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31)
431.
멜리나의 연락을 받은 레오는 수련장을 몰래 빠져나와 산 정상에 도착했다.
“영웅 던전이 발생하면서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고?”
“네. 지금 당장 저와 델란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 그런데 옆에 걔는 누구야?”
레오가 손가락으로 멜리나 곁에 서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금발에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레오는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드래곤이 있음에도 레오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멜리나를 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멜리나가 이 자리에 부른 드래곤이라면 자신과 멜리나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표하지 않을 것이다.
‘내 정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지만.’
드래곤 소녀는 작은 의문이 담긴 얼굴로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런 레오의 물음에 멜리나가 빙그레 웃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엔키니아스. 저는 엔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아직 어리지만, 굉장히 지혜롭고 현명한 아이랍니다. 드래고니아의 사서를 맡고 있어요.”
드래고니아의 사서라는 말에 레오는 다시 한번 엔을 바라보았다.
리시나스가 지혜의 왕이라 불렸기에 그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지금 시대의 드래곤들은 지식을 추구한다.
그런 만큼 드래고니아의 서고는 드래곤들이 수집한 수많은 고서를 품은 지혜의 보고였다.
거기에 더해 드래곤의 히어로 레코드까지 드래고니아의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드래곤 사회에서 드래고니아의 사서는 특별한 이들에게만 허락된 지위다.
‘드래곤 로드 후보들이 맡는 직책이라고 했던가?’
“엔, 여기 계신 분은 레오 플로브님이시야.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렴.”
“처음 뵙겠습니다, 레오 플로브님. 엔키니아스라고 합니다.”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인사하는 엔을 보며 멜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엔. 용족의 전통적인 인사법으로 인사해야지.”
“아, 네.”
엔은 엉거주춤 오른쪽 가슴을 세 번 두드리며 인사했다.
“아직 어색하구나. 연습하라고 일러뒀는데.”
“죄송합니다, 로드.”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이 애를 나한테 소개해준 이유가 뭐야?”
“엔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특별한 능력?”
“네, 엔.”
멜리나의 말에 엔은 레오 앞에 서고 눈을 맞추었다.
황금색 눈동자가 마치 거울처럼 레오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순간 엔의 전신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빛이 사라지자 그곳에는 레오가 서 있었다.
“호오?”
“제 마나 특성은 카피. 이 마법은 제 고유 마법 미러입니다.”
환영 마법을 이용해 모습을 바꾸는 건 어떤 식으로든 위화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엔의 마법은 환영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말 그대로 거울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대타인가?”
“네.”
‘멜리나가 준비했으니 믿을 만하겠지.’
레오 입장에서야 까마득한 후배였지만 드래곤 로드인 멜리나는 세계를 이끄는 드래곤이다.
그런 멜리나의 일 처리라면 신뢰할 수 있었다.
“그럼 부탁할게, 아가씨.”
자신의 대역이 되어 줄 엔을 남기고 레오는 멜리나와 함께 워프를 이용해 델란으로 향했다.
***
검은 불꽃이 치솟고 영웅 던전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의 델란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던전이 있는 장소로 향하는 와중에 멜리나가 물었다.
“재앙의 불꽃이 치솟았다면 역시나 개벽의 히어로 레코드일까요?”
“그럴 확률이 높겠지.”
개벽의 영웅들이 봉인한 에레보스의 조각은 히어로 레코드를 통로로 이용해 호시탐탐 현실로 돌아올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번에도 재앙의 불꽃을 쓰러트린다면 정화해서 신력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레오는 이때까지 영웅의 세계에서 에레보스의 파편들을 상대해왔다.
‘루나의 세계, 그리고 세이룬의 세계에서.’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에레보스의 조각 하나는 히어로 레코드에 봉인되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페어리 랜드에 잠들어있었지?’
지금까지 파악된 에레보스의 조각은 총 두 개.
“이제 세 번째 에레보스의 조각이 어디 있는지 얼추 짐작이 가는군.”
멜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죠?”
“아마 세 번째 에레보스의 조각은 사령왕 손에 있을 거야.”
멜리나의 얼굴이 굳었다.
“사령왕이요?”
“그래. 그때 녀석이 재앙의 불꽃을 일으킨 걸 보면 아무래도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태초의 악, 에레보스의 상징.
마족에게는 신의 힘이다.
하계의 주민들이 신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듯.
마족들 역시 자신들의 힘으로 재앙의 불꽃을 만들 수 없다.
그런데도 당시 루메른에 침입했던 사령왕은 재앙의 불꽃을 뿜어냈다.
“괜찮은 건가요?”
“당장에 녀석이 에레보스의 조각을 깨울 수는 없을 거야.”
“어째서죠?”
“에레보스의 조각이 부활했다면 놈이 얌전히 있을 리 없어. 그렇다고 부활하지도 않은 에레보스를 쉽게 노출할 녀석도 아니야.”
“그렇다면?”
