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84)
484.
“으아아아아아!”
마법사 영웅 중 한 사람이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부악-!
그러나 마법이 완성되기 전 타무스의 검에 머리부터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제롬의 얼굴이 굳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라이트 씨커. 제롬.
그는 스스로가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제롬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평범한 평민 농부 집안 출신.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재능은 남달랐다.
글자를 배우기도 전에 정령과 계약을 맺었다.
그것도 가장 계약하기 까다롭다는 빛의 정령과의 계약.
주변의 모든 이들은 그를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추켜세웠다.
이후에 성장한 그는 자연스럽게 루메른에 입학하게 되었다.
최고의 재능이 모인다는 루메른 아카데미.
영웅을 꿈꾸는 수많은 이들이 모이는 그곳에서도 제롬의 특별함은 남달랐다.
무수히 많은 명가와 귀족 출신.
이름 높은 영웅의 후손들이 있는 루메른에서도 제롬은 최고였다.
학년 대표를 차지하고 이후에 학생회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제롬은 특별해.’
특별한 이들이 모인다는 곳에서도 특별하다는 말을 들어 온 탓에 제롬은 더더욱 자신이 특별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았다.
졸업을 하고 자연스럽게 저스티스 길드에 가입했다.
빠르게 영웅의 칭호를 손에 넣고 또한 젊은 나이에 길드 마스터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검성의 뒤를 이을 영웅이라고 평가받았다.
이후히어로 레코드를 연구하여 카르마의 개념을 알아냈다.
신의 선택을 받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제롬은 스스로가 언제나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이 곧 정답이고 정의라 믿게 되었다.
스스로가 이 세상의 어둠을 몰아낼 인간이라 믿게 되었다.
‘어둠이 가득한 이 세상을 내가 빛으로 인도하겠어.’
영웅이 신의 대리인이라면.
자신은 그 대리인을 이끄는 영웅들의 왕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콰가가가강-!
“크윽?!”
빛의 최상급 정령을 소환해 눈앞을 덮치는 칠흑의 오러를 막아낸 제롬은 그대로 튕겨 나갔다.
‘이게 정녕 사람의 힘이란 말인가?’
제롬이 경악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길드 마스터! 도와 주…….”
다른 간부 한 명이 제롬을 향해 간절히 소리쳤다.
콰득-!
그러나 그의 머리는 타무스의 손에 붙잡혀 허무하게 터져 나갔다.
영웅의 자리에 오른 이의 최후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너무도 초라한 죽음이었다.
그리고 그를 마지막으로 제롬을 제외한 저스티스 길드의 영웅들이 전멸했다.
타무스와 제롬이 대치했다.
“과연, 사령왕과의 계약으로 강대한 힘을 손에 넣은 건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제롬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깨에 드웨노가 만든 대검, 녹스를 걸친 레오가 서 있었다.
“아마 저놈이 가진 살아생전의 힘일걸?”
“어리석은 소리. 사람이 저만한 힘을 가지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그 말에 레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제롬을 바라보았다.
“너, 루메른 출신 아니냐?”
“그렇다만?”
“그러면 학교를 다니는 내내 지긋지긋하게 들은 소리가 있지 않아?”
“무슨 소리지?”
“한계를 넘어서라, 그게 우리 학교 교훈일 텐데?”
“헛소리.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들먹이면서 나에게 설교를 할 생각인가?”
제롬이 딱 잘라 말했다.
“나조차도 저런 경지에 들어서는 건 불가능하다.”
“그거야 네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기 때문인 거고.”
“뭐라?”
“용케 영웅이 되었네. 시련은 어떻게 이겨 낸 거야?”
“시련? 흥. 모두 간단하게 이겨 냈다.”
“…….”
그 말에 레오가 제롬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과연. 시련을 겪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군.”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는 거지? 나는 무수히 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위업을 이루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시련이고 위업일지 몰라도 당신에게는 아니었을 거야.”
시련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지금 레오에게 1학년들의 시련이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듯 말이다.
레오는 제롬이 평생을 온실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위험한 일은 무조건 피했겠지.’
“그런 주제에 잘도 영웅이라고 지껄이는군.”
“뭐라고?”
“넌 영웅이 아니야.”
레오의 말에 제롬이 발끈하려는 순간.
“네노오오옴!”
