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12)
512.
번쩍-
하늘에 수 놓인 아름답고 찬란한 마법진.
하지만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발현되는 마법은 가히 전율스러웠다.
새벽 별빛의 환한 빛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그리고 그 마법이 무엇인지 알아본 마법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종언?”
“이 마법을 낌새도 없이 순식간에……!”
“대체 누구지!”
별의 마법 종언.
지금 시대의 마법에서, 아니.
재앙의 시대였던 5000년 전부터 ‘최강’ 의 마법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마법.
별의 마법의 궁극이자 루나의 상징과도 같은 마법으로 명성이 높다.
그리고 위력에 비례한 극악에 가까운 사용 난이도로 이름 높았다.
세이룬이 별의 마법을 재정립하여 후대에 전한 후.
종언의 사용자는 대대로 최고의 마법사로 이름을 날렸다.
종언의 영창이 시작되면 언제나 대기를 들끓게 할 것 같은 마력의 진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었다.
마치 발동 수식의 마법을 쓴 것처럼 고속으로 발동된 마법에 마법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루니아는 눈을 크게 떴다.
‘단지 빠르게 고속 영창을 했을 뿐이야.’
순식간에 술식을 구성하고 주문을 완성시켰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연습하는 고속 영창.
흔하디흔한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렇게 완성 시킨 마법이 ‘종언’이라는 점이 경이로웠다.
루니아가 이를 악물고 루나의 모습을 지켜봤다.
고오오오오오-!
그러는 사이 종언에 휩쓸린 곳에서 검붉은색 사기가 쏟아져 나왔다.
모든 이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엘제니에와 격이 다른 공포와 압박감이 느껴졌다.
“저것이…… 사령왕.”
좌중을 압도하는 죽음의 기운에 한 영웅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타르타로스의 진정한 지배자.
불사의 군단의 주인.
말 그대로 현존하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갔다.
저벅-
사령왕이 한 걸음 내딛자 영웅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의 한걸음에 주변이 부식된다.
힘으로 위협을 한 것도 아니고 주변을 잠식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사령왕의 존재 자체가 주변의 공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저벅-
다시 한번 사령왕이 발걸음을 옮기자 진영을 짜던 영웅들이 물러섰다.
오직 하나의 엘프만이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누구야? 저 엘프는.”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거지?”
모든 이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언니, 저 예쁜 언니 보고 루나님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루나님이세요?”
루니아에게 보호받고 있던 루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숨 막힐 듯한 상황 속에서 느닷없이 울려 퍼진 어린아이의 천진한 물음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루나님이라고?”
“설마……?”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루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최근 이어지는 기적과도 같은 일.
그런 상황이라면 혹시 성운의 시조가 저번에 이어 또다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재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섣부르게 아이의 말을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루나의 뒷모습을 주목할 때였다.
“5000년 만에 만나니 실로 감회가 새롭군.”
침묵을 깬 것은 다름 아닌 사령왕이었다.
“루나 루비넌스.”
“헉!”
“사령왕이 방금 뭐라고……!”
영웅들 사이에서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 진정 루나님이셨습니까!”
“위대한 성운의 시조시여!”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다시금 오셨군요!”
“두 번이나 재림하시다니……!”
“대영웅 중 가장 위대한 분이시여!”
엘프들이 무릎을 꿇고 경외 어린 눈으로 루나의 뒷모습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그중에는 순혈주의에 빠진 엘프들도 있었다.
“진정으로 이 세계에 다시 부활하신 거군요!”
그 순간 감격에 찬 한 엘프의 중얼거림에 애써 그들을 무시하던 루나의 귀가 쫑긋거렸다.
몇 번이나 귀를 파닥거리던 루나가 고개를 숙였다.
“후우.”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켠 루나가 사령왕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화악-!
그 순간 불어닥친 강력한 돌풍은 그대로 사령왕과 그의 곁에서 불타오르던 엘제니에를 덮쳤다.
콰가가가가가가강-!
두 군단장은 루나의 마법에 휩쓸려 그대로 루메리아 시티의 성벽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쿠구구구궁-!
서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성벽까지 건물들까지 모조리 쓸려나갔다.
모두가 대피한 상황이었기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오오오오!”
모든 이가 탄성을 내질렀다.
말 그대로 경이적인 마법이었다.
“군단장들이 저항도 하지 못하다니!”
“역시 루나님!”
“성운의 시조시여!”
