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02)
502.
피이이이잉! 펑! 펑!
“와아아아아!”
하늘 높이 솟아오른 폭죽과 사방에서 쏟아지는 환성.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황혼의 축제의 시작이었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세계의 중심인 루메리아 시티는 언제나 활기차지만, 오늘은 더더욱 생기가 가득했다.
평소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많은 종족이 거리를 오간다.
황혼의 축제는 이름 때문에 루메른만을 기리는 축제라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 루메른만을 위한 축제는 아니다.
루메리아 시티 곳곳에 개벽의 영웅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중앙 광장을 장식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대영웅들의 동상이었다.
루메리아 시티를 방문한 수많은 인파가 대영웅들에게 헌화한다.
특히나 올해는 아르온에 대한 헌화가 많았다.
지난 여름.
아르온이 현세에 나타나 에레보스의 조각 하나를 토벌한 것에 대한 영향이 컸다.
거리의 아이들은 대영웅들의 복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뛰어다녔다.
“마치 가드스론 같아.”
거리 멍하니 선 루나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무수히 많은 종족들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의 모습은 가드스론의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다르지만.”
축제는 평화로움 그 자체다.
불안감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밝은 표정을 짓는다.
루나가 눈을 감았다.
‘이게 우리가 구해낸 세계구나.’
가슴이 뭉클하다.
세계를 구해냈다는 실감은 이전에 했다.
하지만 거리의 무수히 많은 인파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감동적이었다.
그때였다.
툭-!
한참 뛰어놀며 앞을 보지 못하고 달려 온 아이가 루나에게 부딪혔다.
“아코!”
“괜찮니?”
루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에게 부딪혀 넘어진 남자아이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네. 괜찮아요. 죄송합니…….”
루나의 손을 잡고 일어나던 남자아이가 루나의 얼굴을 보더니 ‘와!’ 하고 감탄했다.
“루나님이랑 닮은 누나다.”
“누나가 루나님이랑 닮았어?”
“네! 엄청 예뻐요!”
“솔직한 꼬마네?”
루나는 활짝 웃으며 아이를 일으켜 세워줬다.
그리고 아이의 먼지를 털어주다가 아이의 손이 까진 걸 발견하고 마법으로 치료해줬다.
“굉장해요! 누나 마법사군요!”
“루나님을 닮았으니까.”
“그런데 누나. 술 마셨어요? 술 냄새 나요.”
“응. 조금 마셨지.”
루나는 빙그레 웃었다.
“여기서 문제.”
루나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대영웅 중 가장 위대한 대영웅은?”
“드웨노님이요!”
남자아이가 주먹은 꼭 쥐고 눈을 반짝였다.
“드웨노님은 대영웅님들이 사용하는 신기를 만드신 분이잖아요! 우리 집안은 대장장이 집안이거든요! 그래서 드웨노님이 가장 위대한 대영웅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남자 아이의 복장은 드웨노의 복장이었다.
그리고 등 뒤로 드웨노 가면이 있었다.
루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응. 틀렸어. 제일 위대한 대영웅님은 루나님이야.”
“에이.”
남자아이는 불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에이가 아니야. 에이가. 드웨노는 변태에다가 괴팍한 드워프였어.”
“누나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루나니까.”
“누나, 취했죠?”
“그런 의미에서 그 가면은 압수. 누나가 루나 가면으로 다시 사줄게.”
루나가 드웨노 가면을 뺏으려 들었다.
그에 남자아이가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애한테 뭐 하는 짓이야, 주정뱅이.”
“조기 교육이 중요한 거야! 저 어리고 순수한 새싹이 그딴 변태 영감을 존경하게 내버려 두는 건 말이 안 돼!”
“애의 꿈을 깨지 마.”
“현실은 냉혹한 법이야! 애들도 알 건 알아야 한다고! 아니! 애초에 그 영감은 존경할만한 위인 아니잖아!”
루나가 울부짖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게 꽂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남자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루나님 닮은 예쁜 누나! 남자친구랑 데이트 잘해요!”
남자아이는 활짝 웃으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루님 찾았어요?”
그때 첸 시아와 에이란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두 사람은 함께 있다가 갑자기 모습을 감춘 루나를 보며 굉장히 놀란 상황이었다
“보시다시피.”
레오는 뒷덜미를 잡아끌어 루나를 똑바로 서게 했다.
그런 루나를 보며 첸 시아가 말했다.
“루나님, 아무래도 많이 취하신 것 같아요. 이제 술은 그만 드시는 게.”
“멀쩡해.”
루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확실히 얼굴만 보면 멀쩡했다.
주변에 진동하는 술 냄새만 아니라면 술을 마셨다는 걸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절제력이 사라지고 과격했다.
딱 취한 사람의 행동이었다.
축제가 시작되자마자 루나는 거리 노점상에서 사는 술을 마음껏 들이켰다.
