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80)
480.
[과연, 현재 대륙 북동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멜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저스티스 길드에 관해서는 제 불찰입니다. 관리를 하지 못해 레오님의 눈과 귀를 더럽히고 말았어요.]“네가 나한테 사과할 일은 아니지.”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이른 새벽.
레오는 멜과 통신을 하고 있었다.
가을의 새벽은 제법 쌀쌀했다.
레오는 숲속에서 따 온 허브로 끓인 차를 홀짝였다.
[다른 영웅 길드나 루메른을 움직일까요?]“아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내전이 발발할지도 몰라. 어쨌든 저스티스는 거대한 세력이니까. 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건 좋지 않아.”
레오에게는 저스티스 길드를 무너트릴 충분한 힘이 있었다.
뭐가 됐든 레오의 말 한마디면 전 세계의 그림자가 움직인다.
또한 드래곤 로드 역시 레오의 대변인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사령왕이 건재한 지금은 제 살 깎아 먹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녀석들의 민낯을 까발려 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야.”
레오의 말에 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전 세계 각지에 퍼진 영웅의 무덤을 관리하는 거야.”
[네, 사령왕이 영웅들을 언데드로 부활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세계는 커다란 혼란에 휩싸일 거예요.]“그렇겠지.”
레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예로부터 언데드는 살아 있는 자에게 큰 혐오감과 멸시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살아생전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 언데드가 된다면?
‘그 영웅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겠지.’
그 영웅이 세계에 연고를 남기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그 영웅의 후손들이 세력을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커진다.
조상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세계는 엄청난 분열이겠지.’
레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망자가 된 영웅들의 명예를 지켜 낼 방법을 찾아야 해.’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어떤 영웅이 적이 될까?”
[최악은 황천의 기사 타무스에요. 특히나 지금 레오님이 계신 땅이 과거 그가 지배했던 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사령왕의 목적은 그를 망자로 되살리는 것일지도 몰라요.]멜의 심각한 목소리에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황천의 기사가 그렇게 대단한가? 듣기로는 개벽의 영웅들을 질투해서 협력하지 않은 놈이라고 하던데?”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히어로 레코드도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과거의 영웅 중 기록이 소실 된 영웅은 수없이 많기에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타무스가 어떤 영웅인지 자세히 모르는 레오로서는 멜의 심각한 반응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개벽의 영웅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전,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영웅이라는 건 레오님도 알고 계실 거예요.]“그래.”
[그는 실제로 로디아님이 개벽의 영웅 후보로 꼽았을 만큼 강대했던 영웅이에요. 실제로 로디아님이 리시나스님의 세계를 공략할 때 함께했던 영웅이기도 해요.]“로디아가?”
드래곤은 영웅을 선택하는 존재.
그리고 레오가 직접 만난 로디아는 매우 총명했다.
리시나스의 후계자라는 이름에 걸맞는 지혜로운 드래곤이었다.
그런 로디아가 함께 움직였다면 실력만큼은 확실했다는 소리다.
[실제로 재앙의 재림 당시 개벽의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힘을 가졌던 영웅이었다고 로디아님의 수기에 남아 있습니다.]“그만한 영웅이 어쩌다가 세계의 위협에서 등을 돌리게 된 거야?”
[황천의 기사는 대영웅의 세계를 공략했지만 단 한 번도 공략 보상을 얻지는 못했다고 전해져요.]“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세계의 위협을 방관했다고?”
[……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그럼?”
멜은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워프 게이트를 열어 레오가 있는 곳으로 하나의 책 한 권을 보냈다.
그것은 드래고니아의 서고에 있는 드래곤 로드만이 볼 수 있는 로디아의 수기 중 하나였다.
‘일전에 봤던 수기와는 다른 거군. 일기 같은 건가?’
일전에 로디아가 썼던 수기는 힘이 잔뜩 들어간, 일종의 기록물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내숭이 잔뜩 묻어났지. 건방진 도마뱀 녀석.’
레오는 일전에 만났던 로디아를 떠올리며 혀를 찬 후 수기를 펼쳤다.
그리고 빠르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림의 황제, 타무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영령술사인가? 그것도 무수히 많은 영령을 다루는.’
기사이기 이전에 강력한 영령술사인 그는 영웅들이 살아생전 사용했던 무구를 매개로 영령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을 이끌었다.
‘리시나스와 비슷한 능력이군.’
레오가 감탄했다.
로디아가 타무스를 세계를 구할 영웅의 후보로 생각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그의 힘과 관련된 부분 이외에는 걱정을 하는 내용이 많았다.
[리시나스님이 카일님을 처음으로 동료로 받아들였듯. 나 역시 우연히 인간을 첫 동료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카일님과는 달랐다. 카일님 역시 거친 성격이었지만…… 타무스는 오만한 기질과 잔인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내가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을까?]로디아가 가장 걱정하는 건 타무스라는 영웅의 성향이었다.
이후에 로디아에게 합류한 건 대전사 아조니아, 그 다음이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
그 다음이 불굴의 데미안이었다.
황천의 기사의 걱정스러운 성향과 다르게 로디아의 파티는 많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며 점점 더 힘을 키워갔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대영웅들의 세계에서 공략 보상을 받은 것과 다르게 타무스는 끝내 아무런 공략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오늘 루메른이라는 인간을 만났다. 그는 혼자서 카일님의 세계를 공략한 영웅이다.]루메른과의 첫 만남에서 로디아는 꽤 흥분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동료들과 만났을 때보다 더욱.
