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23)
423.
루크의 눈동자가 빠르게 아이나가 그리는 검의 궤적을 쫓았다.
채앵-!
루크는 목을 노리는 검을 다급히 쳐냈다.
‘빠르다.’
1학년 학년 대표.
아이나의 검은 루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고 날카로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챙!
검과 검이 교차하며 날카로운 쇳소리를 토해냈다.
‘그뿐만이 아니야.’
금색의 섬광이 허공을 수놓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오로지 상대를 베기 위해 연마된 검은 루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챙! 채앵! 탱! 터엉-!
단순히 빠르고 날카로운 것뿐만이 아니었다.
검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아이나의 검에 실린 무게감 역시 더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 무게감은 묵직한 파괴력이 되었다.
콰앙-!
“큭!”
아이나가 휘두른 검에 루크의 검이 튕겨 나갔다.
일순간 무방비가 된 루크의 품으로 아이나가 파고들었다.
루크는 오러를 끌어 올려 튕겨나간 검의 궤적을 고쳐 아이나를 향해 휘둘렀다.
스각-!
은빛 섬광이 번뜩임과 동시에 아이나가 오러 스텝을 밟아 루크의 검격을 피했다.
루크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일순간 아이나의 무게 중심이 무너졌다.
‘반격할 기회야!’
지금껏 아이나의 엄청난 속도에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루크는 처음으로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를 만들었다.
간격을 좁히려는 그 순간 루크는 아이나와 눈이 마주쳤다.
평소와 같은 냉정한 눈.
어떻게 보면 평온하게까지 느껴지는 눈을 본 순간 루크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루크가 다급히 아이나와 거리를 벌렸다.
“뭐야?”
“반격할 기회 아니었어?”
가까스로 잡은 공격의 주도권을 포기하는 루크를 보며 1학년들이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깝다!”
일리아나가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쳤다.
첼시는 그런 일리아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뭐예요? 뭐?”
상황 파악을 못 한 레아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조금 전 루크군이 공격을 했으면 그대로 시합이 끝났을 거예요.”
에이란은 친절하게 레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루크는 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슥 닦았다.
‘자세는 무너트렸어. 하지만 내 공격 간격이 완벽하게 읽혔어.’
기사와 기사의 백병전은 간격의 싸움.
온갖 화려한 기술이나 강력한 공격도 공격 범위를 상대에게 간파당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상대의 간격을 파악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투를 하는 내내 공격 패턴에 따라 간격 역시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나는 루크와의 짧은 공방전 속에서 그 간격을 정확하게 계산한 것이다.
자세가 무너졌다고 해도 공격을 하면 피했을 것이다.
‘만약 공격했다면 내가 당했어.’
아슬아슬하게 피한 이유도 깊게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다.
심호흡을 한 루크가 다시 검을 다잡았다.
그런 루크를 바라보며 아이나가 검을 겨누었다.
아이나가 한 발자국 내딛자 아이나의 모습이 사라졌다.
루크가 다급히 오른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앙-!
가공할만한 위력이 담긴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낸 루크였지만, 힘을 모두 버티지 못하고 밀려나더니 바닥을 뒹굴었다.
“큭!”
다급히 몸을 일으킨 루크가 자세를 다잡았다.
그 사이 루크의 지척까지 온 아이나가 검을 휘둘렀다.
‘정면으로 받아서는 안 돼.’
손바닥이 얼얼하고 손목이 시큰거렸다.
이만한 충격을 계속해서 받는다면 순식간에 자멸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어떻게든 공격을 흘리며 충격을 최소화해야 했다.
꽝-!
다시 한번 검과 검이 격돌하며 루크가 튕겨 나갔다.
‘충격을 줄일 수가 없어!’
1학년 1학기 동안 아이나를 학년 대표로 만들어 준 건 그녀의 검에 담긴 압도적인 속도와 힘 덕분이다.
하지만 아이나의 진면목은 그것이 아니다.
바로 검술.
검성의 증손녀답게 어려서부터 날카롭게 검을 연마한 아이나의 검술은 압도적이다.
루크가 어떻게든 공격을 흘려보내려 해도 아이나의 기술이 그것을 차단했다.
힘과 속도, 그리고 기술까지.
아이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기사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루크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당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히는 아이나를 바라보았다.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물러서면 아이나씨의 검에 당할 뿐이야.’
루크가 자세를 낮추었다.
‘그렇다면.’
파앗-!
루크가 땅을 박차고 아이나에게 돌격했다.
순간 아이나가 눈을 크게 떴다.
