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36)
436.
레오는 말없이 아르온을 바라보았다.
아르온은 레오를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조금 전까지 다른 학생들을 상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왜 서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야?”
“훗.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법사는 마법사군.”
보르만이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경지에 오른 전사들의 싸움이란 이런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치열한 수 싸움을 하고 있지! 먼저 움직이는 쪽이 빈틈을 보이는 만큼 숙련된 전사일수록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아! 이것은 인내심 싸움이다! 앞으로 몇십 분은 더 저렇게 대치하고 있겠지!”
화악-!
보르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오가 아르온과 거리를 좁혔다.
첼시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자 보르만이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르는 눈을 부릅뜨고 레오와 아르온의 싸움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사람의 대련에 집중했다.
‘검은 토끼의 실력은 굉장해.’
아르도 알고 있다.
레오와 자신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을.
레오의 무술은 아르로서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검은 토끼의 실력도 아르온님에게는 닿지 않겠지.’
상대는 용자 아르온이다.
무신으로 칭송받는 절대적인 무력의 소유자.
단순히 강한 힘을 소유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번 드웨노의 세계에서.
그리고 방금 전 대련에서 아르는 아르온이 얼마나 까마득한 높이에 있는지를 여실히 깨달았다.
‘드웨노님의 세계에서 뵀을 때 보다 지금의 아르온님이 더 강하신 것 같아.’
그런 아르온을 상대로 레오가 동수를 이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르온님의 실력을 어느 정도 드러나게 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레오의 그 끝없는 저력이라면 아르온의 본 실력을 끌어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아르는 지금 이 대련의 사소한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검은 토끼라면 분명 아르온님의 측면을 노리…….’
확-!
“정면?!”
아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오가 망설임 없이 아르온의 정면으로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르온 녀석에게는 사각은 없어.’
전투 상황에서 단편적인 미래마저 예지하는 수준의 아르온의 초감각.
그것이 있는 이상 아르온에게 사각은 없다.
아무리 레오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아르온의 시야를 교란한다고 해도 아르온의 인지 범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쉭-!
레오의 검이 아르온을 찔렀다.
그 검을 본 아르온의 눈이 가늘어졌다.
‘막는 건 안 돼.’
검을 쳐낼까 생각했지만 쳐내는 순간 레오가 품으로 파고들게 분명했다.
아르온의 감각에 레오의 허리춤에 매인 단검이 느껴졌다.
순수 백병전 능력은 아르온이 레오를 앞선다.
하지만 변칙적인 수 싸움에서는 아르온 보다 레오가 좀 더 우위였다.
아르온의 강함이 타고난 감각과 반응 속도, 압도적인 동체 시력을 통해 만들어진 거라면 레오의 강함은 무수히 많은 전장을 경험하여 갈고닦은 것.
아르온 역시 수많은 전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레오는. 살아남는 영웅 카일은 넘어온 전장의 수가 다르다.
‘카일은 내가 전장에 서기 훨씬 전부터 전장에 섰으니까.’
게다가 초감각을 통해 예지 수준의 수읽기가 가능한 건 아르온 뿐만 아니다.
아르온의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레오 역시 초감각의 영역에 발을 들인 전사다.
레오의 검을 피한 아르온이 레오의 복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레오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아르온의 공격을 피해냈다.
탁- 스릉!
그 순간, 아르온이 레오의 허리춤에 매여 있던 보조 무기인 단검을 뽑아냈다.
그와 함께 차단되어 있던 아르온의 시력이 돌아왔다.
시야가 활성화되고 닫혀 있던 청각과 후각이 정보를 전해 왔다.
화악-!
아르온이 발을 움직였다.
감각을 봉인하고 여덟 명이 협공해도 움직이지 않았던 아르온이 모든 감각을 해방한 채로 움직였다.
아무리 용자 아르온이라도 제약이 된 상황에서 시작의 영웅 카일과의 대련에서 우위를 점할 수는 없었다.
채앵-! 콰가가가가각-!
단검의 짧은 칼날과 장검의 칼날이 교차했다.
단검을 역수로 쥔 아르온이 그대로 검을 위로 쳐올렸다.
검과 검 사이 불꽃이 튀었다.
검을 쥔 레오의 오른손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화악-!
