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46)
446.
“타오르고 있다고?”
레오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지진은 멈추었다.
하지만 아르온의 한 마디는 레오에게 섬뜩한 충격을 주었다.
타오르고 있다.
이 말뜻이 무엇인지는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에레보스의 부활.’
5000년 전.
시작의 영웅 카일이 여섯 조각으로 갈랐던 에레보스의 조각 중 하나가 부활했음을 의미했다.
‘설마하니 이곳에 조각이 잠들어 있었나?’
레오는 땅 아래를 노려보았다.
5000년 전.
에레보스를 조각낸 장본인이었지만 레오 역시 조각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건 분해 된 녀석의 조각이 하늘에서 흩어지는 것뿐.’
온몸에 검은 불꽃에 휩싸인 채 하늘에서 지상으로 추락했었다.
카일의 생에서 마지막으로 보였던 장면은.
흩어지는 여섯 개의 조각과 그 사이로 동이 트듯.
회색 하늘을 몰아내고 모습을 드러내던 찬란한 태양의 모습이었다.
그 풍경을 끝으로 의식을 잃고 오랜 잠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에레보스의 조각은 실로드가 발견한 최초의 조각과 3000년 전 부활해 개벽의 영웅들이 개벽의 세계에 가둔 조각. 그리고 헬 카이저 놈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 번째 조각.’
그중 무엇 하나 이곳에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페어리 랜드의 조각은 실로드가 관리하고 있으며 부활한 조각은 히어로 레코드에 봉인되어 있다.
‘사령왕이 이곳에 나타났다면 아르온에게 발각 되었겠지.’
그렇다면 지금 아르온이 느낀 에레보스는 네 번째 조각이라는 걸 의미했다.
“갑자기 왜 깨어난 거지?”
레오가 의문을 토하자 아르온이 말했다.
“에레보스가 토벌되고 5000년이 지났고 3000년 전 하나의 조각이 부활했었잖아?”
“그래.”
“그렇다면 나머지 조각들 역시 언제 부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게 아닐까?”
아르온의 말대로였다.
3000년 전 조각 하나가 이미 부활한 상태다.
그렇다면 다른 조각들도 언제 부활한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레오가 미간을 좁히자 아르온이 말했다.
“아니면 내가 영웅의 세계 바깥으로 나와서 그런 걸지도 몰라.”
“과연.”
아르온의 말에 레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는 폭주한 아르온의 히어로 레코드에 들어간 후 아르온을 현세로 데리고 나왔다.
그 과정에서 신력을 사용했다.
‘잠들어 있던 에레보스가 아르온을 데려올 때 사용된 신력에 의해 자극되어 눈을 뜬 거라면.’
그렇다면 에레보스가 눈을 뜬 것도 납득이 갔다.
혀를 찰 때였다.
“레오님!”
“멜리나.”
상공에서 멜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탁!
자신의 앞에 착지한 멜리나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지금 당장 전 세계에 연락을 해둬. 에레보스의 조각이 부활할지도 모른다고.”
“네?”
멜리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이 이상 사태의 원인이 에레보스의 조각과 관련 되어 있는 건가요?”
“그래.”
레오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말을 이었다.
“네 번째 조각이 부활한 것 같아.”
“예, 우선 불러들였던 2학년들을 1학년들과 같이 타 지역으로 보내겠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에레보스의 조각이다.
재앙의 재림 때와 같은 상황.
그런 만큼 영웅 후보생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시련이었다.
드래곤 로드인 멜리나는 빠르게 상황을 대처했다.
마력을 일으키며 워프 게이트를 열려고 하던 멜리나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멜리나의 표정을 보자마자 레오와 아르온은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공간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구나.”
“네.”
아르온의 말에 멜리나가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레보스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세계의 법칙 왜곡하고 일그러트린다.
마법은 세계의 법칙에 개입하여 현상을 구현하는 기술.
그중 공간과 관련 된 마법은 특히나 불안정하다.
에레보스가 있는 것만으로 주변 일대 공간이 불안정해지는 만큼 공간 이동 마법도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그 루나조차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우선 1, 2학년들을 한 곳으로 집합시켜.”
“네. 그 다음은요?”
“상황을 설명해야지.”
