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30)
430.
그날 저녁.
피폐해진 모습으로 2학년들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털썩-
칼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오늘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한 달을 어떻게 버티냐.”
“나 집으로 돌아가면 봉제 인형 다 갖다 버릴 거야.”
피폐해진 2학년들이 패닉에 빠진 반응을 보였다.
해가 지자마자 한곳으로 워프 된 2학년들은 팻말을 따라 숙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나 배고파.”
“오늘 온종일 쫄쫄 굶었으니 당연히 배고프겠지.”
“저녁은 뭘까.”
“식사하고 빨리 따뜻한 물로 씻고 싶어! 엉망이야!”
“난 얼른 침대에 누울래~”
여기저기서 희망사항이 터져 나왔다.
“칼, 그만 엎어져 있고 어서 가.”
첼시가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칼을 지팡이로 쿡쿡 찔렀다.
“가기 싫어.”
“왜?”
“내가 예상하는 미래는 그저 어둠뿐이란 말이야. 흑흑흑.”
오열하는 칼을 보며 첼시가 미간을 찌푸렸다.
칼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가며 첼시가 말했다.
“그나저나 레오 오빠가 안 보이네?”
“걘 이미 우리가 겪은 시련들은 진즉에 클리어하고 먼저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있을걸?”
“하긴. 레오 오빠니까.”
첼시는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머물 숙소에 도착했다.
커다란 공터에는 통나무 집 몇 채가 있었다.
생각만큼 화려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번듯한 숙소를 보며 학생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와! 딱 좋네.”
“뭔가 별장에 놀러 온 기분 아니야?”
“얼른 밥 먹자!”
“그 전에 씻어야지!”
들뜬 반응을 보이며 학생들이 통나무 집으로 향할 때였다.
“너희 어디가?”
공터 한 곳에 모닥불을 피워 놓은 레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앗! 레오 오빠!”
첼시가 환하게 웃으며 레오에게 달려갔고 칼은 한숨을 푹 쉬며 레오 곁으로 다가가 그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런 레오를 보며 루니아가 다가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안 들어가고 뭐 해?”
“어딜 들어가?”
“숙소에.”
“우리 숙소는 여기야.”
레오는 광활한 공터를 향해 턱짓했다.
“뭐?”
루니아가 일순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상황을 이해하고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잘 곳이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고? 아무런 장비 없이 노숙을 해야 한다는 거야?”
“맞아.”
레오의 대답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반응에 아르가 팔짱을 끼고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후훗! 나약하기는! 이래서 온실 속에서 자란 도련님, 아가씨들은 안 된다니까!”
하얀 고양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아르가 가슴을 활짝 폈다.
“우리 아조니아 학생들은 노숙 같은 건 조금의 장애도 되지 않…….”
“밥도 알아서 구해야 해.”
“그런 게 어디 있어!”
아르가 고양이 꼬리를 바짝 세웠다.
“바보야! 잠자리도 제공 안 하는데 식사를 제공 하겠어?”
“우윽!”
루니아의 말에 아르가 흠칫 했다.
“무슨 소란들이지?”
그때 통나무 문이 열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시선이 여인에게 쏠렸다.
검은 머리카락에 옅은 붉은빛이 도는 여인이었다.
전체적으로 쭉쭉 뻗은 팔다리가 인상적인 미녀였는데 가장 특이한 점은 귀였다.
검은 토끼 귀를 가진 토끼 수인.
“바니르 선배님!”
바로 작년 아조니아를 졸업한 바니르였다.
아조니아 학생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바니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선배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활약상은 듣고 있습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후배들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던 바니르가 말했다.
“쫑알쫑알 시끄럽다. 애송이들.”
살벌한 기세가 담긴 바니르의 목소리에 모든 영웅 사관 학교 학생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하지만 아조니아 2학년들은 차렷! 자세를 취하며 ‘옙!’ 하고 우렁차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에 바니르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래서, 뭐가 불만들이지?”
세이룬 학생 한 사람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에 바니르가 턱짓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실력을 키우러 왔는데 최상의 컨디션으로 수련에 임해야 효율이 오르지 않을까요?”
“혹시 이곳이 너희 학과 일정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예? 그야 당연히…….”
“드래곤 로드에게 초대장을 받았다고 선택받았다는 양 기고만장하는 모양인데.”
바니르는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드래곤 로드는 너희를 선택한 게 아니야. 시험하고 있는 거지.”
