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486)
486.
레오가 타무스를 쓰러트리는 것으로 모든 일이 일단락되었다.
타무스의 영령술에 의해 부활했던 그의 군대는 그가 쓰러지자 자취를 감추었다.
카넬 왕국 역시 안정을 맞이했다.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루메른에서 사람을 파견시켰다.
다름 아닌 루메른의 부학생회장, 하르크였다.
죽은 영웅들이 사령왕의 손에 망자로 부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르크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그다음 저스티스 길드의 본성을 들었을 때는 혀를 찼다.
그리고 저스티스 길드 마스터 제롬을 포함한 간부들 대다수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르크는.
“야! 하르크!”
“정신 차려!”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부학생회장인 하르크는 학생회장의 실무를 다 맡고 있었다.
문제는 레오가 학생회장이 된 후부터 커다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그에 따른 영웅 후보생들의 역할.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서류와의 전쟁이 하르크를 괴롭혔다.
오죽하면 현재 학생회가 루메른 3000년 역사상 최고로 힘든 학생회라는 이야기까지 들을까?
레오는 엄청난 업무를 모두 떠넘기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하르크는 입학할 때부터 게으른 학생의 대명사였다.
그가 가진 마나 특성이 수면에 의한 ‘축적’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하르크는 같은 학년 최고의 우등생이었다.
그런 만큼 그는 학생회장 대리로서도 굉장히 유능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상황을 인수인계한 후 방으로 돌아온 레오에게 이야기를 듣고 릴이 흥분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하르크 선배님이 대단한 거죠.”
릴이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굉장히 유능하신데다가 캐릭터까지 확실합니다! 아아! 부럽습니다, 그 특별함이.”
“캐릭터?”
“네. 루메른의 잠자는 부학생회장이라고 하면 다른 학교에서도 유명합니다.”
“별 희한한 별명이 다 붙었군.”
레오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릴 때였다.
방문이 열리고 하르크가 들어왔다.
“하르크 선배님, 안녕하세요!”
릴이 힘차게 인사했다.
“어어.”
그런 릴에게 퀭한 눈으로 인사한 하르크가 레오 앞에 앉았다.
“학생회 전체가 발칵 뒤집힐 사건인데 너는 태연하구나.”
“아아. 루메른 학생회에는 인재가 가득하니까요.”
“그래. 말 잘했다. 회장.”
하르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이제 5학년 2학기에 들어서서 말이야. 바쁘기도 하고. 이제 곧 떠날 사람인 내가 학생회장을 대신해 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후배들을 위해서 안 좋을 것 같거든. 그래서 이만 부학생회장 직을 내려놔야 할 것 같아. 네 말대로 우리 학교에는 유능한 학생들이 많잖아.”
“은퇴라니. 곤란하네요. 선배님은 좀 더 일할 수 있잖아요. 다들 선배님의 학생회 운영을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발 은퇴시켜 줘.”
“어림없는 소리 마세요. 아, 그러면 부회장실에 침대를 하나 설치할게요. 싫으면 학생회에 나오지 않고도 선배님 방에서 업무를 보도록 편의를 봐 드릴게요.”
“크아아아악!”
“하르크 선배님! 진정하세요!”
눈이 뒤집힌 하르크가 레오에게 달려들자 릴이 기겁하며 말렸다.
소란이 일자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학생회 학생들도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하르크를 끌고 나갔다.
“엘레나 녀석을 부회장으로 임명하란 말이야! 은퇴시켜 줘! 은퇴…… 읍읍읍!”
몸부림치며 발버둥 치던 하르크는 입이 틀어막힌 채로 끌려나갔다.
“레오. 하르크를 대체 언제까지 부려 먹을 생각이야?”
5학년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묻자 레오가 빙긋 웃었다.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요.”
그 말에 학생회 서기를 맡은 4학년, 니엘 로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록지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부회장인 하르크 선배가 은퇴를 요청했지만, 회장인 레오 도련님은 윤허하지 않았다. 졸업하는 그날까지 일을 시킬 계획이다.”
음음! 고개를 끄덕인 니엘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5학년이 되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학생회를 나가야겠네.’
“니엘 선배, 학생회 나가고 싶어요?”
“히익? 도, 도련님?”
뒤에서 들려온 저승사자와도 같은 목소리에 니엘이 기겁했다.
‘어, 어떻게? 내 레오 도련님은 독심술이라도 익히신 건가?!’
“아, 아뇨. 그럴 리가요? 도련님을 보좌해야죠. 아하하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니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니엘을 보며 레오가 웃으면서 말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닙니다.”
그 말을 들은 리엘을 포함한 다른 4학년 학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5학년들은 구슬픈 웃음을 터트렸다.
‘하르크 뿐만 아니라 우리 전부 졸업하는 그날까지 일하겠네.’
***
학생회 선배들에게 중요한 일을 모두 맡긴 레오는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연병장 그늘에서 레오는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릴은 솔선수범해서 연병장에 고아병들을 모아 놓고 영웅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학년 대표답게 릴은 영웅학 점수도 학년 내 탑이었다.
그런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기에 고아병들은 그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영웅에 대한 카넬 왕국 사람들의 이미지가 썩 좋지만은 않네요.”
그런 레오에게 다가온 아냐스가 말했다.
“저스티스 길드가 자신들을 버렸으니 당연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너희가 활약해준 덕분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잖아?”
“저희는 그림자지만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지.”
책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레오가 말했다.
“후속 조치는 어떻게 했어?”