“잠깐.”
글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감정을 본 레오가 수기에서 눈을 떼고 멜을 바라보았다.
“혹시 로디아 녀석. 루메른을 좋아해?”
[네. 첫눈에 반하신 것 같아요.]“그래? 루메른 녀석은 그 사실을 알아?”
[드래고니아에는 개벽의 영웅들의 수기가 보관되어 있어요. 루메른님의 수기를 봤을 때는 로디아님의 마음을 알고 계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굉장히 난감해하셨죠.]“왜 난감해하는데?”
[세이룬님도 루메른님에게 마음이 있었어요. 낭만적이지 않나요?]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난감했겠네. 로디아랑 세이룬의 성격을 보면 꽤 적극적으로 구애했을 테니까.”
[아뇨, 두 분은 루메른님께 구애하지 않았어요.]“어울리지 않게 내숭들이라도 떨었나? 하긴, 우리 쪽 사기꾼 도마뱀이랑 왈가닥 귀쟁이도 어지간히 내숭을 떨어댔으니.”
[그게…… 로디아님과 세이룬님. 두 분은 루메른님을 향한 자신들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루메른님만 눈치채고 있었어요.]“…….”
레오의 얼굴이 살벌하게 변했다.
[레오님?]멜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럼 이것들은 남의 마음은 고사하고 자기들 마음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주제에 나보고 등신이니 병신이니 이딴 망언을 지껄였다는 거야?’
루나와 리시나스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며 힐난의 눈초리를 보내던 둘을 떠올리며 레오가 이를 뿌득 갈았다.
“이 망할 기지배들 그냥 확! 다음에 만나면 머리를 밀어서 대머리로 만들어 버리겠어.”
으르렁거리는 레오를 보며 멜이 목을 움츠렸다.
개벽의 영웅들을 기지배니 머리를 밀어 버리겠다느니.
대영웅만이 할 수 있는 엄청난 말이었다.
레오가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며 수기를 읽어갔다.
이후 내용은 이러했다.
‘황천의 기사는 로디아에게 마음이 있었고. 루메른을 질투했다. 결정적으로 그 일 때문에 파티에서 엇나간 후 퇴출당했고…… 에레보스와의 결전에서 도움을 주는 걸 거절했다고?’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세계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고작 질투에 눈이 멀어 등을 돌렸단 소리다.
‘대체 얼마나 이기적인 새끼야?’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오가 수기를 덮었다.
“이후 개벽의 영웅들이 자신의 명성을 아득히 추월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조롱하자 황천의 기사는 분노했다고 해요. 이후 루메른님을 죽이기 위해 결투를 한 끝에 목이 잘려 목숨을 잃었죠. 타림 제국은 건국 황제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해당 사실을 은폐했고 드래고니아에 요청해 황천의 기사의 최후와 관련된 히어로 레코드 기록을 소거했죠.”
개벽의 영웅들 역시 그래도 한때 동료였던 황천의 기사가 후대에는 그나마 명예로운 자로 전해지기를 바란 모양이다.
‘뭐, 지금에 이르러서는 완전 조롱의 대상이지만.’
레오가 황천의 기사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루메른 학생 중 몇몇은 뒤틀린 황천의 기사라며 조롱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시대에 그는 강대한 힘을 지녔지만, 자신의 보신을 위해 세계를 등진 비겁자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취급.
‘하지만 확실히 이런 성격이면 타락해서 사령왕과 손을 잡을만하군.’
황천의 기사를 떠올리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뜰 때였다.
고오오오오오오-!
심상치 않은 기운이 휘몰아쳤다.
레오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령왕의 기운.’
기운의 정체를 깨달은 레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오님?]멜이 당혹스럽게 레오를 불렀다.
“손님이 온 모양이군.”
“정확하게는 그는 당신이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장송의 대공.”
“오랜만입니다, 레오 플로브님, 아니.”
아트칸은 레오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시작의 영웅 카일님.”
레오가 손을 들어 올렸다.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죽고 싶다는 뜻이겠지?”
고오오오오오-!
레오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가공할 만한 살기에 아트칸의 눈이 가늘어졌다.
‘헬 카이저님의 명령으로 지금 시작의 영웅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러 왔지만.’
현재 느껴지는 레오의 힘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
‘지금 세대의 군단장들은 간단하게 토벌되겠군.’
아무리 권능을 얻지 못한 군단장이 그저 많은 부하를 건드린 힘만 센 마족이라고 해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아트칸이 고개를 조아렸다.
“카일님과 어울려드리고 싶지만…… 오늘 저는 그저 안내역일 뿐이라서요.”
“안내역?”
“당신과의 만남을 원하는 이는 따로 있습니다. 당신의 머나먼 후배 정도라 생각하면 되겠군요.”
[이 땅에 사는 모든 자들은 들으라.]그때 수도 상공으로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림의 주인이자 너희의 주인인 나, 타무스가 돌아왔다.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경배를 올려라!]위압감이 깃든 목소리가 수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걸 올려다보던 레오가 말했다.
“나는 저딴 후배 둔 적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