레오를 발견한 타무스의 분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거대한 칠흑의 검격이 레오를 덮쳤다.
“헉!”
그걸 본 제롬이 숨을 들이켜더니 빠르게 정령을 소환했다.
그리고 스피릿 아머드를 전개하여 도주했다.
‘세상이 넓다는 걸 모르는 어리석은 놈. 만용을 부리면서 죽음을 자초하는군.’
제롬이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레오를 보며 비웃음을 날릴 때였다.
번쩍-!
레오가 오러를 전개했다.
회색의 오러가 대검에 맺혔다.
두 손으로 검을 쥔 레오가 내리치는 칠흑의 오러를 빗겨쳐올렸다.
쿠웅-!
거대한 오러와 오러의 격돌에 주변의 공간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저릿함.
거대한 압박감에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과연,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하네.”
스윽-!
레오가 칠흑의 오러를 흘려냈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기술력으로 흘려 버린 것이다.
화악-!
그 순간, 갈 곳을 잃은 칠흑의 오러가 바닥으로 향했다.
“음? 커헉?”
다급히 도주하던 제롬은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칠흑의 오러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다급히 영력을 끌어올려 빛의 정령으로 방패를 만들었다.
콱-!
“크헉?”
하지만 칠흑의 오러는 그런 제롬의 힘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참하게 빛의 방패를 뚫고 제롬의 팔을 날려버렸다.
푸확-!
“크아아아악!”
스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롬의 오른팔은 너무도 쉽게 날아갔다.
어깻죽지를 붙잡고 비명을 내지른 제롬이 바닥으로 추락할 때였다.
[영웅의 자격이 박탈되었습니다.]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비명을 내지르는 것도 잊은 제롬이 눈을 부릅떴다.
***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고오오오오-!
온몸에 칠흑의 오러를 두른 타무스가 살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타무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별것 아니야.”
무덤덤하게 어깨에 녹스를 걸친 레오가 말했다.
“일전에 우연히 신과 이야기를 할 일이 있었거든. 그가 말하더라고. 히어로 레코드는 신들이 카일에게 준 선물이라고.”
“카일에게 준 선물?”
“그래. 하지만 히어로 레코드가 만들어질 때 난 이미 죽고 없었거든. 그래서 지상의 선물이 된 거지.”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원래 주인은 나야. 신들이 자기 취향대로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을 쓰긴 했지만, 기록 권한은 원래 내게 있었던 셈이지. 그렇다면 삭제 권한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레오의 말에 타무스의 몸이 떨렸다.
“네놈…… 정말로 시작의 영웅 카일인가.”
“내가 언제 부정한 적 있었던가?”
“그렇다면 왜 나를 인정하지 않는 거냐!”
타무스가 일갈했다.
“나는 살아생전 무수히 많은 타르타로스의 마족을 참살했다! 군단장을 쓰러트렸지! 또한 영웅들 위에 군림했다! 나는 최고의 영웅이다! 그런데 왜! 어째서! 왜! 나를 인정하지 않는 거지! 왜 내 영웅의 칭호를 박탈하는 거냐! 나는 선택 받은 인간이란 말이다!”
“스스로 그렇게 잘났으면 왜 내 후계자 자리에 집착하는 건데? 애초에 왜 영웅의 자리에 집착하는 거지?”
“영웅은 선택받은 인간이니까! 당신은 그 선택 받은 인간 중에서도 최강이니까! 유일무이한 존재니까!”
“거참. 저놈도 그렇고 선민사상을 참 좋아하네.”
혀를 찬 레오가 말했다.
“내 후계자 자리가 그렇게 탐나면 방법을 알려줄게.”
“그게 뭐지?”
레오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구해.”
“뭐라?”
“나처럼 세계를 구하라고.”
“…….”
“아, 이미 루메른이 먼저 세계를 한 번 구했지? 게다가 그때 넌 세계의 위기를 외면했다고 했던가?”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솔직히 말해봐. 사실상 로디아 녀석의 핑계를 댔지만. 넌 무서웠던 게 아니야?”
“뭐…… 라?”
“어차피 세계를 구하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을 테니까. 개죽음이라고 생각했겠지.”
타무스의 몸이 떨렸다.
“정곡인가 보네.”
“……필요 없다. 이제 네놈의 후계자 자리 따위.”
고오오오-!
타무스의 몸에서 칠흑의 오러가 흘러나왔다.
