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78)
478.
[시작의 영웅 카일? 동화에서나 나오는 대영웅?]눈을 크게 뜬 티아르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도 신선하네.’
시작의 영웅 카일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세계에 알려진 지 어느덧 1년.
가공의 존재만으로 여겨졌던 다섯 번째 대영웅이 실존했다는 사실은 세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켰다.
레오야 잊혔던 자신이 알려진 만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어디에서든 카일이라는 이름은 화제였다.
주변에서 호들갑에 익숙해졌나 보니 1000년 전 영웅의 당혹스러운 반응은 제법 신기했다.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티아르를 보며 레오가 오른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우웅-!
공명음과 함께 마도 지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의 손에 잡혀 마력을 내뿜는 지팡이를 보며 티아르가 놀랐다.
[코메테스……!]그녀 역시 살아생전 세이룬 학생 시절 코메테스를 본 적 있다.
그랬기에 레오의 손에 쥐어진 지팡이가 세이룬이 사용했던 히어로 웨폰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다.
그 코메테스가 주인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팅겔 가문 사람들 손에서도 저렇게 찬란한 빛을 내뿜지 않았다.
“내가 시작의 영웅 카일이라고 믿는 게 쉽지 않겠지.”
레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손에서 오러와 영력이 일렁였다.
[올…… 클래스!]티아르가 경악성을 내뱉었다.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올 클래스와 코메테스의 선명한 빛.
[정말로…… 시작의 영웅 카일님이신가요?]여전히 카일이라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눈앞의 소년이 범상치 않은 존재인 것만은 분명했다.
우선은 사령왕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인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위대한 대영웅이시여. 사령왕의 간악한 마수에서 저를 구원해준 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그래. 그렇다면 나를 좀 도와줄래?”
[카일님은 제 은인이십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돕겠습니다.]“네가 언데드로 부활했을 때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줄래?”
티아르는 깊은 증오를 담고 죽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꺼져 있는 의식에 사령왕의 사념이 들려왔다고 했다.
자신을 지배하려는 사령왕의 사령술에 티아르의 의식은 강력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의식을 사로잡았고 증오에 불타는 망자가 되었다?”
[예. 처음 제 의식을 깨운 것은 장송의 대공이었습니다.]분한 표정으로 이를 악무는 티아르를 보며 레오가 물었다.
“혹시 다른 사령의 존재도 느꼈나?”
사령술의 기본 원리는 영령술과 비슷하다.
마나의 잔향을 더듬어 죽은 자의 의식을 되살리고 지배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계약과도 같다.
티아르는 지금까지 사령왕과 계약 관계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사령왕과 계약을 맺었던 다른 사령의 존재도 느꼈을 터.
레오의 물음에 티아르가 주먹을 꾹 쥐었다.
[무수히 많은 사령의 존재를 느꼈습니다. 그중에는 특히 강력한 힘을 내뿜는 자들…… 영웅들도 존재했습니다.]티아르의 어깨가 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가 깃들었다.
[사령왕이 거느린 자 중 저를 아득히 초월한 자들도 존재했습니다.]철혈의 마법사는 영웅의 시대를 산 무수히 많은 영웅 중에서도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고되는 마법사다.
그만큼 강대한 영웅이라는 증거였다.
그런 그녀가 두려움에 떨 정도로 강한 영웅이라니.
‘지금의 시대로 따진다면…… 검성에 버금가는 자들이란 소린가?’
검성.
아마 시대를 잘만 타고났다면 개벽의 세계에도 도전했을 법한 강대한 영웅.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 타르타로스의 억제력이었다.
‘아마 작년에 목숨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타르타로스가 지금처럼 움직이지는 못했겠지.’
“아무리 에레보스의 힘으로 권능을 강화했다고 해도 그게 가능한 건가?”
레오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티아르가 고개를 숙였다.
