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41)
441.
빙긋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르온을 올려보던 첸 시아가 살짝 볼이 멘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레오 도령보다 누나인데요?”
“그, 그랬어?”
아르온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툴툴 거린 첸 시아가 일어났다.
“그래도 아칸 교관님의 조언 덕분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첸 시아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칸 교관님께서도 스스로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분명 친구분도 그걸 원치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
“설령 그때 포기하셨더라도. 기회는 분명 다시 있을 거예요.”
“다시……?”
“네. 레오 도령이 가르쳐 줬어요. 어둠속에 있다고 절망만하고 고개 숙이고 있지 말라고.”
첸 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 손을 뻗으면…… 분명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걸요.”
“……레오답네.”
“그렇죠. 정말 누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린애 취급이나 하고 말이죠.”
“레오가 뭐라고 했길래?”
“애면 애답게 꿈이나 꾸라는 거 있죠? 나참. 자기는 나보다 2살이나 어리면서.”
첸 시아의 말에 아르온이 웃었다.
“좋은 말이네.”
***
“애들은 조금 어떤 것 같아?”
교관들의 휴게실에 앉은 토루아가 마도서를 읽으며 물었다.
“완벽해.”
자무아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느 학교 학생이든 내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아주 완벽하게 따라와 주고 있어.”
“체계적 이긴 개뿔. 넌 그냥 애들을 주먹질이랑 발길질로 두들겨 팰 뿐이잖아. 무식하게.”
토루아의 지적에 자무아가 대답했다.
“주먹질과 발길질에는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정교함이 필요해. 무구를 만들 때 망치질 역시 기술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과연 리 자무아. 작년에서 루메른 최고의 사나이였던 남자답군.”
아조니아의 전 부학생회장, 데로우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이자 토루아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작년까지 루메른 최고의 사나이는 리스였지.”
“아니, 리스의 사나이다움은 세 번째였다.”
“그럼 두 번째는 누구야?”
“너.”
“난 여자야, 축생.”
“훗,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다! 토루아 얀! 너는 어지간한 사내보다 사내다운 여자다!”
엄지까지 치켜세워가며 말하는 데로우를 보며 토루아는 어떤 마법으로 그를 구워 버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자기 딴에는 칭찬이라고 한 것 같지만 토루아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토루아가 고민하는 사이, 자무아가 말했다.
“그러는 토루아, 너야말로 후배들을 잘 훈련 시키고 있는 거냐?”
“물론이지. 마법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다양한 마법을 체험하게 해주고 있어.”
“애들을 상대로 마법 실험을 하는 게 아니고?”
“훗. 일석이조 아니야?”
토루아가 담당하는 학생들은 주로 마법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었다.
“최근에 신경계 마법을 이용해 저주 효과를 일으키는 마법을 연구중인데 써먹기 딱 좋아.”
“과연 루메른의 광녀답네.”
“내가 왜 광녀야?”
바니르의 말에 토루아가 발끈했다.
“몰라서 물어? 마법에 관해서는 가끔 제정신이 아닌 짓을 많이 하잖아? 최근에는 뭐가 있었지? 레오 플로브와 루니아 엘 룬드아를 해부해보고 싶다고 했었지?”
“모든 건 마법을 위해서야. 그리고 다시 예쁘게 꿰매주면 문제없잖아?”
“그러니까 널 보고 광녀라는 거야.”
“흥. 그러는 너야말로 애들을 절벽에서 던지거나 하면서 괴롭히고 있잖아? 미친 토끼.”
토루아와 바니르가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자무아가 중얼거렸다.
“쟤들은 여전하네.”
“학창 시절 바니르는 리스 보다도 토루아에게 더 경쟁심을 불태웠으니까.”
자무아와 데로우가 고개를 저을 때였다.
“흠, 사랑이 부족하군.”
상황을 지켜보던 울타가 양팔을 벌렸다.
그런 울타를 보며 자무아가 말했다.
