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63)
463.
레오의 아침은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새벽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시각.
기숙사 방을 나선 레오가 휴게실로 내려왔다.
“레오, 좋은 아침.”
클로에가 작게 하품을 하며 여학생들 숙소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눈을 비비며 계단을 내려오는 클로에는 잠이 약간 덜 깬 듯 보였다.
평소에 빈틈을 잘 보이지 않는 클로에가 몇 안 되게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시간이 바로 이때였다.
살짝 몽롱한 얼굴로 휴게실 테이블 한쪽에 있는 테이블로 손을 뻗었다.
기숙사 학생들에게 아침마다 제공되는 우유병이 잘 쌓여 있었다.
우유 한 병을 비운 클로에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클로에가 책 한 권을 챙기고 기숙사를 나서는 레오를 따라 나갔다.
레오는 새벽 수련을.
클로에는 아침 공기를 맡으며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달칵-!
문을 열고 나갔다.
기숙사 옆에는 각자 기숙사 학생들의 편지함이 있었다.
레오와 클로에는 특정 편지함에 터질 듯이 편지가 욱여넣어져 있는 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거 네 편지함 아니야?”
클로에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맞아.”
레오가 의아한 얼굴로 편지함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알록달록한 편지지에 예쁜 글씨체를 본 클로에가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그거 설마 전부 러브레터야?”
“그런 것 같네.”
평소에도 편지야 심심치 않게 받지만,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레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외부에서 온 편지도 상당한데?”
다른 나라의 명문 가문의 영애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어떤 나라의 공주로 보이는 이들에게서 온 편지까지 있다.
루메른으로 편지를 부치는 비용은 상당히 비싸다.
그런데 세계 각지에서 레오에게 온갖 편지가 날아든 것이다.
“영웅이 되어서 그런가?”
레오가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 읽어 볼 거야?”
클로에가 눈치를 보며 묻자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편지함에 편지를 다시 욱여넣은 레오가 수련을 위해 연무장으로 향했다.
“넌 정원에서 읽을 거 아니야?”
“응. 그런데 가을바람이 선선해서 오늘은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고 싶네.”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클로에가 레오를 따라나섰다.
잠시 후.
“회장! 2학기가 돼서 그런가?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침 수련을 시작하고 싶은데, 도와주면 안 돼?”
“새롭게 마법 수련을…….”
“저기! 난 말이야! 정령과의 교감을 높이고 싶어서 고민 중인데 상담 좀.”
언제나 한산하던 수련장에 여학생들이 가득했다.
개학 다음 날부터 의욕을 불태우는 여학생들 보며 클로에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래, 이때까지 간만 보던 애들도 더욱 노골적으로 움직일 거야.’
클로에의 머릿속에 어제 일리아나가 했던 말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뜻이었어? 걘 평소에는 눈치가 없는데 이런 쪽으로는 엄청 눈치가 빠르네.’
이 사건을 예견한 일리아나를 떠올리며 관자놀이를 눌린 클로에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클로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레오가 여학생들의 인기나 관심에 혹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레오도 사람인 이상 살갑게 웃으며 다가오는 여학생들에게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심지어 레오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여학생들은 외모도 출중했다.
‘아침 수련한다면서 화장까지 하고 왔네. 와, 쟨 심지어 노출이 엄청 심하잖아?’
속으로 중얼거리며 클로에는 레오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다.
여학생들을 바라보던 레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던 클로에는 말없이 연무장을 떠났다.
‘뭐야? 클로에 뮐러. 그냥 가잖아?’
‘새벽부터 같이 있길래 거슬렸는데.’
‘알아서 빠지는 건가?’
여학생들은 그런 클로에를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침부터 열정들이 대단하네.”
레오는 웃으면서 말했다.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들이 대단한데.”
“네가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분발해야지.”
가장 성숙해 보이는 여학생 한 명이 우아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어딘지 모르게 관능적인 분위기.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웃었다.
“나도 최선을 다해 너희를 도와야겠네.”
“응! 그 전에 이거 내가 너 주려고 만들었어.”
“나도! 과일즙을 탄 체력 회복 포션이야! 분명 맛있을걸?”
여학생들이 음료수 병을 꺼내며 레오에게 주려고 했다.