오른손이 위로 들린 상황에서 레오가 배를 드러냈다.
완전한 무방비.
그걸 본 아르온이 그대로 발차기를 작렬시켰다.
콰앙-!
레오의 몸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촤르르륵-!
레오의 신발 밑창이 바닥을 긁으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중심을 잡은 레오가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콰앙-!
레오가 있던 자리에 아르온의 주먹이 꽂혔다.
바닥이 움푹 파이며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저런 동작에서 어떻게 저런 파괴력이 나오지?!”
셀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조금 전 레오에게 적중시킨 발차기는 물론이고 지금의 공격까지 아르온은 큰 힘을 끌어내는 낌새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파괴력이 아르온의 발끝과 손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한 줌의 힘을 한곳에 집중시킨 거예요.”
평소와는 다른 날카로운 눈으로 두 사람의 공방을 지켜보던 첸 시아가 대답했다.
“찰나의 순간 오러를 압축시켜 터트린 거죠. 쉽게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요.”
“그 정도라면 아무리 레오 오빠라도 큰 타격을 입은 거 아니야?”
“글쎄요.”
모두가 레오를 주목했다.
‘큰 타격을 주진 못했어.’
아르온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레오는 빠르게 오러를 압축시켜 아르온의 공격을 상쇄시켰다.
‘더 강해졌구나.’
아르온이 알던 카일이 아니었다.
전체적인 힘의 총량으로 비교한다면 아르온이 알고 있는 카일의 힘에 레오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
‘카일은 이제 힘을 되찾고 있으니까.’
아르온이 레오를 보고 강해졌다고 생각한 건 기량에서였다.
아르온이 알던 카일은 조금 전 공격을 이렇게 완벽하게 막을 수 없었다.
새삼 눈앞의 친구가 자신이 알던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평화의 시대에서도 넌…… 멈추지 않고 있구나.’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조금도 무뎌지지 않은 카일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한시도 마음 편히 있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이 평화를 온전하게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자신의 친구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아르온이 자신들의 대련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단검을 고쳐 쥐었다.
‘조금이라도 전해 줄 수 있게. 노력해야지.’
후대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술을 전하고 싶어졌다.
아르온이 자세를 낮추었다.
그걸 본 레오가 손을 털어냈다.
‘본격적으로 올 모양이군.’
아르온의 발차기를 막아낸 왼손을 털며 얼얼함을 떨쳐냈다.
화악-!
이번에는 먼저 공격을 시도하는 아르온을 보며 레오가 검을 고쳐 쥐었다.
콰가각-!
검과 검이 교차하며 불꽃이 튀었다.
***
“어땠어?”
대련이 끝난 후.
아르온은 자신의 앞에 정렬해 있는 학생들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대단했습니다!”
보르만이 감동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칸 교관님의 기술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경지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 모든 게 초감각 때문인가요?”
“초감각은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 올려주는 기술이야. 아까 전투에서 쓴 기술은 그와는 다른 영역이지.”
“오오!”
“내 기술이 궁금하면 함께 가르쳐줄게.”
학생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사에게 있어 기술이라고 하는 건 마법사의 핵심 마법술식과도 같다.
무수히 많은 마법 논문을 내는 마법사들도 자신의 비전 마법의 원리는 학회에 공개할 때 핵심 마법 술식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오랜 연구로 이뤄낸 성과를 손쉽게 대중에 공개하지 않는 건 연구자로서 당연한 것이다.
무인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수련의 성과를 남에게 공유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눈앞의 교관은 아득히 높은 경지에 이른 기술을 서슴없이 가르쳐준다고 했다.
“우선 초감각을 활성화하는 방법부터 가르쳐 줄게.”
“옙!”
학생들이 의욕적으로 대답했다.
“너희는 용자의 숨결을 배웠으니 금방 초감각을 익힐 수 있을 거야.”
“용자의 숨결의 파생 기술인 건가요?”
“그런 셈이지.”
정확하게는 아르온이 호흡을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사용한 기술이다.
‘나도 녀석의 기술을 익히는데 골머리를 썩였지.’
레오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르온의 호흡과 초감각은 익히기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애초에 아르온의 고유 기술인 만큼 레오의 마나 특성이 아니었다면 익히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아르온의 기술을 익히는데 힘들었던 점은.