그것도 상당히 도수가 높은 독주만.
원래부터 주당인 루나였기에 축제에서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아저씨! 여기 한 잔 더!”
루나가 노점상에게 술 한 잔을 더 요구하자 노점상이 껄껄 웃으며 술잔을 건넸다.
“엘프 아가씨! 호쾌하구만!”
“캬하~ 이게 사는 거지!”
호쾌하게 술을 마시며 행복해하는 루나를 보며 에이란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저, 저래도 괜찮을까요?”
“발동 걸리면 아무도 못 말려.”
레오가 혀를 찼다.
그리고 품에서 약도를 꺼내며 말했다.
“일단 칼이 잡았다는 숙소로 가자.”
황혼의 축제를 위해 칼은 이미 숙소까지 잡은 상황이다.
칼의 인맥은 학교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까지 뻗어 있었기에 좋은 숙소를 잡았다고 호언장담했다.
“야. 이제 이동해야 해.”
“좀 더 마시고.”
레오의 말에도 루나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레오가 루나에게 다가가 허리에 손을 감고 그대로 짐짝 들 듯 옆구리에 꼈다.
하지만 그런 레오의 태도에 익숙하다는 듯 루나는 양손에 술잔을 잡고 술을 마셔댔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중얼거렸다.
“엉뚱한 분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대단하시네요.”
어려서부터 동경해온 대영웅의 진짜 모습이 친숙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얼떨떨하기도 했다.
첸 시아가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옆을 보았다.
순진한 엘프인 에이란에게는 저런 루나의 주정뱅이 같은 모습이 충격일 수도 있다.
고개를 돌리니 양손을 맞댄 에이란이 환하게 웃었다.
“루나님…… 몹시 아름다우세요.”
‘저게?’
레오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끌려가는 모습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긴, 에이란 양은 조금 독특한 취향이니까.’
첸 시아는 납득을 하며 에이란의 손을 잡고 레오의 뒤를 따랐다.
***
잠시 후.
레오 일행이 도착한 것은 주점과 여관을 겸하는 곳이었다.
그걸 본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이곳 맞나요?”
“맞는데?”
레오는 주점 이름을 보며 중얼거렸다.
칼은 좋은 숙소를 잡았다고 했지만, 이곳은 첸 시아나 에이란이 생각하는 좋은 숙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였다.
“오오! 왔군! 왔어!”
주점 문이 열리며 칼이 반가운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자자! 이러고 있지 말고!”
칼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주점 뒤쪽으로 데려갔다.
“여기가 네가 말한 그 좋은 숙소냐?”
“그래. 맨 꼭대기 층 전체를 빌렸지! 게다가 공짜!”
칼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뭐, 사실 일전에 내가 도움을 준 가게라서 말이야. 그 인연으로 빌릴 수 있었지. 단 조건이 있어.”
“조건?”
“그래. 하루 동안 루메른 학생 회장인 레오가 웨이터로 일해줄 것!”
그 말대로 칼은 웨이터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 칼을 보며 첸 시아가 미간을 좁혔다.
“지금 레오 도령에게 웨이터 일을 시키겠다는 건가요?”
첸 시아의 눈이 서늘하게 변했다.
그런 첸 시아를 보며 칼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칼은 첸 시아가 레오를 주인처럼 모시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레오에게 웨이터 일 같은 걸 시킨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당연했다.
“숙비뿐만 아니라…… 음식과 술도 공짜라길래.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
“술이 공짜?”
그때 한쪽에 있던 루나가 눈을 번쩍였다.
“하자.”
“네? 루나님께서 급사 일을요?”
에이란이 몹시 당황했다.
엘프라는 종족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 급사 일을 시키다니!
이 얼마나 천인공노할 짓이란 말인가!
“뭐 어때! 술이 공짜인데! 레오! 너도 할 거지?”
하지만 루나는 개의치 않았다.
루나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재미있겠네.”
“오오!!”
칼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두 사람이 한다고 했으니 문제없지?”
칼이 첸 시아와 에이란을 보며 히죽 웃었다.
평소에 잘 웃는 두 소녀는 그런 칼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냐?”
“칼군.”
“천벌 받을 거예요.”
눈을 게슴츠레 뜬 두 사람을 보며 칼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
뚜벅- 뚜벅-
밤이 되었지만 루메리아 시티는 축제답게 거리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붉은 머리 엘프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의 엘프가 지나가자 인파가 쭉 갈라졌다.
자신도 모르게 엘프가 내뿜는 카리스마에 길을 비킨 것이다.
그 사이를 태연하게 걷는 엘프, 루니아가 코웃음을 쳤다.
강렬한 붉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내뿜는 존재감은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원래는 에이란과 같이 왔어야 했는데.’
루니아가 속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먼저 루메른에 교환 학생으로 간 친구가 부러웠다.