살벌한 바니르의 말에 세이룬 학생이 어깨를 떨었다.
그뿐만 아니다.
다른 학생들 역시 흠칫했다.
“너희에게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이유? 극한의 상황에서도 너희가 제대로 된 기량을 얼마나 발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 거에 쫑알쫑알 불만을 가진 녀석이라면 당장 퇴소해.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몇몇 학생들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들을 보며 코웃음을 친 바니르가 숙소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가라 앉은 분위기 속에 첸 시아가 말했다.
“일단 할 일을 분담할까요? 잠자리와 식사 준비가 우선이니 정하도록 해요.”
“넌 이런 상황에서도 태연하구나?”
“익숙하니까요.”
첸 시아가 빙그레 웃었다.
그림자인 첸 시아는 이런 상황이 익숙했다.
모두가 지친 몸을 이끌고 잠자리와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레오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검은 토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냥.”
레오가 씁쓸하게 웃었다.
“옛날 생각이 잠깐 나서.”
***
플로브 가문의 영토에는 울창한 산이 하나 있다.
몬스터는 살지 않는 땅.
별다른 지하자원이 없는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커다란 산이었다.
‘그렇기에 수련 장소로 안성맞춤이지만.’
멜리나는 마법을 통해 이미 이 산과 외부를 차단시켜놨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의 힘을 이용해 이곳을 최고의 수련장으로 꾸며 놨다.
‘결국 오늘 1단계를 통과한 학생은 없었네.’
1학년과 2학년은 현재 분리된 상황.
하지만 이번 수련회 첫날에 1단계 훈련을 통과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딱히 영웅 후보생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멜리나가 짠 훈련은 가혹했다.
‘일단 1단계를 통과하든지 해야 개인 훈련에 돌입할 텐데.’
앞으로 한 달간의 일정에 대해 고민하던 멜리나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로드를 뵈옵니다.”
뒤에서 금발 머리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멜리나의 심복, 아카티스였다.
그는 대륙 서부에서 대영웅과 개벽의 영웅들의 히어로 레코드를 탐색하는 역할을 맡은 이였다.
그가 직접 자신을 찾아오자 멜리나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했다.
“이곳 델라드 왕국의 수도, 델란에서 영웅 던전이 발생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직접 왔다면 대영웅이나 개벽의 영웅의 히어로 레코드겠죠?”
멜리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다만?”
“델란에서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검은 불꽃……!”
멜리나의 안색이 굳었다.
“정확한 장소는 어디죠?”
“델란 왕궁 마법 연구소입니다.”
“당신은 먼저 드래곤들을 이끌고 가서 대기하세요. 우선 이곳을 마저 수습하고 곧 가겠어요.”
“예.”
아카티스가 모습을 감추었다.
멜리나가 심호흡을 하고 그를 불렀다.
“레오님. 문제가 발생했어요.”
***
고아원이 아이들이 모두 숨을 거둔 비극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창천의 수호자라고 불렸던 아르온의 스승은 불의의 사고라고 했다.
아르온은 정확한 내막에 대해 듣고 싶어 했지만, 스승은 알려주지 않았다.
‘아르온. 너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지.’
아곤은 피폐해진 얼굴로 힘겹게 미소 지었다.
‘맑은 하늘조차 본 적 없는 네게 진실을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 않구나. 나를 용서해라. 창천의 수호자로서…… 누구보다 맑은 네 마음을 지키고 싶은 내 이기심이니…… 동생들은 잊어라.’
‘예, 스승님.’
아르온은 어려서부터 스승에게 의지 해왔다.
그렇기에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스승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그 비극이 있은 후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으면 동생들은 살 수 있었을까?’
정확한 사건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막대한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겁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조금만 용기가 있었다면 스승이 절망하고 좌절하는 일도.
동생들이 자신보다 먼저 떠나는 일도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
아르온은 싸우는 것이 무서워서 반년 동안 집을 떠났을 때 비극이 일어났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찾아왔다.
세계를 구할 거라며 창천의 수호자 아곤을 동료로 영입하기 위해 찾아온 세 사람.
“창천의 수호자 아곤님. 당신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리시나스라고 했던가?”
아곤은 피폐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더 이상 세상을 위해 싸울 수 없네. 사람들을 위해 전장에 나설 수 없네. 내 마음은…… 이미 꺾였네.”
어리석은 자라 불리는 드래곤의 부탁을 아곤은 정중하게 거부했다.
