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11)
511.
타르타로스의 갑작스러운 습격.
힘을 가진 자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뛰어넘어야 할 시련일지 몰랐다.
그러나 힘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미증유의 재앙과 다름없었다.
저항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그들의 무능도 잘못이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그저 날벼락과도 같은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능력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사람들은 타르타로스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나름 오러와 마법, 소환수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이 자신들도 전장에 나서겠다고 자원했으나 대피를 시키는 이들에게 거부당했다.
“안 됩니다, 당신들의 능력으로 전장에 서 봤자 허무하게 죽을 뿐입니다!”
“하, 하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소!”
“이래 보여도 오랫동안 검을 잡았습니다!”
“아니요, 저보다 약한 당신들이 가봤자 짐이 될 뿐입니다.”
단호하게 말한 엘프 여기사가 이를 악물었다.
“저조차도 지금 현장으로 가봤자 걸림돌이 될 뿐이니까요.”
분한 표정을 짓는 그녀는 지금 멀리 떨어지지 않은 전장에 설 실력이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녀는 후방에 빠져 사람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그녀와 같은 임무를 맡은 수인 전사가 말했다.
“후방도 언제 위험에 처할지 모르오. 그러니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합시다.”
“으음…….”
“아, 알겠습니다.”
주먹을 쥐고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긴장된 얼굴로 전투를 준비했다.
사람들이 불안감에 떤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다.
부상자가 있긴 했지만 마법사와 소환사들이 많은 덕분에 위급한 상황은 모면했다.
황혼의 축제 기간에 무수히 많은 영웅과 뛰어난 이능력자들이 루메리아 시티를 방문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요란한 폭발음과 섬뜩한 괴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언제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었다.
쿠구구궁!
강력한 마법의 여파로 지축이 흔들린다.
그에 따라 사람들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 가운데 한 엘프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굉음이 들릴 때마다 가냘픈 어깨가 흠칫흠칫 떨렸다.
귀를 축 늘어트린 채 혼자서 한쪽에 앉아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루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루니아는 믿을만하게 성장했어.’
자신의 후계자라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다른 영웅들도 믿을 만해.’
지금의 시대를 책임지고 있다는 루니아의 말처럼 영웅들은 고결하고 믿음직스러운 자들이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괜찮아.’
루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세계에 더 남고 싶었다.
결코 눈에 담을 수 없었던 찬란한 미래.
가능성이 넘치는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했다.
마법에 처음 입문했을 때.
루나는 마법에 매료되었다.
마법의 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루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세계의 위험이 루나가 마법의 세계에 오롯이 집중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가 다시 평화를 되찾았을 때.
루나의 시간은 끝나 있었다.
‘이제는 내가 아니어도 되잖아.’
루나가 입술을 짓씹었다.
‘나는 충분히 할 만큼 했잖아.’
언제까지라도 이 세계에 있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잔뜩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루나를 애타게 하는 건…….
‘이제는 평화 속에서 카일이랑 함께 있을 수 있잖아.’
끝없이 생각했다.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가 아닌 밝고 희망찬 세계에서 자신이 카일과 만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첫인상은 최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카일이라는 인간에게 매료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도 낳지 않았을까?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행복이다.
‘내 시간은 멈췄고 카일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
이기심이다.
‘하지만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
루나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언제나 밝게 빛나는 눈동자는 흐리멍덩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스윽-
그때 무언가 루나의 눈앞에 무엇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루나가 멍하니 탄성을 내질렀다.
흐릿하던 초점이 또렷해졌다.
그것은 작은 손에 쥐어진 꽃 한 송이었다.
루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어린 엘프 여자아이가 루나에게 꽃을 내밀고 있었다.
“예쁜 언니, 무서워요?”
여자아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
“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이 꽃 줄게요.”
“고마워.”
루나가 꽃을 받아들고 희미하게 웃었다.
“꼬마 아가씨는 혼자니? 부모님은?”
“엄마는 지금 나쁜 괴물들과 싸우고 있어요!”
여자아이는 꽃을 쥐지 않은 다른 손에 감겨 있던 인형을 꼭 쥐며 말했다.
루나는 인형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내 인형.’
봉제 인형을 소중하게 꼭 안은 엘프 아이가 말했다.
“우리 엄마는 무척 강하세요! 세이룬의 졸업생으로 루나님처럼 별의 마법도 얍얍! 쓰세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자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밝은 모습에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릴 때의 베르키아 같네.’