은빛 섬광이 되어 아이나에게 다가간 루크가 먼저 검을 휘둘렀다.
꽈앙-!
‘내가 먼저 공격…….’
“으헉?”
검과 검이 격돌하는 순간 루크가 그대로 튕겨져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자칭 아이나 파벌을 칭하는 1학년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식하기는. 먼저 달려든다고 어떻게 될 줄 알아?”
“꼴불견이네!”
“운 좋게 4강에 들어서 밑천이 드러나는 거겠지.”
아이나 파벌을 자처하며 1학년 최고 우등생이라 칭한 그들은 루크를 학년 꼴찌였던 루크의 이변을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과 달리 루크와 마주 본 아이나의 눈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루크는 웃고 있었다.
‘이 애는 대체.’
***
셀리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식한 거야? 아니면 판단력이 좋은 거야?”
“둘 다겠지.”
레오의 대답에 셀리아가 납득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1학년들 중 몇몇은 아이나에게 무모하게 돌격한 루크를 이해 못 했지만, 다른 학년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루크가 아이나의 검에 담긴 위력을 줄였다는 걸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그 짧은 시간 내에 공격이 펼쳐지기 전에 미리 돌격해서 그걸 차단시킬 생각을 하다니. 제법이네.”
“원래부터 눈은 좋았으니까.”
경기를 바라보며 레오가 말했다.
“끊임없이 남을 관찰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걸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났어.”
찰나의 순간 본능적으로 아이나에게 대적할 만한 방법을 꿰뚫어 본 것이다.
“아이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거야.”
레오가 피식 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루크는 조금씩 아이나에게 다가가고 있으니까.”
***
콰앙-! 쾅!
황금색 오러가 맺힌 검이 루크를 노렸다.
루크의 은색의 오러가 그런 아이나의 오러를 받아쳤다.
‘점점 빨라져.’
아이나는 자신의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한 루크를 보며 눈이 흔들렸다.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어.’
아이나가 이를 악물었다.
이번 기말시험은 아이나에게 있어 최악이었다.
첫 시합부터 쥬엔과 붙었다.
당연하게 낙승일 것이라 생각했던 시합이지만 아이나는 가까스로 이겼다.
아니, 도저히 이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대로는 절대 레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엄습했고 기말시험을 치르는 동안 방황은 더욱 심해져 갔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쥬엔과 하비든, 샤샤가 자신을 추월하고 멀리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나는 자신이 입학 이후 루크를 외면하고 피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나는 루크 엘다가 무서웠던 거야.’
레오 플로브에게 자신은 인정받지 못하고 루크가 인정받았던 날.
아이나는 루크의 거대한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을 따라 잡을 거라는 사실을 그때 직감했다.
그리고 지금 루크는 자신의 옆에 서려고 하고 있다.
그 사실에 아이나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복수 이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나의 마음속에 한 가지 감정이 떠올랐다.
‘지기 싫어.’
이 마음이 왜 고개를 드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이나는 지금 루크에게 지기 싫었다.
화악-!
아이나의 눈에서 황금색 안광이 번뜩였다.
고오오오-!
아이나의 몸에서 치솟은 황금색 오러가 마치 기둥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넘실거리던 오러가 검끝으로 모였다.
-오오오오! 이건!
해설을 보던 룬바가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옆에서 함께 해설을 하던 멜이 중얼거렸다.
-검성의 검이군요.
한 시대를 짊어지고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영웅.
올바른 것을 위해 검을 들었던 정의롭고 고결한 기사를 상징하는 정의라는 뜻을 가진 일격.
“유스티티아.”
아이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으로 루크를 상대했다.
‘제발 그만 쫓아와!’
이를 악물고 쥐어 짜내듯 속으로 소리치며 검을 휘둘렀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황금의 검을 보며 루크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굉장해.’
루메른에는 대단한 사람들뿐이었다.
끝없이 쫓아가도 모자랄 정도로 놀라운 사람들.
‘내가 그런 사람들을 쫓아갈 수 있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음이 떨린다.
‘쫓아가서……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레오의 멘티로 있는 동안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수 없이 절망하고 한계에 부딪히고. 수없이 좌절하고 고개 숙여도.’
루크의 몸에서 은빛 섬광이 치솟았다.
‘포기하지 않고 한계를 넘어서고 고개를 들면.’
은색의 안광이 번뜩였다.
‘더 나아진 내가 있었어!’
마나가 증폭되고 마력이 들끓는다.
루크는 자신의 고유 마법을 시전했다.
