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64)
464.
점심시간이 끝난 후.
2학년들은 영웅학 특별 수업을 듣기 위해 원형 대강의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레오가 턱을 괴었다.
‘영웅의 무덤이 도굴당하는 이유가 뭘까?’
점심시간 때 보았던 게시판의 의뢰.
‘광장 의뢰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루메른이 판단하기에 큰일은 아니라는 소리야.’
학교 차원에서도 거의 방치 된 의뢰.
애초에 3학년부터 있는 의뢰 학점 점수가 부족한 학생들이 급하게 학점을 채우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게시판이다.
대체로 위험도와 중요도가 낮은 사건들이 대부분.
‘제법 오래전부터 방치된 의뢰였는데.’
루메른 학생들이 파견 나가도 해결되지 않는 의뢰나 장기 미완료 의뢰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자체 조사를 한다.
그리고 특별한 것이 발견된다면 곧바로 의뢰 등급을 올린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어렵지는 않지만,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의뢰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외면을 받는다.
가끔 미스테리한 걸 좋아하는 괴짜 학생들에 의해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간을 잡아먹는 의뢰는 외면한다.
‘도굴된 영웅의 무덤들도 이미 오래전에 잊혀진 영웅들의 것이 대부분이었어.’
살아생전 위대한 업적을 이룬 영웅들은 후대에도 칭송받는다.
영웅에게 은혜를 입은 자들에 의해 영웅은 사람들 속에 기억된다.
하지만 그 영웅에게 은혜를 입은 자들이 영원히 사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영웅도 잊혀진다.
더더욱 지금 시대에는 히어로 레코드가 파괴된 시대.
‘오래된 과거의 영웅들은 잊히지. 나조차도 잊혔을 정도니까.’
그런 영웅들의 무덤이 도굴된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
‘영웅의 유산은 무덤 같은데 있지 않으니까.’
영웅의 유품은 히어로 레코드를 열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에 절대 함부로 방치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웅의 무덤을 도굴해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다.
‘미친 인간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하지만 죽은 자를 되살려 부하로 이용하는 족속을 레오는 알고 있다.
‘네크로맨서.’
사령왕을 따르는 부정한 자들.
‘하지만 살아생전 강대한 힘을 가진 자를 되살리는 건 녀석들에게도 위험이 클 텐데? 하물며 영웅급의 인물을 살려서 조종하는 건 지금 사령왕의 권능으로는 불가능할 텐데?’
에레보스가 온전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사령왕의 힘으로는 영웅의 지위를 손에 넣은 망자를 되살려 부하로 삼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무덤을 도굴한 게 정말로 헬 카이저 녀석이라면? 자체적으로 능력을 키운 건가? 아니면 에레보스의 조각의 힘을 사용하는 법이라도 알아낸 건가?’
레오의 표정이 더더욱 심각해졌다.
그러는 사이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이란 개념은 언제부터 존재해온 개념일까요?”
칠판에 ‘영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쓴 멜이 몸을 돌렸다.
“대답해볼 학생 있나요?”
그 대답에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적극적으로 손을 드는 학생들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멜이 한 학생을 가리켰다.
“로제티 학생, 대답해보세요.”
멜의 말에 2학년 학생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이란 개념은 5000년 전, 재앙의 시대 종식 이후 생겨났습니다.”
“후훗, 넓은 의미에서 정답이군요.”
멜이 강의 책상 옆에 있는 쿠키 상자에서 쿠키를 꺼내 학생에게 주었다.
“오오.”
학생이 탄성을 내지르며 쿠키를 먹어 내용을 확인했다.
“문득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멜 교수님은 수업 참여에 대한 보상을 랜덤으로 주는 걸까?”
일리아나가 의아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리자 클로에가 대답했다.
“연구에 따르면 때로는 랜덤한 보상이 효율을 높일 때도 있데.”
“나도 읽어 봤어요. 아무리 좋은 보상이라도 사람들은 금방 질려 하는 법인데 거기에 ‘랜덤’ 이라는 자극을 더하면 더 흥미를 높인다는 연구였죠?”
“맞아.”
첸 시아의 말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그런 책을 대체 어디서 찾아 읽는 거야?”
일리아나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멜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대답해 볼 학생 있나요? 네, 엘리자 학생.”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이라는 개념은 3000년 전, 개벽의 시대 이후에 생긴 개념입니다.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선대’ 영웅들의 힘을 계승할 수 있게 된 영웅들이죠.”
“완벽해요!”
“오!”
“우수 불량 학생~!”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엘리자가 농담을 하는 학생들을 노려보자 학생들이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은 멜이 말했다.
“엘리자 학생의 말대로 3000년 전, 개벽의 시대 이전에는 영웅의 세계의 존재 유무가 밝혀지지 않았던 시대였죠. 그렇기에 지금 시대 보다 훨씬 영웅의 숫자가 적었던 시대입니다. 개벽 이후부터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는 영웅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죠. 그때부터의 시대를 진정한 의미의 영웅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오오.”
“확실히 개벽의 시대 이전의 전기 영웅의 시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잘 없는 것 같네.”
“그 시대는 영웅의 기록도 많이 남아 있지 않잖아.”
학생들이 감탄하는 사이.
손뼉을 친 멜이 말했다.
“자, 그럼 교과서를 읽어 볼까요? 음~ 누가 좋을까…… 칼 학생?”
“네, 넵?!”
칼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형 대강의실에 칼의 당황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영웅들의 삶과 죽음> 372페이지, ‘과거의 영웅들과 현재의 영웅’ 관한 부분을 읽어주겠어요?”
