연병장에서 1학년들을 지도해주고 있는 2학년은 대부분 원래라면 퇴학당하거나 퇴학 위기를 맞이했을 성적의 학생들이었다.
2학년들이 멘티를 뽑을 때 자연스럽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1학년들을 멘티로 삼았기 때문이다.
멘토와 멘티 사이의 성적의 괴리감이 극심한 팀은 기껏해야 레오와 루크.
그리고 칼와 쥬엔 정도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주제 파악했으면 닥치고 찌그러져 있어라. 기어오르지 말고.”
“이 자식이!”
에미오의 말에 2학년들 사이에서 흉흉한 기세가 감돌았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동기들을 무시하는 발언은 그만하고 조용히 해, 에미오.”
“호오. 학생회장님께서 동기들을 챙기시는 건가?”
“너야말로 주제 파악하라는 소리다.”
“뭐라고?”
에미오의 얼굴이 굳자 레오가 싸늘하게 웃었다.
“네 말처럼 같은 2학년이라고 다 같은 2학년이 아니야. 난 학생회장이야, 에미오 루체. 그러니까 기어오르지 말고 닥치고 찌그러져 있어.”
에미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러더니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놈이 언제까지 학생회장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 루메른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에미오의 시선이 루크에게 향했다.
“네 멘티. 아마 이번에 퇴학당할 텐데? 그렇게 된다면 네놈도 퇴학이다. 레오 플로브. 설마하니 학생회장의 권력을 쓸 생각인가?”
에미오의 말 대로였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성적 최하위.
그리고 입학 이후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루크가 토너먼트를 뚫고 다음 학기에도 루메른에 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그런 에미오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학생회장 권력을 쓰는 일은 없을 거야.”
“킥. 그럼 순순히 퇴학당하겠다는 소리냐?”
“아니.”
레오가 에미오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다 이길 거거든.”
“뭐라고?”
“내 멘티의 목표는 전승이야.”
레오의 말에 일순간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성적 최하위 학생의 목표가 뭐?
“무슨 개소리를…….”
“루크의 첫 경기가 네 멘티인 레멘트와의 경기지?”
레오가 빙긋 웃었다.
“루크가 이길걸?”
그 말에 레멘트가 말했다.
“회장님. 전 후배로서 당신을 존경하고 있지만, 그 발언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레멘트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루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가 루크 엘다에게 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대해도 좋아.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 거야.”
레오가 빙긋 웃었다.
“엄청난 걸 보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