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59)
459.
레오는 로드렌 제국 황제의 편지를 펼쳤다.
친필로 쓰인 편지를 읽어가는 레오를 보며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뭐야? 폐하께서 너한테 뭐라고 하신 거야?”
옆에 있던 셀리아가 황급히 물었다.
“왜 네가 더 호들갑이야?”
레오의 시큰둥한 목소리에 셀리아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이상할 정도로 무덤덤한 거거든?”
루메른 학생들은 어딜 가든 존중받고 대우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로드렌의 황제가 직접 친필로 편지를 보내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로드렌의 황제는 어지간한 일국의 왕과는 비교를 거절하는 대륙 서부의 절대 권력자다.
로드렌 제국과 비슷한 국력을 가졌지만, 그림자의 나라라 불리며 별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은밀하게 행동하는 샨 제국과는 다르게, 로드렌 제국은 그 국력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제국이었다.
그 대외적인 영향력은 대륙 서부를 벗어나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정도다.
“그래서? 뭐라고 쓰여 있어?”
아바드의 물음에 레오는 봉투에 편지를 갈무리하며 대답했다.
“로드렌의 영웅 길드, 임페리움에 입단을 권유하는 내용이야.”
“뭐?”
“진짜 그런 내용이었어?”
여기저기서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레이나는 역시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거 대박이잖아? 아무리 최연소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아직 학생 신분에 불과한데 입단 제의가 오다니. 그것도 임페리움에서?”
칼이 탄성을 내질렀다.
임페리움 길드.
로드렌 황실 산하의 영웅 길드로서 사실상 대륙 서부에 존재하는 유일한 영웅 길드였다.
그 강력함과 영향력은 인간 종족의 영웅 길드 중 최강이라 평가받는 루메른의 트와일라잇에 이은 두 번째로 타르타로스와의 최전선에서 무수히 많은 공적을 이룬 영웅 길드다.
“굉장히 파격적이네. 임페리움으로서는 길드의 입단 조건까지 바꾼 이례적인 사례잖아.”
클로에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임페리움 길드는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자만이 입단을 허락한다.
세계에서 길드의 전원이 영웅의 지위를 획득한 길드는 임페리움이 유일했다.
심지어 황제의 전령으로 온 지스 제르딩거와 로제스 르왈린조차도 제국 내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웅의 칭호를 얻지 못해 임페리움에 소속되지 못한 상태다.
“캬~ 임페리움조차 아직 영웅 후보생인 레오를 원한다 이거지? 근데 이렇게까지 파격적으로 움직인 이유가 대체 뭘까? 반장이야 어차피 제르딩거 가문 소속이니까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임페리움에 가입하는 거 아니야?”
“임페리움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던 이유가 있겠지. 그나저나 학생 신분으로는 영웅 길드 입단이 불가능할 텐데?”
일리아나가 의문을 표하자 넬라가 작게 한숨을 쉴 때였다.
“언제까지 우리 앞길을 막을 생각이지?”
“위대한 로드렌의 황제 폐하의 서한을 전하는 중이오. 소란을 삼가시오.”
“인간 황제의 권위가 나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바깥에서 높아진 언성과 함께 오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나 싶더니 이내 문이 거칠게 열리며 수려한 외모를 가진 엘프가 들어왔다.
그걸 본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이란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루니아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굉장한 꼴통이 왔네.”
“유명한 사람이야?”
루니아의 중얼거림에 아르가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칼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초승달 검, 아메디우스 아니야?”
“초승달 검?”
“스텔라 일루미노의 그 영웅?”
학생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승달 검, 아메디우스 글라이스.
엘프의 영웅 길드, 스텔라 일루미노 소속의 영웅으로 3년 전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신세대 영웅이었다.
그는 엘프의 신세대 영웅 중 가장 유명한 이었다.
이유는 루나와 세이룬의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그들이 남긴 위업을 찬미하는 광신자 적인 면모를 가진 남자이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지나친 종족주의자로 악명이 높았다.
