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22)
422.
-학생 여러분! 그리고 루메른을 찾아주신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 토너먼트의 해설을 맡은 룬바 테스입니다!
룬바가 유쾌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2학년 마법학과 담당 교수! 렌 교수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렌 호르스입니다.
렌은 말끔한 모습으로 자기를 소개했다.
-교수님. 이번 토너먼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올해 입학생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학과 일정을 해왔습니다. 전원 1학기 기말고사를 치렀고 또한 멘토 시스템 덕분에 2학년 선배들에게 도움도 받고 있고…… 기존과는 다른 일정에서 다들 잘 성장해줘 더없이 기쁩니다. 이번에 교장으로 부임하신 리이나 교수님이 도입한 시스템이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예. 그래서 많은 사람이 루메른의 새로운 학과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죠. 한데 렌 교수님. 4강 토너먼트에 마법학과 학생은 한 명도 없는 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룬바는 자기 나름대로 재미있는 해설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렌에게 있어 굉장히 민감한 문제를 언급했다.
그리고 룬바의 언급이 끝나자마자 마법학과 측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할린드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마법학과 교수님이신데 1학년 기사학과 학생들 간의 시합 해설을 자처하셔서 조금 의외였…….
-4강전에 누가 마법학과가 한 명도 없다는 건가?
-예?
-또 뭐가 기사학과 학생들 간의 시합이란 건가?
-어음, 그러니까.
렌이 음산한 목소리로 룬바에게 물었다.
렌과 눈이 마주친 룬바는 자신이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루크 엘다 학생은 듀얼 클래스다! 당장에 2학기부터 마법학과로 학과를 옮기겠지! 게다가 루크 학생은 1학기 내내 마법에 관해 내 개인 과외까지 받…… 삑-!
-잠시 발생한 방송 사고에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라가 다급하게 확성 마법이 걸린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했다.
루메른 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개인 수업을 해주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걸 공개적인 장소에서서 떠들어대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괜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그렇기에 렌의 폭주는 난입한 다른 교수들에 의해 빠르게 저지되었다.
아인은 렌의 입을 막고 끌고 나갔다.
읍읍! 버둥거리던 렌을 보며 할린드가 턱짓하자 아인은 가차 없이 목을 꺾었고 렌은 이내 축 늘어졌다.
렌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건 1학년 마법학과 교수 멜이었다.
-멜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멜을 보며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멜의 목소리를 들은 아르가 고양이 귀를 쫑긋거렸다.
“어, 저 루메른 교수님 목소리. 왠지 드래곤 로드님이랑 비슷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흠. 비슷하긴 하군.”
예리한 아르의 말에 루니아와 드리아나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연이겠지?”
“그렇지. 드래곤 로드가 루메른에서 교수 일을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하지만 이내 관심을 끊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일어나지 않을 일이긴 했다.
그런 가운데 룬바가 해설을 이어 나갔다.
-자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1학기 내내 학년 꼴찌를 유지했지만! 기말 실기 시험에서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대반전의 주인공! 루크 엘다!
와아아아아아!
열렬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1, 2학년들이야 복잡한 시선으로 루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3학년 이상의 학생들에겐 대반전을 일으키고 있는 루크는 주목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다들 프라이드가 강한 영웅 후보생이 모인 루메른인 만큼 순하디순한 인상의 루크는 고학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렇게 선배들의 환성에 루크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에 루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고학년들은 더더욱 즐거운 비명을 내질렀다.
-오! 루크 학생! 인기가 대단합니다! 자 그럼! 다음 학생은! 올해 입학생 중 가장 주목받는 검의 천재! 아이나 베이드나!
아이나가 경기장에 올라서자 루크 못지않은 환성이 쏟아졌다.
작년 노년의 몸을 이끌고 시작의 영웅과 성운의 시조가 나타나기까지 마물 여왕을 막아낸 검성의 활약.
그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여기 있는 대부분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검성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만큼 그의 증손녀인 아이나는 입학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환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루크와 아이나가 경기장 가운데서 마주 섰다.
“여기까지 왔네.”
“네. 아이나씨.”
루크가 심호흡했다.
“오늘 아이나씨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루크 엘다.”
“네?”
아이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었기에 루크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넌 왜 루메른에 입학한 거야?”
느닷없는 물음에 루크는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대답했다.
“어려서부터 영웅을 동경했어요.”
그렇게 말한 루크가 미소 지었다.
“영웅은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대단한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수줍게 말하는 루크를 바라보았다.
대단한 포부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어려서부터 꿈꿨으니까.
남을 돕는 데는 큰 이유가 않았다.
그저 그것이 옳은 일이니까.
루크는 망설임 없이 남을 도와왔다.
아이나는 입학시험 당시 자신을 도와줬던 루크를 떠올렸다.
쥬엔과의 시합 이후.
아이나는 입학 이후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자기의 동기생들은 모두가 자신을 위한 목표가 있다는 것을.
‘나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아이나의 눈이 가라앉았다.
‘모두가 이상을 안고 영웅을 목표로 해.’
영웅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타르타로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검을 연마하고 루메른에 입학했을 뿐이다.
모든 동급생이 레오 플로브를 동경하며 그처럼 되기를 원하는 것과 반대로.
자신은 그저 필요한 대상으로 여겼다.
‘나와 루크 엘다는…… 아니. 루크 엘다 뿐만이 아니야. 다른 애들과는 달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계에 도전하지 못했어.’
