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61)
461.
에미오 루찬.
2학년 마법학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 에미오가 2학년 1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퇴학 통보를 당한 건 충격적인 일이었다.
평소에 에미오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학생들 역시 깜짝 놀랄 정도.
멘토 시스템으로 인해 멘티가 퇴학당하면 멘토도 함께 퇴학당한다는 변수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에미오가 담당했던 1학년 레멘트는 패자 부활전에서 살아남아 가까스로 퇴학을 면했다.
에미오가 퇴학당한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때 에미오는 여전히 2학년 1학기 마법학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그랬기에 에미오는 자신이 퇴학을 부당하게 느꼈다.
“퇴학이라고?”
에미오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걸 본 칼이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너, 허튼짓하면…….”
“입 닥쳐!”
고함을 지른 에미오가 지팡이를 칼에게 겨누었다.
휘오오오!
그와 함께 마법이 발동되며 강력한 돌풍이 칼을 휘감았다.
콰가가가가-!
갑작스러운 공격 마법의 발동에 주변에 있던 2학년들이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뭐야? 뭐야?”
“저거 에미오 루찬 아니야?”
“야! 너 미쳤어?! 여기서 공격 마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해!”
“지금 너 퇴학 당했다고 이 난리를 부리는 거야? 쪽팔린 줄 알아!”
콰가가가강-!
항의 섞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의 앞에 에미오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2학년들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섰다.
그런 그들을 향해 에미오가 소리쳤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런 실력도 없는 떨거지는 인맥 빨로 살아남고! 나는 퇴학을 당하는 이게 말이 되냐고!”
목이 핏대를 세운 에미오가 일갈했다.
“너희도 마찬가지다! 실력도 없는 버러지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고 내 가치를 루메른에 증명하겠어!”
눈에 핏발이 선 에미오는 정상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 마법에 당황하던 2학년들도 눈에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누가 뭐라 해도 루메른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학생들이다.
아무리 에미오가 마법학과 최상위권 실력자라고 해서 이 상황에서 학생 전원을 적으로 돌리면 순식간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성을 상실한 에미오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였다.
“심정은 알겠는데, 적당히 하는 게 어때?”
“하?! 위대한 영웅 나으리께서 납셨군?”
인파를 헤치고 나타난 레오를 보며 에미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위대한 영웅께서 친하다는 이유로 떨거지나 챙기는 걸 사람들이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좋냐? 정당하게 학교에 남아야 하는 학생을 퇴학시키니까?”
“학생회장에게 다른 사람을 퇴학시킬 권한 따위는 없어. 칼에게 한 번도 도움을 준 적 없고 말이야. 녀석은 자기 실력으로 루메른에 남은 거야.”
“어디서 그런 개소리를……!”
“지금도 봐.”
레오가 에미오가 날린 마법을 턱짓했다.
“네 마법에도 끄떡없잖아?”
“으허~ 큰일 날 뻔했네!”
그 말과 함께 에미오의 바람이 걷히고 칼이 멀쩡한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보고 에미오가 눈을 부릅떴다.
“어, 어떻게……!”
“학생 여러분! 위기 상황에는 칼 토마스표 쉴드 팔찌가 큰 도움이 됩니다! 외관에도 신경 써서 만들었기에 세련 된 디자인이죠! 1회용이지만 여러분의 안전을 지켜 드리면서도 외모도 가꿀 수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능글맞게 자신의 상품을 소개하는 칼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버러지 새끼가!”
에미오의 얼굴을 구기며 다시 지팡이를 칼에게 겨눌 때였다.
“에미오 루찬.”
“크흡?!”
레오의 서늘한 목소리에 에미오가 신음성을 흘렸다.
다른 학생들도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충고하나 하지. 더 이상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레오는 에미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린애를 진심으로 두들겨 패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으니까.”
“개소리하지 마!”
분노 섞인 절규와 함께 에미오가 지팡이를 거칠게 휘둘렀다.
지이잉-!
거대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콰가가가가강-!
거대한 마력이 레오를 덮치며 선착장 일부가 파괴되었다.
“내가 대체 모자란 게 뭐냐고! 나보다 약한 녀석들은 남았는데 내가 퇴학당한 이유가 대체 뭐냐고!”
악을 쓰는 에미오를 보며 2학년들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전투 태세를 취했다.
그때 빛이 번쩍이며 날카로운 검이 에미오를 덮쳤다.
쉬익-! 콰가각-!
“큭?!”
