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3)
【43】42
마법동 대강당에 1학년 마법학과생들이 모여 있었다.
대강당에 마련된 간이의자에 앉은 학생들은 긴장된 얼굴로 자신의 노트를 읽고 있었다.
“으으! 떨려! 속 쓰리고!”
칼이 직접 만든 위장약 몇 개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걸 본 주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위장약을 사 갔다.
“이 와중에도 수완이 좋은데?”
“시험 점수가 예상되는데 이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그나저나 레오 넌 역시 우등생이라 긴장 안 되나 보다?”
“그렇지는 않아.”
“그렇지 않은 녀석이 그렇게 태연하냐?”
부럽다는 듯 툴툴거린 칼이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클로에의 뒷모습을 힐끔 보았다.
시험 기간 동안 폐인처럼 엉망으로 지낸 클로에였지만, 오늘은 굉장히 말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클로에뿐만 아니다.
모든 마법학과생이 한껏 차려입고 있었다.
오늘 있을 고유마법 발표는 단순히 시험이 아닌 마법사로서 자신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마법사라는 진로를 선택한 이상 마법 이론 논문 발표회에 나갈 일이 많은 건 필연적인 일.
그렇기에 이건 앞으로 있을 발표회의 연습이기도 했다.
그때 강당 문이 열리고 세 명의 마법사가 들어왔다.
하나 같이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들은 깐깐한 표정으로 단상 위로 올라섰다.
“오랜만입니다, 렌 부교수님. 아, 이제는 교수님이시죠?”
“후후. 나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 그래. 이제는 교수지.”
렌 교수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 후 단상에 올라서 말했다.
“자, 모두 주목.”
렌 교수는 단상 위에 올라서며 학생들을 주목시켰다.
“이들을 소개하겠다. 왼쪽부터 릴다 페드니, 아이드먼 슬락, 신 후즈다. 세 사람 모두 3년 전 루메른의 마법학과를 졸업한 너희들의 선배들이지. 오늘은 선배와 후배 관계가 아닌 심사위원으로서 너희를 평가할 거다.”
그 말에 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렌 교수는 마법학과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잘생긴 외모와 좋은 성격도 있지만, 그보다도 가르치는 능력이 워낙 뛰어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준점을 까다롭게 두기로 유명한 교수였다.
그렇기에 심사위원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그런 렌 교수가 아닌 졸업한 선배들이 심사위원을 한다고 하니 긴장이 한결 풀리는 건 당연했다.
칼 역시 ‘오~! 재수!’ 라고 하며 좋아했다.
“좋아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응? 왜?”
“렌 교수님이 굳이 외부에서 데려온 심사위원들이잖아. 과연 호락호락할까?”
“…….
그 말에 칼의 얼굴이 살짝 불안하게 변했다.
그러는 사이 세 사람이 단상 앞에 있는 심사석에 앉았다.
종이와 팬을 꺼내 든 그들이 준비되었다는 표정을 짓자 렌 교수가 명단을 들고 학생 이름을 불렀다.
“일리아나 라덴.”
드륵-!
그 말에 일리아나가 단상으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5반의 일리아나 라덴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너무 영광이에요.”
“우리도 만나서 반가워요, 일리아나 학생. 귀여운 후배의 발표를 듣게 되어 기대가 된답니다.”
릴다 페드니가 안경을 고쳐 쓰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에 일리아나는 몸을 살살 꼬며 부끄러운 표정으로 최대한 귀엽게 웃었다.
이렇게 귀여운 후배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하실거예요? 라고 어필하듯 귀여운 후배 연극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레오, 저 왈가닥이 저러니까 나 속이 안 좋다.”
“참아.”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제 주력 속성은 빛입니다.”
“호오, 드문 마력 속성을 가지고 있군요.”
흥미를 드러내는 선배들을 보며 일리아나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분위기 좋고~’
“……이렇게 빛 속성의 마법 체계에 ‘불꽃’ 속성의 마법 술식을 추가하면 강력한 ‘열선’ 마법을 방출할 수 있는 거죠!”
