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47)
447.
하늘을 가른 아르온의 압도적인 위용에 모든 이들이 말을 잃었다.
쿠구구구구구구-!
검은 불기둥이 치솟은 곳은 아르온이 서 있는 곳에서 까마득히 먼 곳.
하지만 그런 간격을 무시하듯 아르온은 엄청난 무력으로 불기둥을 양단했다.
아르온과 불기둥 사이에 일직선으로 거대한 검흔이 대지에 새겨졌다.
자욱한 먼지가 일어났다.
학생들의 시선이 하나, 둘 아르온의 등에 꽂혔다.
“역시 아르온님! 대단하세요!”
그때 아르가 양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그 말을 끝으로 모든 이들이 정신을 차렸다.
“저, 정말 용자 아르온님?”
“저런 압도적인 일격을 할 수 있는 무인이 아르온님 말고 또 있겠어?”
“게다가 아르 녀석! 지금 분명 아르온님이라고 했잖아?”
너무도 닮은 외모에 초월적인 무력.
거기에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며 아르온을 직접 경험한 아르의 외침까지.
“용자님!”
“시작의 영웅과 성운의 시조처럼 현세에 재림하신 거야!”
“아르온님!”
절망감으로 가득했던 성벽 위에서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저분이 진정 용자란 말입니까?”
“네. 진짜 용자세요.”
경악하는 아카티스의 물음에 멜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엔은 아르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궁-!
그때 또다시 지축이 흔들렸다.
콰가가가가가강-!
검은 불꽃이 분출되던 곳에서 검은 마그마 같은 것이 치솟았다.
철퍽-! 치이이이익-! 화륵-!
검은 마그마에 닿은 땅에 불꽃이 일어났다.
마그마는 마치 슬라임처럼 한 곳으로 뭉치더니 거대한 화염의 거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형체를 취해가는 에레보스를 보며 멜리나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건 개벽의 세계의 도전자였던 그녀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은 형상이었다.
영웅 후보생들의 얼굴은 굳어갔다.
에레보스.
5000년 전과 3000년 전.
세계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은 전율스러운 태초의 악.
영웅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그 이름을 모를 수 없었다.
하지만 에레보스를 실제로 본 이는 재앙의 재림이 개벽의 영웅들에 의해 종식을 맞이한 3000년 동안 거의 없었다.
그저 문헌에 쓰인 기록을 토대로 그 모습을 상상하고 유추할 뿐.
“하하. 망할. 진짜 동화책이랑 똑같네.”
칼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루니아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꾹 쥐었다.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네.”
루나의 세계에 잠들어있던 에레보스의 파편과 맞서 싸운 적이 있는 루니아는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루나의 세계의 싸운 에레보스가 작은 모닥불이라면, 이건 거대한 산불이었다.
“뭐가 걱정이야! 우리에게는 아르온님이 있다고! 힘을 합하면 부활한 에레보스의 조각 같은 건 물리 칠 수 있어! 모두 용기를 내!”
아르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만 접한 세계를 멸망시킬 재앙을 마주한 이들은 좀처럼 용기를 되찾지 못했다.
에레보스가 형태를 갖추어갈수록 두려움 역시 뚜렷해져 갔다.
“두려워해도 괜찮아.”
후대의 영웅 후보생들을 등진 채로 아르온이 입을 열었다.
“거대한 공포 앞에서는 두려움에 떠는 건 당연하니까. 나도 그랬고 리시나스와 카일, 루나, 드웨노도 그랬어.”
아르온이 숨을 들이마셨다.
“중요한 건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거야. 그러니까 내게 보여 줄래?”
아르온이 몸을 돌렸다.
“너희의 용기를.”
그 말에 바니르가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나섰다.
“고결한 대전사! 아조니아의 이름을 짊어진 학생들이여!”
바니르가 아조니아의 학생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바니르에게 향했다.
살벌한 목소리에 아르온이 순간 어깨를 움츠렸지만, 그 모습을 발견한 이는 없다.
“위대한 용자께서 우리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신다!”
“아, 아니. 난 딱히 시험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
“우리는 세계를 위해! 아조니아에 입학했지 않았나! 용자께서 물려주신 용기를 가슴에 담고! 대영웅님들이 물려주신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영웅을 꿈꾸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아조니아의 학생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지금 그 위기가 닥쳤다! 비록 우린 아르온님에 비교한다면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도 못한 약해 빠진 약골들이다!”