“울타, 너는 담당 학생이 두 명뿐이지? 듣자 하니 잘 안 되는 것 같던데?”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원래 사랑이란 깨닫기 힘든 법이지.”
“……어, 그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자무아가 고개를 저을 때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세이룬의 전 학생회장, 리에니아가 말했다.
“너희들 너무 교관일을 대충하는 거 아니야? 자기만 재미 있어 한다던가. 사리사욕을 채운다던가.”
“네가 할 소리냐?”
“이상한 지옥에서 온 교관 훈련이나 내면서.”
“너야말로 후배들을 괴롭히면서 즐기고 있잖아. 이 사디스트야.”
여기저기서 반발이 쏟아지자 리에니아가 양볼을 감쌓다.
“애들이 비명을 지를 때면 즐거운 걸.”
“……아무리 생각해도 영웅 사관 학교 중 제일 비정상은 세이룬 같아.”
“맞아, 제일 점잔 떠는 것 같은데 제일 이상한 애들만 모였어.”
“차기 학생 회장 후보인 루니아라는 애는 완전 깡패라면서?”
졸업생들이 자신들끼리 수군거렸지만 리에니아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이 들어왔다.
“리스, 1학년들은 어때?”
“다들 말을 잘 들어. 이번 세대 1학년들은 특히나 착한 것 같아. 서로 사이도 좋고.”
리스의 말에 바니르가 말했다.
“서로 다른 학교인데도 사이가 좋다고?”
“이번 1학년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교류가 잦고 잘 친해지던데?”
“호오? 붙임성들이 좋은데?”
기본적으로 영웅 사관 학교는 학교별로 경쟁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나 1학년 때는 그러한 경쟁의식이 적대감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잦다.
2학년들 역시 학기 초에 스미스 전속 계약으로 친해져서 잘 융화되었을 뿐.
그게 아니었다면 서로 말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스미스 전속 계약 기간동안 학교별로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에 반해 이번 1학년들은 서로 굉장히 빨리 친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 1학년들도 2학년들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평균 이상이던데. 보통 잘난 세대일수록 콧대가 높아서 1학년 때 친해지기 어려운데 말이야.”
“우리처럼?”
“그렇지.”
졸업생들이 키득거렸다.
지금이야 졸업도 하고 5학년 내내 부딪힐 일이 많아 장난도 치고 하는 사이지만 1,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서로에게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왜들 그럴까?”
“1년 위 선배들이 워낙 쟁쟁해서 그런 거 아니야? 자기 잘난 맛에 살기에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잖아?”
“확실히 걔들이 선배면 주눅 들어서 절로 겸손해질 것 같긴 해.”
지금 2학년들은 학교를 가리지 않고 역대급 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느꼈지만. 학년 탑들은 2학년 수준의 실력이 아닌 것 같아.”
“그 정도 되면 조금은 나태해지기 마련인데 그런 기미도 없어.”
“무~서운 후배님들은 왜 방심이란 걸 안 하실까? 지켜보는 선배들이 무섭게.”
영웅 사관 학교는 최고들만 모이는 자리다.
학생 전체가 모두 천재 소리를 듣는 이들.
그리고 그 천재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면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2학년들은 그럴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괴물이 한 명 있잖아.”
리스가 웃으며 말하자 리에니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 플로브. 2학년이면서 이미 학생의 범주를 벗어났어. 2학년 최강. 아니, 전 영웅 사관 학교를 통틀어 학생 최강이라 부르는 게 맞겠네.”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현재 영웅에 근접했고 곧 누군가는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졸업하고 반년도 채 되지 않아 그만한 평가를 받는 건 기나긴 영웅의 역사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던 일.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레오가 자신들의 위에 있는 강자라는 것을.
“1학년 때도 그 정도로 강했어?”
“1학년 때도 사람 같지 않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어.”
누구나 성장을 하다 보면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레오는 아니었다.
‘레오는 오히려 강해지는 속도에 점점 더 가속도가 붙고 있어.’
리스가 레오를 떠올렸다.
