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45)
445.
레오는 호텔 옥상 지붕 위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은 유독 오늘따라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말없이 별을 구경하던 레오가 고개를 내렸다.
호텔 정원에서 혼자 나와 앉은 채 고민에 빠진 첼시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였다.
“하악! 하악!”
옆에서 아르온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 녀석에게 쫓기기라도 했냐?”
“무, 무서웠어!”
레오의 물음에 아르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넌 언제까지 걔가 눈만 돌아가면 벌벌 떨 거야?”
“그, 그렇지만……! 조금 전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단 말이야!”
“뭐, 아르에게 네가 녀석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라도 해줬냐?”
“응.”
“그러면 난리 피울 만도 하네.”
아르의 반응을 예상하며 레오가 혀를 찼다.
그런 레오를 보며 울상을 짓던 아르온이 정원에서 생각에 잠긴 첼시를 발견했다.
“아, 첼시네?”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지붕에 앉은 아르온이 말했다.
“레오, 아무래도 첼시가…….”
“무언가 눈치챈 것 같다는 말이지?”
“역시 알고 있었구나.”
“아까 낮부터 낌새가 이상했으니까.”
갑작스럽게 자신의 눈치를 보던 첼시를 떠올리며 레오가 말했다.
“내가 너를 너무 서슴없이 대하긴 했지.”
“조금 조심을 하는 게 좋았으려나?”
아르온이 볼을 긁적이자 레오가 시큰둥한 얼굴로 대답했다.
“조심한다고 해도 넌 연기 같은 거 더럽게 못 하잖아. 오히려 어색해서 더 이상한 눈으로 봤을걸?”
레오야 얼마든지 아르온을 용자로 대할 수 있다.
하지만 레오가 그렇게 대한다면 아르온이 실수를 할 게 분명했다.
‘혼자서 부담스러워하며 부끄러워하다가 횡설수설했겠지.’
레오의 말에 아르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첼시를 보며 말했다.
“카일의 정체에 대해 알아차렸을까?”
“완전히 확신은 못 했을 거야.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까.”
루나의 세계에서 만났던 신.
피브아조차도 레오의 환생을 신기하게 여겼다.
수많은 기적이 일어나는 지금 상황에서도 환생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레오의 말에 아르온이 말했다.
“나는 차라리 첼시가 네가 카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면 좋겠어.”
“어째서?”
“네가 카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 아이는 네게 힘이 되어줄 거야.”
“힘이 된다라.”
“지금의 카일, 너는 리시나스 같아.”
“리시나스?”
“응. 세계를 짊어지고 있잖아.”
아르온이 첼시에게서 눈을 떼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때의 리시나스도 모든 걸 짊어지지는 않았어. 네가, 루나가, 드웨노가. 리시나스의 빛에 이끌린 많은 사람이 리시나스를 지탱해줬어.”
“너는 왜 빼먹고 얘기하냐?”
레오의 말에 아르온이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의 너는 모든 걸 혼자 책임지려 하잖아? 멜리나가 네 비밀을 알고 있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좀 더 널 지탱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르온이 빙긋 웃었다.
“첼시는 똑똑하고 착한 아이니까. 분명 네게 큰 힘이 되어줄 거야.”
“그렇겠지.”
레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어째서? 첼시가 미덥지 못해?”
“아니, 믿어. 드웨노의 세계에서 그 영감탱이한테 한 소리 들었거든.”
“드웨노가?”
“응. 내가 선택한 미래를 믿으라고.”
“드웨노 답네.”
아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믿기로 했어. 하지만 아직 어리잖아. 나에 대해 아는 건 같은 무대에 설 때 알아도 늦지 않아”
그 대답에 아르온이 말없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왜?”
“아니, 전에 리시나스가 나한테 비슷한 말을 해 준 적이 있거든.”
“리시나스가?”
“응. 내가 파티에 합류하고 첫 전투가 있었던 날 밤에.”
“그때 그 녀석 얼굴 볼만 했지.”
레오가 킥킥 웃었다.