“약골이라니! 자기 자신을 그렇게 비하하는 건 좋지 않…….”
“하지만! 여기서 두려움에 떤다면! 우린 돌멩이만도 못한 쓰레기다! 쓰레기가 되고 싶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증명하자! 너희가 쓰레기가 아님을! 아르온님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용기를 보여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아르온은 후배를 선도하는 바니르의 어깨를 양손으로 짚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약골에 돌멩이만도 못하다느니. 쓰레기라느니.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쓰면 안 돼.”
“아르온님……!”
“너랑 아조니아의 학생들은 충분히 자랑스러운 아이들이야. 내 말은 너희의 용기를 시험하겠다는 게 아니야. 그냥 용기를 보여주면 돼. 그러니까 스스로를 소중하게…….”
“들었나! 약골 쓰레기들! 아르온님께서 우리가 자랑스럽다고 하신다!”
“우오오오오!”
감격하여 소리치는 바니르를 보며 아르온이 울상을 지으며 멜리나를 바라보았다.
“아조니아 학생들은 단순해서 그러려니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멜리나가 곤란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쟨 흥분하면 단순무식해지는 건 여전하구나? 리스, 우리는 화려한 연설 같은 거 없어?”
토루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리스가 피식 웃으며 후배들에게 말했다.
“용기의 전유물이 아조니아의 것만이 아님을 보여 주자.”
“네! 알겠습니다!”
“아르온님! 멋있어요!”
“나중에 사인해주세요!”
루메른 쪽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리에니아가 팔짱을 떴다.
“얘들아. 들어봐. 우리는 위대한 성운의 시조이신 루나님의 유지를 이었잖아? 게다가 아르온님께서 재림하셨고 아조니아 애들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거야. 훌륭한 고기 방패가 있는데 무서워하는 게 말이 되니?”
“어이, 지금 누구더러 고기 방패라는 거냐?”
바니르가 낮게 으르렁거리자 말을 정정했다.
“프랜드 쉴드.”
“그것도 싫거든?”
바니르가 소리쳤지만 리에니아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 세이룬은 작년에 루나님과 카일님께 우리 세이룬이 최고라는 걸 증명했어! 이번에는 아르온님께도 우리가 최고라는 걸 증명하자!”
“너희가 언제 루나님과 카일님께 최고라는 걸 증명했지?”
“아르온님께 인정받는 건 우리 아조니아다!”
티격태격하는 전직 학생회장들을 바라보던 드리아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전 회장님도 한 말씀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말을 하면 뭐하냐? 저 제정신 아닌 것들에게 묻힐 텐데.”
“회장님은 여전히 존재감이 없으시네요.”
“욕하는 거냐?”
“칭찬입니다.”
전직 데미안의 학생회장, 웨커든이 깊은 한숨을 내쉴 때였다.
“저기 미안한데. 검 한 자루만 빌려줄래?”
“헉! 아, 아르온님!”
웨커든이 눈을 부릅떴다.
“드, 드리겠습니다! 아니! 써주세요!”
용자 아르온이 자신에게 검을 청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웨커든이 아공간을 열어 검들을 쏟아냈다.
“필요한 걸 써주십시오!”
아르온은 그런 웨커든의 검 중 날카롭게 버려진 검을 하나 골랐다.
탁-!
검을 쥔 아르온이 심호흡했다.
스릉-!
이름 없는 검이었지만 그 검은 굉장한 명검이었다.
검날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아르온이 말했다.
“훌륭한 검이네. 소중히 쓰고 돌려줄게.”
“아닙니다요! 헤헤헤헤!”
“간신배 같아.”
“쟨 저럴 때만 존재감이 확실하다니까?”
다른 학교 졸업생들이 수군거렸지만 웨커든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였다.
쿵-!
지축이 흔들렸다.
어느새 모습을 갖춘 에레보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에레보스의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아르온이 숨을 들이마셨다.
-크허어어어어어어어엉!
에레보스의 포효를 아르온의 하울링이 밀어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용자의 하울링?”
“굉장해!”
조금 전까지 있던 불안감이 사라졌다.
가슴이 떨려 왔으며 용기는 배가 되었다.