“그건 가지고 있어. 나보다 너희가 더 필요할 테니까.”
“뭐?”
여학생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른 새벽이기도 하니까. 가볍게 체력 단련부터 시작해볼까?”
“어, 응.”
“체력 단련이야 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여학생들이 의욕을 불태웠다.
어떻게든 레오의 눈에 들려면 잘 보여야 한다.
잠시 후.
끄아아아아아아악-!
이른 새벽부터 여학생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글로리 정원 벤치에 앉아 가을 바람을 즐기며 아침 독서를 즐기던 클로에가 힐끗- 고개를 들었다.
“다들 안 됐네.”
***
“으어어어.”
아침 전투학 수업.
2학기 첫 수업인 만큼 대강당에서 진행 되었다.
모든 2학년이 모인 가운데 칼은 넋이 나간 얼굴로 레오 곁에 앉았다.
“아침부터 왜 그렇게 힘들어? 너도 레오 오빠한테 특별 훈련이라도 받은 거야?”
레오 곁에 앉아 있던 첼시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새벽에 레오가 자신에게 작업을 걸러 온 여학생들에게 단체 기합 같은 수련을 선사한 이야기는 이미 전교에 퍼진 상태였다.
“아침부터 2학년들은 물론이고 고학년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아?”
칼이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은 얼굴로 대답했다.
“지난번에 난리 났던 사랑의 묘약. 그걸 나한테 만들어 달라고 얼마나 난리들인지.”
“그 이상한 약은 학생회에서 만드는 걸 금지시켰잖아.”
첼시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사랑의 묘약.
작년 학기 때 칼이 드웨노의 연금서의 레시피로 만들었다가 큰 소동이 일어났던 포션이었다.
당시에 실패작으로 판명 났지만 학생회에서는 해당 약의 제조를 금지시켰다.
칼도 효과도 없는 약을 만들어 학생회에게 찍히고 싶지 않았기에 관심을 끊었다.
‘뭐, 완벽하게 성공작이었지만.’
그저 지극히 드웨노의 감성 아래 만들어진 약이라 효과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랐을 뿐.
‘어쨌든 학생에게 쓰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기는 약이지.’
“간도 크네, 대체 누가 의뢰를 한 거야?”
“나도 몰라. 익명으로 요구했어. 그거 때문에 학생회에 신고하고 오느라 아침에 정신이 없었다고.”
“대체 어떤 바보가 그런 약을 원한 거야?”
“레오를 노리는 여학생 중 한 사람이겠지.”
“갑자기 불법적인 약까지 이용해서 레오 오빠를 노리는 이유가 뭐야?”
“우리 순진한 꼬마 아가씨는 여전히 세상 물정이 어둡다니까.”
“네 미래를 어둡게 만들어 줄게.”
“끄아아악-! 스톱! 스톱!”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눈을 짓누르는 첼시를 보며 칼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쳤다.
가까스로 첼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칼이 말했다.
“레오가 이번에 영웅이 되었으니까 그렇겠지. 원래도 당첨 확률 100%의 복권이었는데. 그 복권이 금액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해봐. 그것도 엄청나게. 레오만 확실하게 잡으면 이제 인생 역전인거지. 애초부터 레오를 노리고 있던 애들이 더욱 안달이 나지 않겠냐?”
칼이 턱을 괴었다.
“레오, 아깝지 않냐? 마음에 드는 애랑 얼마든지 사귈 수 있는데 이참에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학교 라이프를 즐겨 보는 건 어때? 나 같으면 진짜. 크~”
“저질같네.”
“어허! 저질 같은 소리라니! 난 그냥 남녀 간의 건전하고 달콤 쌉싸래하면서도 가슴 떨리며 또 위험한 사랑을 권장하는 것뿐이라고! 그런 걸 학생 때 해보지 언제 해보냐?”
“저질이야.”
“야, 레오 말해봐. 너도 그런 거에 관심 있지?”
첼시의 계속된 힐난에 칼이 억울하다는 듯 레오에게 말했다.
“딱히.”
레오가 빙긋 웃었다.
“것 봐. 레오 오빠는 너랑 다르다니까?”
“왜 관심이 없냐? 너도 남자잖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경험 많은 어른이라고 생각해줘.”