레오가 검을 뽑았다.
그런 레오를 보며 멜리나가 이를 악물었다.
“아이들이 절망할거예요.”
“절망하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우리에게는 희망도 있으니까. 잊었어?”
“네? 아!”
무언가를 떠올린 멜리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금 우리에게는 용자가 있어.”
***
갑작스러운 마수와 몬스터의 출몰.
델란에 나가 있던 2학년들은 급히 소환당하며 멜리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마수와 몬스터 토벌에 돌입했다.
화르륵-! 파지지직-!
검에 휘감긴 화염과 번개의 오러가 포효하듯 존재감을 드러냈다.
콰아아아아아-! 파바바바바밧!
“그워어어어어!”
셀리아와 듀란의 오러가 거대한 마수의 몸을 유린했다.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는 마수.
촤아악-!
그런 마수를 향해 첸 시아가 날아 올랐다.
물의 오러가 마치 비단 천처럼 허공을 나풀거렸다
푸확-!
하지만 가늘고 아름다운 물의 오러는 섬뜩한 소리를 내며 마수의 목을 날려버렸다.
성벽 크기의 마수의 목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첸 시아가 사뿐 바닥에 착지한 후 거대한 몸이 쓰러졌다.
쿠구구구궁!
그에 깔린 몬스터들이 피떡이 되었다.
휘오오오-!
아바드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탬패스트.”
주문이 완성되자 재앙 같은 바람이 불어닥치며 마수와 몬스터들을 날려버렸다.
쩌저저저저저적-!
“핌불베르트.”
클로에의 고유 마법은 주변 몬스터들을 얼음 조각으로 만들었다.
쿠구구구구-!
그때 지진이 일어났다.
“워레든! 당신 짓인가요?”
“아니.”
엘리자의 물음에 워레든이 땅을 바라보았다.
“땅의 정령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지.”
워레든이 눈을 가늘게 뜰 때였다.
번쩍-!
멀지 않은 곳에서 빛의 기둥이 치솟았다.
공중에서 비행 몬스터들을 처단하고 있던 첼시가 소리쳤다.
“드래고니아의 문장이야! 아무래도 로드님이 저곳으로 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 외침에 루메른 학생들이 빛의 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1학년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그 외에 몬스터들을 토벌하던 졸업생들 역시 집결했다.
칼은 연금술로 만들어진 거대한 요새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즉석에서 이걸 만든 거야? 과연 드래곤 로드.”
칼이 감탄했다.
그러는 성문 앞에 서 있던 자무아가 말했다.
“마수와 몬스터들이 들이 닥치기 전에 모두 요새 안으로 들어와!”
자무아의 우렁찬 외침에 1, 2학년들이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것도 정말 훈련이야?”
“이런 요새까지 준비 될 정도면 훈련이 아닐까?”
1, 2학년 중에서는 아직도 지금 상황을 훈련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토루아가 팔짱을 끼며 툴툴 거렸다.
“이래서 영웅 사관 학교들 교육 방침이 문제가 있다니까. 아무리 훈련을 실전처럼이라고 해도 이상 사태가 발생하고 마물이 죽일 듯 덤벼들어도 훈련이라고 착각하는 애들이 있잖아.”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1, 2학년 모두가 훌륭하게 이 상황에 대처를 하고 있기도 하다.”
울타의 말에 토루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에 리스가 중얼거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오라버니!”
셀리아가 황급히 다가왔다.
“지금은 훈련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 맞죠?”
셀리아의 물음에 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체 무슨 상황이죠?!”
“나도 자세한 상황은 몰라. 로드님이 말씀을 해주실 때 까지는…….”
리스가 말끝을 흐릴 때였다.
화악-!
요새의 상공에 황금 비늘을 가진 드래곤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놀라는 사이
번쩍-!
황금빛을 내뿜은 두 드래곤이 성벽 위에 섰다.
금발의 중년의 외모를 한 남자와 금발의 소녀였다.
멜리나의 심복 아카티스와 후계자 엔키니아스였다.
“모두 모였나?”
아카티스의 물음에 리에니아가 앞으로 나섰다.
“네. 모든 영웅 사관 학교 학생들이 모였어요. 그러니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실수 있을까요?”