일리아나가 자신이 만든 마법 술식 체계를 풀어쓴 칠판을 양손으로 가리키며 졸업생들을 보았다.
눈썹을 몇 번 들썩이며 어필하던 일리아나가 양손을 뒤로 감추며 수줍게 웃었다.
“이상입니다.”
발표가 끝나자 학생들 사이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제일 좌측에 앉아 있던 릴다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확실히 빛 속성 마법사들 중 자신만의 고유마법으로 강력한 ‘레이저’ 마법을 많이 선택하죠. 과거에야 고유마법은 말 그대로 자신만의 오리지널이었지만…… 뭐, 요즘은 영웅의 세계로 인해 힘의 계승이 당연시된 세계인만큼 고유마법 자체가 특별할 필요는 없죠. 다만 완성되는 과정에 자신만의 독창성은 있어야 합니다.”
어느새 그녀는 무감정한 눈으로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기존의 레이저 계통 마법과 비교해 다른 점은?”
“어음…… 그, 그건…… 우리 가문의 비전 마법 술식과 관련된 거라…….”
“비전 마법과 관련된 수식이라. 안일하군요.”
쯧쯧- 혀를 찬 릴다는 일리아나의 마법 술식에서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몰아붙였다.
돌변한 분위기에 일리아나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힘겹게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보죠. 일리아나 학생. 자신이 구상하고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마법의 위계 등급은 몇 등급이죠?”
“그, 그게…… 아직 못 정했는데요.”
손을 꼼지락거리며 일리아나가 릴다의 눈을 피했다.
“꿈이 원대한 건 좋지만 발표는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걸 해야 합니다. 우리가 후배들 재롱잔치 보러 온 줄 알아?! C-! 다음!”
“힉!”
갑자기 돌변한 릴다는 눈을 희번덕 뜨며 소리쳤고 그 기세에 일리아나가 기겁하며 도망치듯 단상에서 내려갔다.
다른 학생들의 얼굴이 굳었다.
학생들이 봤을 때 일리아나의 발표는 훌륭한 편이었다.
그런데 고작 C-라니?
그 모습을 보며 렌이 팔짱을 꼈다.
‘잘하고 있군. 벽이란 걸 느껴 볼 때도 되었지.’
렌은 부교수 시절 친하게 지냈던 졸업생 중에서도 특히 마법 이론에 까다로운 졸업생들을 초청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1학년들은 루메른의 수업 난이도에 벅차한다.
하지만 중간고사가 되었을 때쯤 슬슬 수업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단시간 내에 입학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으로 성장했다.
1학년 전체가 우쭐하고 자만에 빠질 시기였다.
이때 잡아주지 않으면 공부에 소홀하게 된다는 걸 렌 교수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올라갈 녀석은 내버려 두고 안 될 녀석들은 안 된다며 신경 안 쓰는 교수님들도 많지만…… 하면 될 녀석들을 내버려 두는 건 성미에 안 맞지.’
새로운 자극을 주어 다시금 위를 바라보게 하는 것도 교육자로서의 일이라고 렌은 생각했다.
‘애초에 1학년들의 수준으로 고유마법을 완성하는 것도 무리지.’
과제를 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유마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루메른에 들어오는 마법사들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다른 마법사들이 일평생 매달려서 완성 시키는 고유마법을 몇 달 만에 완성 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뭐, 그런 걸 해내는 천재들도 있지만.’
렌이 몇몇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학생들의 발표는 계속되었다.
“이번 1학년들은 특별하다고 기대했는데 수준이 영 아니네.”
“독창성으로 본다면 오히려 다른 기수들보다 못하다는 생각도 들 정도야. 하긴. 윗선에서 특별하다고 한 건 어디까지나 ‘전투 실력’ 이니까.”
릴다와 신 후즈가 들으라는 듯 말했다.
