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09)
409.
채앵-!
검과 검이 교차하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휘릭-!
셀리아가 몸을 회전시키며 자신을 압박하는 마르티나의 검을 흘려보냈다.
마르티나가 중심을 잃는 순간.
화악-!
그런 마르티나의 뒤로 아이나가 도약했다.
아이나의 찌르기가 셀리아를 노렸다.
섬광과도 같은 찌르기.
하지만 셀리아는 예상했다는 듯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그리고 아이나의 손목을 낚아채 그녀를 내던져 버렸다.
공중에 뜬 아이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셀리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셀리아는 마르티나에게 검 끝을 겨누었다.
“모의 전투 종료.”
셀리아가 검을 회수하며 덤덤히 말했다.
휘리릭-!
멋들어지게 허공에 몇 번 검을 휘두른 셀리아가 탁- 하고 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먼저 모의 전투를 부탁해서 해주기는 했는데.”
셀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나를 바라보았다.
“대체 모의 전투를 하자고 한 이유가 뭐야? 먼저 하자고 한 것 치고는 팀워크가 잘 맞지 않았잖아?”
그런 셀리아를 보며 아이나가 입을 말했다.
“전 아직 제압되지 않았는데요.”
“마르티나가 제압된 순간부터 모의 전투는 끝난 거야.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어.”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셀리아가 말했다.
“아이나, 너 혼자서 날 이길 수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잖아?”
지금 세 사람이 하고 있는 건 오러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검술 대련.
검성의 증손녀로 어려서부터 검의 천재로 불렸던 아이나지만 셀리아 역시 제르딩거의 직계로 검의 천재라 불렸다.
1학년과 2학년의 차이는 하늘과 땅끝 차이.
그렇기에 순수한 검술 대련에서도 아이나는 셀리아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나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아이나를 보며 셀리아가 말했다.
“애초에 조금 전 나를 공격하지 말고 마르티나를 구했어야지.”
“전 셀리아 선배님과 일대일로 대련하고 싶었어요.”
“이유가 뭐야?”
“어서 빨리 실력을 키워서 레오 선배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요.”
‘또 레오네.’
셀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레오에 대한 아이나의 이상할 정도의 집착은 이미 알고 있다.
그 집착은 아이나가 무리를 할 때마다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네가 왜 레오의 인정을 받는데 집착하는지는 묻지 않겠어. 네 개인적인 사정이니까.”
“…….”
“하지만 그런식으로 하다가는 레오의 인정은 평생 받지 못할걸?”
“그게…… 무슨 뜻이죠?”
“조금 전만해도 그래.”
셀리아는 뒤쪽에서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마르티나를 바라보았다.
“마르티나가 제압당했을 때 넌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마르티나를 구했어야 했어. 수업 시간에 배웠잖아?”
“…….”
아이나가 주먹을 꼭 쥐었다.
“애초에 레오의 기준이 ‘강함’ 이라면 넌 이미 인정을 받았을 거야.”
아이나는 1학년 탑의 자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같은 기사학과의 하비든, 마법학과의 쥬엔, 소환학과의 샤샤님까지.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고 굳건하게 1등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레오는 아이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레오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칼을 인정해 왔어.’
그건 단순히 친구라서가 아니다.
레오는 진심으로 칼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가장 절친한 친구이기 이전에 같은 길을 걸어 갈 동료로 여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셀리아도 최근에 느끼고 있다.
중간고사는 물론이고 얼마 전 엘레헴 사건까지.
서포터로서 또 전투의 흐름을 읽는 지휘관으로서 칼의 능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레오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 왜 너를 멘티로 삼지 않았는지.”
“……그때 제가 레오 선배에게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해서죠. 루크 엘다는 성공시켰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루크는 네 상대가 안 돼. 그런데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건…….”
아이나가 말끝을 흐렸다.
그때의 일은 지금에 와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 그때 레오를 제대로 보기는 했니?”
아이나의 눈이 크게 뜨였다.
“내 사촌, 레오 플로브는 어떤 사람이야?”
아이나의 눈이 흔들렸다.
“그건…….”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똑바로 보고 있는 거니?”
셀리아의 말에 아이나가 침묵했다.
“주변도 제대로 못 보면서 어떻게 레오의 인정을 받겠다는 거니?”
냉정한 셀리아의 말에 아이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 아이나를 보며 셀리아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
“네가 바라는 미래는 뭐야? 넌 어떤 영웅이 되고 싶어?”
“…….”
아이나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말없이 땅바닥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아이나를 보며 셀리아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셀리아는 아이나에게 최선을 다했다.
아이나 역시 셀리아의 지도에 최선을 다해 쫓아왔다.
하지만 아이나가 셀리아를 제대로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저 레오의 인정에만 집착했다.
성격이 좋고 아량이 넓은 셀리아로서도 한계였다.
“나도 모르겠다, 이제. 넌 내가 필요 없지? 이해해. 내가 아니라도 강해질 테니까. 무난하게 2학기에도 루메른을 다닐거고 다음 학년으로 진학도 하겠지.”
“세, 셀리아 아가씨?”
자리를 떠나는 셀리아를 보며 마르티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뚜벅- 뚜벅-
냉정하게 떠나가던 셀리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학년 대표 자리는 더 이상 유지 못 할지도 모르겠네.”
“……?”
아이나가 고개를 들어 셀리아를 바라보았다.
“아까 레오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언했대. 루크 엘다의 목표는 전승이라고.”
“전승?”
아이나의 얼굴이 굳었다.
“응. 내가 아는 내 사촌은 허언을 할 사람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루크 엘다가 널 뛰어넘었다는 뜻이겠지?”