“녀석은 조각은 손에 넣었지만 깨우는 방법이나 조각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은 모르는 상태겠지. 그 당시에 불꽃을 일으킨 건 조각이 내게 반응했던 거고. 당장에 에레보스의 조각을 앞세워 쳐들어오지는 않을 거야. 물론 마냥 낙관도 할 수 없지만.’
레오가 심호흡했다.
‘어서 빨리 전생의 힘을 되찾아야 해.’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어느새 연구소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내부가 소란스럽네.”
“네. 영웅 던전이 생성되어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멜리나가 손을 휘둘렀다.
공간이 일그러졌다.
멜리나가 걸어가자 거대한 벽이 일렁였다.
‘공간을 비틀었군.’
과연 드래곤 로드다운 마법이었다.
모든 장애물을 무시하며 레오와 멜리나는 영웅 던전이 발생한 곳에 도착했다.
“영웅 던전에 휘말린 자가 없는 건 확실한가!”
“예!”
“왕궁에 보고해서 어서 빨리 영웅 사관 학교에 지원을 요청…….”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헉?!”
다급히 명령을 내리던 총괄 책임자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멜리나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드래고니아에서 왔습니다.”
“드, 드래곤?”
“네. 영웅 던전은 우리가 조사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멜리나가 레오를 보았다.
레오는 영웅 던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일그러진 공간에 손을 뻗는 순간.
이제는 익숙해진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아르온의 세계. 챕터: 종장-최후]“뭐?”
일순간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페이지였다.
화악-!
시야가 바뀌었다.
화르르르륵-!
검은 불꽃이 타오른다.
레오는 왜 영웅 던전이 발생하자마자 검은 불꽃이 치솟았는지 이해했다.
영웅 던전은 세계를 침범한다.
그렇기에 영웅 던전이 발생하는 와중에 던전 내부의 상황이 외부로 표출될 때가 있었다.
그 검은 불꽃은 이 불꽃들의 파편이었다.
레오가 숨을 들이켰다.
세계가 불타오르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절망스러운 풍경이 눈에 박혔다.
이 모든 것이 레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있어 이 장면은 이야기 속 처절하고 위대한 대영웅들의 위업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레오의 입장에서 이 장면은 악몽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 레오는. 카일은 목숨보다 소중했던 친구 중 한 사람을 잃었다.
“하아아아아압!”
그때 기합성이 레오의 귓가를 때렸다.
번쩍-!
황금색 오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위대한 용자, 아르온의 검격.
‘이때의 아르온은…… 그 어느 때보다 용감했어.’
최후의 순간 아르온은 용자라는 이름에 어울렸다.
전장에 들어서는 그 순간까지도 의연했다.
친구들이 죽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희생했지만.
죽어가는 그 순간에는 눈물 흘리는 동료들을 위로했다.
동료들이 세계를 구해줄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동료들의 걱정을 덜고자 아르온은 미소 지었다.
그랬기에 레오도 아르온이 동료들을 위해 혼자 에레보스를 막아섰을 때의 모습은 알지 못했다.
레오가 아는 건 위기의 순간, 홀로 에레보스와 맞서기 위해 망설임 없이 달려갔던 아르온의 뒷모습뿐이었다.
마지막 순간 홀로 태초의 악과 맞서 싸웠던 용자가.
레오는 알지 못하는 최후의 순간의 아르온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다.
“아르…… 온.”
죽음을 코앞에 둔 동료의 이름을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불렀다.
부러진 ‘브레이브’를 쥔 아르온이 레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화르르르륵-!
재앙의 불꽃이 아르온을 불태우기 위해 덮치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레오가 아르온에게 달려갔다.
***
화르르르륵-!
“리시나스! 방어를 부탁하네!”
드웨노가 다급히 소리쳤다.
화르르륵-!
순백의 화염이 치솟았다.
콰가가가강-!
리시나스가 이를 악물었다.
목숨을 잃을 뻔했음에도 루나는 눈을 감고 주문을 이어 나갔다.
알고 있다.
동료들이 지켜줄 것임을.
그렇기에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갔다.
번쩍-!
하늘에서 순백의 빛이 번쩍였다.
이노센트를 검에 담은 카일이 오러를 일으켰다.
거대한 참격이 에레보스의 목을 쳤다.
화르르르륵!
“큭?!”
“카일!”
드웨노가 온몸에 불꽃을 두르고 에레보스를 향해 돌격했다.
콰앙-!
지축이 흔들리고 에레보스가 몇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지진이라도 난 듯 대지가 흔들린다.
그 충격으로 인해 땅속에서 용암이 분출되었다.
가히 천지가 개벽할 만한 거대한 전투.
“시간이 부족해! 루나의 마법이 완성될 때까지 놈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해야 해!”
리시나스가 다급히 소리칠 때였다.
“내가 할게.”
“뭐?”
검은 불꽃을 베어낸 아르온이 가장 선두에 서서 말했다.
“야! 이 멍청아! 혼자서는 불가능……!”
“우리는 불가능한 일들을 해내 왔잖아.”