첫 전투에서 아직 소년이었던 아르온은 겁에 질려 리시나스의 뒤에 숨었다.
분명 강대한 힘을 가졌지만, 당시의 아르온은 미숙했다.
“그때 리시나스 표정이 이상했어?”
“넌 기억 못 하나?”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때 리시나스는 너한테 큰 기대를 걸고 있었거든. 나야 합류하기 전부터 삐딱했기 때문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기껏 영입한 루나는 왈가닥이었으니까.”
고결한 영웅, 창천의 수호자의 추천으로 합류한 소년에게 거는 리시나스의 기대는 매우 컸다.
“그런데 네가 겁에 질려서 자기 뒤로 숨어 버렸을 때 표정이란. 거의 울기 직전이었지.”
레오로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표정이었다.
“그래서 루나가 그렇게 웃어 댔구나.”
깔깔거리던 루나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아르온이 볼을 긁적였다.
“그날 밤에 리시나스랑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
“사과했었어. 도망쳐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리시나스가 이런 말을 해줬어.”
‘괜찮아. 넌 아직 어리잖아. 용기를 내는 건 무대에 설 준비가 된 후에라도 늦지 않아.’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을 격려해줬던 리시나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르온이 말했다.
“그 말에 큰 용기를 얻었어.”
“녀석답군.”
“그렇지?”
아르온이 웃음을 터트렸다.
“난 끝까지 준비가 되지 못했지만.”
“야, 아르온. 너 계속…….”
레오가 인상을 쓰며 말을 하려 할 때였다.
-레오님. 아르온님.
머릿속으로 멜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수련회장에 이상 사태가 발생했어요.
“이상 사태? 무슨 상황인데?”
레오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다량의 마물과 몬스터들이 출몰하기 시작했어요.
***
화르르륵-!
리스가 검을 들어 올렸다.
검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불꽃이 검 주변을 휘감았다.
그대로 검을 치켜든 리스가 바닥에 검을 꽂았다.
화악-!
리스를 중심으로 불의 고리가 생성되더니 거대한 원이 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크아아아아아아앙!
고통에 찬 마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주변 일대 마물을 모조리 불태워 버린 리스가 검을 거두었다.
‘마물의 기척이 여전히 엄청나군.’
광역으로 마물을 쓸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마물이 출몰하는 기세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상황이지? 군단장이라도 쳐들어온 건가?’
마물의 등장이 심상치 않았다.
처음에는 하급 몬스터나 마물이 출몰했다.
하지만 출몰하는 괴물들의 등급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 정도라면 마족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말 그대로 타르타로스가 대규모로 움직였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족이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었다.
‘혹시 주변 일대에 히어로 레코드가 폭주하기라도 한 건가?’
불과 얼마 전.
대규모 영웅 던전의 폭주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의심도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주변 일대는 드래곤 로드가 관리하고 있어.’
멜리나가 있는 이상 영웅 던전은 진즉에 발각되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아르온님도 계시다.’
리스가 검을 다잡았다.
‘어쨌든 지금은 이 마물들을 저지하는 게 우선이야.’
“리스!”
그때 토루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토루아가 다급히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와이번같은 마수들을 보고는 눈을 꿈틀거렸다.
검은 비늘을 한 비룡 형태의 마수.
리스도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저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파프니르.’
재앙의 시대 당시 가장 위협적이었던 마수.
대영웅들에 의해 완전히 토벌되어 멸종된 마수였다.
하지만 최근 현세에 몇 번이고 모습을 드러냈기에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마수였다.
그런 파프니르까지 등장했다.
“1학년들을 덮치면 큰일이야! 토루아!”
“맡겨 둬!”
토루아가 마도 지팡이를 소환해 그 위에 타고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웅!
토루아의 전신에 마법진이 생성 되었다.
입에서는 쉴 틈 없이 룬어가 영창 되었다.
이윽고 파프니르 부대 앞에 도달한 토루아가 주문을 해방했다.
“종언.”
번쩍-!
***
“종언?!”
“졸업한 선배님들일까?”
