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60)
460.
로드렌의 황제.
샤를 디오 로드렌은 옥좌에 앉은 채 무료한 얼굴로 신하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샤를 황제의 아래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이들이 입을 열었다.
“폐하. 레오 플로브의 명성이 높다고 한들 아직은 영웅의 자리에도 오르지 못한 영웅 후보생이 임페리움에 가입하는 건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 옵니다. 재고 해주십시오!”
“재고해주십시오!”
레오의 임페리움 입단 권유는 말 그대로 샤를 황제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대대로 황제의 최측근이었던 제르딩거와 르왈린의 가주를 불러 상의 하기는 했다.
제르딩거의 가주, 셀드의 경우에는 레오의 특례 입단이 전혀 나쁠 게 없었다.
오히려 가주인 셀드의 입장에서 대환영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레오는 셀드의 조카이자 제르딩거의 직계.
‘더군다나 레오의 실력은 영웅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
영웅의 자리에만 오르지 않았을 뿐.
실질적인 힘은 영웅과 동등하다.
그런 조카가 특례를 받아 임페리움에 입단한다면 제르딩거의 명성은 더더욱 높아진다.
체이드 르왈린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레오 플로브가 단순한 제르딩거라면 모를까, 그는 마법사다.’
그것도 평범한 마법사가 아닌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의 후계자로 공인된 마법사.
이미 세계의 마법계에서는 레오의 마법사로서의 명성이 굉장히 높다.
‘레오 플로브가 임페리움에 들어 온다고 제르딩거의 발언권이 강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오히려 올 클래스로서 중립적인 성향이 강할 것이다.
‘첼시와도 절친하고.’
이미 1학년 때부터 레오, 첼시, 칼. 이 세 사람이 단짝 친구라는 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체이드로서도 레오의 입단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레오의 특례 입단이 발표된 후.
많은 귀족이 샤를 황제의 알현을 요청했다.
이유는 바로 레오의 특례 입단을 취소하기 위해서였다.
황가인 로드렌과 개국 공신가인 제르딩거와 르왈린이 제국의 패권을 주도하는 세력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세 가문의 힘만으로 제국을 좌지우지하기에 로드렌은 너무도 거대하다.
거대한 세력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동원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이해관계도 얽힐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레오에게 주어진 특례를 불만스럽게 여긴 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세력을 규합해 황제 앞에 선 것이 바로 설풍의 기사, 에테르카 데크니였다.
영웅의 칭호를 손에 넣은 그는 로드렌 제국의 황실 기사단 단장이다.
하급 기사 가문 출신으로 영웅의 자리까지에 오른 그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한 남자였다.
그의 목표는 로드렌 제국 최강의 기사라는 칭호를 거머쥐는 것이었다.
하지만 셀드 제르딩거에게 밀려 만연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제국 내에서는 르왈린 못지않은 반 제르딩거 세력이었다.
“에테르카 경. 그대는 레오 플로브가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폐하. 그는 아직 임페리움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걸 증명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레오 플로브는 이미 어린 나이에 루메른의 학생회장의 자리에 올랐고 대영웅의 세계를 공략해 왔소. 게다가 이번에 용자와 함께 에레보스 토벌에 큰 공을 세우기까지 했소. 비록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충분하다고 생각되오만?”
셀드의 말에 에테르카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셀드 경. 그건 그대의 조카이기에 두둔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소? 루메른의 학생회장 출신이 꼭 영웅의 자리에 오르는 건 아니오. 대영웅의 세계는 레오 플로브, 혼자만의 힘으로 공략한 것도 아니지. 에레보스의 조각 토벌이라는 위업 역시 마찬가지오. 결국 아르온님이 그 자리에 있었기에 에레보스의 조각을 토벌할 수 있었던 것 아니오?”
에테르카가 코웃음을 쳤다.
“무엇도 증명된 건 없소. 그런 상황에서 특례를 주는 건 임페리움의 이름에 누를 끼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폐하의 명성에도 흠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에테르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르왈린의 가주께서 셀드 제르딩거 경을 말려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나 역시 레오 플로브가 임페리움에 어울리는 인재라 생각해서 말이오.”
체이드가 여유롭게 대답했다.
세 영웅이 대치하는 가운데 샤를 황제가 입을 열었다.
“레오 플로브를 임페리움에 입단시키려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영웅 길드에서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오. 나는 황제로서 제국의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걸 막아야 할 의무가 있소.”
“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폐하의 성은에 감복할 따름이옵니다. 허나, 폐하.”
에테르카가 강경하게 말했다.
“그 정도로 제국을 등질 자라면 제국에 필요 없는 인재라고 생각되옵니다. 그런 자를 위해 특혜를 주는 건 진심으로 폐하를 따르는 충신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재고해주십시오.”
에테르카의 말에 그를 따르는 이들이 다시 한번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샤를 황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 플로브가 제국에 필요한 인재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아무리 제국이 강대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인재는 없으니.’
시작의 영웅 카일과 같은 올 클래스.
거기에 각 클래스의 성취도 심상치 않다.
샤를 황제는 비록 영웅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으며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맹약자인 페가수스 아티와도 계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지만 않을 뿐.
그는 강력한 소환사다.
그렇기에 레오가 소환사로서 레오가 이룩한 성취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잘 알고 있다.
정말로 제국을 위한 길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어야 할 인재.
하지만 무릇 정치란 그런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레오의 존재를 달갑지 않게 여기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정하고 저지하려는 자들은 있을 것이다.
