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08)
508.
갑작스러운 군단장의 등장에 루니아가 얼굴을 굳혔다.
피의 여왕 엘제니에.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공포의 존재 중 하나였다.
‘이런 상황에 군단장이라니!’
루니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작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마물 여왕 실라투나의 대대적인 침공.
거기에 더해 머나먼 과거 대영웅들이 쓰러트렸던 군단장의 등장.
당시에 느꼈던 절망이 엄습해 온다.
그때 대영웅들이 없었다면 세이룬은 그대로 무너졌을 것이다.
루니아가 얼굴을 굳히고 있을 때.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군단장? 네가?”
루나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강력한 마족인 건 알겠는데, 고작 이 정도로 군단장이라고?”
“뭐?”
순간 엘제니에의 얼굴이 굳었다.
루니아도 멍한 얼굴로 루나를 돌아보았다.
“루니아, 저게 정말 군단장이 맞아?”
불신 어린 목소리로 묻는 루나를 보며 루니아가 얼떨결에 대답했다.
“네, 피의 여왕 엘제니에. 분명한 군단장이에요.”
“흐음.”
팔짱을 낀 루나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중얼거렸다.
“요즘 군단장들은 수준이 낮은가……?”
“이익! 이 엘프 계집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엘제니에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흑마력이 휘몰아친다.
번쩍-! 화르르륵-!
검붉은 화염이 루나를 덮쳤다.
“루나님!”
루니아가 깜짝 놀라 루나를 불렀다.
화아악-!
그 순간 검붉은 화염이 루나의 손바닥 위로 뭉쳤다.
그걸 본 엘제니에의 얼굴이 굳었다.
루나는 손바닥 위의 화염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이내 빙긋 웃으며 엘제니에에게 던졌다.
“필요 없으니까 돌려줄게.”
화악-!
화염이 그녀의 주변으로 다시 흡수되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경계 어린 눈으로 묻는 엘제니에를 보며 루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성운의 시조, 루나.”
“정신이 미쳐 버린 엘프냐?”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네.”
루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물 여왕, 그 망할 흉물이 그딴 식으로 가르쳤니?”
고오오오-!
루나의 손에서 마력이 넘실거렸다.
번쩍-!
엘제니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콰가가강-!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쏟아져 내렸다.
‘이만한 위력의 마법을 한순간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순간 엘제니에의 머릿속에 한 인간이 스치고 지나갔다.
‘레오 플로브…… 살아남는 영웅 카일의 환생체……!’
공포스러운 힘을 가졌던 인간과 눈앞의 엘프가 겹쳐 보였다.
“아아…… 그래…… 그런 거였군.”
엘제니에가 눈을 까뒤집었다.
“그래…… 네년…… 성운의 시조 루나가 맞구나……!”
엘제니에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걸 본 순간 루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건…….”
“대체 무슨 상황이죠?”
루니아가 황급히 루나 곁으로 달려왔다.
“일종의 신내림이라고 할까.”
“신내림이요?”
“응. 놈들의 신인 에레보스에게 가호를 받는 거야. 마족에게는 강화 효과가 있지.”
“하, 하지만 태초의 악은 분명 봉인된 상태라고…….”
“일종의 사념인 셈이지.”
루나는 레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에레보스는 카일에게 강력한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나한테도 마찬가지겠지.’
“나는 분명 에레보스에게 죽었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한 건 절대 아니거든.”
루나가 죽어가면서 에레보스에게 입힌 상처.
그 상처가 레오가 에레보스에게 승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에 대한 원한이 크겠지.’
에레보스가 가진 그 원한이 눈앞의 군단장을 통해 피어오른 것이다.
“잘됐네. 나도 5,000년 전의 분풀이를 해볼까?”
루나의 몸에서 싸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루니아가 숨을 들이쉬었다.
‘레오나 아르온님과는 확실히 달라.’
레오가 내뿜는 기세가 상대를 찢어발길 것 같은 거센 기세였다.
아르온은 당장에라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었다.
그와 반대로 루나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할 것만 같은 기세였다.
그런 루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루니아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꾹-
“응? 왜 그러니? 루니아.”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는 루니아를 보며 루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아르온님께서는…… 막대한 힘을 사용하고 사라지셨었어요.”