“레오한테 ‘너를 인정할 수 없다.’ 이런 개소리를 하면 곤란한데.”
루니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일전에 레오가 세이룬에게 지팡이를 받아 공식적인 세이룬의 후계자가 된 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엘프 사회에서는 아직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못된 일이라며 우기는 엘프들이 존재한다.
그들 모두가 지나친 종족주의자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악명이 높은 아메디우스라면 충분히 그런 소리를 할지 몰랐다.
‘이미 공식적으로 레오가 세이룬님의 후계자임이 알려진 상황에서 영웅의 자리에까지 오른 자가 그런 주장을 한다면 그건 굉장히 문제가 돼.’
루니아는 아메디우스를 말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란 역시 안절부절하며 함께 일어났다.
‘초승달 검이 레오님께 결례를 저지르면 안 되는데.’
레오가 시작의 영웅임을 아는 에이란으로서는 속이 타들어 갈 정도였다.
아메디우스가 허튼짓을 하려 한다면 어떻게든 저지하겠다고 마음먹으며 에이란이 바짝 긴장할 때였다.
그렇게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아메디우스가 터벅- 터벅- 레오에게 걸어갔다.
“레오 플로브에게 볼 일이 있다면 차례를 지키는 게 어떠한가?”
지스가 불쾌감을 드러내며 앞을 막았다.
하지만 아메디우스는 코웃음을 치며 지스를 밀어내고 레오 앞에 섰다.
그 행동에 지스가 분노를 터트리려 할 때였다.
턱-!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초승달 검, 아메디우스 글라이스라고 합니다. 레오 플로브님. 만나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옵니다.”
아메디우스는 한쪽 무릎을 꿇고 굉장히 정중하게 레오에게 인사를 했다.
심지어 그것은 연장자가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취할 행동은 아니었다.
심지어 레오는 아직까지 영웅 후보생이며 아메디우스는 영웅이다.
나이로나 대외적인 지위로나 아메디우스가 위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메디우스는 예법을 다해 레오를 대했다.
하물며 레오는 인간이다.
“나도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저한테 왜 존대를 하세요?”
“레오님께서는 존귀하신 세이룬님의 공식적인 후계자. 엘프로서 그런 레오님께 경의를 표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말을 편하게 해주십시오.”
아메디우스는 레오를 올려다보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눈으로 레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얘 눈이 왜 이래?’
반짝이다 못해 번뜩이는 맑은 눈의 엘프를 잠시 바라보던 레오는 혀를 찼다.
이런 부류의 엘프들은 보통 말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레오였기에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그렇다면 말을 편하게 하지.”
레오의 말에 아메디우스가 미소 지었다.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이 서신을 레오님께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메디우스는 품에서 동봉된 편지 한 장을 꺼내 레오에게 건넸다.
편지에는 스텔라 일루미노의 길드 마크가 찍혀 있었다.
그걸 본 지스와 로제스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스텔라 일루미노에서는 레오님이 오시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메디우스가 눈을 번뜩였다.
“스텔라 일루미노는 세이룬님께서 세운 영웅 길드! 스텔라 일루미노야말로 레오님께 가장 어울리는 영웅 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페리움에서 움직인 이유가 저거였군.”
“스텔라 일루미노에서도 반장을 영입하려 하다니, 대사건이네.”
“레오가 세이룬님의 후계자라는 걸 생각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긴 하지만…… 충격적이네.”
스텔라 일루미노.
엘프의 영웅 길드 중에서도 명문 중의 명문.
임페리움처럼 길드원 전원이 영웅인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입단하기 까다로운 영웅 길드였다.
오직 엘프만이 입단 가능하며 엘프 중에서도 선택받은 극소수만이 입단 할 수 있었다.
그 전통을 깨면서까지 레오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는 건 확실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레오는 로드렌 제국의 사람이오. 제국의 길드인 임페리움에 입단하는 게 당연한 일. 어찌 엘프의 길드에 입단한단 말이오?”