“저만한 규모의 종언 마법을 사용하다니. 대단해.”
몬스터들을 저지하던 세이룬 학생들은 마치 환한 대낮이라도 된 것처럼 주변 일대를 밝게 비추는 마법에 경외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한편.
마탄을 쏘며 마수들을 사냥하던 쥬엔은 멈칫하더니 중얼거렸다.
“엘프가 아닌 것 같은데?”
“엘프가 아니네요.”
쥬엔의 옆에서 마법을 쓰던 레아도 귀를 쫑긋거렸다.
“인간이 쓴 별의 마법이에요.”
“흥, 그러면 저만한 마법을 쓸 만한 마법사는 한 사람밖에 없지.”
쥬엔이 씩- 웃었다.
“토루아 언니야!”
“대단하네요.”
레아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다른 세이룬 학생들도 그 대화를 들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음에 별의 마법에 관해 말씀을 듣고 싶을 정도예요.”
레아가 감탄할 때였다.
구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오우거가 포효를 내지르며 돌격했다.
그걸 보고 레아가 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
화악-!
금빛 섬광과 동시에 아이나가 오우거의 목을 날려 버렸다.
뎅겅-! 잘린 목이 하늘로 치솟았다.
소름 끼치도록 빠르고 날카로운 검격.
하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닌 오우거는 숨이 떨어지기 직전 한 사람이라도 더 죽이겠다는 듯 1학년들을 향해 돌격해 왔다.
“과연 오우거. 끈질기네요.”
레아가 마법을 개방하려는 순간.
번쩍-!
이번에는 은빛 섬광이 날아들어 목이 날아간 오우거의 허리를 양단했다.
“오오, 굉장해.”
“쬐끄만데 강해.”
“과연 루메른 학생 대표야!”
다른 학생들이 루크를 보며 감탄할 때.
“루크 엘다! 누가 선수를 치라고 했죠?!”
“힉?!”
레아가 눈을 치켜뜨며 왁-! 소리쳤다.
“넌 왜 루크만 보면 눈이 돌아가?”
“감히 레오 선배님을 멘토로 모셨으니까요! 나보다 먼저!”
“고작 그런 이유로 루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쥬엔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구-!
지축이 강하게 흔들렸다.
1학년들이 휘청였다.
“이번 지진은 저번보다 꽤 심한데?”
쥬엔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멜리나가 열어준 워프 게이트를 통해 플로브 가문의 영토에 도착한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르온은 자신들을 향해 포효하며 덤벼드는 마물을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화악-!
아르온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의 오러가 마물들을 찢어발겼다.
“아르온, 혹시 마족의 냄새가 나?”
레오의 물음에 아르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수와 몬스터의 냄새만 나.”
“대체 무슨 상황이지?”
‘멜리나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 사령왕이 움직였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는 소리군.’
그렇다고 다른 군단장도 아니었다.
마족들이 아르온의 후각이나 감각을 피해 갈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쿠구구구구구궁-!
그때였다.
지축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
지진은 강력했다.
쩌저적-!
거세게 흔들리는 대지.
그에 따라 바닥이 벌어질 정도였다.
‘플로브 영지는 이만한 지진이 일어난 지역이 아닌데?’
델라드 왕국의 지각은 굉장히 안정되어 있다.
땅의 정령도 밑에 흐르는 마그마에 머누는 불의 정령들도 온순하다.
이렇게 지진이 일어나는 건 이상했다.
쿠쿠구구구구-!
지각의 흔들림이 멈추었다.
‘이 이상 사태가 설마 지진과 관련 있는 건가?’
레오가 인상을 쓸 때였다.
“어?”
아르온의 당혹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왜?”
“냄새가 나.”
“냄새?”
“전에 맡아 본 악취야.”
아르온이 굳은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예민한 후각을 자극하는 악취.
마치 타다 남은 잿더미와 같았다.
“……페어리 랜드에서 맡았던…… 에레보스의 조각이 내뿜던 냄새와 똑같아.”
“뭐?”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완전히 잿더미 냄새가 아니야. 카일.”
아르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타오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