루니아의 말에 루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지난번 마물 여왕을 쓰러트렸을 때도 루나님은 종언을 사용하시고 사라지셨죠…… 그때와 똑같은 상황인 거죠?”
루니아가 2학년에 세이룬의 학생회장이 된 건 단순히 강한 힘을 지녀서가 아니다.
성격이 거칠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리더쉽이 있고 현명한 우등생이다.
통찰력이 뛰어난 루니아가 루나의 상황을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루나님이 힘을 사용하신다면…… 사라지실 거야.’
애초에 대영웅씩이나 되는 존재가 현세에 머무는 기적에 아무런 대가가 없을 리가 없다.
지금의 루나는 지난번과 달리 히어로 레코드의 힘이 아닌 레오와 영령 계약을 통해 현세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그 영령 계약의 근간은 바로 코메테스에 깃든 루나의 마력.
그 마력이 고갈된다면 루나는 영령 상태로 이 세계에 머물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설령 루나가 지금 세계에 미련을 갖든, 갖지 않든.
“응, 맞아.”
“저는…… 루나님이 더 현세에 머무르셨으면 좋겠어요.”
루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님께 더 많은 걸 배우고 싶고 루나님과 더 함께 있고 싶어요.”
루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루나님께서 이룬 이 평화를 좀 더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
루나의 눈이 흔들렸다.
어린 엘프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건 루나가 너무도 원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저 녀석을 막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루나가 심상치 않은 기세를 내뿜는 엘제니에를 보며 말했다.
“그거라면 걱정마세요.”
루니아가 힘있게 말했다.
“지금 시대에도 영웅은 존재하니까요.”
후웅-! 콰아아아악-!
“흐랴아압!”
드워프 전사가 휘두른 대검이 검붉은 화염을 갈랐다.
“아쿠아 윌.”
솨아아아-!
인간 마법사가 일으킨 마법이 주변 주변을 잿더미로 만들려는 화염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했다.
“바람의 정령이여,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수인 정령사가 무수히 많은 정령을 소환해 정신을 잃은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루나는 한눈에 알아봤다.
그들 모두가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라는 사실을.
루니아가 손을 뻗었다.
“레네아.”
맹렬한 화염과 함께 아름다운 피닉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악-!
루니아의 머리카락이 백색 화염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입을 살짝 벌렸다.
‘이 아이를 처음으로 봤던 게…… 지금 시간으로부터 1년 전쯤이지?’
그 당시 힘을 합쳐 에레보스의 파편을 쓰러트렸다.
제르디악과 싸울 때 고군분투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그때와 비교해서 강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성장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
“걱정 마세요.”
루니아가 힘 있게 말했다.
“우리를 믿어 주세요. 부족하지만…… 루나님과 대영웅님들의 뒤를 잇는 자들이 있으니까요.”
루니아가 엘제니에게 다가갔다.
“루나님은 그곳에서 지켜봐 주세요.”
현재 황혼의 축제를 맞이해 무수히 많은 이들이 루메리아 시티에 와 있다.
그중에는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도 많았다.
루나의 눈이 흔들린다.
“믿고…… 맡겨도 될까?”
“물론이죠! 루나님은 안전한 곳에서 지켜봐 주세요!”
환하게 미소 지은 루니아가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세이룬의 루니아 엘 룬드아예요! 저 마족은 피의 군단장! 엘제니에입니다!”
“겁도 없이 황혼의 축제 기간에 루메리아 시티에 쳐들어오다니!”
인간 기사 영웅이 분개했다.
엘제니에를 막기 위해 영웅들이 계속 모여든다.
그때였다.
“동족이여, 물러서시오. 이곳은 위험하오!”
엘프 마검사들이 루나를 후방으로 안내했다.
“그대가 있을 자리가 아니오!”
루나를 일반인이라고 생각했는지 급하게 다른 사람들과 대피시켰다.
“아…….”
영웅들뿐만 아니다.
무수히 많은 이들이 사람들을 지키려 한다.
루나는 전장에서 물러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맡겨도 괜찮은 거지?’
루나의 눈이 흔들렸다.
‘좀 더…… 좀 더 지금 시대에 머물러도 되는 거지?’
루나가 입술을 짓씹었다.
‘좀 더 이 행복을 누려도 괜찮은 거지?’
