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69)
469.
레오는 하늘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다섯 명의 이들을 올려다보며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저스티스 길드 소속이냐?”
레오의 물음에 이들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마법사가 지팡이를 고쳐 쥐었다.
“내 이름은 세티언. 위대한 페티먼 왕국의 왕궁 마도사다. 왕의 명령에 따라 정의를 집행하는 마법사지.”
“변방 왕국의 왕궁 마법사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실력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뭐, 상관없나?”
시치미를 떼는 세티언의 대답에 레오는 검을 뽑았다.
스릉-!
“잡아서 심문하면 그만이지.”
그 말과 동시에 세티언의 곁에 서 있던 덩치 큰 남자가 등 뒤에 있는 거대한 배틀 엑스를 양손에 쥐더니 레오를 향해 날아들었다.
“흐랴압!”
매서운 기합과 함께 배틀 엑스에 붉은색 오러가 맺혔다.
그걸 본 릴이 손에 들린 포도주를 원샷하며 비워내더니 거칠게 포도주 병을 옆으로 던졌다.
챙그랑-!
포도주 병이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릴의 손에 소환 된 배틀 해머가 허공을 갈랐다.
후아앙-!
콰앙-!
“호오? 루메른 3학년 대표는 기사 클래스가 아니라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전 정령사입니다.”
“훗- 그런데도 기사인 나와 백병전으로 맞붙을 생각인가?”
“백병전도 그럭저럭 하거든요.”
“건방진!”
릴보다 머리 세 개 정도 더 클 것 같은 남자는 더욱 강력한 오러를 내뿜었다.
그와 함께 공간이 일그러졌다.
릴의 몸이 휘청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갔다.
콰가가가가강-!
릴이 튕겨 나간 자리에 자욱한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역시 젊음이란 좋군! 정령사가 기사와 맞붙을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어림없다!”
호쾌하게 웃은 그는 레오를 보며 씩 웃었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그 유명한 레오 플로브의 실력을 볼까?”
자신에게 호승심을 드러내는 그를 보며 레오가 손가락으로 기사의 뒤를 가리켰다.
“날 신경 쓸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뭐?”
콰아앙! 화르륵-!
호기롭게 덤벼들었던 기사는 강력한 폭발에 휩쓸렸다.
조금 전 레오와 릴을 덮친 불꽃이었다.
릴이 정령술로 제어하고 있었지만 지금 지배권을 풀어버린 것이다.
화르르륵-!
레오는 자신을 휘감은 불꽃을 털어내며 항의했다.
“너무하시네요.”
“레오라면 그 정도 불꽃에 타격을 입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배틀 해머를 어깨에 걸친 릴이 태연한 얼굴로 걸어왔다.
릴의 반격에 레오까지 휘말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확실히 불 속성 공격은 어지간하면 나에게는 먹히지 않지.’
누가 뭐래도 레오는 제르딩거의 불꽃 오러를 다루고 피닉스와 계약을 맺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반격을 가하는 걸 보면 릴도 보통은 아니었다.
‘타고난 전투 센스가 탁월한 건가?’
릴이 굉장한 실력자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그녀가 실전에서 싸우는 모습은 레오도 본 적이 없다.
레오가 흥미를 드러내며 릴을 바라보는 사이.
“이거 대단하군.”
덤벼들었던 기사가 호기롭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 어린 소녀지만 너는 강한 전사로군!”
배틀 엑스를 어깨에 걸친 기사가 씩- 웃었다.
“내 이름은 조렌! 페티먼 왕국의 왕립 기사단 소속이다! 국왕 폐하의 명령에 따라 정의를 집행하러 왔다!”
호쾌하게 소리친 그가 배틀 엑스를 들어 올리더니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훙훙훙훙-!
“피가 끓는 영광스러운 전투가 되었으면 좋겠군!”
콰아아아아-!
붉은색 오러가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냈다.
압도적인 물리력이 만들어 낸 자연재해였다.
그 모습을 본 릴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 조렌이 만들어낸 바람을 상쇄시켰다.
그가 만들어낸 태풍에 휘말려 피해를 입던 카넬의 병사들이 안도했다.