셀리아가 싱긋 웃었다.
“무운을 빌게, 아이나.”
그 말을 남기고 셀리아는 정말로 떠나 버렸다.
“아이나! 다음에 아가씨를 만나면 꼭 사과해, 알았지? 난 아가씨를 설득해볼게!”
마르티나가 아이나에게 말하며 허둥지둥 셀리아를 쫓아갔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아이나가 땅을 바라보았다.
1학년 낙제생이자 최약체 루크 엘다.
그런 루크 엘다의 목표가 전승?
아이나의 머릿속에 엘레헴 사건 당시 마지막 루크의 모습이 떠올랐다.
‘절대 안 져.’
아이나가 이를 악물었다.
“세, 셀리아 아가씨. 정말로 아이나의 멘토를 그만두실 생각이신가요?”
“그만두고말고가 어디 있어? 어차피 1학기가 마무리되면 멘토와 멘티 관계도 끝나는데.”
다급히 묻는 마르티나에게 셀리아가 덤덤히 말했다.
“……더 이상 아이나를 후배로 생각하지 않을 셈이에요?”
그 물음에 셀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같은 루메른 학생인 이상. 쟨 내 후배야. 내가 지도했다는 것도 변함없고. 열심히 해줬고 난 그걸로 만족해. 힘들었을 텐데 최선을 다해준 아이나가 고맙기도 하고.”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예요? 아이나가 졌으면 좋겠어요?”
“……그건 모르겠어. 다만 아이나가 루크를 의식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야.”
“레오 도련님의 선택을 받아서요?”
“그런 것도 있지. 하지만 그보다는 묘하게 라이벌 의식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
그 말에 마르티나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호시탐탐 아이나의 학년 대표 자리를 노리고 있는 건 하비든, 쥬엔, 샤샤다.
다른 1학년들은 내색하진 않아도 아이나가 이들을 굉장히 신경 쓰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셀리아는 엉뚱하게도 아이나가 루크를 라이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안다고 해도 인정도 하지 않겠지만.”
셀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아이나의 마음을 그렇게 잘 아세요?”
“나도 작년까지 아이나와 비슷했거든.”
“아이나와 비슷해요?”
“처음 만났을 때 레오는 오러도 쓰지 못했어. 그런 레오에게 내기를 걸었다가 져서 일주일 동안 하녀 노릇을 하는 굴욕까지 당했어.”
“……하녀요? 셀리아 아가씨가요?”
마르티나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가서 소문 내지마.”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마르티나를 바라보았다.
제르딩거 가문 내에서도 당시에 현장에 있던 극소수만 알던 사실이다.
“그 뒤에 레오는 순식간에 오러를 익혔어. 그리고 올 클래스라는 걸 증명했지. 솔직히 학기 초까지만 해도 갓 오러에 입문한 레오를 나보다 한 수 아래로 생각하고 라이벌로 여기지 않았어. 애써 외면했었지.”
그건 다른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추월당했지.”
셀리아의 눈이 가라앉았다.
“마음이 무너질 것만 같았어. 어느새 레오는 쫓아가기도 벅찰 정도로 저 멀리 가 있었거든. 지금도 그래.”
“그렇군요.”
언제나 당당한 셀리아의 모습만 보아온 마르티나로서는 그녀에게 이런 고민이 있는 줄 상상도 못 했다.
“루크가 정말로 아이나를 이길지 아닐지 모르지만. 루크에게 진다면 아마 아이나의 마음이 무너질지도 몰라. 주변을 똑바로 보지 못하니까 더더욱. 그래서 루크를 의식하게 해주고 싶었어.”
셀리아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 아이나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최소한 루크 엘다를 의식하고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똑바로 보게 된다면. 넘어질 지언정 다시 일어나서 달릴 수 있을 테니까. 이게 멘토로서 내가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도움 같아.”
“아가씨.”
마르티나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루크가 정말로 아이나를 이길 수 있을까요?”
“그야 모르지. 그런데 불가능하진 않을 거야.”
“왜요?”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러지만…… 내 사촌은 조금…… 뭐라고 해야 하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셀리아가 말했다.
“미친놈이잖아.”
“…….”
“미치지 않고서야 수련이라는 명목하에 사람을 그렇게 창의적으로 괴롭힐 수는 없어.”
진절머리를 치는 셀리아.
그녀는 레오에게 가장 많이 시달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확실히 레오 도련님의 모토는 무섭죠.”
‘안 돼?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 몰라?’
아주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을 하던 레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르티나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번 여름 방학 때 특훈 일정을 짜놨던데.”
“싫어요, 끔찍해요.”
두 소녀는 악독하기 짝이 없는 레오를 떠올리며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
와아아아아-!
토너먼트 1차전.
루메른의 중앙 대연병장에 설치된 대련장에서 학생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가운데 다음 대련의 대기실에 레오가 서 있었다.
“제가 정말로 할 수 있을까요?”
“그거야 알 수 없지.”
조금 불안한 목소리로 묻는 루크를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하지만 네가 널 안 믿으면 누가 널 믿겠어? 이때까지 네가 해온 것 들을 믿어.”
레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그 봉인구들은 이제 해제해도 괜찮아.”
레오의 말에 루크는 자신의 손목과 발목에 달려 있는 봉인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웃었다.
“네, 그래도 이 상태로 한 번 최선을 다해볼게요.”
그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대기실에 설치 된 마법으로 경기장의 상황이 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다음 순번이 찾아왔다.
“그럼, 가볼게요.”
“루크.”
“네?”
대기실을 떠나는 루크를 불렀다.
의아한 얼굴로 돌아선 루크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가서 알리고 와. 네가 누구인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