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73)
473.
그것은 드웨노의 합류 이후 대영웅들의 파티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의 일이었다.
대영웅들이 활약한 지역은 절망과 혼돈에서 벗어나 차츰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먼저 안정을 되찾은 곳이 바로 대영웅들이 거점으로 삼았던 가드스론이었다.
오랫동안 어리석은 자라고 비웃음당하던 리시나스가 가드스론의 성주로 추대된 것도 그때쯤이었다.
행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리시나스에게 카일이 찾아와 부탁했다.
“영령술을 알려달라고?”
서류를 처리하던 리시나스는 의외라는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지난번 전투 때 네 영령술을 보고 느낀 건데. 사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흐응?”
카일의 말에 턱을 괸 리시나스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살짝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소환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을 때는 필요 없다고 했던 주제에 인제 와서?”
리시나스가 코웃음을 쳤다.
“네가 말해주는 소환술의 개념을 이해 못 했으니까.”
“루나와 아르온은? 오히려 걔들 설명이 내 설명 보다 더 알아 듣기 힘들지 않아?”
카일은 이미 루나와 아르온에게 배움을 청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전에 리시나스가 카일에게 정령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거절당했다.
‘네 설명은 너무 어려워서 필요 없어.’
당시를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리는 리시나스를 향해 카일이 말했다.
“확실히 녀석들의 설명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야. 그러니까 몸으로 익히고 강제로 술식을 머릿속에 우겨넣고 있는 중이지.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니까. 하지만 네 소환술 개념은 외운다고 이해되는 수준이 아니잖아. 그 전에 네가 사용하는 정령술을 내가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나마 사용하고 있으니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고.”
“아하, 그러셔?”
리시나스가 새침하게 반응했지만 그 부분은 인정했다.
카일은 배우지 않은 상태로 루나와 아르온의 무술을 흉내 내려고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
그와 반대로 레오는 리시나스의 정령술은 곧잘 따라 했다.
“왜 루나랑 아르온은 따라 하지 못하면서 내 정령술은 따라할 수 있는 건데?”
“제일 오랫동안 봐 오기도 했고 동료 중에 널 가장 많이 지켜보거든.”
“아, 그래?”
리시나스이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카일에게서 시선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무관심한 반응에 카일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리시나스는 카일에게 영령술을 가르쳐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날 많이 지켜봤다고?’
하지만 리시나스는 기분이 살짝.
아니, 많이 풀어진 상태였다.
카일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책상 밑에 다리가 기분 좋게 까딱거리고 있었다.
사실 최근 리시나스는 카일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마법을 배운다고 루나랑 제일 많이 붙어 있고 말이야.’
처음 성주가 되었을 때는 자주 와 줬지만 루나와 아르온과 함께 수련을 하게 된 이후에는 얼굴 보기가 좀처럼 힘들어졌다.
물론 그걸 가지고 탓할 마음은 없다.
‘카일이 의욕적으로 변한 건 분명 좋은 일이야. 그래도 토벌대 창업 파트너인데. 조금쯤 신경 써 줄 수 있잖아?’
영령술을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카일과 단둘이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골려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가르쳐 주고 싶어도 지금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는 걸?”
“네가 괜찮다면 밤늦게라도 상관없어. 너희 집에 갈까? 내가 함부로 네 공간에 들어가는 게 싫으면 우리 집에 와도 괜찮고.”
‘밤에? 집에?’
“흐흐흥~ 흥~ 흥~”
기분이 더욱 좋아진 리시나스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카일의 눈에는 딴청을 피우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카일이 더욱 미간을 좁힐 때쯤.
“가르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리시나스가 빙긋 웃었다.
“밤에 시간 날 때 우리 집에 오도록 해. 문을 여는 해제 술식 가르쳐 줄게.”
“해제 술식까지 가르쳐 줄 필요 있어?”
“네가 올 때마다 일일이 푸는 것도 귀찮으니까. 아, 물론 나 없을 때 몰래 들어오면 죽여 버릴 거야.”
“내가 그딴 짓을 할 것 같냐?”
“심심하거나 고민 있을 때 오는 건 괜찮아. 얼마든지 말 상대나 술친구가 되어 줄게.”
