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07)
507.
거울 여왕 카네시.
5000년 전.
자신들이 토벌했던 군단장 중 하나이다.
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느새 주변은 루나의 마법에 의해 레오와 루나, 루니아. 그리고 카네시를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저 갑작스럽게 핀 꽃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지나갔다.
루나가 혼란을 막자 레오가 검을 뽑았다.
전생에 무수히 많은 전장을 넘어서고 끝없이 이어지던 시련을 모두 이겨낸 레오다.
당장에 카일과 리시나스가 처음으로 토벌한 요르문간드를 필두로 제르디악.
5000년을 생존하며 세계를 위협했던 마물 여왕, 거인왕까지.
지금까지 세계가 존속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울 정도라고 느껴질 정도로 흉측한 존재들.
그 모든 것들과 싸워 승리하고 끝내는 에레보스를 토벌하고 세계를 구해내기까지 했다.
에레보스를 논외로 친다고 해도 목숨을 걸었던 적이 셀 수 없다.
‘상대했던 군단장 중에서 가장 기분 더러웠던 적을 꼽으라면…… 이 빌어먹을 년이지.’
거울 여왕 카네시는 단신으로 대영웅들을 괴멸 직전까지 몰아넣은 적이 있었다.
“5000년 전 내지 못한 결판을 내자고?”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미 5000년 전에 토벌 된 주제에 무슨 결판이야?”
“그건 온전히 당신의 힘만으로 이루어 낸 승리가 아니지요.”
카네시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말했다.
“동료들의 힘이었을 뿐. 당신은 제힘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카네시의 말에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확실히 이 녀석의 능력은 골치 아파.’
레오가 속으로 혀를 찰 때였다.
“뭐? 레오가 카일……? 그게 무슨.”
루니아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이해가 되지 않은 루니아가 루나를 돌아보았다.
루나는 그런 루니아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루니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잠깐, 그러면 지금까지 레오의 행보가 이해가 가!’
올 클래스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레오에게는 의문점이 많았다.
인간인데도 별의 마법을 능숙히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압도적인 성장 속도.
거기에 더해 정신력은 루니아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이가 시작의 영웅이었다는 사실에 루니아는 잠시간의 패닉에 빠졌다.
‘나 지금까지 대영웅에게 막말했던 거야?’
머릿속에 지금까지 레오에게 했던 행동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루니아가 경악할 때였다.
“루나 루비넌스?”
루나의 존재를 알아차린 카네시가 탄성을 내질렀다.
“오랜만이야. 피차 서로가 죽은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앞으로 나선 루나가 팔짱을 끼고 빙긋 웃었다.
온화한 목소리와 표정과 달리 루나의 눈에서는 카일 못지않은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레오와 루나는 기본적으로 마족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지금 시대의 이들과는 달랐다.
지금은 영웅의 시대라고는 하나 평화의 시대.
타르타로스가 건재했다고 해도 수천 년을 공존해왔다.
그렇다 보니 상황에 따라 타르타로스와 타협을 한다.
마족은 토벌해야 할 적은 맞지만 상황을 봐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재앙의 시대를 산 레오와 루나에게 그런 것은 없다.
그저 말살의 대상일 뿐이다.
루나에서 뿜어져 나온 살기와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고오오오오-!
‘이것이…… 대영웅들의 기세.’
루니아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을 압도한다.
딱히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 루나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건 순수하게 루나라는 인물이 가진 위압감이다.
이것이야말로 세계를 멸망시킬 파멸의 신에 대적한 대마법사의 존재감이었다.
당장에 살기를 내뿜는 레오의 위압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딱히 레오가 루나보다 존재감이 옅어서가 아니었다.
힐끗- 루나를 본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시험하는 건가.’
레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루나의 곁에 서 있는 루니아에게 향했다.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루니아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아이가 내 후계자라면. 진정으로 카일과 함께 에레보스와의 전장에 설 자라면.’