모두가 감탄하는 가운데 아르온이 검을 치켜들었다.
“모두, 이제 준비해.”
화르르르륵-!
에레보스의 몸에서 불이 타올랐다.
“온다.”
콰아아아아아-!
검은 불꽃의 파도가 덮쳐왔다.
고오오오오!
아르온이 검을 고쳐 쥐고 횡으로 휘둘렀다.
화악-!
거대한 황금색 선이 검은 불꽃을 갈랐다.
날카로운 황금의 검격은 그대로 에레보스에게 직격했다.
서걱-! 푸화아아악!
크어어어어어어어!
몸이 양단된 에레보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걸 본 아르온의 눈이 순간 꿈틀거렸다.
화르르륵-!
상처에서는 꾸역꾸역 검붉은 피가 흘러나와 대지를 적셨다.
하지만 그 상처도 이내 검은 불꽃이 뒤덮이며 회복되었다.
화르르륵-!
땅에 흐른 에레보스의 피는 이형의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걸 본 아르온이 중얼거렸다.
“……오른팔인가?”
“네?”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저은 아르온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나와 에레보스를 공격하러 갈 파티원을 정할게.”
***
“오른팔인 모양이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뜻이야?
레오의 중얼거림에 키르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저 조각은 에레보스의 조각 중 오른팔이야.”
“그걸 주인님께서 어떻게 아시나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커다란 검은 거인인데요?”
아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오가 말했다.
“마족들이 에레보스의 피조물이란 건 너희도 알겠지?”
환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레보스는 놈이 마족과 마수, 몬스터 같은 마물들을 창조할 때 오른손을 썼었어. 리시나스는 창조와 관련된 권능이 오른손에 깃들었다고 생각했지.”
실제로 에레보스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충직한 부하들을 만들었다.
-과연. 그래서 레오가 자른 조각 중 오른팔이라고 생각한 모양이군요.
엘시가 알겠다는 듯 말하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상하군. 놈에게도 창조의 권능은 힘의 소모가 많이 들 텐데 왜 힘 낭비를 하는 거지?”
느닷없이 마물을 있는 대로 생성시키는 에레보스의 모습에 의문을 느꼈다.
“레오!”
에레보스와 맞서 싸울 파티 구성을 끝낸 아르온이 레오를 불렀다.
레오가 바닥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구성원을 확인했다.
‘아르온, 멜리나, 토루아, 울타, 리에니아, 루니아, 에이란, 엘리자.’
아르온을 제외하고는 기사 클래스는 한 명도 없었다.
에이란과 리에니아의 경우 마검사지만, 웬만한 기사클래스에 버금가는 기동성과 마법사 이상의 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화력과 기동성에 중점을 둔 조합이군.’
리에니아와 에이란도 아르온으로부터 자신들의 역할을 들었는지 조금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아르가 레오에게 다가왔다.
“검은 토끼! 아르온님께서 혼자 에레보스를 저지하겠다던데 괜찮을까? 우리가 조금 도와야 하지 않을까?”
아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런 아르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괜찮으니까 혼자 상대한다고 했겠지.”
“그, 그렇지만…….”
다른 적도 아니고 에레보스다.
무려 세상을 멸망직전까지 몰아넣은 세계 최악의 흉물.
아무리 조각났다고 해도 그런 전율스러운 괴물을 혼자서 막는다는 것 자칫 불안해 보였다.
“너 저 아르온이 어느 시대에서 왔는지 아직 모르지?”
“응?”
아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듣지 못했다.
“어느 시대에서 왔는데? 검은 토끼, 넌 들었어?”
“최종장.”
“뭐?”
“에레보스를 토벌할 때의 아르온이야.”
아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신력을 다 소모하면 사라진다는 제약만 없다면 지금의 아르온은 단신으로 타르타로스 전체와 전쟁을 해도 이길 정도지.’
마물 여왕이 토벌되고 거인왕은 부재중인 지금.
사령왕뿐인 타르타로스는 완전체의 아르온을 감당할 수 없었다.
“넌 여기서 마물들과 맞서 싸우고 있어.”
저벅- 저벅-
레오는 아르온 곁으로 다가갔다.
“그럼, 가볼까?”
아르온이 검을 고쳐 쥐며 말했다.
“태초의 악을 토벌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