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13)
513
종언을 난사한 루나가 사령왕이 있던 곳을 주시했다.
‘이 정도로 쓰러지지는 않겠지.’
현재의 루나는 대영웅들이 최후의 원정을 나갔던 시절의 루나다.
그 당시 기준으로 대영웅 한 명, 한 명의 무력은 에레보스의 심복이었던 군단장들을 압도했다.
타르타로스의 총사령관인 사령왕 헬 카이저라고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온전한 상태였을 때의 이야기야.’
현재의 루나는 영령 상태.
그리고 그녀를 유지하고 있는 건 코메테스에 깃들어있던 자신의 마력과 거기에 더해진 세이룬의 마력.
그런 상황이었기에 마법을 쓰는데 큰 제약이 있었다.
‘게다가 저 개뼈다귀 자식. 5000년 전보다 강해졌어.’
루나는 그가 강해진 이유에 대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저 자식이 가지고 있다는 에레보스의 조각 때문이겠지.’
현재 자신과 사령왕의 전력을 가늠해보았다.
‘힘 대 힘으로 맞붙어서 짓눌러 버리는 건 조금 힘들려나.’
루나가 턱을 쓰다듬는 사이.
고오오오오오오-!
심상치 않은 흑마력이 치솟았다.
그걸 본 루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군단장을 집어삼켰나 보네.’
사령왕의 힘이 더욱 막강해진 걸 어렵지 않게 눈치를 챈 루나가 가볍게 혀를 찼다.
화르르르륵-!
조금 전까지 엘제니에가 내뿜던 검은 화염을 한 손에 두르고 모습을 드러낸 사령왕을 보며 루나가 말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네? 하긴, 마족 새끼들 수준이 다 그렇지 뭐.”
“그 지저분한 입은 죽어서도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군.”
“원래 큰일을 할 사람은 사나 죽으나 꾸준해야 하는 법이야.”
루나가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휘리리리링-!
기묘한 공명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내 주변에 수백 개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이 생성되었다.
파마의 검.
루나가 사령왕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마법이었다.
망자의 힘에 천적과도 같은 마법이었다.
그런 루나를 보며 사령왕이 손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오-!
그의 손에서 검은색 안개가 쏟아져 나왔다.
루나가 손짓을 하자 수백 개의 검이 사령왕에게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벙-!
순간 파마의 검이 사령왕의 안개에 부딪혀 가로막혔다.
“5000년 전의 수법이 나한테 통할 거라고 생각했나?”
“응, 그러게 안 통하네.”
탁-
루나는 태연하게 하나 남은 파마의 검을 손에 쥐더니 그대로 마력을 일으켰다.
번쩍-!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루나를 보며 사령왕의 눈이 꿈틀거렸다.
‘공간 이동 마법?’
빠르게 마력 탐색을 전개했다.
찰나의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사령왕이 공간 이동 마법을 이용했다.
스각-!
허공에 파마의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깝네~”
루나가 휙휙- 파마의 검을 휘두르며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을 보며 사령왕이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의 마법에 가속 마법을 건 건가?’
단순히 신체의 속도를 올리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루나 본인의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한 마법이다.
루나는 일순간이지만 자신의 시간을 제어한 것이다.
‘5000년 전에는 없었던 마법 개념인데.’
시간 가속과 관련된 마법 개념이 제대로 정립된 건 최근에 이르러서다.
그것도 특별한 마나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 한 마법사에 의해 탄생한 마법이다.
지금에서도 저렇게 마법을 응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보기 드물다.
‘역시라고 해야 하나.’
이 세계에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용하는 마법이 5000년 전과 확연하게 달랐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루나 루비넌스가 현세에 모습을 드러낼 것을 대비해 만들었던 대책은 대부분 무용지물이겠군.’
지난겨울.
세이룬을 무너트리기 위한 침공 계획이 시작의 영웅과 성운의 시조의 등장으로 저지되었다는 재앙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사령왕은 그들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 뒀다.
대영웅이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지금의 시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확연한 사실.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일.
‘하지만 한 번 일어난 일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지.’
사령왕의 예측대로 대영웅은 계속해서 지금 시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용자 아르온은 무려 에레보스의 조각 중 하나를 토벌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 성운의 시조 루나가 서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마법의 수준은 한 단계 더 올라갔다고 보는 게 옳겠지.’
사령왕이 흑마법을 사용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가-!
시커먼 사기로 이루어진 연기가 엄청난 속도로 루나를 감쌌다.
그걸 본 루나가 빠르게 가속 마법을 사용해 사령왕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한다면 더욱 손쉽게 피할 수 있었지만, 루나는 가속 마법을 사용했다.
엄청난 속도로 사령왕에게 접근한 루나가 짝-! 박수를 한 번 쳤다.