마법으로 만들어낸 아머 실드를 온몸에 두른 에미오였지만 검격은 에미오의 실드를 자르고 그를 베어냈다.
탁-!
부우웅! 부웅!
호수 위에 떠다니는 파편 위에 가볍게 착지한 일리아나가 씩- 웃었다.
“미소녀 마검사, 일리아나 라덴, 등장!”
방정맞은 분위기의 일리아나를 보며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
“넌 이 상황에서 그런 헛소리가 나와?!”
“자기 입으로 미소녀래, 쟨 양심도 없나 봐.”
“에잉, 쯧쯧.”
쏟아지는 야유에도 불구하고 일리아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너한테는 관심 없으니까 방해하지 말고 꺼져라, 일리아나 라덴. 죽기 싫으면.”
에미오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루메른 학.생.으로서 학생이 아.닌. 외부인이 동급생들을 공격하는 걸 용납할 수야 없지!”
자신이 더 이상 루메른의 학생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며 일리아나를 보며 에미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게다가, 이전부터 널 제대로 두들겨 패주고 싶었거든. 재수 없어서.”
훗-! 하며 웃던 일리아나의 표정이 일순간 돌변했다.
평소의 한 없이 가벼운 분위기가 사라진 일리아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에미오를 바라보며 검을 겨누었다.
“검술과 마법 둘 다 이도 저도 아닌 녀석이!”
에미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의 기둥이 허공에 생성되더니 이내 바람이 화염을 감쌌다.
“플레임 토네이도!”
콰아아아아-!
닿는 모든 걸 찢어발기는 칼바람에 화염이 덧씌워졌다.
바람에 의해 화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 마법이 일리아나를 덮쳤다.
콰가가가강-!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이 높이 치솟았다.
그걸 보고 에미오가 흉악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번쩍-!
순백의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회오리바람을 가르고 일리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복 여기저기가 불타고 찢겨 져 나갔다.
몸 이곳저곳에는 생채기가 생겨 피가 배어 나왔다.
에미오의 마법은 강력했기에 일리아나가 완전히 방어해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치명상은 하나도 없었다.
“내 마법을 어떻게……!”
“별거 없던데! 그냥 베어 버렸지!”
일리아나가 히죽- 웃으며 호수 위에 착지했다.
찰박-!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일리아나는 오러 스텝으로 어렵지 않게 호수 위에 떴다.
화악-!
그리고 검을 고쳐 쥐고 에미오에게 돌격했다.
“정면 돌격이냐! 건방진 녀석!”
에미오가 이를 갈며 마법을 난사했다.
군인 집안 출신답게 효율적이고 강력한 화력을 지닌 마법이 쏟아졌다.
그 마법을 보며 일리아나가 검을 쥐지 않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번쩍-!
순백의 투명한 유리와 같은 보호 마법이 방패처럼 생성되었다.
일리아나는 그 방패를 이용해 날아드는 마법을 모조리 쳐내며 에미오와 거리를 좁혔다.
“아니!”
에미오가 눈을 부릅떴다.
고화력의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리아나에게 저지당했다.
‘말도 안 돼! 분명 나와 전투 실력은 비슷했을 텐데!’
에미오가 경악하는 사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일리아나가 싸늘하게 웃었다.
“각오는 됐겠지?”
“이익-!”
“빠샤!”
콰득-!
“커억?”
일리아나가 오러를 두른 검을 양손으로 힘껏 휘둘렀다.
오러를 둔기처럼 발현시켜 베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엄청난 충격에 에미오가 날아갔다.
콰가가가강-!
마치 물수제비처럼 물 위를 몇 번이고 구른 에미오가 이내 물속으로 처박혔다.
“훗.”
일리아나가 으쓱하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리아나가 언제 저렇게 강해졌어?”
“완전히 일방적이잖아?”
감탄하는 동급생들을 향해 일리아나가 웃으며 손으로 V를 만들었다.
콰가강-!
그때 물이 치솟으며 에미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망할 계집애가……!”
부들부들 몸을 떠는 에미오가 광기에 찬 눈빛으로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불과 2학년 1학기 초까지만 해도 일리아나와 에미오의 실력은 비슷했다.
“웃기지 마! 나도! 수련회에 참여했으면! 정당하게 평가받았다면! 이딴 수모를 겪을…….”
“너랑 일리아나의 실력차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나 있었어.”
“꺅?!”
일리아나는 자신의 뒤에서 소리 없이 나타난 레오를 보며 기겁했다.
“반장! 깜짝 놀랐잖아!”