“그거 고맙군. 아, 그런데.”
“응?”
“내게 영령술 재능이 있기는 해? 일단 배우기 전에 그거부터 알아 야겠는데.”
그 말에 리시나스는 속으로 뜨끔했다.
‘카일에게 영령술 재능은 없어.’
일전에 올 클래스인 카일이 신기해서 루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리시나스, 쟤 혹시 영령술도 쓸 수 있어?’
‘카일에게는 영령술 재능 같은 건 없어. 아마 죽었다 다시 태어나야 생기지 않을까?’
‘오호? 쟤도 만능은 아니구나.’
그 말대로 카일에게 영령술 재능 같은 건 없었다.
그렇기에 배운다고 영령술을 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리시나스가 카일과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을 뿐이었다.
결정적으로 오누이처럼 친해진 카일과 루나가 부러웠다.
“그거야 알 수 없지. 네 올 클래스의 가능성은 무한하니까. 난 가능성은 있다고 봐.”
“그렇군.”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밤에 갈게.”
“오늘 밤?”
‘서재가 어지럽혀져 있는데. 조금 정리라도 할까? 아니, 그보다 괜찮은 옷 있나?’
리시나스가 속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안녕!”
리시나스의 집무실로 루나가 들어왔다.
“카일! 오늘 밤은 이 몸이 특별 과외를 시켜줄게! 영광으로 알도록!”
“필요 없어. 또 내 집에 와서 술 먹고 난장판을 만들고 갈 생각이지? 다시는 내 집에 오지 마라.”
카일이 인상을 팍 썼다.
“선생님에 대한 태도가 그게 뭐야! 건방지게!”
“선생은 개뿔. 나도 네 마법 술식 만드는 걸 돕고 있잖아. 기브 앤 테이크 관계거든?”
카일은 자신을 붙잡고 마구 흔드는 루나의 얼굴을 신경질적으로 밀어냈다.
루나는 그런 카일의 손을 마구 꼬집었다.
“애초에 오늘 밤은 선약이 있어.”
“선약? 변태 영감이랑 아르온이랑 술 약속이라도 있어?”
“아니, 리시나스랑.”
“리시나스?”
루나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카일과 리시나스를 번갈아 보았다.
“카일이 소환술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말이야.”
“그래? 그럼 나도 배울래.”
루나가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요정과 계약을 맺은 소환술사이기도 했다.
루나의 반응에 리시나스가 당황했다.
“루나, 넌 다음번에 따로 가르쳐 줄게.”
“그래. 넌 다음에 따로 배워라. 난 오늘 영령술을 배울 거야.”
카일의 말에 루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리시나스 귀찮게 해서 억지로 배우겠다고 한 거지? 꿈 깨.”
“뭐?”
“리시나스가 전에 그랬어. 네가 영령술을 쓰는 건 다음 생에서나 가능할거라고.”
루나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헛짓거리 말고 이 몸에게 마법이나 배우셔!”
그런 루나의 말에 카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야이 사기꾼 도마뱀아. 너 나 골탕 먹이려고 그랬지?”
“아니, 난 그냥 혹시 모를 네 가능성을……!”
“평소 네 행실이 나쁘니까 리시나스가 너한테 악의적으로 대하는 거 아니야?”
루나가 혀를 쯧 차며 한심하다는 듯 카일을 바라보았다.
카일은 그런 루나의 한쪽 볼을 잡아당겼다.
“이게 무슨 짓이야!”
눈을 치켜뜬 루나는 카일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리시나스는 그런 루나를 살짝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후 영령술을 배울 기회는 없었다.
***
과거 일을 떠올리며 레오가 고민했다.
‘방금 건 환청?’
전생에도 그렇고 이번 생에도 그렇고 영령술의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
‘하지만 환청치고는 지나치게 생생했어.’
마치 리시나스가 자신에게 말을 건 것만 같았다.
레오가 인상을 찡그릴 때였다.
“스승님, 무슨 일 있나요? 표정이 심각한데요?”
곁으로 다가온 릴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영령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영령술이요?”