“일단 숨을 들이마시고 마나를 느껴.”
“예.”
“그리고 마나를 온몸으로 퍼트리는 거야.”
아르온은 초감각을 사용하는 마나 운용법을 가르쳐줬다.
“그다음은요?”
“사방에 퍼진 마나로 온몸의 감각 기관을 자극해.”
“…… 네?”
눈을 빛내며 아르온의 강의를 듣던 학생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었다.
“느낌이 오지?”
눈을 빛내는 아르온을 보며 디온이 손을 들었다.
“아칸 교관님.”
“왜 그래?”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은 없습니까? 설명이 너무 어렵습니다.”
“음? 너무 추상적인 설명이었나? 하긴.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모두 내 설명을 어려워했지.”
팔짱을 끼고 고민하던 아르온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그래! 마나를 모래 알갱이처럼 만든 다음 유리병 속에 넣고 흔드는 감각이야!”
“…….”
“…….”
해맑은 아르온의 설명에 학생들의 얼굴이 더더욱 기이하게 변했다.
“어렵나? 음…… 그렇다면.”
아르온은 어떻게든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다.
마나 운용하는 느낌이라던가 호흡의 타이밍 등등.
초감각을 사용하는 감각을 어떻게든 말로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학생들의 얼굴은 더더욱 기묘하게 변할 뿐이었다.
“잠깐 쉬었다 하자. 내가 좀 더 잘 설명해볼게.”
결국 아르온이 휴식 시간을 주었다.
“레오님. 대련 고생 많으셨어요!”
에이란은 레오에게 다가가 아공간에서 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무더운 날씨와 격한 움직임 덕분에 레오의 몸은 땀범벅이었다.
“고마워.”
레오는 웃으며 에이란이 건네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옷에 목깃을 옷 잡아당기며 옷 안에 바람을 통하게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란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쇄골이 사춘기 소녀에게는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시선을 돌리면서도 힐끗힐끗 레오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을 때였다.
“과연 검은 토끼야! 아르온님의 감각이 차단된 상태라고는 해도 아르온님을 상대로 버티다니!”
다른 학생들은 레오를 상대할 때의 아르온이 감각의 제약을 유지한 상태라고 알고 있었다.
“히이이이익? 저, 저는 아무것도 안 훔쳐봤어요!”
뒤에서 들려온 아르의 목소리에 에이란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응? 무슨 소리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영문을 몰라 하는 아르에게 에이란이 다급히 도리질을 쳤다.
“그나저나 아르온님은 여전하네. 설명이 너무 어려워.”
“확실히 보는 눈이 다르니까 그런가 봐요.”
아르가 작게 한숨을 쉬자 에이란이 어색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이미 드웨노의 세계에서 아르온에게 수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아르온의 설명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대련 위주의 수련을 했다.
“이번 건 몸으로 때울 수 없으니까 더더욱 어려울 것 같아.”
“모, 몸으로 때운다?”
팔짱을 끼며 한숨을 폭 쉬는 아르의 말에 에이란이 귀를 쫑긋거리며 혼자 부끄러워했다.
그러다가 레오와 눈이 마주치고 화들짝 놀라더니 헛기침을 했다.
“레오님도 아르온님의 설명을 알아듣기 힘든가요?”
“나는 어느 정도 감히 잡혀.”
“네?”
“뭐라고?!”
레오의 대답에 에이란과 아르가 깜짝 놀랐다.
꼬리를 바짝 세운 아르가 물었다.
“진짜야? 거짓말 아니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역시 레오님이세요!”
에이란이 환하게 웃었다.
“나도 완전히 감을 잡으면 조언해줄게.”
그 이후.
쉬는 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은 하루 종일 아르온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도중에 레오 역시 아르온 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학생들에게 해주었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에야 학생들은 초감각의 활성화 하는 기초 단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들 대단해!”
아르온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진심으로 뿌듯해하는 아르온을 보며 학생들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아칸님께서는 이 기술을 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셨겠죠?”
셀리아가 살짝 상기 된 얼굴로 물었다.
그에 아르온이 해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그냥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됐어.”
학생들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이어진 아르온의 말은 좌절하기 충분했다.
“어때? 감만 잡으니까 참 쉽지?”
‘안 쉬워요.’
학생들이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