몇몇 엘프들은 마치 신을 만난 신도 마냥 루나를 찬양하기 바빴다.
스윽-
그런 엘프들을 향해 루나가 몸을 돌렸다.
드웨노조차 찬양했던 루나의 외모에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인식저해 마법이 풀리자 그 압도적인 존재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상화에는 담기지 못했던 실물의 아름다움에 루나를 본 이들이 상황을 잊고 탄성을 내질렀다.
루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아!”
“성운의 시조시여!”
엘프들은 더더욱 루나를 찬양하기 바빴다.
타박-
루나가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루나가 다가오자 엘프들의 찬양이 소리를 높여갔다.
타박- 타박- 타박타박타박타타타타타탁-!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루나의 걸음이 점점 빨라지더니 이내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화악-!
날아오른 루나는 가장 앞에서 ‘부활’ 운운을 하던 엘프의 면상에 드롭킥을 꽂아 넣었다.
“크헉!”
“아앙! 부활? 부화아아알?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겠는데 지금 나 놀리냐! 이 개 같은 귀때기 새끼야!”
엘프의 멸칭 중의 멸칭을 입밖으로 내뱉으며 무시무시한 폭언과 폭행을 구사하는 성운의 시조의 모습에 모든 이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지난 수 천년 동안 자애로운 성격의 소유자라고 알려졌던 성운의 시조가,
지금 거친 말과 발길질로 자신을 찬양하던 엘프 하나를 살벌하게 짓밟고 있었다.
“그리고! 너! 너 일루 와봐.”
“어어어? 꺄아아아악?!”
루나는 옆에서 굳어 있던 엘프 여성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잡아 당겼다.
“너희를 구원하러 온 거 아니거든? 그냥 온 거거든! 너희 앞가림은 너희가 알아서 해! 별의 마법 물려줬잖아! 세이룬이라는 귀여운 내 후배가 친절하게 풀이까지 해주고 루메른의 렌이라는 애가 모두가 익힐 수 있는 마법으로 만들어 주기까지 했잖아! 니들 시대는 니들이 책임져야지! 뭘 내가 도와주러 왔다고 좋아하고 앉았어! 으워어어어어어어!”
눈이 돌아간 루나가 괴성을 내지르며 순혈주의 엘프들을 걷어차며 욕했다.
루나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본성에 모든 이들이 경악할 때였다.
“루, 루나님! 진정하세요! 진정하시어요!”
“으아아아아아아앙!”
루니아가 기겁하며 루나를 붙잡아 진정시켰고 루는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다.
쿠구구구구구! 화르르르르륵-!
그때 루메리아의 한쪽 성벽에서 검은 화염의 기둥이 치솟았다.
난동을 부리던 루나가 삐딱한 눈으로 그쪽을 보더니 이내 코웃음을 치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자, 그럼. 저 망할 뼈다귀랑 불쏘시개를 조져볼까?”
순혈 엘프들을 초토화시킨 루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때 다른 영웅들이 황급히 나섰다.
“루나님! 저희도 돕겠습니다!”
“전방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그런 그들을 보며 루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것들은 내게 맡겨. 너희는 저 두 놈의 군단을 맡아 줘.”
“하, 하지만…….”
“마법사이신 루나님이 혼자서 군단장 둘과 싸우는 건…….”
“걱정마.”
뚜두둑-
루나가 손가락 관절을 풀고는 씩- 웃었다.
고오오오오-!
“애초에 마법의 위력을 컨트롤 할 상황이 아니라서 말이야.”
루나가 빙긋 웃었다.
“괜히 휘말리면 큰일 나니까.”
루나의 주변의 마력에 영웅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루.”
“네.”
울음을 그친 루가 훌쩍이며 대답했다.
어느새 루는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루에게 다가간 루나가 손가락으로 루의 코를 눌러주며 말했다.
“넌 저런 멍청한 엘프들이 되면 안 된다?”
“멍청한 엘프요?”
“응. 엘프라서 위대한 게 아니야.”
루나가 환하게 웃었다.
“위대한 일을 했으니까 위대한 거야, 너희 엄마처럼.”
“아아…… 루나님.”
루의 어머니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쪽 눈을 찡긋 해준 루나가 걸어갔다.
미련을 훌훌 털어버린 루나는 거칠 것이 없었다.
“루니아, 지금부터 내가 싸우는 방법을 알려 줄게.”
“네!”
루니아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이 루나님의 전투 강의 첫 번째.”