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완전한 재능의 영역이잖습니까? 혹시 스승님. 영령술까지?”
“아니.”
‘내가 영령술까지 다룰 수 있었다면 에레보스를 완전히 끝장내버렸을지도 모르지.’
레오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놈을 완전히 끝장내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야.’
에레보스를 토벌할 때.
동료들이 쌓아 올렸던 힘의 정수는 모두 카일이라는 그릇에 담겼다.
카일은 그 힘을 바탕으로 에레보스를 물리쳤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빌린 힘에 불과했다.
카일은 그 힘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그릇에 채워져 힘이 강해졌을 뿐. 나라는 그릇이 강해진 건 아니었지.’
순수한 전투력으로 봤을 때.
카일의 무술 실력은 아르온에게 절대 이르지 못한다.
마법으로 루나의 영역에 닿는 게 불가능한 건 물론이요, 소환술 역시 도저히 리시나스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드웨노 대신 방패 역할을 할 수도 없었지.’
하나라도 동료들이 닿은 궁극의 영역에 도달했다면 에레보스를 봉인하는데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레오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올 클래스로서 모든 능력을 한데 모아야 녀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어.’
어떤 의미에서 그것 역시 순수하게 자신의 힘만으로 이루어낸 게 아니었다.
‘녀석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갔을 뿐이야.’
자신에게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능력은 없다.
‘내가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 건 언제나 녀석들이었을까.’
예전부터 보고 따라 하는 건 잘했다.
에레보스와의 최종전에서도 레오는 친구들의 흉내를 냈을 뿐이다.
단적인 예로 아르온의 진정한 힘은 초감각에서 나온다.
궁극에 이른 아르온의 초감각은 단편적인 미래마저 엿볼 수 있는 경지지만 레오는 아직까지도 그 영역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리시나스의 소환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령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환청이 아니라 정말로 리시나스의 목소리였다면.’
일전에 리시나스 세계의 공략 보상으로 레오는 리시나스의 마나 정수를 얻었다.
그 힘이 각성해서 영령술사로서 재능을 얻었다면.
‘리시나스와 같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레오가 고민하는 사이.
“다 왔습니다.”
제레민이 말을 멈추었다.
패자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폐허.
오래전 낡은 요새였던지 이 폐허에는 드넓은 성벽에 둘러싸인 장소가 있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그 공터에는 많은 소년, 소녀들이 창을 붙잡고 기합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건 마치 군사 훈련과도 같았다.
레오와 릴은 의아한 얼굴로 제레민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들은 모두 전쟁고아죠. 평생을 빼앗기며 살아온 이 나라의 어둠입니다.”
제레민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 나라의 군권을 지닌 이들은 오래전부터 고아원을 운영했습니다.”
“좋은 일 아닌가요?”
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표면적으로는 좋은 일이죠.”
제레민의 얼굴이 혐오감이 깃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아원은 일종의 군사시설이었습니다.”
“네?”
“강한 병사를 키우기 위한 훈련소죠. 어린 고아들을 모은 이유는 전장에 나설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들을 전장에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릴의 얼굴에 표정이 사라졌다.
레오는 팔짱을 꼈다.
“거래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심호흡한 제레민이 레오와 릴 앞에서며 말했다.
“저 아이들이 전장에 나가는 걸 막아주세요.”
“그거야 쉽죠. 당장 윗대가리들의 머리통을 깨부수면!”
릴이 으르렁거리자 레오가 입을 열었다.
“그걸로 끝나지 않을걸.”
“네?”
릴이 멈칫했다.
“저 애들은 자발적으로 전장에 나서기를 원할 거야.”
“어째서요?”
“그렇게 배우고 자랐을 테니까.”
당황하는 릴을 향해 대답해준 레오가 제레민을 바라보았다.
“제레민 왕세자,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혹시 이 전쟁 고아를 병사로 키우려는 계획.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까?”
“5년 전일 겁니다.”
“저 애들이 1세대입니까?”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레오는 이 장면을 본 적이 있다.
5000년 전, 난민 도시 레이사르에서.
그리고 이것이 누구의 작품인지도 잘 알고 있다.
‘장송의 대공, 아트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