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16)
416.
루메른 중앙.
영웅의 탑.
그 앞의 거대한 광장에서 현재 화려한 파티가 거행되고 있었다.
루메른을 찾은 외부 손님들을 환영하는 행사였기에 학생은 예외 없이 참여해야 했다.
물론 명성 높은 영웅들과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자들이 모이는 만큼 대부분 학생은 큰 불만 없이 참석했다.
각지에서 모인 유력자들은 루메른 내에서도 유망한 학생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서 역시나 관심을 모은 건 루메른의 황금 세대라 불리는 2학년이었다.
“호오, 당신이 클로에 뮐러 양이로군요. 뮐러 양의 논문은 지금 마법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듀란 왕자. 대륙 중부 왕국들은 자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네!”
“자네가 워레든인가? 과연 대정령과 계약을 맺을 만한 그릇이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첼시가 빙긋 웃었다.
“다들 인기 좋네~”
“너희들은 인기가 없구나?”
그릇에 뷔페 음식을 잔뜩 담아와 만찬을 즐기던 칼이 놀리듯 말하자 첼시가 말했다.
“우리는 로드렌 제국의 사람이니까.”
“하긴. 아무리 유망하다고 해도 로드렌 제국 소속을 상대로 영업을 뛰지는 않겠지. 그런데 선배님들, 오늘은 안 싸우시네요.”
칼이 니엘과 마첼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2학년들 사이에서 셀리아와 첼시의 사이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보다 더한 관계가 있었으니 바로 두 가문의 가신 가문의 후계자인 니엘과 마첼이었다.
서로 한 학년 차이가 나는 선후배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만날 때마다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그런 두 사람이 오늘은 웬일로 조용했다.
“첼시랑 셀리아도 오늘은 얌전하고.”
칼의 말에 셀리아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넌 내가 첼시만 만나면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고 으르렁거리는 줄 아니?”
“응.”
망설임 없는 칼의 대답에 셀리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어쨌든 이유가 있는 거야?”
위기감을 느낀 칼이 화제를 돌리며 다급히 말하자 첼시가 대답했다.
“날파리들 안 꼬이게 하려고.”
“날파리들? 아아.”
첼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칼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혼자 느긋한 얼굴로 앉아 있는 레오에게 시선이 향했다.
“레오는 일단 로드렌 제국 사람은 아니지?”
레오의 본가는 플로브 가문이며 소속은 델라드 왕국이다.
제르딩거의 직계 혈통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일단은 외가.
그런 만큼 레오를 노리는 곳은 수도 없이 많다.
루메른 아카데미 최연소 학생회장.
거기에 시작의 영웅과 같은 올 클래스.
심지어 이미 어린 나이에 굉장한 위업을 이루었다.
유력자라면 레오라는 존재가 몹시 탐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호시탐탐 레오 쪽을 힐끗거리며 다가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셀리아와 첼시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기에 함부로 다가오지 못했다.
아무리 학생 출신이라고는 해도 제르딩거와 르왈린의 직계 앞에서 레오에게 수작을 부릴 사람은 없었다.
‘전담 마크로군.’
칼은 납득을 하며 만찬을 즐겼다.
‘편해서 좋기는 하군.’
레오는 피식 웃으며 두 사람을 내버려 두었다.
사실 이번 파티에서 피곤할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걱정은 없게 되었다.
‘이제 지금 시대에서 내 위치도 결코 낮지 않게 되었군.’
루메른에 있다 보니 외부인의 시선에는 무감각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미 레오의 존재는 세계에 깊이 각인 되었다.
누구나 레오에 대해 알고 레오가 이룬 위업을 칭송한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사령왕 헬 카이저.’
타르타로스를 이끄는 총사령관.
그리고 그에 걸맞은 힘과 카리스마를 가진 대마족.
‘녀석의 가장 무서운 점은 통찰력.’
재앙의 시대 초창기.
당시에 존재했던 무수히 많은 강국과 영웅들을 패퇴시키고 타르타로스의 영역을 광활하게 넓힌 건 사령왕의 진두지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가 군단장을 토벌할 정도의 힘을 손에 넣은 이후에도 놈은 몇 번이고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었어.’
그만큼 사령왕 헬 카이저는 두려운 존재다.
재앙의 시대가 종식되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세계를 재건하고 영웅의 시대가 시작되는 와중에도 타르타로스가 끝내 멸망하지 않은 건.
모두가 사령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지금의 사령왕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레오가 루메른에 입학하고 무수히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 하나하나가 세계를 놀라게 만드는 일들.
사령왕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느닷없이 나타난 어린 인간이 당연하다는 듯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다.
사령왕은 이것과 비슷한 상황을 이미 5000년 전에 경험했다.
‘리시나스와 나, 그리고 루나와 아르온, 드웨노의 등장.’
이미 기정사실로 되었던 세계의 멸망을 막아내고 끝내 세계를 구했던 대영웅들.
세계의 입장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희망이었지만 사령왕 입장에서는 재앙과도 같았을 것이다.
‘녀석의 통찰력이라면.’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쩌면 나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
레오가 손을 쥐락펴락했다.
‘앞으로는 녀석이 내 정체를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움직이는 게 좋겠어.’
레오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5000년의 악연. 이제는 그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
“플로브 선배님!”
양손을 마주 쥐고 꺄! 비명을 내지르던 레아가 레오에게 돌격하려고 했다.
루니아는 머리를 감싸 쥐며 그런 레아의 뒷덜미를 잡았다.