지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아메디우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레오에게 고개를 조아리던 것과 달리 굉장히 오만불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이룬님의 후계자이신 레오님께서 스텔라 일루미노에 입단하는 게 훨씬 더 당연한 일인 것 같소만?”
두 사람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애초에 무차별적으로 밀고 들어 왔을 때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레오의 영웅 길드 입단과 관련되어 충돌까지 더해지자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가 흐르게 된 것이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와중에 다시 편지를 동봉한 레오가 말했다.
“나는 딱히 임페리움에도 스텔라 일루미노에도 입단할 생각이 없는데?”
레오의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구나 들어가기를 꿈꾸는 길드에서 입단 제의가 왔는데도 생각이 없다니?
“야, 혹시 트와일라잇에 들어가려고?”
“아니.”
“그러면 어디 입단할 거야?”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주목하는 가운데 레오가 입을 열었다.
“만들려고 했지.”
“뭐?”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잘됐네. 이 기회에 하나 창설할까?”
마치 동아리 하나 만들 듯 태연하게 말하는 레오를 보며 클로에가 말했다.
“영웅 길드는 만들고 싶다고 바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애초에 창설을 위해서는 자격이 갖춰져야 해.”
“영웅의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는 자격?”
“맞아.”
레오의 물음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레오도 그 자격 요건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거야 멜리나에게 협약을 바꾸라고 하면 되는 거고.’
애초에 레오는 이미 히어로 레코드에 시작의 영웅 카일로 이름이 올라간 상태다.
그것도 가장 첫 페이지에.
그런 레오의 이름이 다시 올라갈 리 만무했다.
레오로서는 자격 조건을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창설자로 다른 사람을 시킬까 했지만, 어차피 영웅 길드의 창설을 허락해주는 곳은 드래고니아잖아?’
그리고 드래고니아의 최고 권력자는 다름 아닌 드래곤 로드인 멜리나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협약을 고쳐서 길드를 창설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지만.
‘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안 되면 되게 만들면 그만이지.’
레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가능한 인간이었다.
‘가장 좋은 그림은 내가 영웅의 칭호를 손에 넣는 거겠지만. 그게 어려우니까.’
***
루메른의 가장 깊숙한 곳.
수없이 많은 영웅의 유물과 기록이 잠들어있는 금서고의 가장 중앙에는 인간의 히어로 레코드가 잠들어있다.
새로운 인간 영웅이 탄생할 때, 이곳에 이름이 쓰인다.
이곳의 사서는 드래곤 로드에게 특별히 임명된 자만이 될 수 있었다.
루메른의 사서.
데시티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금서고 입구를 지키고 있을 때였다.
파락-!
갑자기 닫혀 있던 히어로 레코드가 펼쳐졌다.
그 모습을 발견한 데시티안이 무릎을 꿇었다.
오랜 기간 금서고의 사서를 맡아온 그는 알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계시라는 것을.
신들이 인정한 위업을 이룬 고결한 영웅이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이 쓰이는 순간인 것이다.
파라라락-!
수없이 많은 페이지가 펼쳐졌다.
탁-!
이윽고 마지막 페이지가 펼쳐졌다.
화아아악-!
밝은 빛과 함께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보며 데시티안은 전율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다.
이름이 쓰이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히어로 레코드를 향해 무릎을 꿇고 경건한 자세를 취하던 데시티안은 히어로 레코드로 다가갔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본디 히어로 레코드에는 수많은 것들이 쓰여 있다.
영웅의 이름은 물론이고 신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이명.
그리고 그들이 이룩한 위대한 위업들이 기록된다.
그렇기에 히어로 레코드는 빽빽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백지였다.
신들이 영웅에게 하사한 이름도 없으며 위업도 없었다.
그저 존재하는 건 단 하나의 이름뿐이었다.
[레오 플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