위급한 상황임에도 당차다.
상황을 모르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이지만…… 그래도 밝다.
‘어둠을 모르는 아이라서 그렇겠지.’
루나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용감한 꼬마 아가씨구나.”
그때였다.
“아! 예쁜 술주정뱅이 누나다!”
축제 첫날에 만났던 드웨노를 가장 존경한다는 남자아이가 달려왔다.
“누나, 저 루나님 가면도 샀어요.”
남자아이는 활짝 웃으며 목에 걸고 있던 루나 가면을 보여주었다.
“와……!”
엘프 여자아이가 그걸 보고 입을 벌리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 모습에 남자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가면을 벗어서 건넸다.
“줄까?”
“응!”
“대신 나랑 친구하자.”
“그래!”
‘……요즘 애들은 작업 기술 좋네.’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며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루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 불안하면 우리랑 같이 있어요.”
“뭐?”
소년은 당황하는 루나의 손을 잡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인간, 엘프, 수인, 드워프.
다양한 종족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만약의 사태 때 아이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한곳에 모아 놓은 듯했다.
긴장하고 불안한 기색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영웅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 굳게 믿는 듯했다.
“어, 나 저 누나 알아. 어제 대영웅님들의 이야기를 해주던 누나야. 카일님이 루나님을 사랑한다고 했어.”
“사랑한다는 게 뭐야?”
“좋아하는 거래.”
“누나 대영웅님들 이야기 더 해주세요!”
“누나! 저는요! 아르온님 이야기를……!”
아이들은 루나를 바라보며 쉴틈 없이 떠들어 댔다.
쉴틈 없는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눈이 핑글핑글 돌 것 같았다.
잠시 후 아이들은 또 다른 화제로 옮겨갔다.
그 모습에 루나가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날까?’
“아르온님께서 나타나 우리를 구해주실지도 몰라.”
수인 아이가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
“드웨노님도 나타나시지 않을까?”
“난 카일님을 보고 싶어.”
“지혜의 왕을 뵙고 싶어요!”
아이들답게 꿈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와…… 대화를 따라갈 수 없어.’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들의 화제에 루나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난 루나님이 나타나 주실 것 같아.”
루나에게 꽃을 줬던 엘프 여자아이가 상기 된 얼굴로 말했다.
“예쁜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
루나가 주먹을 꾹 쥐었다.
콰가가가가가강-!
그때 주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르르르륵-!
그와 함께 검붉은 화염이 치솟았다.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이동하십시오! 아이들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다급한 외침과 함께 사람들이 아이들을 대피시켰다.
비명소리가 오간다.
혼란에 아이들도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궁-!
하늘 높이 치솟은 검붉은 화염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걸 본 루나가 얼굴을 굳혔다.
‘에레보스의 불꽃!’
콰아아아아악-!
검은 불꽃이 사람들을 덮쳤다.
그걸 보고 루나가 마력을 일으키려는 순간.
화아아아아아아아!
순백의 화염이 검은 불꽃을 가로막았다.
“크윽!”
화염의 벽을 친 루니아가 신음성을 내뱉었다.
“루니아!”
루나가 황급히 루니아를 불렀다.
대답할 겨를이 없는지 이를 악문 루니아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순백의 화염을 더욱 거세에 불태웠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이 힘이야! 신의 불꽃! 아아아! 신의 계시!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황홀감에 찬 엘제니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본 루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저건 단순히 에레보스의 축복이 아니야.’
루나는 엘제니에의 상황을 한눈에 꿰뚫어 봤다.
‘저 군단장을 매개체로 에레보스가 불꽃을 불태우는 거야.’
엘제니에는 장작이었다.
문제는 엄청나게 거대한 장작이라는 점이었다.
에레보스의 사념이라는 불쏘시개는 엘제니에라는 거대한 장작을 연료 삼아 점점 더 거세게 불타올랐다.
“허약해! 허약해! 그따위 불꽃으로 내 불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꺄하하하하하하하!”
엘제니에의 광소와 함께 검은 불꽃은 점점 더 거세져만 갔다.
“지랄 말고 꺼져어어어어!!”
루니아가 일갈하며 화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쿠과가가가가강-!
백색의 화염이 검은 불꽃을 밀어내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허억-! 허억-!”