“우선은 전쟁을 멈추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넬 왕국의 경우에는 국왕과 재상들을 폐위시키고 제레민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게 될 거예요.”
위기 상황 당시 왕세자로서 제레민은 충분한 자질을 보였다.
이미 민심은 지금의 왕에게 돌아섰기에 제레민을 왕으로 만드는 건 매우 간단했다.
비록 이능을 다루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목숨을 아끼지 않고 수도의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이 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림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림자로서 세계의 정세에 관여하면 안 되겠지만…… 이미 영웅 같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크게 문제는 없겠죠.”
아냐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가 왕이 될수록 은밀하게 도와주는 건 아냐스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
그런 아냐스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는 사이.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형님이야말로 진정 대단한 분이죠!”
릴이 흥분해서 고아병들에게 연설을 했다.
“하지만 기사들이 대장님을 보고 여신 같다고 하던걸요?”
고아병 한 사람이 손을 들며 말하자 릴이 고개를 저었다.
“그때도 말하지만 저는 신이 아닙니다. 진짜 신 같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저기 계신 형님이시죠!”
고아병들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냐스가 손뼉을 쳤다.
“과연 릴님. 레오님을 보고 신이라고 하다니. 보는 눈이 남다르시군요!”
열성적으로 손뼉을 치는 아냐스를 보며 레오가 혀를 찰 때였다.
“세 분, 여기 계셨군요.”
제레민이 왕궁 연병장으로 다가왔다.
“내일 떠나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제레민의 물음에 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유능한 선배님들께서 뒷일을 해결해주고 계시니까요. 학교로 돌아가 다시 학업에 매진해야죠.”
“아아, 여러분께 감사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는데. 그럼 오늘 밤 파티를 열겠습니다. 최대한 성대하게……!”
릴이 빙그레 웃더니 검지로 허둥지둥 말을 하는 제레민의 입을 막았다.
“그것보다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을 돌보는 게 먼저라는 걸 제레민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리, 릴님.”
“멋진 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레민님.”
한쪽 눈을 찡긋하는 릴의 모습을 제레민이 넋을 놓고 바라보더니 말했다.
“릴님, 제 대관식에 꼭 초대하겠습니다.”
“그럼 영광이죠!”
“펴, 편지를 해도 될까요? 그러니까…… 이 아이들의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네! 그럼 정말 기쁘겠네요. 저도 바로바로 답장하겠습니다.”
제레민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정말 기쁘네요! 우린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제레민님!”
하지만 이내 릴의 말을 듣고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런 릴을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악랄하네.”
“릴님은 유명해요. 예쁜데다가 성격까지 매우 올곧고 또 털털하다 보니 루메른은 물론 다른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인기가 많죠. 실제로 고백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 딱히 그런 소문은 못 들었는데?”
“저렇게 무의식적으로 뻥 차 버렸으니까요.”
“그렇구만. 그런데 넌 어떻게 그런 걸 잘 알고 있냐?”
“그림자로서 영웅 후보생의 개인 정보를 파악해두는 건 기본이죠.”
아냐스의 말에 레오가 혀를 찼다.
그렇게 카넬 왕국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
학교로 복귀한 레오와 릴은 임무 보고를 올리고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이른 아침.
기숙사로 돌아오니 기숙사는 텅 비어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지만, 레오가 임무 실습을 다녀온 시간은 굉장히 짧았다.
그렇다 보니 레오는 2학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빨리 임무 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이 되었다.
기숙사 휴게실에 들어온 레오는 신문을 펼쳐 들었다.
루메른 기숙사에는 세계의 여러 소식을 담은 신문이 매일 아침 배달된다.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군.’
저스티스 길드의 몰락.
죽은 영웅들의 언데드화.
그리고 히어로 레코드에서의 이름 말소.
저스티스 길드의 몰락만 하더라도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게 뻔했다.
‘하지만 뒤에 일어날 두 사건에 비하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
아마 에레보스 조각의 부활로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을 세계가 뒤집히는 어마어마한 일일 것이다.
‘멜 녀석에게 잘 대응하라고 일러둬야겠어.’
레오가 한숨을 쉬며 신문을 읽어 나갈 때였다.
“응?”
신문 한 페이지를 통째로 차지하며 대문짝만하게 쓰인 기사를 보고는 멈칫했다.
그러고는 이내 피식 웃었다.
“드디어 해냈구나.”
기사에 쓰인 건 세이룬의 루니아에 대한 기사였다.
루니아가 피닉스와 맹약을 맺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되었다.
거기에 더해 차기 세이룬의 학생회장이 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다들 착실하게 성장해 가고 있어.”
레오가 웃을 때였다.
푸드득-!
창문이 열리며 새 형태의 하급 바람의 환수가 날아왔다.
삐삐삐-!
레오를 향해 편지를 전한 환수는 그대로 다시 날아갔다.
그걸 본 레오가 의아한 얼굴로 편지 내용을 확인했다.
‘교장 호출?’
***
솨아아아아아-!
대륙 동부의 어느 깊은 숲.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숲이었다.
잔잔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바스락- 바스락-
단풍이 져 떨어진 낙엽 밟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진다.
가을 숲의 소리.
바스락- 바삭- 사박- 사박- 사박- 사박-
여인의 발걸음 소리가 바뀌었다.
부드럽고 생기 넘치는 풀잎.
봄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윽고 두 개의 비석 중 한 곳 앞에 여인이 조심스럽게 앉았다.
“저…… 왔어요.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