“예, 옙! 그러니까…….”
툭-! 우르르-!
“컥?!”
“천천히 하세요.”
당황하며 교과서를 들던 칼이 필기구를 떨어트렸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블 기숙사 맨 앞에 앉아있던 아바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칼이 왜 저러지?”
“흥, 졸기라도 한 모양이지.”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맨 뒷좌석에 앉아 손톱을 다듬던 엘리자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언제나 능글맞던 당신답지 않네요. 긴장이나 하고 말이죠.”
그 말을 들은 칼이 속으로 소리쳤다.
‘니들은 드래곤 로드가 눈앞에 있는데 긴장 안 할 수 있겠냐?’
지난 에레보스 토벌 당시.
첼시와 칼은 우연히 멜이 드래곤 로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첼시도 칼도 그 사실을 떠들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다만 오늘 수업 전 멜에게 따로 부름을 받았다.
‘두 학생이 제 정체에 대해 소문을 내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조심해주세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 멜을 보며 칼이 평소와 같이 태연함을 가장하며 물었다.
‘만약 실수로 소문이 나면요?’
그 물음에 검지를 입에 대고 고민하던 멜은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혼내줄 거예요.’
멜이 말하는 혼내준다는 건 교수실에서 손 들고 있게 한다거나 하는 수준의 가벼운 처벌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칼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드래곤 로드의 혼내준다는 말이 공포일 수밖에 없었다.
멜은 칼의 반응을 보고 뭔가 착각했다는 걸 알았지만 재미있어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저 바보.”
첼시는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사이 교과서를 펼친 칼이 심호흡하고 읽어나갔다.
“개벽의 영웅들 이후의 영웅들은 어떤 의미에서 개벽의 영웅들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앙의 시대가 끝나고 개벽의 시대가 시작되기까지의 2000년 동안에 영웅이 된 이들은 누구의 후계자일까?”
또박또박 교과서를 읽어나가는 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기 영웅의 시대 영웅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 시대의 영웅들은 무수히 많은 영웅 스킬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후기 영웅들이 전기 영웅들을 앞선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해당 부분을 다 읽은 칼이 멜을 바라보자 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은 안도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느 시대의 어떤 영웅이 강했을까? 하는 건 흥미로운 토론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 주제가 학회에서 안건으로 올라오면 토론과 격론을 넘어 결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흔할 정도랍니다.”
“에이, 학회에서 주먹다짐이 일어나는 건가요?”
학생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먹다짐이면 애교 수준이죠. 칼부림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학자들의 호전성에 학생들이 침묵하는 사이. 멜이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 >영웅들의 삶과 죽음>의 저자는 전기 시대 영웅들이 후기 시대 영웅들 만큼 강하다고 하지만 사실 이건 학계에서는 비주류 주장이죠. 칼 학생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자분 말이 백번 옳다고 생각합니다.”
칼이 냉큼 대답하자 뒤에 있던 엘리자가 손톱을 정리하며 말했다.
“전기 영웅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 주장에는 납득 할 수 없네요. 무수히 많은 영웅들의 힘을 계승하는 현대의 영웅들이 과거의 영웅들 보다 강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내 생각도 그래.”
“전기 시대 영웅이라면 유명한 영웅들이 누가 있지?”
학생들이 토론을 나누었다.
“그럼 전기와 후기 시대. 가장 유명한 두 영웅 두 분을 비교해볼까요?”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보며 멜이 칠판에 두 사람의 이름을 썼다.
>페어리 나이트, 베르키아.>
>황혼의 기사, 루메른.>
세계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두 영웅의 이름에 학생들이 침묵했다.
엘프 3대 위인이라 불리는 한 사람과 개벽의 영웅 중 한 사람.
이 둘을 비교하는 것조차 논란이 있는 일이다.
“이 두 분은 당대는 물론이고 영웅의 시대 역사를 통틀어 최강의 마검사라 평가받으시죠. 또한 베르키아님께서는 대영웅의 제자였고 루메른님께서는 대영웅의 힘을 계승하신 분이죠. 종족을 제외하면 의외로 공통점이 많은 분들이죠.”
멜이 빙긋 웃었다.
“자, 이 두 분 중 누가 더 강할까요?”
“그래도 에레보스와 맞서 싸우신 루메른님이 더 강하지 않을까요?”
“베르키아님은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잖아?”
학생들 모두가 베르키아 쪽으로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첸 시아가 레오에게 물었다.
“레오 도령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사령왕에 관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난 레오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레오는 세이룬과 로디아를 만나 봤다.
‘두 사람 모두 압도적인 힘을 가진 영웅이었지.’
개벽의 영웅은 에레보스의 조각에 패배한 게 아니다.
‘개벽의 영웅들이 봉인한 조각은 이번에 부활한 조각 보다 훨씬 더 강대한 상태였지. 개벽의 영웅들은 그 조각을 완벽하게 쓰러트렸어.’
개벽의 영웅들이 에레보스 조각을 토벌하지 못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에레보스가 가진 불멸성 때문이었다.
끝없이 부활하여 불타는 에레보스.
그런 에레보스의 불멸성을 깨뜨릴 수 있는 순수의 마나 특성을 가진 시작의 영웅 같은 인물이 없었기에 토벌에 실패했을 뿐이다
세이룬과 로디아의 힘을 가늠하던 레오가 마지막 원정을 떠나기 전 제자를 떠올렸다.
‘세이룬과 로디아의 힘은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베르키아 보다 한 수 위였어. 같은 개벽의 영웅이니만큼 루메른의 힘 역시 두 사람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생각을 정리한 레오가 입을 열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렵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