항의하는 일리아나의 머리를 토닥이며 레오가 에미오에게 걸어갔다.
“네가 퇴학당한 이유를 가르쳐줄까?”
“뭐라고?”
“네가 여전히 2학년 마법학과에서 수위에 드는 실력자인 건 사실이야. 문제는 1학기 초와 비교해서 거의 성장하지 않았다는 거야.”
“헛소리를!”
에미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장 이론 수업을 따라오는 것도 빠듯하지 않았어?”
에미오의 실기 평가는 여전히 2학년 마법학과에서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필기와 이론에서는 1학년 때와 달리 곤두박질쳤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실기 점수에 반영되는 다른 하위권 학생들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에미오는 이론 분야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낙제점을 받지 않은 건 기존에 쌓아두었던 점수 때문이었다.
마법이라는 학문은 끝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접목 해야 한다.
에미오는 그것을 전혀 하지 못했다.
전투 같은 실기에서도 에미오보다 명백하게 약했던 학생들은 큰 성장을 이룬 것에 반해 에미오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결정적으로 에미오. 넌 너보다 조금이라도 강한 상대를 만나면 아예 대처하지 못하잖아.”
불가능에 도전하고 시련을 이겨내는 것이 영웅이다.
그렇기에 영웅은 언제든지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에미오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네가 2학년에서 강자인 건 맞아.”
레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제 고작 2학년이야. 거기서 정체된 넌 남아 있어봤자 루메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교수들이 판단한 거야.”
“웃기지 마.”
“2학년 2학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들이 생길 거야. 이런 상황이라면 넌 죽을 수도 있어.”
레오의 말에 에미오가 주먹을 콱- 쥐었다.
“교수들은 그걸 안타깝게 생각했겠지.”
“개소리하지 마! 난 루메른에 있을 자격이 충분해!”
이성이 상실해 악을 쓰는 에미오를 보며 일리아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실컷 이야기해도 소용없어, 반장.”
“그렇겠지. 그럼 툭 까놓고 말할게.”
레오가 에미오를 보며 딱 잘라 말했다.
“이런 식으로 소란을 일으킨다고 네가 퇴학당한 사실은 바뀌지 않아. 그러니 찌그러져 있어. 낙오자.”
“크아아아아아아! 레오 플로브!”
눈이 뒤집힌 에미오가 마력을 일으키는 순간.
레오의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파칭-!
에미오를 두르고 있던 마법 술식이 파괴 되었다.
그 여파로 충격을 받은 에미오가 휘청거렸다.
“루메른 마법 학과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네 마법 술식을 파괴하는 건 일도 아니야.”
레오가 에미오에게 걸어갔다.
“여기까지만 해. 더 이상 날뛰면 조용하게 넘어갈 수 없을 테니까.”
“크아아아아아아!”
에미오가 눈을 뒤집고 레오에게 달려들었다.
숨을 내뱉은 레오가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륵! 콰아앙-!
에미오를 휘감은 불꽃이 폭발을 일으켰다.
높이 치솟은 에미오가 바닥에 추락했다.
첨벙-!
눈을 까뒤집고 기절한 에미로를 보며 레오가 동급생들에게 말했다.
“저 녀석 붙잡고 교수님들께 넘기자.”
“응!”
“알았어!”
2학년들이 에미오를 붙잡고 마법으로 구금했다.
“개학 첫날부터 난리군.”
레오는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
터벅- 터벅-
드넓은 평원.
그 한 가운데 거대한 무덤이 있었다.
머나먼 과거.
이곳에서는 타르타로스와의 전장의 한 중심이었다.
절망과 죽음만이 가득했던 땅.
이 땅은 한 영웅의 희생으로 타르타로스에의 손에서 구원 받을 수 있었다.
이 무덤은 이곳을 구원한 영웅의 무덤이었다.
비석 앞에 선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손을 뻗었다.
후드 사이에서 섬뜩한 뼈로 이루어진 손이 튀어나왔다.
텁-!
비석에 손을 쥔 이가 중얼거렸다.
잠시 후.
콰득-! 콰드드득-!
땅을 파헤치고 해골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무덤에서 튀어나온 스켈레톤이 기묘한 형태로 목을 꺾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네놈…… 장송의 대공……!]눈에 살기를 드러내는 남자를 보며 장송의 대공, 아트칸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두 번째 삶에 관심이 없는가? 억울하게 희생된 영웅이여.”
증오 어린 눈으로 손을 뻗던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두 번…… 째……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