“에시먼 자작님.”
릴이 무거운 목소리로 에시먼 자작을 불렀다.
“예.”
에시먼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어려서부터 수없이 많은 전장을 경험했다.
전장에서 오러와 마법, 소환수가 난무한다.
그런 만큼 한 사람의 압도적인 능력자가 전황에 영향을 끼치는 광경을 수도 없이 목격해왔다.
그런 그도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이들의 전투를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
하지만 방금 전 전투를 보고 직감했다.
‘평범한 사람의 기준을 아득히 초월한 싸움.’
카넬과 페티먼의 전쟁에서 저스티스 길드가 개입하면서 전황은 일방적으로 바뀌었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들에 의해 카넬 왕국은 유린당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전투에 휘말린다면…… 이때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피해를 입을 것만 같다……!’
“병사들을 통솔하여 후퇴해주세요. 이 전장은 레오와 제가 맡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에시먼 자작이 빠르게 병력을 통솔했다.
그 모습을 보며 릴이 속으로 안도했다.
‘에시먼 자작님이 능력이 있는 지휘관이라 다행이야.’
명문 군인 집안에서 어릴 때부터 많은 지휘관을 보아온 릴은 짧은 시간 에시먼을 본 것만으로 그가 능력 있는 지휘관이란 걸 알아봤다.
일사불란하게 후퇴하는 병력을 본 조렌이 코웃음을 쳤다.
“지금 전장에서 도망치는 건가? 명예라는 걸 모르는 족속이로군.”
“명예라는 걸 모르는 족속은 당신입니다.”
릴이 목소리를 뇌리 깔았다.
조금 전 조렌은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죽이려 했다.
그리고 전장을 경험한 릴은 조렌이 병사들을 학살하려는 이유를 단번에 꿰뚫어 봤다.
추후에 있을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저 단순한 자기 과신.
사람들이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고 우러러보게 만들기 위한 학살.
릴은 전장에서 이런 부류의 인간을 몇 번이고 보아왔다.
그리고 릴은 이런 부류의 인간을 가장 혐오하고 싫어했다.
릴의 말에 조렌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학생다운 가치관이로군. 그립군.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뭐라고요?”
“나도 루메른 학생이었거든.”
“당신 같은 작자가?”
릴이 불신을 드러냈다.
그런 릴을 보며 조렌이 입매를 일그러트렸다.
“그래, 졸업은 하지 못하고 5학년 때 퇴학당했지만. 알고 있지? 할린드 교수. 그 작자가 날 퇴학시켰어.”
조렌은 배틀 엑스를 릴에게 겨누었다.
“릴 루체라고 했지? 학생 대표인 만큼 너도 알겠지만, 영웅은 선택받은 존재다. 세계를 위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시련을 이겨내고 위업을 달성해서 신의 선택 받는 자가 영웅이지. 말 그대로 신의 대리인이다.”
“그거랑 학살이랑 무슨 관계라는 겁니까?”
“카르마란 개념을 알고 있나?”
“카르마?”
릴이 미간을 좁혔다.
이야기를 들은 레오가 눈을 꿈틀거렸다.
“카르마? 업보를 말하는 건가? 네놈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오호, 역시 최연소 학생회장. 고대 문헌에나 등장을 개념을 알고 있군.”
카르마.
그건 재앙의 시대 이전.
신의 시대 당시에 신들이 말하던 개념이다.
생명을 해할 때마다 카르마가 쌓인다.
‘신의 시대 당시 영웅이라 불리던 자 중에 엄청난 카르마를 쌓은 자들이 있었다고 했었지?’
레오는 리시나스의 말을 떠올렸다.
‘몇몇 신들은 동족을 죽이는 것 역시 위업이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곤 했어. 그래서 지나칠 정도로 전쟁 영웅을 찬양하는 신들이 많았지.’
리시나스는 혐오감을 드러냈다.
‘신이 사라진 지금 시대에는 신은 절대적인 선과 같은 존재라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지.’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분명 선한 신들도 있다.
루나의 세계에서 만났던 피브아는 진실로 세상을 위하는 신이었다.