1학기 동안 아이나는 단 한 번도 한계에 도전한 적이 없다.
입학 당시와 멘토 선별 당시에도 가망이 없다고 생각되자 그대로 포기했었다.
며칠 전 쥬엔과의 시합에서도 한계를 맞이하자마자 포기했다.
그런 자신과 다르게 쥬엔은 한계를 넘어서서 자신을 쓰러트리려고 했다.
‘루크 엘다 역시 마찬가지야.’
아이나는 입학 전의 루크를 알고 있다.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
루메른에 어울리지 않는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애는 누구보다 루메른에 어울리는 학생이야.’
끝없이 한계를 넘어선 끝에 지금 짧은 시간 앞에 자신의 앞에 서 있다.
‘레오 선배가 이 애를 인정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야.’
자기가 아니라 루크가 레오의 멘티가 되었다는 걸 아이나는 지금까지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나는…… 영웅 후보생 자격이 없어.’
심판을 맡은 교수의 말에 두 학생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검을 뽑고 루크는 긴장된 눈으로 아이나를 바라보았다.
아이나는 말없이 바닥을 바라볼 뿐이었다.
팅-!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동전이 허공을 날았다.
탱그랑!
동전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루크가 은빛 섬광이 되어 아이나에게 돌격했다.
* * *
“풀이 죽어 있네.”
레오는 아이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후 셀리아를 바라보았다.
“왜 저래?”
“나야 모르지.”
셀리아는 다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나가 널 안 찾아갔나 보군.”
“애초에 내 도움 같은 건 필요 없는 애였어.”
셀리아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나는 알아서 강해질 녀석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남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네 성격상 많은 도움을 줬을 것 같은데.”
“맞아. 쟨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했으니까. 멘토로서 그걸 바로 잡아 주고 싶었어.”
셀리아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형편없는 멘토여서 그런지 결국 도움이 되지 못했어.”
“책임감이 너무 강한 것도 문제야.”
“뭐?”
“넌 충분히 훌륭한 멘토였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나는 불안정한 상태였거든.”
아이나가 왜 자신의 인정을 받으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뭐가 됐든 아이나에게 있어 모든 것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걸 레오는 알고 있었다.
레오는 아이나처럼 타르타로스에 복수를 불태우는 이들을 수도 없이 봤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단순한 증오는 언젠가 스스로를 집어삼킨다.
그렇기에 레오는 아이나가 원하는 걸 충분히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레오가 아이나를 멘토로 선택했다면 아이나는 그것을 증오의 원동력으로 삼았을 테니까.
‘그랬다면 걷잡을 수 없었겠지. 저 애에게는 모든 걸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는 어른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끊임없이 부딪혀줄 또래 언니나 오빠가 필요했으니까.’
“넌 모르고 있었겠지만…… 넌 아이나가 엇나가지 않고 무너지지 않게 옆에서 붙잡아 줬어.”
“그런가?”
셀리아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기울였다.
“이 시합이 끝나고 만약 널 찾아간다면 그때는 진심으로 혼내 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한마디 해주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려.”
셀리아가 코웃음을 치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나저나 레오. 넌 이 시합을 어떻게 봐?”
“전력상으로는 아이나가 우위겠지.”
“그래. 하지만 저런 정신 상태라면 지금의 루크를 상대로는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
“그렇지는 않을 거야.”
“뭐?”
“아이나 같은 타입은 언제 어느 때나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어. 그게 설령 멘탈이 박살이 난 상태라도 말이야.”
“그렇다면 루크가 이기기 힘들겠네.”
“맞아.”
레오가 웃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유롭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거야?”
“그럴 리가.”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나에게 루크는 좋은 자극이 될 거야. 어쩌면 아이나 역시 한계를 뛰어넘을지 모르지.”
“그러면 더더욱 이기기 힘든 거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쉽게 꺾일 녀석은 아니거든. 루크가 아이나에게 자극이 되는 것처럼 아이나 역시 루크에게 자극이 될 테니까.”
* * *
채앵-!
은색의 오러가 맺힌 루크의 검과 황금색 오러가 맺힌 아이나의 검이 교차했다.
카각-!
검을 맞부딪힌 채 힘겨루기했다.
잠시 후.
금빛 섬광이 번뜩였다.
금색 선이 허공을 수놓는다.
채재재재재쟁-!
하지만 금색의 선은 은색의 검에 의해 모두 가로막혔다.
‘대단해.’
루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이나와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사학과에서는 학년 별로 모의전을 끝없이 한다.
하지만 학년 꼴찌인 루크에게 아이나는 과분한 상대.
그렇기에 단 한 번도 아이나와 검을 겨뤄 볼 일이 없었다.
루크로서는 먼발치에서 아이나의 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으로는 자신은 상대도 되지 않는 정교한 검술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막아 보니 바라보던 것과는 격이 달랐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그저 무감정하게 사람을 베는 검.
그렇기에 무자비하고 예리한 검술.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에 예측할 수 없었다.
‘역시 아이나씨는 대단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루크가 힘겹게 아이나의 검을 막아내 물러섰다.
그런 루크를 보며 아이나가 생각했다.
‘감정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검.’
검을 통해 루크의 감정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아이나는 검을 배울 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건 기사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격정은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그리고 뛰어난 기사는 상대의 감정을 빠르게 파악해 공격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루크의 검술은 공격이 훤히 보였다.
말 그대로 허점투성이.
하지만…….
‘너무 많은 감정이 느껴져.’
오히려 공격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기에 예측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