루나 역시 덜덜 떨고 있는 루니아를 곁눈질했다.
‘이 정도는 이겨내야 해.’
아르온과는 달랐다.
아르온은 다소 거칠기는 했어도 아르의 상태를 확인해 가며 몰아붙였다.
하지만 루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르온이 다독여 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가르쳐준다면.
루나는 벼랑 끝으로 밀어낸다.
이러한 가르침은 베르키아 때도 드러났다.
평소에는 싸고돌지만, 마법을 가르칠 때만큼은 엄격했다.
항상 한계를 시험한다.
루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정신 차려! 루니아 엘 룬드아!’
루니아는 지금 이 상황이 일종의 시험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오기로 버텼다.
‘레오의 곁에 서기로 마음먹었잖아! 루나님께서 후계자라고 불러줘서 기뻐했잖아! 그런 주제에 자신에게 향하지 않는 기세도 버티지 못하면 그게 무슨 개 쪽이야!’
눈을 부릅뜨고 심호흡했다.
루니아의 떨림이 잦아든다.
그 모습을 본 루나의 입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든든하네.’
“과연, 영령이군요.”
카네시는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외군요. 대영웅 중 당신이 가장 미련 같은 걸 남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카네시는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카네시를 보며 루나가 인상을 썼다.
5000년 전.
카네시를 토벌할 당시 가장 활약을 했던 건 다름 아닌 루나였다.
루나가 아니었다면 괴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카네시의 능력은 루나에게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루나는 눈앞의 군단장이 껄끄러웠다.
눈앞의 군단장은 ‘무’ 그 자체였다.
타르타로스의 마족들은 대영웅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증오한다.
어쩔 수 없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신을 토벌하고 세계의 멸망이라는 숙명을 가로막은 대영웅들에게 증오란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네시는 아니었다.
그녀는 타르타로스의 군단장 중 가장 이질적인 존재였다.
창조주인 에레보스의 명령에 따랐지만 그는 세계의 멸망에 관심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에레보스를 토벌하고 신을 죽인 대영웅들에게도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쪽이야말로 굉장히 의외거든. 네가 언데드로 되살아나다니 말이야.”
영령과 언데드는 극과 극의 존재지만 현세에 머물게 되는 이유는 미련이다.
“죽을 당시 작은 미련이 하나 생겼습니다.”
카네시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살아남는 영웅의 최후가 궁금해졌으니까요.”
“뭐?”
“살아남는 영웅은 위대한 신의 유일한 천적이었죠. 하지만 저는 살아남는 영웅이 당신들 중 가장 먼저 죽을 것이라 생각했죠.”
카네시가 웃었다.
그 웃음은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그의 마음은 잿더미였으니까요. 아무것도 없었죠. 나와 같았죠.”
눈에 황홀감이 어렸다.
“그가 어떤 최후를 맞이 할지. 어떤 얼굴로 죽어갈지 궁금했습니다. 아아! 그래요! 이건 당신들이 말하는 사모하는 감정과 비슷할지 모르겠군요!”
“미친년.”
레오가 조금의 망설임 없이 내뱉었다.
하지만 카네시는 개의치 않았다.
“넌 하필 들러붙어도 저런 미친년이 들러붙어?”
루나가 인상을 팍 쓰며 말하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그러게, 왜 날 좋아한다는 여자들은 정상이 아닐까.”
그 말에 루나가 눈을 부릅뜨고 레오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이 그러든 말든 카네시는 자신의 할 말만을 내뱉었다.
“그런데 사령왕의 힘으로 되살아 난후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카일, 당신이 최후의 1인으로서 신을 토벌했다는 이야기였죠.”
카네시의 얼굴에 호기심이 일어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죠?”
거울 여왕의 다양한 감정을 보며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아아!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당신을 좀 더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니까요.”
카네시의 몸이 떨렸다.
“개소리.”