“대신…… 내 제자를 데려가게. 이 아이는 나보다 훨씬 강할걸세. 나와는 다를 걸세. 나처럼 사람을 증오하지도 않고 세계를 증오하지도 않네. 이 아이의 마음은 푸른 하늘처럼 맑으니까.”
아곤은 아르온을 보며 웃었다.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갈 아이라네.”
“이 겁 많아 보이는 애가요?”
엘프가 귀를 쫑긋거리며 신기하다는 듯 아르온의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엘프가 자신을 자세히 바라보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예, 예쁘다.’
“어머, 순진해라. 얼굴 붉힌다! 귀여워!”
“이야기 방해하지 마.”
“아야야얏! 이거 놔! 놔! 안 놔! 아그작!”
“아악! 이 망할 귀쟁이가!”
물론 예쁘다고 생각 한지 3초도 되지 않아 자신의 귀를 잡아당기는 인간 남자의 손을 물어뜯는 모습에 예쁘다는 생각이 확 사라졌다.
무서운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겁에 질리는 아르온에게 어리석은 자라 불리는 드래곤이 다가왔다.
“아르온.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래?”
리시나스는 부드럽게 웃었다.
“네가 강대한 힘을 타고났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내가 태어난 이유요?”
“그래. 넌 지금 무얼 하고 싶어?”
“…… 아이들이 푸른 하늘 아래에서 안심하고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 대답에 리시나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와 가지 않을래? 우리 역시 푸른 하늘을 되찾으러 가고 있으니까.”
힘든 여정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음에도…….
자신보다 더한 절망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함에도 희망에 찬 미소를 짓는 그 모습에 눈길이 사로잡혔다.
그 미소에 힘입어 아르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갔다.
이후에 이상한 드워프, 드웨노가 들어왔다.
겁에 질려 싸우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동료들은…… 친구들은 아르온을 믿었다.
아르온 역시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용기를 쥐어 짜냈다.
그렇게 세계는 희망을 되찾아 갔다.
그리고 마지막 여정을 떠나기 전 가드스론의 마지막 밤.
“카일, 정말 하고 싶은 거나 이루고 싶은 게 없어?”
“지금은 딱히 없어.”
카일은 피식 웃으며 술을 홀짝이며 물었다.
“그러는 넌? 넌 하고 싶은 거 없냐?”
“난 아이들이 웃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그런 거 말고.”
“응?”
“루나는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널리 알리는 게 목표고 드웨노는 예술 작품을 남기는 게 목표잖아? 그건 다 녀석들 스스로를 위한 소망이야.”
“리시나스도 그저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할 뿐이잖아.”
“그건 걔가 바보인 거고.”
카일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너까지 녀석처럼 세상을 위할 필요는 없잖아?”
카일이 아르온에게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
그리고 마지막 여정에 나서게 되었다.
산을 오르며 아르온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산 너머에……. 세계를 이렇게 만든 원흉이 있다.
몇 번이고 마주쳤지만 정면으로 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덜덜덜-
손이 떨렸다.
언제나와 같았다.
도망치고 싶을 만큼 지금 이 순간이 무서웠다.
그 순간.
갑자기 아르온의 초감각이 발동했다.
마치 미래 예지에 가까운 초월적인 감각.
아르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싸움에서 우리는 질 거야.’
“리시나스!”
“응? 왜?”
“이 싸움! 도…….”
다급히 말하려는 순간.
또 저주스럽게도 초감각은 아르온이 알기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초감각이 알려주는 미래는 ‘결과’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선명한 미래의 결과가 느껴졌다.
아르온의 시선이 카일과 루나에게 향했다.
‘지금 도망치면…….’
아르온이 눈을 질끈 감았다.
‘카일과 루나가 죽어.’
형과 누나 같았던……. 가족 그 자체였던 두 사람이 죽는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눈을 질끈 감던 아르온의 초감각이 순간 방법을 알려왔다.
“아르온?”
리시나스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아르온을 불렀다.
“리시나스, 이 싸움 도망치지 말자.”
“응? 당연하지.”
아르온은 리시나스에게 웃어주었다.
마치 자신에게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줬던, 첫 만남에서 리시나스가 자신에게 지어줬던 것과 같은 희망찬 미소였다.
“분명, 우리는 이길 수 있을 거야.”
이 싸움에서 자신들은 패배한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운다면……. 카일과 루나는 죽지 않아.’
아르온이 가장 선두로 걸어갔다.
두려움이 가시고 평온이 찾아왔다.
‘나 하나면 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