[분명…… 영웅 중에는 자발적으로 사령왕의 계약에 응한 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레오가 깊은 한숨을 쉬었고 티아르는 송구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소년이 정말로 대영웅 중 한 사람, 시작의 영웅 카일인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말로 5000년 전 대영웅 중 한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창피한 일이 있을까?’
대영웅들은 자신들의 모든 걸 걸고 세계를 후대에 선물했다.
그런데 그들의 뒤를 잇는 후대의 영웅이란 자들은.
아무리 죽었다고는 하나 그 이후 사령왕에게 자발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다.
망자로서 삶을 영위하고 살아생전 추구했던 탐욕을 위해 노예를 택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를 배신하는 행위였다.
증오심으로 일평생을 살아온 영웅답게 티아르는 세계의 추악함을 수없이 봐왔다.
빛나는 세계 뒤에 짙은 그림자가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그렇기에 후대의 영웅 중 한 사람으로서 티아르는 감히 레오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시선을 뇌리 깔며 자신의 눈을 피하는 티아르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아까도 느꼈지만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군.”
[네?]“딱히 상관없잖아? 다른 녀석들이 사령왕에게 협력을 하든 말든.”
[하지만…….]“네가 책임감을 느낄 일이 아니야.”
레오는 손을 뻗어 티아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딱히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한 것도 아니고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구한 거야. ”
레오가 픽 웃었다.
“그러니까 후대인 네가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 눈치를 보는 것도 웃기지.”
“영령이 되는 녀석들은 가슴 한구석에 하나씩 풀리지 않은 미련이 있다고 하더군.”
레오가 조금 전 루나에게 사죄하던 티아르를 떠올렸다.
“미안하지만 네 삶을 조금 엿봐서 말이야.”
티아르는 자신이 선택하고 걸었던 길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동족들에게 손가락질받고 무엇 하나 손에 쥐지 않고 끝내 잃기만 하는 삶을 살았다.
끝내 증오심을 거두지 못하고 살았지만.
그걸 미련으로 삼지는 않았다.
“고지식한 것도 그 정도면 병이다. 루나 녀석은 별의 마법을 어떤 식으로 만들든 전혀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는 녀석이라고. 그 정도로 섬세한 녀석이 아니야. 그 녀석. 단순한 바보거든.”
티아르가 이를 악물었다.
울 것 같은 표정이 된 티아르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그러니 사죄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마물 여왕 녀석은 나와 루나가 토벌했어. 그러니.”
레오가 티아르의 어깨를 툭 쳤다.
“편히 쉬어라. 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싸웠든 너 역시 세상의 평화에 이바지했으니까.”
[감사합니다.]어깨를 떨며 고개를 조아린 티아르의 모습이 이내 사라졌다.
마치 별빛의 알갱이처럼 사라진 티아르의 영령을 보며 상황을 지켜보던 엘시가 말했다.
[레오는 그녀를 잘 이해했네요.]“비슷한 처지라서 그런 게 아닐까?”
[비슷한 처지?]“안식에 들지 못한 저 심정, 조금은 이해가 되거든.”
덤덤하게 말한 레오가 생각에 잠겼다.
‘티아르는 사령왕의 힘에 굴복하여 타락했고 사령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타락한 사령을 영령으로 정화시키는 건 리시나스의 주특기 중 하나였다.
‘리시나스만큼은 아니지만. 어렴풋이 녀석의 영령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레오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의지를 가진 듯한 마나를 떠올렸다.
“야, 듣고 있으면 대답해 볼래?”
레오의 부름에도 리시나스의 마나는 묵묵부답이었다.
그에 레오가 쓰게 웃었다.
영령의 미련을 달래는 것을 승천이라고 한다.
그리고 승천한 영령을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웅의 세계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리시나스는 마지막 당시의 녀석을 영령으로 불러왔지.’
그 와중에 리시나스 역시 승천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 만남은 영웅의 세계에서만 일어날 수 있었던 기적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리시나스가 미래의 자신을 부른 것이니.
‘난 리시나스가 아니니까.’