물론 세이룬도 루메른과 같은 영웅 사관 학교인 만큼 배움이 부족하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루니아는 친구가 부러웠다.
‘에이란은 항상 레오랑 붙어 있었겠지?’
루메른에는 레오 플로브가 있었다.
그리고 루니아는 방학이 끝나고 짧은 시간 동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레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루니아는 확실히 강해져 있었다.
그렇게 염원하던 피닉스와 계약을 맺었다.
거기에 더해 레오가 가르쳐 준 마법, 염제 역시 한층 더 강화되었다.
하루 빨리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분명 레오 플로브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을 테니.
하지만 애석하게도 학생회장 자리를 인수인계하느라 이제야 시간이 났다.
‘원래는 아침에 오려고 했는데.’
루니아가 입맛을 다셨다.
오늘 학교에 갑작스럽게 일이 생겼다.
교장 대행인 룬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학교 전체에 퍼진 것이다.
처음에는 학교가 발칵 뒤집혔지만, 곧 룬 본인이 별일 아니라고 알리면서 소동은 마무리되었다.
‘며칠 쉬면 괜찮다고 하셨지만, 룬님의 얼굴은 어두웠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룬의 얼굴은 심각했다.
찜찜한 기분을 느끼며 루니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일단 에이란에게 알려야겠지.’
할아버지의 일인만큼 에이란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루니아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칼 녀석이 분명 이 주변에 숙소를 잡았다고 했는데?’
황혼의 축제인 만큼 어딜 가나 인파가 가득했다.
그곳에는 인간 도시에 가기 싫어하는 엘프들도 많이 보였다.
루니아가 주소를 찾아갈 때였다.
“쯧. 인간의 급사복을 입고 인간에게 봉사하는 꼴이라니.”
“엘프의 수치예요.”
“게다가 술에 취해 골목에서 추태를 보이다니. 같은 엘프로서 부끄럽습니다.”
멀리서 엘프들이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엘프들은 어딜 가나 있지.’
종족의 자긍심이 지나치다 보니 마음에 차지 않는 동족을 멸시하는 부류.
루니아가 혀를 찼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엘프이다.
그렇게 루니아가 숙소를 찾아갈 때였다.
“우욱! 우웨엑!”
어디선가 토악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 사람들이 골목을 지나며 키득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을 본 루니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곳에는 웨이트리스 복장을 한 엘프가 벽을 짚고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우웨에에에엑!”
‘확실히 저건 같은 엘프로서 창피하네.’
루니아는 괜히 민망해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종족 망신을 다 시키는 그 엘프를 외면하고 자리를 뜨려 할 때였다.
“괜찮으세요?”
골목에서 허겁지겁 익숙한 얼굴의 엘프가 나왔다.
‘에이란?’
루니아가 눈을 부릅뜨고 에이란에게 다가갔다.
에이란은 허둥지둥 엘프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에이란…… 으어어…… 고마…… 우에에에에엑!”
엘프는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에이란 거기서 뭐…….”
“루나님. 이제 술은 더 이상 자제를 하심이…….”
“뭐?!”
에이란의 말을 듣고 루니아가 경악성을 내질렀다.
눈을 동그랗게 뜬 에이란이 루니아를 발견하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루니아 양!”
“뭐? 루니…… 아에에엑?!”
루나도 고개를 돌리다 다시 땅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을 확인한 루니아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 꿈이야. 꿈. 응,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루니아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래. 루나님이 현실에 있겠어? 아르온님 때 같은 기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겠어? 응. 꿈이야. 기분 나쁜 악몽. 애초에 루나님이 저렇게 토악질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응. 잠에서 깨자.’
루니아가 알고 있는 루나는 아름답고 청초하며 자애로운 엘프다.
물론 거기에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는 귀엽기까지 한 완전무결의 엘프.
루나가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있을 때였다.
“애석하게도 현실이거든.”
어느새 골목에 나온 레오가 냉정하게 말했다.
“이게 루나의 진짜 모습이다.”
“거짓말!”
충격을 먹은 루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원래 더러운 걸 많이 보면서 어른이 되는 거야.”
“아니야!”
“어른이 된 걸 축하해.”
“이런 게 어른이면 난 어른이 되기 싫어!”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하던 루니아가 휘청였다.
에이란은 깜짝 놀라 그런 루니아를 부축해줬다.
레오는 에이란 대신 루나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종족 망신 다 시키는군. 애 환상을 깨니 만족스럽냐?”
“뭐가?”
“아니다, 하던 거 마저 해.”
그 말에 루나가 다시 땅을 바라보았다.
그런 루나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레오가 중얼거렸다.
“볼꼴, 못 볼 꼴 다 봤다고 막 나가니까 내가 눈치를 못 챈 거 아니야?”
“뭐? 지금 뭐라고……?”
“혼잣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