루나가 팔짱을 꼈다.
“필살기 마법을 만들어라.”
“피, 필살기요?”
“응. 내 경우에는 그게 종언이야.”
루나가 종언을 만든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그냥 엄청나게 강력한 필살기급 위력의 마법이 필요해서였다.
“두 번째.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주변의 피해 따위는 신경 쓰지 마라. 마법 한 방 한 방에 살기를 담아 사용해라.”
루니아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빙긋 웃은 루나가 손을 휘저었다.
번쩍- 파치지지지지징!
마력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다섯 개의 마법이 수놓아졌다.
순식간에 완성 된 마법.
그걸 본 모든 이들이 눈을 부릅떴다.
“저 술식은…… 종언?”
“순식간에 종언의 술식을 다섯 개나……!”
한 방 한 방도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어마어마한 마법이 다섯 개나 펼쳐지자 모두가 경악했다.
루나의 몸이 허공에 둥실 떴다.
“그럼, 시작해 볼까?”
입꼬리를 말아 올린 루나가 마법을 해방했다.
사령왕과 엘제니에가 날아간 방향에서 종언의 마법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가가가가가강-!
인명 피해 걱정이 없어진 루나는 거칠 것이 없었다.
대영웅과 군단장의 격돌.
그것은 루메리아 시티가 전체가 파괴될지도 모를 엄청난 싸움이었다.
물론 파괴를 일으키는 주범은 다름 아닌 루나였다.
‘뭐 어때. 나 때문에 평화로워진 세상인데 도시 좀 파괴하는 걸로 뭐라 하진 않겠지.’
루나는 양침의 가책을 외면했다.
참고로 카일과 리시나스가 살아남는 영웅과 어리석은 자, 아르온이 겁쟁이라는 멸칭으로 불렸듯.
루나에게도 비슷한 별명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
“쓸데 없이 요란하군. 과연 파괴왕 다워.”
성벽 앞에서 사령왕은 태연하게 몸을 일으켰다.
성벽까지 날려 보낸 루나의 마법은 언뜻 보며 대단한 위력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사령왕과 피의 여왕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요란하기만 할 뿐, 실속은 없다.
‘루나 루비넌스 역시 그 사실을 알겠지. 그런데 왜 번거롭게 이런 마법을 쓴 거지?’
시간 벌기도 아니다.
그녀의 성격상 마주치자마자 엄청난 마법들이 쏟아져야 정상이다.
잠시 생각하던 사령왕은 루나를 이해하는 걸 깔끔하게 포기했다.
숙적으로서 오랜 세월을 겪었다.
리시나스, 카일, 아르온, 드웨노.
이들의 생각은 언뜻 알 수 있었지만 절대로 예측할 수 없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루나였다.
경험으로 그 사실을 알았기에 사령왕은 심력 낭비를 하지 않았다.
설마하니 두들겨 패고 싶은 후대를 응징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해 사령왕을 치운 거라고는 천하의 사령왕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종언이 쏟아졌다.
그것을 바라보며 사령왕이 ‘흠-’ 하고 숨을 내뱉었다.
“사령왕이시여! 저 가증스러운 마법에 직격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겠지.”
“어서 피하…….”
덥석-!
“커헉?”
사령왕은 손을 뻗어 엘제니에의 목을 틀어 쥐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강제로 잡아 끌어 자신의 앞으로 끌고왔다.
콰가가가가가강-!
“키에에에에엑!”
엘제니에를 방패로 삼은 사령왕은 평온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루나 루비넌스의 등장이라. 예상 밖이로군.’
계획이 어긋났다.
‘영령 상태로 머무는 건가? 지난 번과 아르온과는 명백하게 다른 느낌이야.’
사령왕은 한 눈에 루나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한계는 명확하겠지.’
고오오오오-!
사령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쩌저저적-!
“사, 사령왕이시여?”
“그동안 수고했다, 피의 여왕.”
콰직-!
그의 손에서 뻗어나온 해골이 엘제니에를 집어 삼켜 짓씹었다.
피가 쏟아졌다.
화르르륵-!
그의 손에 검붉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검은 불꽃으로 변했다.
“대영웅이 무참하게 쓰러지는 모습도 나쁘지 않겠군.”
사령왕은 알고 있다.
대영웅들은 곧 평화의 상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상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5000년이다.
5000년 동안 존재하지도 않는 이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에 따라 무수히 많은 영웅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 그 상징 중 하나를 죽일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