리에니아의 말에 엔이 말했다.
“곧 로드께서 오셔서 지금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실겁니다.”
그 말에 훈련이라고 생각했던 1, 2학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허공에서 멜리나가 내려와 성벽 위에 착지했다.
“여러분.”
아카티스와 엔키니아스 사이에 선 멜리나가 살짝 굳은 목소리 말을 하자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은 영웅 후보생입니다.”
멜리나가 천천히 운을 띄웠다.
“영웅이 되기 위해 매일 같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죠. 언제 어디서든 시련이 맞설 수 있도록. 세계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고결한 자가 바로 여러분입니다.”
그 연설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시련은…… 재앙은 예고도 없이 찾아 옵니다. 5000년 전에도 300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쿠구구구구구궁-!
땅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진.
그에 학생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콰가가가가가가강! 코오오오오오!
갑자기 저 멀리.
폭발하듯 땅을 뚫고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하늘을 꿰뚫을 것 같은 탑처럼.
불기둥의 분출은 계속되었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그걸 지켜보던 영웅 후보생들이 입을 벌렸다.
“검은…… 불꽃?”
누가 당혹스럽게 중얼거리는 사이.
“하늘이……!”
누군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에 별빛이 사라져갔다.
찬란한 빛이 사라지고 칠흑같은 어둠이 뒤덮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영웅 후보생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5000년 전, 그리고 3000년 전.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넣은 현상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모두가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하는 사이.
멜리나가 무겁게 선고했다.
“여러분, 재앙이 눈을 떴습니다.”
***
“여러분, 재앙이 눈을 떴습니다.”
멜리나의 힘 있는 목소리를 들으며 성벽의 높은 탑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레오가 중얼거렸다.
“저 빌어먹을 광경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하늘을 물들이는 재앙의 상징에 치가 떨렸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아르온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재앙의 시대에 태어난 아르온은 알지 못한다.
평화를 빼앗기는 기분을.
끔찍한 재앙을 맞이하는 그 절망감을.
“조금 다른 느낌이지. 저 하늘은 오늘밤이면 사라 질 테니까.”
레오가 아르온을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평화를 누리며 안심하기를 바랐어.”
“이미 충분히 누렸어. 그리고 많이 안심했어.”
아르온이 웃었다.
“나는 그때 죽었어. 하지만 카일, 네 덕분에 우리가 구한 세상을 볼 수 있었어. 이보다 큰 축복이 있을까?”
레오도 아르온도 알고 있다.
이 전투가 끝나면 아르온이 사라진다.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레오도 아르온도 절망에는 익숙했다.
그러나 아직 어린 새싹들은 아니다.
그들이 감당하기에 지금의 절망은 너무도 거대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멜리나의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을 들으며 레오가 말했다.
“그러니까…… 상징이 필요해.”
이미 숨기고 말고의 상황이 아니다.
“재앙이 재림했다면 이제는 용기의 상징이 재림할 때야.”
레오가 아르온의 눈을 직시했다.
“부탁해 아르온, 네 용기가 필요해.”
“맡겨 둬.”
레오의 말에 빙긋 웃은 아르온이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탁-!
멜리나 옆에 착지한 아르온이 영웅 후보생들을 내려다 보았다.
“아칸 교관님?”
첸 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의 시선이 아르온에게 꽂히는 가운데, 아르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번쩍-!
아르온의 손에서 오러가 치솟았다.
에레보스의 검은 불기둥처럼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거대한 오러의 기둥은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오러는 곧 황금의 검이 되었다.
아르온이 치켜든 오러의 검을 불기둥을 향해 휘둘렀다.
화악-! 콰가가가가가가강!
불기둥이 양단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전율스러운 광경을 보며 누군가 중얼거렸다.
“하늘을…… 갈랐어?”
에레보스의 힘에 가려졌던 밤하늘은 어느새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토루아가 멍하니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누군가의 구전을 입에 담았다.
“그가 검을 휘두르면 하늘이 갈라지니…… 그 압도적인 광경에 사람들은 거대한 용기를 얻었다.”
모두가 전설 속에만 나오는 전율스러운 광경을 만들어낸 남자의 등을 바라보며 그 이름을 되내었다.
“용자…… 아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