***
고오오오오-!
거대한 루메리아 호수 한가운데 위치한 루메른.
그 상공에 거대하고 음울한 먹구름이 끼고 있었다.
콰르릉-!
불길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황혼의 축제를 위해 루메리아 시티로 향하려던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칼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에이란이 살짝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작년 세루전 때 같아요.”
목을 움츠리며 말한 그 말에 주변 이들의 얼굴이 굳었다.
“단절의 저주군요.”
“헉! 멜 선생님?!”
칼이 깜짝 놀랐다.
여름 방학 당시 에레보스의 조각 중 하나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칼은 첼시와 함께 멜이 멜리나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멜은 칼에게 빙긋 미소 지어준 다음 말했다.
“이 기운은…… 아무래도 사령왕 같아요.”
“사, 사령왕!”
타르타로스의 실질적인 지배자의 이름이 거론되자 칼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사령왕의 권능이 강력해졌다는 말은 레오님께 들었지만…….’
번쩍-! 쿵-!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바닥에 착지한 것은 세 명의 사람이었다.
“뭐, 뭐야?”
“저 사람들은 누구야!”
주변에 모여든 학생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운에 모두가 안색이 돌변했다.
“언데드?”
모든 학생들이 적의를 내뿜는 가운데 세 사람은 태연하게 누군가의 앞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이오, 드래곤 로드.”
가운데선 남자의 말에 모두가 경악하며 멜을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
“멜 선생님이 뭐?”
자신의 정체를 까발린 상대를 보며 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이군요. 메테라르 경.”
“메테라르? 잠깐만! 메테라르라면 루메른의 교장직을 역임하셨던 분이잖아?!”
“확실히 초상화에서 봤던 얼굴이야……!”
몇 세대 전의 영웅의 등장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사기에 서서히 얼굴이 굳어갔다.
메테라르뿐만 아니었다.
그의 곁에 선 다른 이들 역시 몇 세대 전에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유명 영웅이었다.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멜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그렇게 억울하셨나요?”
무표정한 얼굴로 멜이 입을 열었다.
“개벽의 세계에 도전하지 못한 것이.”
멜의 말에 언데드로 되살아난 세 영웅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대에게 묻고 싶었소. 왜 우리를 선택하지 않은 것인지!”
메테라르의 말에 멜이 웃음을 터트렸다.
“선택하지 않은 게 아니에요. 여러분을 보호했을 뿐이에요. 위업을 이룬 영웅들을 사지로 내몰 순 없었으니까요”
“한계를 넘어서라. 그것이 루메른의 가르침이오. 우린 그걸 따르려 했을 뿐.”
“그때는 무모한 용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 보니 알겠어요. 명예에 눈이 먼 만용이었을 뿐이란 걸.”
한때 멜은 눈앞의 영웅들을 함께 개벽의 세계에 도전할 후보로 선택했다.
하지만 눈앞의 영웅들은 개벽의 세계에 도전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개벽의 세계에 도전하는 걸 희망했고 멜은 끝내 거부했다.
그리고…… 그것이 원한이 되어 사령왕과 계약했다.
멜의 눈에 혐오감이 깃들었다.
“루메른님의 가르침을 논하는 것 치고 사령왕의 노예가 되는 걸 선택하다니…… 말의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그대 때문이오.”
메테라르의 얼굴에 증오가 서렸다.
“정당한 선택을 하지 않은! 그대 때문이란 말이오!”
분노를 터트리며 달려는 그를 보며 멜이 손바닥을 휘둘렀다.
거대한 마력이 메테라르를 튕겨냈다.
콰가가강-!
주변 건물에 처박힌 메테라르.
그걸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언데드들이 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루메른의 학생들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멜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한번 해보자는 거군요. 사령왕.”
***
레오가 눈을 떴다.
‘거울 여왕의 환상 속.’
루메리아 시티의 거리였다.
하지만 레오는 이곳이 환상이란 걸 알았다.
레오가 손을 쥐락펴락할 때였다.
“카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리시나스?”
익숙한 얼굴에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일전의 거울 여왕의 환상에서는 리시나스와 맞섰다.
레오가 긴장할 때였다.
“어때? 세상을 두 번이나 구한 소감은?”
“뭐?”
환하게 웃으며 묻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