‘초월!’
일순간.
한계를 넘어 자신이 가고 싶은 영역으로 한 발짝 떠밀어주는 마법.
그 마법의 힘으로 루크는.
“하아아아아압!”
번쩍-!
일순간 아이나와 같은 곳에 서는 데 성공했다.
은빛 검격이 황금의 검을 양단했다.
쿠구구구구구-!
아이나의 공격을 받아낸 루크의 주변이 초토화 되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 올랐다.
그 가운데서 루크가 이를 악물었다.
“큽?!”
허락되지 않은 거대한 힘을 휘두른 대가로 팔은 비명을 내질렀다.
‘아직이야! 아직 더 할 수 있어!’
하지만 억지로 고통을 참아냈다.
‘내가 아는 아이나씨라면 이정도로 쓰러지지 않아. 분명 한 번 더 올 거야!’
루크가 아이나의 공격에 대비한 순간.
흙먼지 너머에서 아이나가 검을 늘어트리는 것이 보였다.
“네가 이긴 것 같아, 루크 엘다.”
순간 루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일격은 내 모든 걸 다한 공격이었어. 그게 막혔으니 난 진 거야.”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나를 보며 루크의 눈이 떨렸다.
“왜……. 왜 포기하는 거예요?”
“뭐?”
“아직 더 싸울 수 있잖아요.”
루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했지만, 나는 한계야.”
“아직 검을 휘두를 힘이 남아 있잖아요. 그런데 왜 한계라는 거죠?”
루크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루크를 보며 아이나가 자조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결과는 뻔해. 나 같은 걸 아등바등해서 이길 가치는 없을 거야.”
절망하고 마음이 꺾인 아이나의 말에 루크가 말했다.
“아이나씨 같은 거라뇨.”
루크가 이를 악물었다.
레오는 루크에게 학년 대표가 되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학년 대표가 된 것에 가치가 있을까?
‘없어.’
루크가 손을 꽉 쥐었다.
“아이나씨는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쥬엔이 아이나씨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거잖아요.”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도 아이나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난 이미 한계야. 그러니 네가 이긴…….”
“그러면 한계를 뛰어넘어요! 당신을 목표로 이를 악물고 쫓아간 사람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울컥한 루크의 외침에 흠칫한 아이나가
“대단한 사람이니까 쫓아가고 싶은 거야! 대단한 사람이니까 이기고 싶은 거고!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당신을 목표로 하고 노력했던 내 지난 나날이 뭐가 되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거면 내가 고생한 거 보상한 다음에 포기해요!”
스스로 자책하는 아이나를 보며 눈이 돌아간 루크는 왁-! 소리를 질렀다.
그런 루크를 보며 아이나가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보상해주…….”
“보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무, 무서워.’
아이나 때문에 지난 날의 생고생에 대한 원한이 폭발해 눈이 돌아간 루크의 모습을 보며 아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흙먼지가 걷혔다.
그런 아이나를 보며 루크가 말했다.
“도망갈 거면 최소한 나한테 최선을 다한 다음에 도망쳐주세요.”
루크가 검을 고쳐 쥐었다.
그런 루크를 보며 아이나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할아버지는 도망치고 싶으셨던 적이 없었나요?’
‘많았지.’
껄껄 웃으며 검성 칼리안이 증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많았지만 다 이겨내신 거죠? 할아버지는 검성이시니까.’
‘아니. 몇 번이고 도망쳤단다.’
증손녀의 동심을 사정없이 박살내버린 칼리안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능구렁이처럼 웃을 뿐이었다.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아이나는 그런 칼리안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칼리안이 빙그레 웃었다.
‘그냥 도망치지는 않았단다.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한계에 몇 번이고 도전한 다음. 그래도 안 된다면 도망쳤지.’
칼리안은 증손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아이나. 최선을 다한 후라면 얼마든지 도망쳐도 된단다. 그 다음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야.’
옛날 일을 떠올리며 아이나가 검을 잡았다.
‘할아버지.’
***
‘분위기가 달라졌군.’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던 레오가 눈을 빛냈다.
‘조금은……. 영웅 후보생다운 눈을 하게 됐군, 그래.’
아이나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던 레오의 얼굴에 일순간 표정이 사라졌다 돌아왔다.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셀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셀리아를 향해 레오가 웃으며 말했다.
“잠깐 좀 다녀올게.”
그 말을 남기고 관중석을 떠났다.
멀지 않은 곳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레오의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너무도 미약한 힘.
하지만 레오는 이 힘의 주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령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