“동갑인데 어른이라고? 게다가 공부랑 수련만 하는 네가 경험해 봤자, 아니냐?”
레오의 생활패턴을 잘 아는 칼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반대로 첼시는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레오 오빠는 진짜 많이 어른이잖아?’
전설 속의 대영웅.
학생이 아니다.
‘어, 어른이면 역시나.’
“야, 너 어디 아프냐? 얼굴이 왜 갑자기 붉어져?”
“아, 아무것도 아니냐?”
칼의 물음에 첼시가 고개를 휙휙 저었다.
레오가 그런 첼시를 보며 빙그레 웃을 때였다.
벌컥-!
“제군들! 방학은 잘 보냈나!”
문이 열리며 세드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중에는 엘레강스한 방학을 보낸 학생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세드젠이 2학년 전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나이대에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 다들 그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큰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지 못한 학생들 역시 기죽거나 움츠러들지 말도록! 너희들은 아직 젊다 못해 어리니까!”
음음-! 팔짱을 끼며 학생들을 격려하던 세드젠이 눈을 부릅떴다.
“그런 의미에서! 2학년 2학기 전투학과 실습 평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그 선언에 학생들은 물끄러미 세드젠을 바라보았다.
이미 학교생활에 이골이 날 만큼 난 2학년이었다.
새삼 첫 수업부터 2학기 실습 평가에 대해 언급한다고 놀랄 이유가 없었다.
그때 듀란이 손을 들었다.
“무엇인가! 나의 애제자! 듀란이여!”
“이번에 발표되는 전투학 실습은 중간고사 때까지 입니까? 아니면 2학기 전체입니까?”
“2학기 전체 평가다. 그리고 오늘부터 2학년 전투학 수업은 자율수업이다.”
그 말에 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조금 파격적이다.
전투학 수업은 학과 수업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업이다.
그런 수업이 2학기 내내 자율 수업으로 이루어진다니.
“뭐, 사실 2학년 2학기의 수업 자체가 자율 과제의 성격을 강하게 띄겠지만.”
세드젠이 씩- 웃었다.
“2학기 전투학 등수는 의뢰 점수로 등수를 매기겠다.”
“그 말씀은…….”
“그렇다. 2학기부터 너희는 본격적으로 영웅 후보생으로 의뢰를 맡아 세계 각지로 파견될 것이다!”
***
“와, 진짜 파격적인데.”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칼이 영웅의 탑, 앞에 있는 광장 식당에서 혀를 내둘렀다.
“설마 수업 자체를 자율적으로 진행할 줄이야. 완전 3학년 1학기 수업 과정이잖아?”
2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의뢰를 맡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율 의뢰를 맡는 건 아니다.
대부분 2학년 수준에 맞는 의뢰를 주선해주는 선에서 끝이 난다.
몇몇 학생의 경우에는 다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위권 학생들의 이야기.
이런 식으로 학년 전체에 자율권이 부여 되는 건 아니다.
“윗선에서 우리 세대에 기대가 크니까. 게다가 교수님들도 우리가 충분히 이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야.”
첼시의 말에 칼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바닥인 학생들도 좀 배려해주면 안 되나.”
“칼, 네 시체를 발판 삼아 우린 나아 갈게.”
“남을 함부로 죽이지 마! 발판으로도 쓰지 말고!”
칼이 절규했다.
“그나저나 레오는 게시판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칼이 의아한 얼굴로 광장 게시판 앞에 서 있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의뢰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광장 게시판에 있는 의뢰는 대부분 해결하기 힘들면서 점수는 낮은 의뢰들 아니야?”
“그렇지.”
“쟨 뭘 하러 저걸 보고 있는 거야? 얼마든지 편한 의뢰를 골라 잡을 수 있을 텐데. 고위층을 호위 의뢰는 점수도 높고 의뢰비도 짱짱해서 완전 휴가가 따로 없다던데.”
칼이 부럽다는 듯 말하자 첼시가 메뉴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레오 오빠니까 깊은 생각이 있겠지.”
첼시와 칼이 주문을 하는 사이.
게시판 앞에서 레오는 의뢰서 하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회색 의뢰서에는 ‘도굴꾼 소탕’ 이라고 쓰여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의뢰.
하지만…….
‘털린 무덤들이 하나같이 영웅의 묘라는 게 거슬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