진실을 부정해서라도 말이다.
‘정치란 그런 것이지.’
하지만 샤를 황제 역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생각이었다.
‘레오 플로브는 검성을 뛰어넘는 영웅으로 성장할 터. 시대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제국에 필요하다.’
샤를 황제가 입을 열려는 순간.
똑똑-!
회의실 문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전령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특보입니다.”
“무슨 일이지?”
“레오 플로브가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입니다!”
그 말에 회의실 내부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에테르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례까지도 필요 없겠군.”
샤를 황제의 말에 반대파가 침묵할 때였다.
다른 전령이 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 폐하의 서신을 전하러 간 델란에서 보고가 왔습니다!”
“그래, 레오 플로브가 임페리움에 입단한다고 하더냐?”
샤를 황제가 여유롭게 웃으며 묻자 머뭇거리던 전령이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레오 플로브가 임페리움 입단을 거절했다는 보고입니다.”
“뭐라?”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샤를 황제가 얼굴을 굳혔다.
회의실 내부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이지? 혹시 다른 길드에 입단이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아직 학생 신분이라 입단할 수 없다고 거절한 것인가?”
“지스 제르딩거님과 로제스 르왈린님의 말에 따르자면 스스로 길드를 설립하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길드의 설립?”
“오만방자하군.”
모두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회의에 참석해 있던 샤샤가 중얼거렸다.
“참으로 레오 선배님답네요.”
“오히려 기뻐 보이십니다?”
샤샤의 옆에 있던 리스가 웃으며 묻자 샤샤가 섭선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그래 보였나요?”
눈을 가늘게 뜨던 샤샤가 힐끗- 리스를 바라보았다.
“리스 선배야말로 즐거워 보이시네요.”
“예측할 수 없는 사촌 동생을 보는 건 제법 즐거운 일이라서요.”
***
레오가 히어로 레코드에 등재되었다는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히어로 레코드의 존재가 드러난 지 수 천년.
레오 또래의 나이에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들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레오만큼 화려하고 압도적인 커리어와 힘을 가진 영웅은 없었다.
수많은 언론에서 레오와 취재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뜨거워졌지만 정작 레오는 굉장히 시큰둥했다.
연일 신문에 이름이 올라왔지만, 레오로서는 귀찮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여름 방학도 끝을 맞이했다.
“너도 참 대단해. 나 같으면 진짜 사람들 앞에서 이 상황을 즐겼을 텐데.”
루메리아 시티 선착장에서 칼이 혀를 내둘렀다.
그런 칼의 말에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런 것 치고는 드워프 영웅 길드들의 권유를 매몰차게 거절하던데?”
영웅 길드 입단 권유를 받은 건 레오뿐만이 아니었다.
레오뿐만 아니라 다른 유망한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칼이었다.
“드웨노의 연금서를 공략 보상으로 손에 넣은 넌 드워프들이 누구보다도 탐내는 인재일 거 아니야?”
“야, 그건 인재가 아니야! 니가 드워프들 눈을 못 봐서 그래!”
칼은 자신의 양팔을 붙잡고 덜덜 떨었다.
“당장에라도 날 해부할 것만 같은 눈들이었다고!”
질색하는 칼을 보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교칙을 바꾸려나?”
“절대 안 바꿀걸.”
레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각 사관 학교의 교장들은 교칙을 바꿀 사람들이 아니다.
‘바뀐다고 하더라도 내가 막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를 전장에 내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재앙의 시대를 살았던 레오는 알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준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이들이 전장에 섰을 때 얼마나 무력한지.
꽃피지 못한 소년, 소녀들의 죽음이 얼마나 마음을 무겁게 하는지.
‘재앙의 시대 때는 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세계의 멸망을 코앞에 둔 재앙의 시대 당시에는 싸울 수 있는 자라면 전장에 서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지금은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다.
레오가 작게 한숨을 쉴 때였다.
“헉! 레오다.”
“이제 유명 인사인데 사인이라도 받을까?”
동급생들이 레오를 발견하고는 놀란 반응을 보였다.
“크~ 영웅님은 역시 많은 친구들이 우러러보는군.”
칼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레오가 피식 웃을 때 소환학과 여학생 한 명이 얼굴을 붉히며 다가왔다.
“저, 저기. 회장. 나 사인 해줄 수 있어?”
“나도! 나도!”
“에레보스와의 전투 이야기도 듣고 싶어!”
그걸 시작으로 학생들이 레오 주변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크헉?!”
인파의 파도에 떠밀린 칼이 레오에게서 멀어졌다.
“햐~ 진짜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계 사람이 된 기분이네.”
칼이 볼을 긁적였다.
원래 영웅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와 관련된 상품도 쏟아져 나오니 말 다 했다.
‘이참에 레오 관련 상품을 만들어서 한몫 단단히 땅겨볼까?’
칼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현재 있는 선착장은 2학년 전용이다.
‘학교로 들어가면 학년 가리지 않고 모여들겠네.’
레오를 바라보며 칼이 뒷걸음질 칠 때였다.
툭-!
“어, 미안. 내가 못 봤…….”
“찾았다. 칼 토마스.”
사과를 하던 칼은 뒤에서 들린 음산한 목소리에 흠칫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살기 등등한 얼굴로 서 있는 이를 발견하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에미오? 네가 여긴 어떻게?”
그 말에 에미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건방진 새끼.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소리냐?!”
“아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칼이 곤란한 얼굴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넌 지난 학기에 퇴학당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