루니아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어느새 뒤로 후퇴한 영웅들이 다시 진영을 짜고 있었다.
루나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루나님!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고 어서 물러서세요!”
루니아가 소리쳤다.
그 말에도 루나는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고오오오오오-!
여기저기서 무수히 많은 소환진이 나타났다.
그걸 본 영웅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힘은…….”
“설마 사령왕?!”
철걱- 철걱-
소환진에서 망자의 군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루니아의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루나님! 어서 대피하셔야 해요!”
“예, 예쁜 언니. 어서 가요.”
그때 누군가 루나의 손을 붙잡고 끌었다.
루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을 잡은 엘프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루나가 걱정됐는지 위험을 무릎 쓰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루!”
그때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던 한 엘프 여성이 다급히 소리쳤다.
마법사 영웅인 그녀는 자신의 딸을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 앞에!”
여자 아이가 눈을 부릅떴다.
화르르륵-!
찰나의 순간 침투해온 검은 불꽃이 엘프 마법사를 집어삼키려 했다.
그걸 본 루니아가 눈을 부릅떴다.
강하고 약하고의 여부를 떠나 현재 이 검은 불꽃을 막아 낼 수 있는 건 루니아 혼자뿐이었다.
“이익!”
루니아가 황급히 마법을 전개하려는 순간.
번쩍-! 콰가가가강-!
루니아의 뒤에서 날아온 빛의 섬광이 검은 불꽃을 밀어냈다.
압도적인 위력으로 검은 불꽃을 날려 보냈다.
“루나님?”
루니아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루나가 손을 들고 있었다.
루니아와 눈이 마주친 루나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아는 루니아의 얼굴이 무너질 듯 일그러졌다.
“루라고 했니?”
“네?”
루나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루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미안, 이 꽃…… 망가져 버렸네.”
루나는 루가 주었던 꽃을 보여주고는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화사한 꽃이 루나의 손에서 피어났다.
루나는 그 꽃을 루의 품에 안겨 주었다.
그리고 늦은 대답을 했다.
“언니도 그렇게 생각해. 이 루나님이 나쁜 괴물을 다 뭉개 버릴 거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마렴.”
손을 뻗어 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 루나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분명 외면하면 더 오래 있을 수 있겠지.’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사랑하는 이와 더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나 다운 걸까?’
5000년 전.
자신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이유.
그것은 단순히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몸담고 사랑했던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였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것에 후회가 있었던가?
‘그딴 게 있을 리가.’
이루고 싶은 것을 다 하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에 원망은 있었는가?
‘없어. 내가 선택했던 길인 걸.’
마법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높은 경지를 이루고.
후대에 그토록 원했던 명성을 얻은 이유.
‘그건 분명 내가 끝까지 나다웠기 때문일 거야. 그렇다면…….’
여기서 외면할 순 없다.
‘외면하는 순간 분명 나는 내가 아니게 될 거야. 그치? 카일.’
루나가 그 누구보다 믿음직했던 친구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너희는 모두 결국에는 나처럼 에레보스와 다시 맞서 싸우는 걸 선택 했을 거야.’
레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에 루나가 웃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카일.’
터벅- 터벅-
덥석-!
루니아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루나를 자신도 모르게 붙잡았다.
그리고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루나님…….”
그런 루니아를 잠시 바라보던 루나가 손을 뻗었다.
화악-!
루나의 손에 코메테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혜성의 마법사가 시작의 영웅에게 맡겼던 지팡이는 다시 성운의 시조에게로.
그리고 그다음으로 다시 후대로 전해졌다.
“울지 말고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루니아 엘 룬드아.”
루나가 빙긋 웃었다.
“넌 성운의 시조의 후계자니까.”
루니아가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았다.
“지켜봐, 네가 존경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뒤를 맡긴 루나가 앞으로 걸어갔다.
고오오오오오오-!
검은 화염이 타오른다.
그걸 본 루나가 손을 뻗더니 허공을 붙잡듯 움켜쥐고는 그대로 잡아끌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공간이 일그러지며 누군가 끌려 나오듯 바닥에 처박혔다.
“이 힘은…… 설마.”
안전한 곳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사령왕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맞아. 개뼈다귀.”
루나가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루나님이 강림하셨어. 그러니까 넌 뒤졌어. 새끼야.”
번쩍-! 콰가가가가강-!
말이 끝남과 동시에 종언의 빛이 사령왕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