애초에 5000년 전의 인물을 영령으로 부르는 건 신의 권능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조금 전 리시나스의 마나가 반응한 건 마나에 깃든 성향.
어디까지나 사념에 저항하는 불쌍한 사령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 가까운 것이지 의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조금만 더 미련을 가져주면 덧나냐.’
주먹을 꾹 쥐고 마음을 떨쳐낸 레오가 걸음을 옮겼다.
‘사령왕은 지금 강력한 힘을 지닌 사령들을 거느리고 있어. 아마 살아생전 욕망을 버리지 못한 녀석들이겠지.’
영웅이라고 모두 성인군자는 아니며 뒤틀려 있을 수 있다.
그건 저스티스 길드가 충분히 증명했다.
‘그중에는 시대를 짊어졌을 만한 녀석도 있겠지.’
레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레오, 무슨 걱정 있나요?]엘시의 물음에 레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하면 내가 아는 녀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는 녀석?]엘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레오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비하르.’
비하르는 애초에 강력한 망자를 손에 넣기 위해 만들어진 고아병 출신이다.
그렇기에 사령왕을 향해 끝없는 증오심을 불태웠었다.
재앙의 시대가 끝나고.
세계는 구원받았지만 비하르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사령왕 녀석이 살아 있는 한 녀석은 절대 멈추지 않았겠지.’
어둠 속에서 살며 일평생을 사령왕을 추격했을 것이다.
레오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다.
‘만약 사령왕 녀석의 권능이 더욱 막강해졌다면?’
무려 에레보스의 조각 하나다.
에레보스의 조각을 다루는 사령왕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을지는 미지수다.
‘놈이 비하르를 타락시키고 사령으로 만들 힘을 손에 넣어 비하르의 무덤을 찾는다면?’
이 세상은 역사상 최강의 그림자를 적으로 돌릴지 모른다.
비하르 역시 과거 리시나스가 자신들의 뒤를 이을 자라고 인정한 사람이니까.
‘녀석도 아마 개벽의 영웅들에 버금가는 경지에 오른 후 눈을 감았겠지.’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며 레오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믿자.’
저벅- 저벅-
‘내가 뒤를 맡겼던 녀석이야. 사령왕 녀석에게 휘둘릴 일 따위는 없을 거야.’
감정을 추스르며 레오는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중요한 건 아트칸 놈과 사령왕이 되살린 망자들이야.’
“……각지에 망자들을 토벌하러 간 우리 길드의 영웅들이 모두 몰살당했다고?”
제롬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네.”
“흠.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영웅의 자리를 꿰찬 자들은 다르군. 영웅 사관 학교도 졸업하지 못하는 낙오자를 영웅으로 만들어 봐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건가?”
“이제 어떻게 하죠?”
부길드마스터 체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레오 플로브는?”
“위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네 천리안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건가?”
“네. 차단했어요.”
“허어.”
제롬이 감탄했다.
“그 끝없는 저력의 정체가 진정 궁금하군.”
“당신이 말하는 선택 받은 진짜 영웅이겠죠.”
체인의 말에 제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은 각지에서 일어나는 영웅의 망자들부터 토벌을…….”
“아니.”
“네?”
“폰으로 안 된다면 이번에는 룩, 나이트, 비숍을 보내. 그것도 안 된다면 퀸들을 보내라.”
“제롬 마스터. 레오 플로브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거 아닌가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녀석의 성향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가. 녀석은 절대 우리와 함께할 녀석이 아니야.”
제롬이 혀를 찼다.
“그렇다면 더 크기 전에 짓밟는 게 좋겠지. 어차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
[그러고 보니 레오.]“왜?”
[그 저스티스 길드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은 내버려 둬도 괜찮아?] [삐약.]키르안의 말에 피오라가 동조했다.
하지만 레오는 시큰둥했다.
더 거대한 문제를 마주한 지금은 저스티스 길드의 위협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당장에 딱히 큰 위협은 안 될 것 같으니 나중에 쓸어버리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