루나가 싸늘하게 웃었다.
“마족 따위가 어떻게 우리를 이해 할 수 있다는 거야?”
“루나 루비넌스. 당신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카네시가 웃었다.
“무수히 많은 찬란한 빛을 내뿜는 자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자신이 걸어갈 길을 확신하는 당신은.”
루나가 혀를 찼다.
애초에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살아남는 영웅 카일, 더더욱 당신의 최후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우웅-
카네시의 모습이 변했다.
그걸 본 레오가 자세를 낮추었다.
“카일.”
루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 그때와 같은 일은 없을 테니까.”
레오의 말에 루나가 주먹을 꾹 쥐었다.
거대한 거울의 모습이 된 카네시가 레오를 비춘다.
그 순간.
레오의 모습이 사라졌다.
털썩-! 털썩-!
그와 함께 주변 일대의 사람들이 쓰러졌다.
“이게 무슨……!”
루니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울 여왕의 능력이야.”
루나가 이를 갈았다.
“녀석은 상대의 모습을 비춰. 그 사람이 가장 보고 싶거나…… 혹은 보기 싫은 환상을 끝없이 보여줘.”
‘이번은 모든 능력을 온전히 카일에게 집중한 것 같지만.’
당시 카네시의 환상은 루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졌던 루나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달콤한 환상도, 끔찍한 시련도.
루나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
“거울 여왕 카네시의 전투력 자체는 형편없는 수준이야. 하지만 능력 자체는 가장 강력하지.”
군단이 없는 군단장으로 유명했던 요르문간드처럼 그녀 역시 군단이 없는 군단장이었다.
다만 특유의 강력한 무력으로 군단이 필요하지 않았던 요르문간드와 달리, 거울에 담긴 모든 걸 환상으로 만들어 내는 그녀는 존재 자체가 군단과 다름없었다.
“레오가 카일님이라고 했죠? 5000년 전 레오는 어떤 환상을 봤었나요?”
“…….”
루나가 침묵하더니 이내 입술을 달싹였다.
“우리와 싸우는 환상을 봤데.”
카네시의 환상은 마음의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강력한 환상을 보여 준다.
그리고 당시의 카네시의 능력은 카일에게 있어 천적과도 같았다.
“그 악몽 같은 환상에서 카일은…… 우리를 모두 죽였다고 했어.”
루니아가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일종의 믿음이었다.
동료들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 리 없다는 믿음.
가공할 만한 정신력으로 친우들을 베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끝없는 환상속에서 정신력은 마모된다.
루나는 눈을 감고 자신이 카네시를 토벌했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모두가 환상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카일은 그대로 리시나스의 목을 틀어쥐고 검을 겨누었다.
표정 변화 없는 기계적인 몸놀림에 드웨노와 아르온이 카일의 검을 저지했다.
목이 붙잡힌 리시나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 괜찮아, 카일.’
리시나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저 친구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난 괜찮아.’
‘그때야 환상임을 깨닫고 카일은 검을 거두었지.’
루나는 레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괜찮을 거야.’
무수히 많은 시련을 함께 넘어섰다.
그렇기에 루나는 카네시의 능력이 레오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 믿었다.
‘그때의 카일과 지금의 카일은 달라.’
“이 사람들은…….”
“카네시 능력에 영향을 받은 거야. 군단장의 힘인 만큼 일반인들은 면역력이 없으니까. 지금은 일단 사람들을 챙기자.”
“네, 루나님.”
루나와 루니아가 움직이려 할 때였다.
쿠구구구구구궁-!
허공에 검은색 균열이 일어났다.
루니아가 얼굴을 굳혔다.
시커먼 공간을 뚫고 나온 건 눈에 광기가 깃든 핏빛 머리카락의 여인이었다.
루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넌 뭐니?”
“나?”
여인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내 이름은 피의 여왕 엘제니에. 타르타로스의 위대한 군단장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