“영웅의 칭호도 관심 없다. 네놈을 죽여서 영령으로 부려주마.”
후웅-!
타무스가 대검을 치켜들었다.
그걸 본 키르안이 말했다.
-순수한 힘만 본다면 드래곤 로드랑 맞먹겠는데?
“그렇네.”
-이길 수 있겠어?
키르안의 물음에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코메테스가 소환되었다.
“종언.”
레오가 영창을 외우자 강력한 별의 마법이 휘몰아쳤다.
그다음 레오는 대검을 쥔 손을 들어 올렸다.
레오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르온의 호흡으로 오러를 활성화했다.
그러자 녹스에서 황금색 오러가 치솟았다.
그 모습을 본 타무스의 몸이 일순간 떨렸다.
‘아조니아와 세이룬?’
마치 일전에 동료였던 대전사 아조니아와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을 보는 듯했다.
‘아니, 이 경우에는 아르온과 루나의 힘인가!’
누가 뭐라 해도 눈앞의 이는 시작의 영웅.
대영웅의 세계를 여러 번 공략해 봤던 타무스는 알고 있다.
카일의 저력을.
“흥! 당신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벌써 전생의 힘을 모두 되찾진 못했겠지! 그렇다면 힘은 내가 더 우위다!”
타무스의 외침에 레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라르엘.”
레오의 부름과 동시에 빛의 대정령, 라르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타무스의 안색이 돌변했다.
라르엘은 혐오감 어린 눈으로 그런 타무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라르엘…… 어째서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지…….”
[내게 말 걸지 마. 쓰레기.]로디아의 맹약자인 라르엘을 본 타무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 순간.
레오가 녹스와 코메테스를 교차시켰다.
드웨노가 만든 무구가 서로 공명한다.
“인챈트.”
레오가 녹스에 종언을 인챈트 시켰다.
고오오오-!
마법과 오러의 융합으로 인해 위력이 급상승한다.
게다가 서로 융합된 힘은 다른 힘도 아닌 무려 성운의 시조와 용자의 힘.
거기에 끝이 아니었다.
레오는 스피릿 아머드로 녹스에 라르엘을 융합시켰다.
“무슨……!”
최강의 마법과 대정령을 융합시키는 말도 안 되는 능력에 타무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휘몰아쳤다.
레오가 녹스를 들어 올렸다.
“정정해줄 게 있는데. 나는 딱히 최강이나 그런 게 아니야.”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냥 녀석들의 힘을 잠시 맡아 뒀을 뿐이지.”
오러, 마력, 영력의 융합.
그것도 세 대영웅의 힘이 한 대 뭉쳤다.
그 압도적인 힘에 타무스의 몸이 덜덜 떨렸다.
‘생각해보면 히어로 레코드의 능력은 나랑 닮았군.’
올 클래스로서 그 시대를 살았던 레오.
그런 레오에게 리시나스는 한 가지 부탁했다.
‘카일 너는 무엇이든 잘 배우고 잘 익히니까 죽은 동료들의 능력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는 건 어떨까?’
죽은 자들이 남기는 건 시신과 유품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생전에 갈고닦았던 기술도 남는다.
함께 전장에 선 이들이 후대에 남기지 못한 기술 중 카일은 기억하는 것을 후대에 전해줬다.
무술 같은 경우에는 눈으로 익혀서.
마법 같은 경우에는 바이블에 담아서.
정령과 환수 같은 경우에는 살아남은 정령과 환수와 임시 계약을 해서 자격이 있는 이에게 계약을 승계했다.
일전에 피브아가 설명해줬던 레코드 시스템은 단순한 기록이었다.
‘피브아도 공략 보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
여러 신들이 힘을 합쳐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현해냈다.
그것이 바로 공략 보상이었다.
레오가 피식 웃은 후 붉은 눈을 번뜩였다.
“그럼 끝내 볼까?
“네 이야기가 후대에 전해지는 일은 더 없을 거다. 타무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타무스는 다급히 전장을 벗어나려 했다.
그걸 본 레오가 녹스를 역으로 고쳐 쥐고 투척 자세를 취했다.
“어딜 도망가?”
싸늘하게 말한 레오가 녹스를 투척했다.
화악-!
번쩍!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타무스의 등에 꽂힌 녹스가 엄청난 섬광을 내뿜으며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