양손에서 손이 떨어지자 그 사이에서 빛의 알갱이가 산탄처럼 쏟아졌다.
콰가가가가강-!
강력한 폭발을 일어났다.
하지만 사령왕의 검붉은 결계 마법에 가로막혔다.
화르르륵-!
그 순간 사령왕의 손이 거대한 괴수의 뼈로 변했다.
검은 화염으로 타오르는 괴수는 입을 쩍 벌리며 루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화악-!
루나가 또다시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귀찮군.”
사령왕이 혀를 찼다.
마물 여왕 실라투나, 거인왕 기아스 등.
그들은 근접전에 특화된 군단장들이다.
영웅들에 비유하자면 기사와 전사 클래스.
그에 반해 사령왕은 소환과 마법에 특화된 소환사와 마법사 클래스다.
루나는 그런 사령왕을 상대로 계속해서 근접 전투를 걸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루나는 근접 전투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정통적인 마법사의 전투 방법을 가진 사령왕을 간단하게 압도할 정도였다.
회피 기동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공간 마법이다.
하지만 루나는 공간 이동 마법을 쓰지 않았다.
그건 사령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딱히 공간 이동 마법을 이용한 난전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루나와 사령왕에게는 간단한 마법이다.
하지만 공간 이동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단거리 공간 이동은 공간과 공간을 접는 마법.
그런 만큼 필연적으로 공간 이동 위치를 예측 당할 수 있다.
물론 상식적으로는 싸움에서는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루나는 마법의 역사에서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마법사며 사령왕 역시 수천 년 동안 존재하며 타르타로스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과 저주의 사용자로 악명을 떨친 존재다.
루나의 경우에는 위치가 파악을 당해 반격을 당하는 걸 경계해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령왕은 제자리에서 방어 마법을 구축하는 것을 선택했다.
“귀찮은 소모전을 계속할 생각인가?”
“응.”
루나가 빙긋 웃었다.
루나는 마력이 소진되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령왕 역시 그걸 꿰뚫고 있었다.
‘제약이 없었다면 애초에 모습을 드러냈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시간은 루나의 편이다.
‘살아남는 영웅.’
쩌적-! 쩌저저저적-!
거울 여왕의 세계에 갇힌 레오가 탈출하려 하고 있다.
“세계를 파괴하려는 우리와 세계를 지키려는 너희의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아나? 루나 루비넌스.”
“알 바냐! 개뼈다귀!”
루나의 눈이 번쩍였다.
일순간 루나의 눈동자에 오망성이 담겼다.
파치지지징-!
사령왕 주변을 구성하던 결계 마법이 해제되었다.
마법 술식 구조를 이해하고 역산하여 파괴한 것이다.
루나가 또다시 접근하려 했다.
그걸 본 사령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고오오오오오오-!
사령왕에게서 거대한 흑마력이 흘러나왔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사령왕이 손을 들어 올리자 루메리아 시티 곳곳에 있던 잔해들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루나가 멈칫했다.
“파괴자는 눈에 보이는 걸 부수면 되지만 수호자는 눈에 보이는 걸 지켜야 한다는 거다.”
투콰가가가각-!
“이익!”
루나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법을 전개했다.
루나가 사용한 염동 마법에 의해 쏟아지던 잔해들이 멈추었다.
루나는 모든 잔해를 멀리 날려 버렸다.
그걸 본 사령왕이 손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오오오-!
검은 불꽃이 루나 주변을 감쌌다.
검은 불꽃이 루나를 잿더미로 만들려는 순간.
번쩍-
루나의 손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스텔라 라디우스.”
루나의 고유 마법이 완성되면서 빛의 섬광이 기나긴 궤적을 그리며 사령왕을 향해 날아갔다.
쿠과가가가각-!
사령왕의 몸이 절반이 날아갔다.
꽈득- 꽈드드드득-!
그러나 사령왕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걸 본 루나가 인상을 썼다.
“와, 언제 봐도 징그럽네. 죽지를 않아.”
“잘 알 텐데? 루나 루비넌스. 나는 죽은 자라는 걸.”
사령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핵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나는 불사의 존재다.”
“그래, 저급한 리치들이랑 똑같은 구조지.”
루나가 비웃음을 날렸다.
핵은 언제나 사령왕이 품고 있다.
하지만 그걸 파괴하는 건 쉽지 않다.
‘마력의 핵심인 만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단단한데다가 시시각각 위치도 원하는 대로 이동시킬 수 있으니까.’
루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루나를 보며 사령왕이 웃었다.
“그건 너 또한 마찬가지다, 루나 루비넌스.”
“뭐?”
“잊었나? 너 또한 죽은 자라는 것을.”
콰득-! 콰드드득-!