“레아, 넌 세이룬 1학년 수석이거든? 학교의 얼굴이란 말이야. 전 세계 수많은 영웅과 유력자들이 모인 자리야. 추태를 부려서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루니아의 말에 레아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루니아 선배가 저에게 세이룬의 명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조금 양심에 찔리시지 않나요.”
이미 내숭 따위는 고이 접어 하늘 위로 던져버린 루니아였다.
그렇다고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성질을 부리는 건 아니다.
“난 그래도 때와 장소는 가려.”
“그게요?”
대놓고 불신을 보내는 후배의 반응에 루니아가 망설임 없이 레아의 목을 졸랐다.
꽈악-!
“응, 네가 원하는 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을게.”
“컥! 하, 항복! 항복!”
“말이 짧다?”
“하, 항복이요!”
레아가 버둥거리며 루니아의 팔을 탁탁탁- 쳤다.
“훗훗! 꼭 자기랑 똑같은 후배를 두었군!”
그때 어딘지 모르게 우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아조니아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아르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오오오! 루니아! 아르! 잘 지냈나!”
데미안 교복을 입은 드리아나도 두 사람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해 왔다.
그들을 보며 레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올해 초.
무려 드웨노의 세계를 공략하고 차세대를 이끌 영웅 후보생이라 평가받는 세 사람이 모두 모였다.
‘뭔가 위압감들이 장난 아니네.’
가벼운 분위기를 벗어 던지고 레아도 긴장된 눈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런 가운데 드리아나가 입을 열었다.
“그 이상한 말투는 여전하구나?”
루니아가 팔짱을 끼며 말하자 드리아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야 언제나 존경하는 드웨노님처럼 행동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
“하나도 안 똑같은데.”
아르가 냉정하게 말했지만 드리아나는 듣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만난 것도 기념인데 내 부탁 하나 하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드리아나를 보며 레아가 살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차세대를 이끌 영웅 후보생의 부탁이라니?
‘뭐지, 굉장한 무구를 만들기 위해 재료 수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데미안 내에 커다란 문제가 생긴 건가?’
레아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긴장할 때였다.
“이번에도 누드 모델이 되어 달라면 사절이야. 이 변태 드워프야.”
아르가 톡 쏘듯 말했다.
그 말에 레아는 귀를 의심했다.
“예술을 위해서네.”
“드웨노님이 너보고 예술 때려치우라고 했잖아.”
이번에는 루니아가 냉정하게 말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일세. 드웨노님도 분명 그렇게 말했었네.”
“그 드웨노님도 예술은 너보고 제발 포기해달라고 할걸?”
“드웨노님께서 여기 있었으면 넌 포기해도 된다고 했을 거야.”
아르와 루니아의 가차 없는 말에도 드리아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레아를 발견하고 말했다.
“호오, 아름다운 소녀로군. 자네. 누드 모델 해볼 생각 없나?”
“아니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레아가 진지하게 루니아에게 물었다.
“대화 내용이 너무 고차원적이라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쟤 말이 너무 저질이라 이해 못 하는 거야.”
루니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각 종족의 미래라 평가받는 세 학생이 한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누군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린 넷은 깜짝 놀랐다.
그곳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드래곤 로드, 멜리나였다.
“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위대한 로드시여.”
루니아가 다급히 예를 올리자 멜리나는 면사포 아래로 손을 넣으며 ‘쿡쿡’ 낮게 웃었다.
“그렇게 소란 떨 것 없어요.”
빙긋 웃던 멜리나는 레아를 보며 말했다.
“레아 팅겔 양.”
“네, 넵!”
“루메른 1학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요? 분명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넵!”
레아는 절도 있게 대답하며 물러섰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감히 드래곤 로드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래도 멀리 떨어져서 대화를 엿듣는 건 괜찮지 않을까?’
강한 호기심에 레아가 힐끗-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 하고 당혹스러운 탄성을 내질렀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있던 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굉장히 눈에 띄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드래곤 로드가 등장했는데도 사람들은 조용했어.’
원래라면 파티 한 복판에 드래곤 로드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소란이 일었어야 한다.
하지만 파티장 분위기는 여전했다.
‘설마 인식저해 마법? 와, 대박.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니.’
너무도 정교하고 은밀한 마법에 레아는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
멜리나 앞에 선 세 사람은 긴장된 얼굴로 차렷 자세를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멜리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그냥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왔을 뿐이니까요.”
“여, 영광입니다.”
루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왜 저희와 이야기를…….”
아르가 조금 의아한 얼굴로 묻자 멜리나가 빙긋 웃었다.
“여러분은 시대가 선택한 영웅 후보생이니까요.”
그 말에 드리아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로드께서는 저희를 선택하신 겁니까?”
드래곤은 대대로 한 시대를 짊어질 영웅을 선택해 왔다.
그 중에서도 드래곤 로드가 뽑은 영웅은 특별했다.
그렇기에 멜리나가 언급한 ‘시대가 선택한 영웅’ 이라는 말은 세 사람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세 사람의 반응에 멜리나가 빙긋 웃었다.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그분이 선택한 거죠.”
“그분?”
멜리나의 존칭에 세 사람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로드.
드래고니아의 수장이자 모든 드래곤들의 왕.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존칭하는 자라니.
‘대체 누구지?’
모두가 놀라고 있는 사이.
멜리나는 ‘그분’.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순간 멈칫했다.
‘저건 뭐지?’
멜리나의 눈에 레오에게서 이질적인 힘이 느껴졌다.
굉장히 희미한 힘.
‘어디선가 느껴본 힘인데.’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던 멜은 이내 레오가 내뿜고 있는 힘의 정체를 깨달았다.
‘히어로 레코드의 힘과 닮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