하지만 신이 절대적인 선한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성향 자체가 혼돈에 가까운 족속들도 많았지.’
세계를 관리해온 절대자.
전지전능한 불멸자.
그것이 신이라는 존재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영겁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세계를 관리해온 신 중에는 극도의 자극을 추구하는 쾌락주의도 많았다.
쾌락이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기이한 형태로 일그러진다.
그래서 신의 시대에는 아르온의 스승이었던 창천의 수호자와 같은 올바른 영웅도 있었고 도저히 영웅 같지 않은 자신의 욕망에 뒤틀린 자들도 존재했다.
그리고 레오는 그런 자들을 재앙의 시대 때 매장해 왔다.
‘우리 시대에는 영웅의 기준이 없었으니까.’
재앙의 시대가 끝나고.
대영웅들의 위업이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되어 후대에 전해지면서 영웅의 기준 역시 세계에 헌신적인 자들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래도 히어로 레코드에는 신들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 올라가지.’
신의 시대 당시의 뒤틀린 영웅 같은 자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걸 레오는 알고 있다.
다만 지금 시대의 영웅상과는 어울리지 않기에 연기를 하고 있을 뿐.
그리고 레오는 조렌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이 녀석들은 그런 부류의 영웅들이야.’
“카르마,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릴이 미간을 찡그리자 레오가 설명해주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신들의 눈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빼앗았는지 보이거든요. 신들의 눈에 비친 살인의 숫자를 카르마라고 부릅니다.”
“놀랍군.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건가?”
레오와 대치하던 세티언이 감탄했다.
“역시 어린 나이에 영웅의 자리에 오른 자답군. 레오 플로브. 혹시 그대 역시 신의 가르침을 얻은 건가?”
세티언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런 세티언을 보며 레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저스티스 길드 녀석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겠군.’
윤곽이 잡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앞의 인간들에게 악의나 살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정의를 집행하겠다는 놈들의 말도 진실이야. 학살을 하는데도 일말의 망설임은 물론이고 감정과 죄책감도 없어. 아무리 미친 살인광도 사람을 죽이는데 쾌락이 됐든 어떠한 감정을 보이기 마련이야.’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것 조차 없다.
‘이 자식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신념이야.’
레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것도 굉장히 뒤틀려 있다.
이것과 비슷한 걸 엘프들에게서 본 적 있다.
루나를 향한 맹목적인 찬양.
종족의 자부심.
하지만 저스티스 길드는 그것보더 더 노골적이다.
신의 가르침이라는 말에서 확신했다.
지금 시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집단.
‘일종의 종교 집단. 그것도 그냥 종교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학살을 일종의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신의 뜻이 아니다. 신의 대리인이 되기 위한 시련이지.”
세티언이 말했다.
“저들은 우리의 그릇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경험치’ 다.”
“미친…….”
“개새끼들이네.”
욕을 내뱉으려던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옆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푹 숙인 릴이 어깨를 떨고 있었다.
“사람의 생명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쓰레기들.”
고오오오오오-!
릴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영력이 피어 올랐다.
번쩍-! 고개를 든 릴이 안광을 번뜩였다.
“이 미친 정신병자 새끼들! 모조리 대가리를 터트려버리겠어!”
평소 온화하고 예의 바른 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걸걸한 욕을 내뱉으며 날뛰는 릴의 모습을 보고 레오가 혀를 내둘렀다.
‘평소에 얌전하던 애가 눈 돌아가니까 무섭군.’
순간 레오도 움찔할 정도였다.
하지만 저스티스 길드가 어떤 곳인지 정확하게 안 지금.
망설일 필요는 없다.
고오오오-
레오의 눈에서 스산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런 레오를 보며 세티언은 물론이고 다른 저스티스 길드 역시 움찔 몸을 떨었다.
“너희는 영웅이 될 수 없을 거야.”
“아둔한 것! 네놈은 신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거냐?”
“신?”
레오가 싸늘하게 웃었다.
“신을 직접 본 적은 있고?”
“무슨?”
“내가 신이란 족속들을 좀 알거든? 그 작자들은 지금 상황을 본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걸?”
레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너희는 숨 쉴 자격도 없으니 목을 그어버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