사령왕이 에레보스의 사념이 깃든 손으로 자신의 반대쪽 팔을 뽑았다.
팔은 곧 창의 모습이 되었다.
고오오오오-!
엄청난 흑마력이 휘몰아쳤다.
‘적중 마법!’
루나의 얼굴이 굳었다.
목표를 절대로 적중시키는 마법이다.
루나가 마법을 파훼하려는 순간.
콱-!
“컥?”
일순간 사령왕의 마법이 루나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 자식…….”
루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루나를 보며 사령왕이 말했다.
“그 마법에는 엘제니에를 장작 삼아 타올랐던 에레보스님의 힘이 모두 담겨 있다.”
사령왕이 싸늘하게 말했다.
“원래는 살아남는 영웅을 죽이는데 사용할 힘이었지만, 너라는 존재가 개입한 순간 이미 그건 물 건너간 이야기지. 애초에 엘제니에를 장작으로 삼은 신의 의지는 너에게 더 큰 원한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말이야.”
루나가 울컥-! 피를 쏟아냈다.
“군단장씩이나 되는 말을 소비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망가트려야겠지.”
고개를 숙인 루나의 손이 떨렸다.
“지금은 살아남는 영웅 보다 이 시대의 마법을 몇 단계나 진보시킬 네가 더욱 위협적인 존재다. 루나 루비넌스.”
계획이 엉클어졌다면 그 상황에서 최대한 이득을 얻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사령왕이 보기에 그건 루나 루비넌스의 처절한 죽음이었다.
후두둑-!
그 순간 뼈의 창이 사라졌다.
단 한 번의 마법에 에레보스의 검은 화염을 모두 담았다.
그러나 루나는 죽지 않았다.
“네가 당장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루나 루비넌스.”
사령왕이 서늘하게 웃었다.
“심장이 꿰뚫리고, 팔다리가 날아가고. 머리가 터져도 너는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다. 너는 나와 같이 죽은 존재니까. 되도록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절망스럽게 죽었으면 하는군.”
“이 개새끼가……!”
“난 너희 대영웅들이 증오스러우니까.”
사령왕이 손바닥을 휘둘렀다.
콰앙-!
“커억!”
엄청난 충격에 의해 루나의 몸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콰가가가강-!
“루나님!”
루니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루나에게 다가왔다.
사령왕과 피의 여왕의 군단을 막아내던 영웅들 역시 심장이 꿰뚫려 피를 흘리는 있는 루나를 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오지 마!”
루나가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별것 아니라는 듯 몸을 일으켰다.
이성이 날아갈 듯 엄청난 고통이 온몸을 쥐어짜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비명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에레보스의 힘과 사령왕의 저주의 힘.
다른 이였다면 정신이 붕괴되 미쳐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루나는 웃었다.
“좋네! 안 신경 안 쓰고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거잖아!”
피를 토하며 호전적으로 웃는 루나의 얼굴에서는 절망감 따윈 보이지 않았다.
탁-
바닥에 착지한 사령왕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과연 대영웅인가. 독하군. 정신이 붕괴할 고통에도 웃을 수 있다니.”
질렸다는 표정을 짓던 사령왕이 입을 열었다.
“루나 루비넌스. 네가 영령으로 존재한다면 네 미련은 뭘까?”
“너희들 모조리 씹어 먹지 못한 거.”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포기라는 걸 모르는 살아남는 영웅에게 뒷일을 맡긴 네가 그걸 미련으로 삼진 않았을 것 같군, 그래.”
사령왕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럼 이게 네 미련일지도 모르겠군.”
사령왕이 손바닥을 펼쳤다.
사령의 계약진이었다.
미간을 찌푸리던 루나는 계약진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루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후후후. 후후후후후후- 크흐흐흐흐흐!”
사령왕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최대한 억누르며 루나를 비웃었다.
루나가 질린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이게 정답인 모양이군.”
사령왕은 계약진을 숨겼다.
“네가 그렇게 걱정하던 베르키아는 언데드로 부활했다. 제자를 잘못 가르친 거 아닌가?”
콰가가가강-!
사령왕이 팔을 휘두르자 루나가 힘없이 날아가 처박혔다.
쾅-! 쩌저저적-!
그 순간 공간 전체가 거세게 출렁이더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사령왕의 눈이 가늘게 떴다.
‘살아남는 영웅이 곧 온다.’
그 전에 루나를 짓밟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룬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번쩍-!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수놓아졌다.
그걸 본 사령왕의 얼굴이 굳었다.
“종언?”
그는 루나가 날아간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빛나는 눈으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채 자신을 바라보는 루나가 서 있었다.
“언데드로 부활한 제자를 보고도 아무런 정신적 타격이 없는 거냐?”
사령왕의 물음에 루나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개새끼야.”