“걘 대체 정체가 뭐야?”
데로우의 물음에 팔짱을 낀 자무아가 씩- 웃었다.
“난 괴물이라고 봐.”
“난 여섯 번째 종족이 아닐까 예상 중이야.”
토루아가 덧붙였다.
“레오는 사랑이 넘칠 뿐이다.”
울타가 양팔을 벌리며 웃었다.
“뭐가 됐든 레오로 인해 우리와 함께 세계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지.”
리스의 말에 바니르가 물었다.
“그렇다고 지고만 있을거야?”
“그럴 리가.”
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후배들에게 따라 잡히지 않게 노력해야지.”
리스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그러고 보니 그 아칸이라는 사람은 어때?”
리스가 물었다.
1학년을 전담하는 만큼 리스는 아르온과 큰 접점이 없었다.
리스의 물음에 토루아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단한 사람이기는 해. 그만한 사람이 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야.”
“그림자인건 아니야?”
“그건 아닌 것 같아.”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뭐가 있어?”
고개를 젓는 토루아를 보며 바니르가 말했다.
“일단 아르온님과 굉장히 닮았어.”
“훗, 혹시 모르지. 정말로 아르온님일 지도.”
울타의 말에 모두가 멈칫했다.
그러더니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세이룬에서 기적이 일어나긴 했지만 짧은 순간이었잖아?”
“그 사람이 나타난 지 벌써 이 주일이잖아? 그런데 사라지거나 하지 않았잖아?”
사실 교관들은 처음에 설마 했다.
아르온과 너무도 닮은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련회가 시작 한지 벌써 2주다.
만약에 히어로 레코드의 기적을통해 현세에 온 아르온이라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게 말이 안 된다.
결정적으로.
“볼 때마다 항상 주눅 들어 있던데?”
“음! 음! 사나이답지 못했다.”
“뭐랄까, 겁먹은 초식 동물 같았어.”
저마다 아르온의 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칸 교관이라.’
리스가 생각에 잠겼다.
‘첫인상이 레오와 비슷한 느낌이었어.’
외모와 성격, 종족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눈에서 느껴지는 끝 모를 깊이는 닮아 있었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
야심한 새벽.
리스는 조용히 숙소를 나섰다.
“수련하러 가?”
그런 리스를 보며 숙소 바깥에 나와 있던 리에니아가 웃으며 물었다.
“용케 알았군.”
“피차 루메른과 세이룬의 대표로 경쟁해온 사이잖아? 척하면 척이지.”
한쪽 눈을 찡긋- 한 리에니아가 말했다.
“네 사촌 동생을 계속 보고 있자니 뭐랄까, 나도 몸이 근질근질한 참이었거든. 상대해줄래?”
“난 레오의 대타가 아닌데.”
리에니아의 말에 리스가 헛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몸을 풀고 갈 거라면 나도 같이 가.”
어둠속에서 바니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랑 오랜만에 붙어 보고 싶거든.”
리스, 리에니아, 바니르.
셋 모두 강력한 오러를 다루는 기사이자 전사였다.
“미친 토끼가 상대면 적당히가 안 될 것 같은데?”
“리스를 상대로 적당히 할 생각이었어?”
바니르가 눈을 가늘게 뜨자 리에니아가 키득거렸다.
그렇게 야심한 밤.
세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곳에서 대련을 할 준비를 할 때였다.
“혹시 싸우는 거야?”
저벅- 저벅-
“……!”
작은 발걸음 소리와 함께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 아르온을 보며 세 사람이 흠칫 몸을 떨었다.
“마침 잘 됐다. 나도 마침 몸을 풀려고 나왔거든. 상대가 필요했는데. 상대해주지 않을래?”
“그거 좋군요.”
리스가 웃었다.
“마침 우리도 아칸 교관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
“누구와 먼저 대련하시겠습니까?”
리스의 물음에 아르온이 부드럽게 웃었다.
“셋 다.”
“네?”
“너희 셋이랑 싸워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