그들 역시 렌에게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들었다.
그들이라고 어떻게 후배가 안 귀엽겠는가?
잘했다고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악역을 맡기로 했다.
자신들도 1학년 이맘때쯤 자만했다가 크게 고생한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1학년들이 철저하게 졸업생들에게 털리는 가운데 렌이 다음 학생을 호명했다.
“아바드 르왈린.”
그 말에 졸업생들의 표정이 변했다.
서대륙의 최강국.
로드렌 제국의 마법의 정점인 르왈린 가문의 후계자가 호명되었으니 기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제 고유마법의 이름은 템페스터입니다.”
단상 위에 오른 아바드는 짧게 인사하고 발표를 시작했다.
그 발표를 들으며 모든 이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바드의 마법은 말 그대로 바람의 위력을 극대화시킨 일종의 자연재해에 가까운 마법이었다.
“완성 단계에 이르렀을 때 예상되는 위계 등급은 최상위입니다.”
그 말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말 그대로 자신을 상징하는 최강의 마법이군.’
“크! 재수 없는데 멋있어! 그래서 더 재수 없지만! 어쨌든 멋있어!”
“하나만 해라.”
칼이 팔짱을 끼며 말했고 레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아바드를 보며 여학생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첼시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우리 오라버니 최고! 라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 오빠의 마법 술식도 대단하지만 역시 오라버니도 만만치 않아! 하아~ 누굴 응원해야 하지?’
“대단하군. 역시 르왈린 가문의 후계자다워.”
“마법사 개인이 가진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지향점과 목표까지 모든 게 총합 된 고유마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마법이야.”
졸업생들은 입이 닳도록 아바드를 칭찬했다.
“어느 기수나 이런 괴물 같은 친구가 있군. 아바드 르왈린, 넌 A+야.”
졸업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아바드가 단상에서 내려왔다.
“크~ 다음 발표하는 녀석이 누군지 불쌍하다!”
“다음 발표자, 칼 토마스.”
“헉!”
킬킬 웃던 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몇몇 학생들의 측은한 눈빛이 그에게 닿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단상 위에 올라갔던 칼은 예상대로 처참한 꼴이 되어 자리로 돌아왔다.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을 지은 칼이 주변 학생들의 위로를 받았다.
그러는 와중에 첼시의 발표도 있었다.
아바드가 절대적인 파괴력을 지닌 마법을 자신의 오리지널 마법으로 선보였다면 첼시는 바람으로 주변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필드 마법을 오리지널로 선택했다.
“놀라운데?”
“아무리 르왈린이라지만, 고작 열네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A!”
“감사합니다.”
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인 첼시가 단상을 내려갔다.
첼시를 끝으로 발표자는 단 두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다음은 발표자, 레오 플로브.”
드르륵-
그 말에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학생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단상에 오르기 전, 레오는 맨 앞에 선 클로에와 눈이 마주쳤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클로에는 물끄러미 레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살짝 무안한 표정을 지은 레오가 단상 가운데로 섰다.
“제가 준비한 고유마법은 무속성 마법 술식 체계입니다.”
“무속성 마법 술식 체계? 그게 뭐야?”
릴다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들어 본 적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었다.
“간단해요. 기존의 마법 술식은 모두 속성 발현 술식이 있잖아요?”
“당연하지. 어떤 마법이든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해서의 최소 필요조건이잖아.”
신 후즈가 당연한 걸 왜 말하냐는 듯 즉답했다.
그 말에 레오가 웃었다.
“속성 발현 수식을 모두 호환시킬 수 있는 마법 술식 체계가 제 고유마법입니다.”
“뭣?”
“그게 무슨 헛소리야?”
심사를 맡은 세 사람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고 학생들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렌 교수는 눈을 부릅뜨고 레오를 보았다.
“레오 플로브. 그러니까 네 말은…… 새로운 마법 술식 체계를 만들겠다는 소리야?”
아이드먼이 확인하듯 묻자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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