카일의 외침에 아르온이 웃었다.
“너희는 항상 내게 커다란 용기가 있다고 말했었지?”
“아르온.”
드웨노가 다급히 불렀지만 아르온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그 용기를 내야 할 때야. 너희는 에레보스의 공격으로부터 루나를 지켜, 난…….”
아르온이 브레이버를 양손에 쥐고 자세를 낮췄다.
“놈을 막아낼게.”
콰앙-!
아르온이 황금의 섬광이 되어 에레보스를 향해 돌격했다.
콰아악-!
치솟은 황금색 섬광이 에레보스의 팔을 잘랐다.
번쩍-!
황금의 섬광이 에레보스를 난도질했다.
눈을 부릅뜬 아르온이 숨을 쥐어 짜냈다.
‘움직여. 더 빨리! 더 강하게!’
콰가가가가가각-!
보이지 않는 속도로 검은 거인을 난도질하는 아르온의 모습은 무신 그 자체였다.
‘나는 용자!’
사람들은 아르온을 용자라 칭송했다.
하지만 아르온은 그 칭호가 부담스러웠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그 칭호를 계속해서 부정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용기를 얻기 위해 그 칭호를 되뇌이며 자신을 다독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를 가진 자!’
입과 눈, 코에서 피를 뿜으며 아르온이 허공을 박찼다.
콰아아앙-!
세계가 뒤흔들릴 듯한 소리와 함께 태초의 악의 거대한 몸이 허공을 날았다.
콰가가가가강-!
바닥에 쓰러진 에레보스를 향해 아르온이 검을 고쳐 쥐었다.
“하아아아아압!”
부아아아아아아악! 화르륵-!
황금색 검격이 에레보스를 양단했다.
하늘조차 갈라 버릴 듯한 황금색 검격이 치솟았다.
쩌저저적! 콰직-!
용기라는 이름을 가진 검, 브레이브가 부러졌다.
브레이브의 파편이 흩날렸다.
“허억- 허억-”
아르온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힘을 쥐어짜 낸 덕분에 몸은 엉망이었다.
근육은 뒤틀리고 뼈는 으스러졌다.
폐는 너덜너덜해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아르온은 깨달았다.
‘끝이다.’
이를 악물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다.
‘무섭지 않아. 리시나스는…… 카일은! 루나는! 드웨노는! 세계를 구할 거야! 그걸 위해서라면…… 무섭지 않아!’
[참으로 볼품없는 용자로구나.]그때 거대한 힘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르르륵-!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
[죽음을 각오하고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꼴이라니.]에레보스의 경멸 어린 목소리가 아르온의 귓가에 울렸다.
[하찮은 피조물이여, 너희 동료들은 파멸을 막지 못할 것이다.]화르르륵-!
아르온을 불태우기 위해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덧없는 인생을 사느라 고생했다. 이제 그만 사라져라.]아르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까지 녀석처럼 세상을 위할 필요는 없잖아?’
카일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
카일답지 않은 다정한 목소리를 끝으로 아르온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이때까지 억지로 눌러왔던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죽고 싶지 않아.’
아직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했다.
그런데 죽으라니?
‘죽기 싫어!’
죽음 앞에서 이렇게 벌벌 떠는 자신이 뭐가 용자란 말인가?
못다 한 다짐이 무너져 내린다.
죽음의 공포에 아르온의 얼굴이 울 듯이 일그러지는 순간.
“아르…… 온?”
낯설지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온이 뒤를 돌아보았다.
‘앞으로 많이 힘들 거야.’
기억 저편의.
자신을 응원해주던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계속된 시련에 좌절도 할 거야.’
어딘지 모르게 미안한 듯.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슬픈 얼굴로 응원해줬던 소년.
‘그래도…… 넌 해낼 거야. 넌 누구보다 용감한 사람이니까.’
처음 보는 자신에게 무한한 믿음을 보내줬던 소년이 눈앞에 있다.
‘넌 세계를 구했으니까.’
***
“아르오오오오오온!!”
자신도 모르게 절규하며 손을 뻗었다.
몰랐다.
레오는 물론이고 동료들은 알지 못했던 모습.
울 것 같은 아르온의 얼굴을 본 순간 깨달았다.
자신들이 죽는 게 무서워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던 아르온은 그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했었다고.
자신들을 위해 의연한 척하며 최후를 맞이했다.
끝까지 용자다운 모습을 연기하며 용기를 주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레오는 본능적으로 아르온에게 달려갔다.
아르온도 레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이 닿은 순간.
번쩍-!
순백의 빛과 함께 세계가 멈추었다.
***
우당탕!
“끄윽?”
“커헉!”
“레오님?”
레오를 따라 영웅 던전에 들어가려던 멜리나가 눈을 크게 떴다.
영웅 던전이 닫히고 느닷없이 레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의 손을 붙잡은 채로.
“당신은…….”
온몸에 화상투성이가 된 채 부러진 검을 쥔 수인 청년의 얼굴을 본 멜리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었다.
“아르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